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하는 유부

[여름] 너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여름의 단짝 매력

2025.06.20 | 조회 154 |
0
|
일류여성의 프로필 이미지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부유하는 유부입니다. 지난주 은둔자의 휴재 공지에 이어진 구독자님들의 따뜻한 응원과 격려 잘 받았습니다. 댓글로 응원해주신 명정님과 트래비스님 그리고 레터 피드백으로 마음 전해주신 구독자님까지 덕분에 은둔자 뿐 아니라 저희 세 에디터 모두 마음이 몽글몽글 해졌어요. 은둔자는 덕분에 좋은 기운을 얻어 건강을 회복하리라 약속했고, 저와 곰자자족도 은둔자가 잠시 비운 자리를 열심히 메꿔보겠다 다짐했습니다👏 날도 더워지고 곰자자족과 제가 써야 할 글들도 늘어났으니 조금은 느슨한 마음으로 길게 가보려고요. 사실 정해진 것은 없습니다. 늘 그렇듯, 매주 근근히 레터를 이어갈 텐데요, 올해 하나의 주제를 정해 세 에디터의 이야기를 쓰던 방식에서 벗어나 좀 더 자유롭게 일과 저의 일상 이야기를 나눠드릴 예정입니다. 하지만 또 저희만의 주제, 방식으로 인사드릴 수도 있고요, ‘이런 이야기가 더 듣고 싶다’ 하시면 자유롭게 의견 주세요. 일류여성은 P들의 모임이기도 한만큼 모든 가능성은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회까지는 정해진 주제가 있는데요, 바로 ‘여름’입니다! 구독자님, 내일(21일)은 절기상 하지라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일년 중 낮의 길이가 제일 길어지는 날인데요, 태양이 가장 높이 뜨고 길어진 낮의 길이만큼 지표면은 오랜 시간 열을 받아 하지 이후로는 기온이 점점 상승하다고 합니다. 이 상승 기류에 힘입은 딱 맞는 주제 아닐까요? ㅎㅎ 요즘 저는 온몸으로 여름의 기운을 느끼고 있는데요, 그 이야기를 살포시 공유해봅니다.
첨부 이미지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덥다’. 진짜 덥다. ‘아직 괜찮은데 웬 호들갑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은 요즘 밖에서 일해 본 적 없는 사람이라 확신한다. 사실 과거의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다. 새벽에 출근을 해 늦은 저녁 퇴근하니, 쌀쌀한 바깥 공기가 익숙했다. 저녁의 더운 공기도 사무실 에어컨의 냉기가 몸에 남아 있어 오히려 포근했다. 출퇴근길 버스의 에어컨 바람은 살갗에 닿으면 불쾌한 느낌마저 들었달까. 그래서 대부분의 시간은 얇은 가디건으로 에어컨으로부터 몸을 숨겼다.

하지만 상황은 달라졌다. 썬크림을 잔뜩 바른 얼굴에 조금의 틈이라도 보일까 한겹 두겹 썬스틱을 문질러 본다. 그 위로는 얼굴은 물론 목뒤까지 넓은 챙으로 모두 가리는 일명 캐디모자를 쓰고 양팔에는 흰색 쿨토시, 목에는 넥쿨러까지 장착한다. 혹시 몰라 주머니에 휴대용 선풍기까지 챙겨 넣는다. 요란스러운 준비를 마치고 정원으로 나서지만, 이런 준비 태세도 강한 햇볕 아래 한시간도 채 되지 않아 무장 해제된다.

햇볕에 녹아 땅에 눌러 붙은 상추를 본 적 있는가? 요즘 나의 몰골과 다르지 않다. 그냥 밖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땀이 나고 정신은 흐릿해진다. 몸을 쓰는 일을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도면을 보면서 여기에 식물이 제대로 심겨 있나? 몇 주나 심겨 있나? 확인하는 작업이라 해도 삼십분만 지나면 모자 위로 조끼 위로 땀이 흥건해진다. 이렇게 온몸 구석 구석에서 내 존재를 증명 받는 계절, 여름이다. 그래 여름이었다.

 

시인 한정원님은 여름을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로 꼽고 있다.

여름에는 정말 미심쩍다. 시간이 흐르지 않는게 아닐까. 중지되고 정체되는 감각. 여름을 제일로 사랑했다면 다르게 느꼈을지도. 하지만 여름은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이다. 세 번을 거쳐온 마음은 미약하다. 그래도 싫다고 말하고 싶지는 않은 마음. 한껏 사랑할 수 없다면 조금 사랑하면 되지.

한정원 <내가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

 

목덜미에 엉겨 붙은 땀을 닦아보며, 싫어하는 계절이 아니라 나 또한 네번째로 사랑하는 계절로 삼아보자 정신승리 해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건 너 뿐만이 아니라 여름도 그러하다. 풀 죽은 상추 같은 나와 달리 정원의 꽃들은 더 없이 화려한 색감을 뽐내며 풍성해지는 요즘이다. 베르가못의 붉은 빛을 보며 나는 빨강을 좋아하는 인간이었구나 깨닫고, 디기탈리스의 존재감 넘치는 자태를 보며 자주 보니 너도 예쁘구나 싶다가도 결국은 바람에 흐날리는 파란빛 수레국화가 내스타일이야 외치며, 하루에도 몇 번씩 최애 식물을 갈아 치운다. (물가에 핀 노루오줌은 또 어떻고 ㅎㅎ)

