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은 구독자님에게
구독자, 이번 봄은 저에게도 새로운 시작이에요. 충동적으로 선택한 사학 복수 전공이 예상보다 더 진지한 도전이 되어버렸어요. 어릴 때부터 마음이 갔지만 애써 외면했던 학문, 의미 없이 공부를 이어가던 대학 생활 속에서 진정한 배움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커지면서 다시 돌아오게 되었어요. 오랜만에 깊이 있는 공부를 하다 보니 조급해지기도 하고, 스스로가 작아 보일 때도 있지만, 사실 전혀 늦지 않았다는 걸 알면서도 마음은 자꾸 앞서가네요. 구독자, 조급함은 저의 디폴트 값인가 봐요. 그 전에도 여유를 가지자고 수백 번 다짐했는데 말이죠.
변화의 순간마다 저는 예민해지고,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요즘도 그래요. 창세기 연수를 하면서 다 쏟아냈다고 생각했던 감정들이, 다시 사람들과 부딪히면서 예상치 못한 순간에 튀어나오곤 해요.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겼을 말들이 마음속에서 계속 맴돌고, 그럴수록 조용히 참고 쌓아두게 되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어느새 제 안에는 말 못 할 이야기들이 가득 차 버렸어요. 할 수 없는 말들이 할 수 있는 말보다 점점 많아졌고, 이제는 어떤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모르겠어요. 편지를 쓰면서도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니, 제 마음이 얼마나 복잡한 상태인지 짐작이 가시겠죠. 물론 오히려 편하고 소중한 사람들에게는 너무 다 말해서 힘들게 하는 것 같아 자책하기도 하고요. 구독자님이라면 이런 순간을 어떻게 마주하시나요?
구독자, 그동안 전속력으로 달려보기도 하고, 있는 힘껏 펀치를 날려보기도 하고, 일기를 휘갈겨 써보기도 하고, 이렇게 편지를 써보기도 했어요. 그런데 생각들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불어나기만 해요. 심지어 PMS 덕분에 엉엉 울기도 했는데, 해소된 줄 알았던 감정이 다시 올라오는 걸 보면, 참 사람 마음이라는 게 쉽지 않구나 싶어요.
"제발 타인을 생각하기 전에 나부터 챙기자."
괜찮다는 거짓말을 자주하기도 했어요. 올해 1~2월 동안 일기장에 가장 많이 적힌 문장이에요. 저는 사랑을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해요. 그 사랑을 주변에 나누는 사람이고 싶은 마음이에요. 돌아보면, 정작 저 자신에게는 사랑을 너무 인색하게 주고 있는 것 같아요. 이렇게 힘들어하는 걸 보면요.
요즘은 제 예민함과 섬세함이 무조건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요. 오히려 이것들이 저를 더 깊이 있게 사고하게 만들고, 작은 감정의 변화를 세심하게 포착하게 해 주잖아요. 저는 유퀴즈에서 본 것처럼 ‘🤖고성능 최신형 섬세한 마인드’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감정의 흐름을 예민하게 감지하는 것도, 세상을 섬세하게 바라볼 수 있는 것도 일종의 능력 아닐까요? 이런 저를 더 몰아붙이지 않고, 스스로에게 다정하게 말해주는 연습을 해야겠어요.다만, 그 예민함이 저를 삼켜버리지 않도록, 스스로를 더 다정하게 대하는 연습을 해볼 거예요.
684차 창세기 연수를 하면서 가장 좋았던 말이 있어요. "보시니 좋았다."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것. 변하려 애쓰기보다, 지금의 나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작은 행복을 찾는 것. 며칠 전 누군가는 울고 있는 저에게 이렇게 말했어요. "변하려 하지 마. 너만 다쳐. 아프고. 그냥 네가 어떤지 그대로 바라봐. 그리고 거기서 소소한 행복을 찾아봐." 그 말을 듣고 나서야 깨달았어요. 저는 성장해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맞지 않는 옷을 억지로 걸쳐 입고 있었던 것 같다고요. 그러다 보니 이곳저곳 상처가 나고, 신경도 못 쓰는 사이에 곪아버린 건지도 모르겠어요. 더 쉽게 호르몬의 노예가 되기도 하고요.
이제는 그런 저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싶어요. 감정 스펙트럼이 넓은 특성이 저를 힘들게 할 때도 있지만, 그것 덕분에 더 깊이 사랑할 수도 있고, 더 진심을 다할 수 있잖아요. 그런 나를 사랑해 주어야겠어요. 저조차 저를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가 저를 사랑해 줄 수 있을까요?
가끔은 책임감이 너무 가득한 이런 모습이 싫어질 때도 많지만, 그렇다고 해서 책임을 회피하거나 자기만 생각하며 남에게 상처 주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요. 끝까지 다정함을 잃지 않으면서, 사랑이 세상을 지속 가능하게 만든다고 믿고 싶어요.
그리고, 이제는 생각을 조금 멈추고 싶어요. 끝없는 고민 속에서 나 자신을, 때로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기가 쉽지 않네요. '이렇게 해도 될까?', '내가 잘하고 있는 걸까?' 같은 질문들이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떠오르거든요. 구독자, 혹시 생각을 잠시라도 내려놓는 방법을 알고 있다면 꼭 알려주세요. 요즘은 이런 생각들 때문에 잠을 설치는 날이 많아졌거든요. 막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은데 그것도 쉽지 않아요.
그럼에도 너무 앞서 걱정하기보다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자! 제가 품은 고민들이 언젠가 답을 찾게 될 거라고 믿으며, 조급해 하지 않고 천천히 걸어가 보자!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연습을 해보자! 누가 뭐래도 내 길을 걸어가자! 무언가를 도전하기 전에 닥치는 두려움에 굴복하지 말자! 이렇게 다짐합니다!
덜 생각하고 좋은 날씨에 멍 때리면서 그렇게 함께 봄을 시작해요. 걱정과 불안을 다음 계절로 이월하지 말고 겨울에 두고 떠나요. 작아진 마음을 크게 만들어서 긍정의 스마일(^_^)로 사랑 발사를 하면서 살아가요. 평범하게 살지 않고 바보 같은 소리를 해도 괜찮아요. 구독자, 당신이 한다면 뭐든 괜찮으니까요. 제가 책임질게요.
2025년 2월, 예빈씀.
추신. 저는 "착하다"는 말이 참 싫어요. 저는 착하고 싶어서 착한 것이 아니거든요. 때로는 조금 이기적으로 생각할 줄도 알아야 한다고 믿어요. 어릴 때부터 이상하게 싫었던 단어예요. 계속 그렇게 살아야 할 것 같은 부담을 주는 말 같아서요. 그럼에도 이런 모습이 제 모습이라면 받아들여야겠죠?
[010dandan]의 2025년 2월 편지는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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