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슬비

23. 나의 할머니

10월. 푸른 가을에 국화향이 나면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2023.10.06 | 조회 23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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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천고슬비입니다. 길고 기~~~~일었던 추석 연휴 잘 보내셨나요. 유난히 힘든 수요일,목요일을 지난 금요일 아침이지만 오늘만 지나면 다시 주말이 오니 조금만 더 기운을 내보아요 ^^ 오늘 이야기는 추석 '가족주간'을 보내다가 떠올랐던 이야기입니다. 징글징글하고 그래도 가족밖에 없고 그래서 답답하고 그러나 눈물나는 내 가족들과의 일주일을 보내고 나니 이제는 없는 가족들이 더 생각이 나더라고요. 잊은 가족 없는지 마저 챙기는 주말 되시길. 그래서 빈곳이 꼭꼭 마저 채워지는 가족주간 되시길 바랍니다.

 

     어느 5,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 한번 찍어 보자는 기획에 전라남도 일대를 돌아다니며 섭외를 하러 다닌 적이 있다. 어디에도 있으나 어디에도 보이지 않던 너무나 막막했던 아이템. 신문에  사연을 보고 찾아가는 것도 아니고 이장님의 소개를 받은 것도 아니고 무작정 마을회관이 보일  마다 차를 세우고 동네 어머님들을 붙잡고 인터뷰를 했다. 새로운 사람을 찾아내보자는 마음으로100% 리얼 맨땅에 헤딩이라는 것을 하고 다녔지만 마땅한 주인공이 보이지 않았다. 시간은 하염없이가고 이제  늦어지면 방송 자체가 엎어질 수도 있겠다 싶은 시점까지 왔다. 여기까지만 보고  되면 접자는 심정으로 마지막 스팟을 찾았다. 

고흥의  섬마을. 이제는  다리가 놓여 더이상 섬이 아니지만 십수년 전만 해도 아침 저녁으로 사람을 실어 나르는 배가 다니던 곳이었다. 이런 동네라면 나이가 많은 할머니들이 많을테니 누구라도 있겠지 싶었다.

마을 윗쪽에서는  전체가 내려다보였는데 주황색 지붕과 파란 바다의 조화가 그림처럼 예뻤다. 좁은 돌담 골목도 운치있고 마을 어귀의  나무도 일부러 옮겨다 놓은 것 마냥 맞춤이었다. 완벽한 세트장 같은  모습에 차라리 배우를 사다가 심어야 하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러다가 어느  담장에 차를 박았는데  순간 진짜 드라마처럼 머릿 속 배우가 나타났다. 하얀 머리에 쪼글쪼글하게 작아진 할머니가  사람아  사람아  다쳤는가 하며 뛰쳐 나오셨다.  할머니가 돌아가시고는 처음 들어보는 사람아.” 나는  말에 그냥  할머니다 싶었고  할머니 옆에서  달을 눌러 붙게 되었다.

거짓말처럼 그 할머니는 우리가 그토록 찾던 자식을 기다리는 어머니였다. 할머니  앞에서는 새로 놓인 다리가 보였는데 할머니는 제사 지내러 오는 아들을 기다리러  앞에 나가서  시간이고 다리를 바라보는 것이 일이었다. 다리 위의 차가 실제로 눈으로 구분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할머니가 쳐다보고 있다고 제삿날이  빨리  것도 아니지만 할머니는 그것이 당신의 사명인  마냥 꼬박꼬박 하루에 세번  앞에 나가 앉아있곤 하셨다. 온다는 아들이  오니 마당에 불도  끄고, 비가 와서 그러나 싶어서 뉴스 일기예보만 돌려가면서 보는 할머니. 오늘 아드님이 오는게 아니라고  번을 말씀드려도 할머니의 아들 마중은 끝이 없었다. 

서울에서 어쩌다   오는 오십이 넘은 아들. 기다린 시간이 무색하게 자식은 하룻밤 자면  하고 제집으로 떠났다. 떠나는  트렁크 문이  닫히게 채워넣은 음식에 뒷바퀴 주저 앉겠다고 큰소리를 내는아들. 할머니는 이번엔  아들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같은 자리에 앉아서 배웅을 했다. 누구집에서나  있는  흔한 풍경에 마음이 답답하고 시렸다. 그리고 내가 떠나던 날도 할머니는  이름을 부르며  자리에 앉아계셨다.

나는  할머니의 강아지였다.  할머니도 언제나 그렇게 나를 기다리고  기다리셨다. 할머니 집에가는 날이면 할머니는 내가 오는 소리를  멀리 부엌 안에서도 듣고 뛰어 나오셨다.

 ㅅㅇ 왔는가  ㅅㅇ 왔는가

 월급을 타던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동네 근처 유명하다는 식당에 갔었다. 할머니 옷장에는 뜯지도 않은  내복 상자가 많았었고 다른  해드리에는 월급이 너무 조그마헸다. 맛있는 거나 사드리자싶어 식당에 모시고 갔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별것도 아닌 시골 백반집이었다.   상을 드시기도 전부터 할머니는 연신 맛있다 맛있다 하셨다.  얼마나 번다고 이런 비싼거 사주지 말고 그냥 전화나 한통 해달라고도 하셨다. 

그런데 돌이켜보니 그게 내가 사드린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였다. 물론 전화는 자주 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 , 섭외를 하러  식당에 15 만에 갔다.  모습이 바껴서  바뀐  알았는데 식당 안은 그대로였다. 음식도   그대로였다. 할머니 할아버지만  자리에  계셨다. 맛있게 먹었는데 마음이 시큰했다. 할머니가 하늘로 가신 10. 국화가 한창이던  , 할머니 영정은 하얗고 노란 국화로 꾸며졌었고 가시던 날에 하늘이 너무나 맑았다. 앞으로 국화 냄새가 나는 푸른 가을이면 할머니가 생각나겠구나 했다. 하늘이 깊게 푸르러졌고 국화가 피기 시작하고 있다. 

할머니, 오늘도 그렇게 앉아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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