'나 빨강 좋아하네'의 주인공 베르가못
'나 빨강 좋아하네'의 주인공 베르가못
물가의 핀 노루오줌도 포기 못할 아름다움
물가의 핀 노루오줌도 포기 못할 아름다움

꽃뿐만이 아니다. 달달한 과일과 든든한 채소들도 몸을 불리며 한층 익어간다. 요즘 수목원에서는 화려한 봄꽃들이 열매를 맺는 광경을 목격한다. 매실과 살구, 앵두, 자두 갖가지 봄 꽃들이 실한 노란빛, 빨간빛의 열매를 뽐낸다. 요즘 수목원에서 가장 인기 있는 정원은 바로 작물원. 상추와 치커리와 같은 쌈채소는 물론, 오이와 호박, 수박이 커지고 더불어 복분자와 준베리, 블루베리도 알맞게 익어가고 있다. 작물원의 잎들을 솎아내고, 거름을 주고 일을 하다가 보랏빛이 진하다 못해 까맣게 익은 블루베리를 하나 따먹으면 달달하면서도 새콤한 맛에 잠시 정신이 돌아온다. 이것이 진짜 여름의 맛 아닐까? ㅎ  

 

여름의 맛을 알려주는 통통한 블루베리도 양보할 수 없죠!
여름의 맛을 알려주는 통통한 블루베리도 양보할 수 없죠!

레터가 발행되는 금요일은 하루종일 비가 예보됐다. 아마도 관수는 필요 없을 것이고, 내일은 나도 사무실에서 업무 보는 시간이 더 길 것 같다. 긴 장마는 걱정되지만, 또 이렇게 한 번씩 내려주는 비는 여름의 단짠 매력인 것 같기도 하다. 물론 비 온 뒤 우후죽순 올라오는 잡초와의 전쟁이 예상되지만. 역시 틈을 보이지 않는, 긴장을 늦출 수 없는 매력적인? 계절이다.

여름과 기싸움을 해도 결국 내가 지()는 싸움이니 받아들일 수 밖에. 더운 날씨에 나름의 준비를 해 견뎌본다 한들 결국은 쉬었다 다시 하는 수 밖에 없기에, 조금은 느슨해져도 된다고 아니 느슨해지라고 여름은 말하는 것 같다.

이 귀여운 수박도 익으려면 기다림이 필요한 것처럼, 여름엔 좀 느긋해져요!
이 귀여운 수박도 익으려면 기다림이 필요한 것처럼, 여름엔 좀 느긋해져요!

 

📢 <코너 속 코너> 계절산보🚶는 레터에서 충분히 한 듯해 쉬어 가겠습니다! 구독자님도 여름 산책엔 충분한 수분섭취와 휴식, 잊지 마세요! 🤗🤗

 

📢[캠페인] 선배 시간 괜찮아요?

- 경험을 나눠줄 선배님의 인터뷰를 기다립니다-

첨부 이미지

이것은 마치 퇴사를 결심한 후배가 꺼내는 클리셰 같은 문장. 후배를 둔 직장인이라면 뜨끔할 이 문장을 구독자 여러분께 던집니다.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훌쩍 넘은 경력자들이지만 여전히 머릿속에 물음표를 달고 때론 답답한 마음에 풀리지 않는 분노를 삭혀가며 고군분투 중인데요, 이런 저희에게 본인의 경험담과 생각을 들려주실 귀한 선배님을 찾습니다.

조직생활과 독립에 대한 진솔한 조언부터 육아와 업무를 병행하는 워킹맘의 실전 팁, 커리어 전환의 경험까지 저희에게 들려주실 수 있는 분을 찾습니다.  30! 커피 한잔의 인터뷰 시간을 허락해주신다면 맛있는 커피 한잔 대접하면서 귀한 이야기들을 잘 담고 싶습니다.

얼굴을 마주하고 인터뷰한다면 좋겠지만, zoom, 구글미트를 활용한 온라인 미팅, 서면으로 답변해주시는 것도 모두모두 환영입니다! 선배님의 소중한 경험담을 공유할 모든 통로를 활짝 열어놓을 테니 부담 없이 연락주세요! 함께 나눈 이야기는 세 에디터가 잘 갈무리해서 레터를 통해 구독자님들께 생생히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이 순간, 내 주변에 이 사람이 생각났다! 하는 분이 있다면 자유롭게 추천을 부탁드립니다. 평생해야 할 일이라면 내 일을 좀 더 사랑할 수 있게, 또 본인의 일을 즐기는 사람이 더 많아질 수 있게 함께 고민해보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회신 기다릴게요~!

smallbigsisters@gmail.com로 편하게 메일 주세요!!

✅이번 주 일류여성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만족스럽거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세요. 여러분의 의견이 더 깊고 나아진 일류여성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됩니다.

 

다가올 뉴스레터가 궁금하신가요?

지금 구독해서 새로운 레터를 받아보세요

✉️

이번 뉴스레터 어떠셨나요?

일류여성 님에게 ☕️ 커피와 ✉️ 쪽지를 보내보세요!

댓글

의견을 남겨주세요

확인
의견이 있으신가요? 제일 먼저 댓글을 달아보세요 !
© 2025 일류여성

세 여자가 전하는 '일'에 관한 모든 이야기

메일리 로고

도움말 자주 묻는 질문 오류 및 기능 관련 제보

서비스 이용 문의admin@team.maily.so

메일리 사업자 정보

메일리 (대표자: 이한결) | 사업자번호: 717-47-00705 | 서울특별시 성동구 왕십리로10길 6, 11층 1109호

이용약관 | 개인정보처리방침 | 정기결제 이용약관 | 라이선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