구독자님, 안녕하세요. 한 주간 잘 지내셨나요? 저는 어젯밤 게을렀던 나를 탓하며 오늘 아침을 맞는 하루하루를 살았습니다. 이번 주는 광복절 휴무가 화요일이라 주말과 광복절 사이에 낀 월요일까지 포함하여 나흘을 내리 쉬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고요. 그래서 일까요? 제가 일하는 곳에 방문하신 분들 표정이 참 밝아서 기쁜데 슬프고 즐거운데 힘들게 근무했답니다.
마침 편지를 보내는 날이 광복절이라 ‘광복’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요. 빛을 되찾은 지도 어느덧 70여 년이 흘렀잖아요. 긴 시간이 흐른 만큼 <광복>하면 떠오르는 연관 키워드들도 달라지지 않았나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하여, 오늘은 광복절의 빛을 머금고 태어난 연관 검색어들을 좀 톺아볼까 합니다.
광복절은 알겠는데 광복절 특사는 뭔가요?
‘특사’는 특별사면의 줄임말입니다. 쉽게 말해, 광복절을 맞이해 국가 원수(대통령)이 일부 죄수들의 죄를 용서하여 기소나 형벌을 면제하는 것이 광복절 특사인데요. 2023년에 사는 우리는 왜 광복절에 죄인을 특별히 풀어주는지 이해하기가 어렵습니다만, 빛을 되찾은 그 시절을 미루어 짐작해 보니 쉽게 이해가 가더라고요.
일제강점기엔 독립운동가들이 죄수로 투옥되는 일이 다반사였습니다. 독립문역을 지키고 선 서대문형무소는 공간에 뼈아픈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일제의 입장에서 범죄자였던 독립운동가들은 해방 이후, 특별사면으로 자유를 누리게 되는데요. 이 역사가 광복절 특별사면의 첫 장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이후로 신정, 광복절 등 국가를 대표하는 공휴일과 명절에 죄수 중 몇몇을 특별사면해 주는 경우가 있었는데요. 과거 독립운동가를 사면해 주었던 것과는 격이 다른 사면이 이어지고 있어 오늘날엔 논란이 끊이지 않는 키워드이기도 합니다.
다른 결을 가진 광복절 특선 영화 <광복절특사>
‘광복절 특선 영화’ 하면 떠오르는 영화가 많습니다. <암살>, <밀정>,<동주> 비교적 최근에 개봉한 <영웅> 이외에도 분명 많을 거예요. 그러나 철딱서니 없는 저는 광복절 특선 영화하면 <광복절 특사>가 떠오릅니다. 완벽한 광복절 영화지만 완벽하게 결이 다른 이 영화, 정체가 뭘까요?
한일월드컵으로 세상이 벌겋던 2002년 개봉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영화엔 두 죄수, 최무석과 유재필이 등장합니다. 먼저 최무석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굶주림에 못 이겨 장발장 처럼 빵을 훔쳐먹은 최무석(차승원)은 절도 혐의로 1년 2개월을 선고받고 수감됩니다. 감옥의 통제를 견딜 수 없던 무석은 끊임없이 탈옥을 시도하는데요. 단 한 번도 성공하지 못해 형량이 계속 늘어나, 무려 8년이라는 형량을 채워야 하는 인물입니다.
다음으로 유재필(설경구)은 사기꾼인데요. 사기 혐의로 감옥에 들어와 있는 사이, 여자친구 경순이 무려 경찰과 결혼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가만 두고 볼 수 없던 재필은 탈옥에 진심이었던 무석이 여태 숟가락으로 파놓은 구덩이를 통해 함께 탈옥에 성공하는 인물입니다. 쇼생크탈출에 버금가는 탈옥에 성공하고 자유를 만끽하는 둘, 그러나 평화로움도 잠시입니다. 우연히 보게 된 신문에서 이번 광복절 특별사면 대상자가 자신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이토록 힘들게 탈옥했는데, 감옥에 더 있지 않으려면 둘은 기필코 감옥으로 되돌아가 사면대상자가 되어야 합니다. 두 사람의 광복절 특사 되기 대작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요? 궁금하신 분들은 영화를 통해 확인해 보세요 😊
부산 광복동은 광복절과 관계가 있을까요?
