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한해살이소감] 12월이니 마무리 보정 해보아요!

샅샅히 훑다보면 찾을 거예요! 인류애!!

2025.12.19 | 조회 5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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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이번 이야기가 올해 제가 보내는 마지막 레터네요. 연말이면 여러 방송국에서는 각 분야별 시상식을 합니다. 이름을 호명 받은 수상자는 무대 위로 올라와 소감을 이야기하며, 수상을 도와준 여러 주변인물의 이름을 언급하기도 하고, 살면서 고마웠던 이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눈시울을 적시기도 하는데요. 올해 마지막 주제를 놓고 곰자자족과 고민하다가 저희도 2025년 올한해를 살아내며 함께 했던 인문들에게 전하고 싶었던 말과 한해 소회를 정리해보자 이야기했습니다. 이름하여 ‘한해살이소감’입니다. 수상소감만큼 거창하지 않더라도 각자의 삶에선 우리 스스로가 주인공이니까요, 올 한해 잘 살아냈다고 자화자찬하며, 또 우리의 2025년을 채워준 인물들을 떠올리며 회고하고 싶었습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25년, 구독자님도 잘 갈무리할 수 있길 바라며 오늘의 글 시작해보겠습니다🤗

수목원 기간제가 끝나고 시간이 많아진 요즘, ‘그럼 네가 만들어 봐라는 일본드라마를 열혈 시청 중이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면 대체로 남자주인공보다는 여자주인공에 감정 이입하기 마련인데, 영화 ‘500일의 썸머이 후 처음으로 남자주인공에 더 동질감을 느끼는 중이다. 가부장적인 사고를 가진 남주가 6년간 사귀었던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통보 받고 나서야 본인이 무얼 잘못했고, 놓치고 있었는지를 하나씩 배워간다. 동거를 하던 둘은 음식이나 가사를 여자친구의 몫으로 돌렸는데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남자주인공 카츠오는 직접 요리를 하면서 그 수고로움을 알고, 또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까지 조금씩 헤아려 보게 된다. 카츠오는 퇴근 후에 직접 장을 봐서 밥상을 차린 여자친구에게 음식들이 전체적으로 갈색이라며, 색의 조화가 부족하다고 타박하던 인물이었다. (어휴~)

일본드라마 '그럼 네가 만들어 봐' ⓒTBS
일본드라마 '그럼 네가 만들어 봐' ⓒTBS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고 카츠오는 뒤늦게 조금씩 재사회화를 거치면서 자신이 옳다고 믿었던 신념이 맞지 않고, 당연하다 여기던 것들이 결코 그렇지 않다는 당연한 이치들을 하나씩 배워간다. 물론 수동적이고 답답했던 여주도 이별 뒤 다른 만남들을 통해 상대에 의존하지 않는 방법을 찾아가며 변화한다. 하지만 남주에 더 몰입하게 된 계기는 1회차에 말도 안되는 소리를 늘어놓던 인물이 여자친구의 마음을 이해하려 생전 해보지 않았던 요리에 도전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이다. 이런 나름의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어울리지 않는 조합이라며 후배에게 핀잔을 주었던 메뉴를 추천 식당에 찾아가 먹어 본 뒤, 본인이 모르던 매력이 있다는 걸 깨닫고, 후배에게 본인의 경솔함을 인정한다.

옹졸한 어른은 되지 않겠다고 아량이 넓은 어른이 되겠다고 반복해 다짐해보지만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또 미안하다고 사과하는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더 힘들어진다. ‘그 나이 먹도록 그것도 모른다고?’라는 비난이 돌아올 것 같고, 나이만 늘어갈 뿐 모자람은 채워지지 않았음을 인정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9화까지 시청한 지금, 여전히 카츠오는 구시대적인 발언을 불쑥불쑥 꺼내 놓으며 경악하게 만들지만, 매번 자신만의 기준인 완벽함에서 벗어나 모두가 각자의 기준이 있고, 자신의 이상도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학습해 진화 중이다.

 

올해의 나도 카츠오처럼 입장 바꾼 경험들을 반복했다. 물론 의도적으로 노력한 것은 아니고 기간제라는 위치가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만들었다. 과거 직장에서 나는 많은 사람들과 협업하며, 업무를 직접 수행하기 보다는 특정 업무를 요청하고 확인하는 위치였다. 사원 때부터 중간에서 컨펌을 하고, 해당 사항을 위에 보고하며 내 지시 방향이 맞았는지 확인 받았다. 계속해서 나의 선택은 맞았는지 평가 당했고, 기준 없는 평가에 확신 없이 위에서 시키는 것을 그대로 전달하는 일들이 대리 때까지 지속됐던 것 같다. 기준 없는 요청이 얼마나 맥 빠지고, 상대를 힘들게 하는지 알고 있다고 짐작했는데, 아니었다. 어느 순간 요청하는 사람을 믿지 못한달까, 주어진 업무 수행 이전에 이것이 맞는 것인가 아주 원초적인 지점부터 고민하고 의구심을 갖게 되는데, 이를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쏟게 됐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기운을 빼게 된달까?

