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님, 안녕하세요. 느낌적인 느낌인지는 모르겠지만 처서가 지나니 뭔가 가을이 다가오는 것만 같습니다. 어제는 하늘에 뚜껑이라도 열린듯 비가 내리던데 다들 무탈 하셨나요?
저는 올해 5월부터 올 여름엔 비가 많이 올 거라고 겁을 주었던 탓에 일찌감치 장화와 우비를 구매했는데요. 정작 장마 시즌엔 입지 못했던 우비를 어제 처음 개시했어요. 옷이 안 젖는 것도 안 젖는 건데 캥거루 처럼 달린 앞 주머니에 카드며 휴대폰이며 넣고 다니니까 손이 세상 편하더라고요. 이번주 내내 비소식이 있던데 이 기간만이라도 야무지게 입고다닐 요량입니다.
며칠 전 롯데월드 어트랙션, 정글탐험보트가 곧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는 기사를 보았어요. 사실 저는 놀이공원을 참 좋아해요. 2015년엔 롯데월드 캐스트로 일했을 정도로요. 많은 사람들이 정글탐험보트 타려면 어디로 가야 하냐고 해서 3층을 안내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게중엔 중국인 관광객도 있어서 손가락으로 이, 얼, 싼... 센 다음에 싼로! 라고 말했던 기억도 떠오르네요.
그래서 오늘은 개장 초기부터 롯데월드를 지킨 숨은 강자, 정글탐험보트의 이야기로 당신께 편지를 보냅니다.
롯데월드 컨셉이 세계의 거리인 거 알고 계셨나요?
페라리월드가 생기기 전까지 전세계에서 가장 큰 실내 테마파크였던 잠실 롯데월드. 롯데가 잠실 땅을 잠식하게 된 건 86 아시안게임과 88서울올림픽 덕분이었습니다. 전세계가 주목하는 스포츠 행사가 열리다 보니, 사람들을 수용할 수 있는 숙박시설과 놀이시설이 필요했거든요. 아무것도 없던 잠실 허허벌판에 빠른 속도로 호텔과 백화점이 들어서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폐막 이후에도 외국인들의 발길을 잡을 궁리를 하던 신격호 롯데 회장은 1989년 롯데월드를 개장합니다.
전세계인들이 모이는 행사에 발맞춰 지은 테마파크인 만큼 롯데월드의 컨셉을 세계의 거리로 잡았다고 해요.
그래서 네덜란드가 떠오르는 풍차가 돌아가기도 하고 이름부터 대놓고 스페인을 연상케 하는 스페인 해적선 등이 자리 잡게 되고요.
생각해보면 후렌치 레볼루션도 프랑스 혁명을 뜻하지요? 지금은 사라졌으나 개장 초기엔 로마전차라는 어트랙션도 있었다고 합니다. 뿐만 아니라 각 스폿을 나눠놓은 이름도 이탈리아, 스페인 거리. 독일, 영국거리, 아라비아, 모로코 거리 등으로 세계의 도시들을 탐험하는 느낌으로 구성했습니다.
놀이공원에 다소 뜬금없이 민속박물관이 있는 것도 세계 속의 한국을 알리기 위함이었습니다. 시간이 흐르며 어트랙션, 공간 구성에 변화가 있었고 세계의 거리를 고스란히 느끼기는 어려워 졌지만요. 생각하고 보면 곳곳에 지구촌마을을 염두하고 만든 면면이 느껴지는 것도 같아요.
정글탐험보트는 원래 지구탐험보트였습니다
오늘의 주인공인 정글탐험보트는 롯데월드 개장연도인 1989년 7월부터 롯데월드 3층을 지키고 있는 터줏대감인데요. 하나 바뀐 점이 있다면 이름이에요. 정글탐험보트의 원래 이름은 지구탐험보트였습니다. 이름에 걸맞게 지구를 누비는 어트랙션이었다고 하는데요. 구성을 바꾸면서 90년대 중반, 우리가 알고 있는 정글탐험보트로 이름을 바꿉니다.