네, 있습니다. 부산광역시 중구 행정동 중 하나인 광복동은 1876년 강화도조약 이후, 부산항이 개항하면서 일본인들이 거주하던 지역이었습니다. 일제강점기엔 일어로 ‘긴 길’을 의미하는 ‘장수통’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었는데요. 1945년 8월 15일, 광복이 되자 되찾은 빛을 뜻하는 ‘광복’이라는 이름을 동명으로 사용하게 되었다네요.
여담이지만 8년 전, 처음으로 부산 여행을 갔었는데요. 머리를 안 감아서 광복동에 있는 슈펜에서 모자 사서 쓴 기억이 있어요. 쇼핑거리에 일정하게 서 있는 태극기 행렬이 아직도 인상 깊어요. 친구랑 ‘광복동 이라서 태극기가 이렇게 많은가 봐’하고 대화했던 기억이 있는데 여전히 광복동엔 태극기가 나부끼고 있나요? 편지를 받는 분 중, 광복동과 친한 분이 계신다면 답장해주세요.
콜라독립 815 콜라
815콜라를 떠올리고 스스로 내심 뿌듯했었는데요. 찾아보니 815콜라의 출생연도가 8월 15일은 아니더라고요. 815콜라는 대한민국에서 라이선스로 코카콜라를 만들어내던 식품기업, 범양식품에서 1998년 4월 1일 출시한 콜라입니다. 멀쩡히 코카콜라 만들다가 <콜라독립>이라는 엄청난 타이틀의 815 콜라를 만든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을 겁니다.
때는 1997년이었는데요. 애틀란타에 있던 코카콜라 본사에서 대한민국 콜라 제조 기업 중, 몇 곳을 인수하여 한국코카콜라보틀링이라는 대한민국 법인을 세우고 직판하기로 합니다. 충청권 및 대구경북 지역에 코카콜라를 조달하는 범양식품에도 제의가 있었지만,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합병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하는데요. 이를 계기로 코카콜라 컴퍼니는 범양식품과의 계약을 해지합니다.
눈치 빠른 분들은 이 정도 들으셔도 슬슬 콜라독립의 서막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셨을 것 같은데요. 더 이상 코카콜라에서 원액을 받을 수 없게 된 범양식품은 이듬해였던 98년 4월 1일 ‘콜라독립815’라는 어마무시한 타이틀로 대한민국산 콜라를 출시합니다. 지금 생각하면 다소 촌스럽게 느껴지는 슬로건이지만, 금 모으기 운동으로 한국인의 저력을 보여주고 있던 IMF 시기, 콜라독립이라는 타이틀은 지치고 힘든 국민들의 마음을 한데 모을 수 있는 광고문구로 빛을 발했는데요. 결과는 어땠을까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대한민국의 콜라시장은 코카콜라 아니면 펩시가 꽉 잡고 있었는데요. 1999년, 815콜라는 시장 점유율을 13.7%까지 끌어올리며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그러나 국뽕 1세대라 불러도 무방할 정도의 애국심에만 호소했던 탓에 소비자들은 점점 815콜라에 대한 매력을 잃게 됩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제품 판매를 담당하던 계열사가 부도가 나면서 2004년 범양식품 역시 부도를 내고 파산하게 됩니다.
엔딩곡 <분홍 립스틱>
광복절에 이래도 되나 싶지만, <광복절특사>를 언급한 이상 어쩔 수 없습니다. 오늘의 엔딩곡은 <광복절특사> 속 경순을 열연한 송윤아 배우가 부르면서 잘 알려진 강애리자의 ‘분홍 립스틱’ 입니다. 이 영상만 보시더라도 2002년, 그 시절의 감성이 다시금 불어오는 것 같지 않으신가요?
위 영상은 극중 장면으로 '감상'하기는 좀 어려워요. 감상을 위한 영상으로 원곡자인 강애리자 선생님 버전의 분홍립스틱 영상을 동봉합니다.
참으로 외람된 버전의 광복특집 뉴스레터였습니다. 쓰는 내내 이래도 되나 싶긴 했지만 결론적으론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칠십 여년의 세월, 대한민국의 대한국민과 얼싸안고 뒤엉켰던 8월 15일은 매년 구르고 굴러 1945년 그날보다 다양한 각도로 굴절하며 새로운 빛을 만들어 냈으니까요.
여러분은 어떠신지 모르겠지만 전 소소하게 땡잡았을 때, 나도 모르게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곤 하는데요. 여러분들의 일상에도 독립만세하고 쾌재를 부를 짜릿한 순간이 찾아들기를 바랍니다. 그럼, 다음주에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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