일을 하다보면 '이게 정말 맞는 거냐'고 의심스러울 때가, 또 모른 척 돌아서고 싶을 때가 왕왕 있다.
일을 하다보면 '이게 정말 맞는 거냐'고 의심스러울 때가, 또 모른 척 돌아서고 싶을 때가 왕왕 있다.

또 업무를 하는 것은 관계를 쌓는 일이라는 것을 더 절실하게 깨닫게 됐다. 요청하는 입장과 요청받는 입장, 아니 정확하게 갑을관계. 그 위치가 전복되면서 과거에 내가 던졌던 퉁명스러운 말투나 제대로 된 피드백을 전달하지 못했던 일들이 하나 둘 상기됐다. 물론 그 기폭제는 내가 역으로 그 상황에 놓이면서 비롯됐고. 그러면서 참 미안한 일을 많이 만들었고, 그걸 이제 돌려받는구나싶다. 그래서 왜 저렇게 밖에 일을 못할까?’ 라는 생각이 드는 상대도 과거의 나를 보는 것 같아 마냥 미워하기도 어렵고 때때로 짠하다. 그 시절 같이 일하던 피디와 작가, 여러 협력업체의 과장, 대리님이 이따금 생각났다. 그렇다고 이제와서 그 때 제가 참 힘들게 만들었는데 죄송해요라고 말하기엔 너무 시간이 지났달까? 또 용기도 나질 않는다. 또 모든 이에게 좋게 기억되고 싶은 건 내 욕심일 뿐이라는 것도 잘 알기에. 앞으로나 그러지 말아야지 하는 다짐만 할 뿐. 영포티가 아니라 정말 으른이 되어야지.(어른보다도 으른은 자기 일에 제대로 책임을 지는 성숙한 사람이라는 어감이 있다는 개인적인 의견이다.)

 

회사 생활을 하면 인류애를 박탈당한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나 역시 동의하지만 또 혼자 일한다면 다 못할 것 같기도 하다. 수목원 근무를 마치며 업무와 직접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매일 인사를 나누고 같은 공간에서 밥을 먹던 매표소 선생님들께 선물을 받았다. 작은 롤링페이퍼와 함께. 업무로 같이 부대끼던 사람들에게 받았던 선물보다 더 큰 울림이었다. 예기치 못했던 일이라 그랬을 거다. 업무는 달라도 다 지켜보고 있었던 느낌이랄까, 또 미리 준비한 정성이 고스란히 전해져 마음이 더 말랑해졌다. 그리고 혼자 일기처럼 쓰는 필사 계정에 수목원 마지막 날의 소회를 적어 두었는데, 예상치 못한 분에게서 DM을 받았다. 본인도 비슷한 경험을 하셨다며 공감과 응원의 마음을 담은 글이었다. ‘세상이 날 억까하나싶다가도 이런 따뜻함의 단짠 때문에 또 기대를 품고 한발 가는거지 싶다.

예상 밖의 롤링페이퍼는 우리 집 트리에 고이 장식해두었다! 올해의 오너먼트랄까?😆
예상 밖의 롤링페이퍼는 우리 집 트리에 고이 장식해두었다! 올해의 오너먼트랄까?😆

나는 우리 행복이 저렴해서 좋아요.”

이번주 동네 삼겹살집에서 저녁을 먹다가 남편이 말했다. 우리 사이의 갈등도 없고, 몇 만원으로 맛있는 걸 함께 먹을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좋다고. 어찌보면 행복이란 모호하고도 때론 거대함도 느껴지는 무거운 단어인데, 가볍게 삼겹살에 소주 한잔, 오만원으로 살 수 있다니 얼마나 경제적이면서도 또 든든한가?(이 날의 밥 값은 4 8천원이었다.) 올해의 마무리도 부디 지난 저녁 식사 같길 바라본다.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얼마나 거창하고 큰 성과를 만들 수 있겠냐만은 주변의 소중한 사람을 챙기며, 각자의 저렴한 행복을 하나씩 찾아본다면 2025년도 조금은 더 미화해서 마무리 지을 수 있지 않을까? 마무리가 좋으면 전체의 인상도 덩달아 좋아지는 법이니까. 너무 긍정회로를 돌린다고 할 수 있지만, 또 그래야 새해에도 힘내서 뭐든 시작해 볼 수 있으니, 나와 구독자님 모두의 건투를 빌어본다!!

 

 

📢[캠페인] 선배 시간 괜찮아요?

- 경험을 나눠줄 선배님의 인터뷰를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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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마치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꺼내는 클리셰 같은 문장. 후배를 둔 직장인이라면 뜨끔할 이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께 던집니다.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경력자들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때론 답답한 마음에 풀리지 않는 분노를 삭혀가며 고군분투 중인데요, 이런 저희에게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실 귀한 선배님을 찾습니다.

조직생활과 독립에 대한 진솔한 조언부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실전 팁, 커리어 전환의 경험까지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30! 커피 한잔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귀한 이야기들을 잘 담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한다면 좋겠지만, zoom, 구글미트를 활용한 온라인 미팅, 서면으로 답변해주시는 것도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할 모든 통로를 활짝 열어놓을 테니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함께 나눈 이야기는 세 에디터가 잘 갈무리해서 레터를 통해 구독자님들께 생생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smallbigsisters@gmail.com로 편하게 메일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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