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둔자

34. 계획이 없다는 건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

P로 살아보니 J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2023.12.22 | 조회 1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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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구독자님 연말은 잘 마무리하고 계신가요? 사실 저는 하는 일 자체가 계획을 세우고 마감을 맞추는 것이다 보니 제 실생활에서는 계획 세우는 것 자체를 피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렇지만 결국은 또 일 때문에 인생에 대한 계획을 세워봐야겠단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문자 P도 얼마든지 자신의 방식대로 잘 살 수 있겠지만 일단 저는 내년엔 소문자 j라도 되어보려고요. 작지만 사소한 계획을 이뤄가는 저의 내년도 함께해주세요.

연말이 다가오니 슬슬 송년 모임이 늘고 있다. 사실 평소에도 자주 보는 사람들과 한 번 더 보는 정도인데도 확실히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대화의 주제가 달라진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나가는 말로라도 올해의 계획이나 다짐들은 지켰는지, 내년의 새로운 계획은 무엇인지 묻곤 한다.

사실 나는 올해의 계획을 지키지도 못지키지도 않았다. 계획을 세우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보다 어렸을 때는 이런 저런 계획을 세웠던 것도 같은데 대부분의 계획이나 목표가 이루어지지 않은 뒤로는 계획 자체를 잘 세우지 않게 되었다.

사실 그간 내 인생이 계획대로 되지 않은 이유는 변수가 많기 때문이었다. 원체 이직이 잦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고, 또 그 일 자체가 매년 6~12개월 정도 먼저 계획을 세우고 그대로 실행해야 하는 일이다.  그러다 보니 어쨌든 나의 일상은 출간되어야 하는 책의 스케줄에 맞게 계속해서 변형되고 조정되기 때문에 내가 세우는 수많은 계획이 다 쓸모없어지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그래서 일상에 대한 계획을 세우기 보다는 그날 그날 해야 할 것들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견뎠다. 나에게 밀려오는 것들을 처리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작업하고 있는 책에서도, 지인을 통해서도 내 생각이 혹시 틀렸을 수도 있겠다 싶은 조언을 들었다. 외부 요인에 맞게 일상을 바꾼다는 것은 결국 인생의 주도권을 외부 요인에게 넘긴다는 뜻이라는 것. 상황에 맞게 무언가를 하겠다는 계획은 결국 아무 것도 이룰 수 없게 만든다고도 했다.

적어도 내가 무언가를 하기로 결정하고 그걸 실행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변수를 해결하며 나아갈 수는 있어도 스스로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는 것은 어떤 문제도 감당하지 않겠다는 회피와 다르지 않다는 말이었다.

들어보니 그럴 법 했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일을 계속 할 수 있을까를 두고 늘 걱정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이쯤 일한 사람들의 계획이 내게는 없다. 어떤 장르의 책을 내는 1인 출판사 사장이 되겠다든가, 프리랜서로 살겠다든가, 혹은 오래오래 회사에 다니고 싶다든가 하는 계획이 내게는 아예 없다. 일도 다 운명이라는, 조금은 순진한 생각으로 살고 있으니까.

그런데 최근 함께 일했던 사람 중에 회사의 사정으로 권고사직을 당하거나, 혹은 스스로 다니고 있는 회사에 염증을 느껴 1인 출판사의 사장이 된 분이 몇 명 생겼다. 출판이라는 동네가 일정 경력을 넘어가면 자의든 타의든 독립을 한 번쯤 생각해 볼 수밖에 없는 구조이긴 한데, 확실히 자의의 비중이 큰 사람들은 독립을 시작하고 여러 어려운 일을 겪으면서도 훨씬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간다. 반면 타의가 더 컸던 사람들은 결과가 어떠하건 만족도가 떨어진다는 표현을 더욱 자주 한다.

그걸 보고 있자니 나도 내 일에 대한 목표와 계획을 다시 세워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당장 내년에 내가 사장이 되겠다는 계획은 전혀 아니지만(회사 열심히 다닐게요 ;) 어떤 상황이 되든 내가 하고 싶은 일을 계속 하기 위한 준비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어쩔 수 없이 이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아졌다. 올해 운 좋게 시작한 뉴스레터 덕에 그래도 3~4주에 한 번 내가 하고 있는 일이나 일을 대하는 내 마음 상태를 돌아보았던 것이 이 정도라도 생각을 갈무리하게 만들어준 것 같아 감사하다. 내년의 내 레터에는 그 계획의 방향이 조금씩 더 묻어나는 글을 쓸 수 있게 되면 좋겠다.

 

P.S 제 레터에는 사진이 별로 없어서 시각적인 자극이 있으면 좋겠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는데요. 아무리 생각해도 오늘의 제 글과 찰떡인 사진이 잘 떠오르지 않아 오늘도 긴 글로 마무리를 했습니다.

계획에 대한 이야기를 했으니 일단 내년에는 제 글과 어울리는 사진을 잘 고르는 것부터 시작해볼게요. 대체로 글밥이 빽빽했던 저의 레터를 읽어주신 올해의 독자분들, 고생하셨고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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