정글탐험보트는 둥근 모양의 보트를 타고 전설의 보석을 찾으러 가는 어트랙션입니다. 차량이나 배를 타고 세트처럼 꾸며진 공간을 누비는 어트랙션을 다크라이드(dark ride)라고 부르는데요. 국내에서 두번째로 만들어진 다크라이드 어트랙션이었고요. 정글탐험보트가 사라지고 난 뒤엔 이 타이틀을 롯데월드 1층에 자리 잡은 신밧드의 모험이 갖게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듣고보니 궁금하지 않으세요? 우리나라에서 첫번째로 만들어진 다크라이드 어트랙션은 그럼 무엇이었을까요?
왜 물 속을 떠다니는 놀이기구는 죄다 사라지는가 : 에버랜드 지구마을
국내 최초로 운영한 다크라이드 어트렉션은 자연농원 시절부터 용인 에버랜드를 지키던 귀여운 놀이기구, 지구마을입니다. 어린 시절 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기구였어요. 배를 타고 이동하면서 곳곳에 전통의상을 입고 있는 인형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했는데요. 1985년 자연농원에 자리 잡고 약 30년 간 자리를 지켰으나 지난 2015년 9월 6일 역사 속으로 자취를 감춘 놀이기구입니다.
1985년 당시만 하더라도 대한민국은 해외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이국에 대한 동경은 있지만 직접 가기는 어려웠던 시절, 자연농원에서 배를 타고 각국의 인형들을 만나보는 경험은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오픈 초기부터 큰 사랑을 받았던 놀이기구였고요. T익스프레스 등 스릴을 즐길 수 있는 어트랙션들이 생겨나며 인기가 한풀 꺾이긴 했지만 그래도 관람하며 쉬어갈 수 있는 놀이기구로 꾸준히 호평을 받는 놀이기구였습니다. 지구마을이 사라진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도 참 아쉬웠던 기억이 있는데 정글탐험보트까지 사라진다니 정말 속상하네요.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 bgm
속이 쓰려서 이번주가 가기 전에 롯데월드에 방문할 계획입니다. 저는 놀이공원을 정말 좋아해서 멀리 떨어진 에버랜드는 잘 못 갔어도 지하철로 가기 좋은 롯데월드는 못 가도 일 년에 두 번씩은 꼭 갔었는데요. 2015년 캐스트로 일한 이후로 2023년인 지금까지 8년간 롯데월드에 발을 끊고 살았어요.
이번에 정글탐험보트로 편지를 쓰면서 롯데월드에 관한 추억들이 몇 가지 떠올랐는데요. 그중에서 마지막에 전해드리고 싶은 내용은 제가 가장 좋아하던 롯데월드 bgm입니다.
롯데월드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가장 유명한 주제가도 있지만 그 노래 보다 더 좋았던 건 판타지 마스크 시즌 주제곡이었어요.
마음이 벅차고 어쩐지 오즈의 마법사 도로시가 떠오르는 그런 노래였습니다. 너무 좋아해서 멜론에 있는 노래 다운 받아서 듣고 다닐 정도였으니 말 다 했죠? 모험과 신비의 나라 롯데월드의 마지막 단면으로 제가 좋아하던 그 노래를 띄워드립니다. 날씨는 흐리지만 마음 어딘가 들뜨는 기분이 드시길 바라요.
오늘은 모두들 한번은 즐겨보았던 롯데월드 3층의 터줏대감, 정글탐험보트의 이야기로 편지했습니다. 정글탐험보트 운영은 9월 3일(일)까지만 이어진다고 하니, 아쉬울 것 같은 분들은 꼭 한번 이 기회에 롯데월드 방문해 보세요!
그럼 다음주에 또 편지하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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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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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3일 전에 방문하도록 해요! 친해질 수 있는 마지막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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