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1월! 잠깐 눈 감았다 뜬 것 같은데 올해도 두 달 밖에 남지 않았다. 어떤 누구도 내게 성과를 기대하지 않는 무소속의 상태가 되니 시간은 그 어떤 것보다 강력한 동기부여다. '올해도 이렇게 공 치는 건가?' 불안한 마음에 약을 찾아 수업들을 검색했다. 도서관과 미디어센터 사이트를 훑어내다 마침 옆 동네 도서관에서 블로그 마케팅 강연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듣게 된 수업. 그 시간 다시 한번 마음 속 불꽃이 튀었다.
“이 정도면 팔아도 되겠어요.”
강의 시간, 내 블로그 지수를 확인하며 개선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묻자 강사는 반색하며 말했다. 평가 사이트에서 책정한 내 블로그 지수는 최적화 +2. 오랫동안 방치와 다짐을 반복해오던 블로그였는데, 팔아도 될 만큼 좋다는 말을 들으니 괜실히 으쓱해졌다. 모처럼 입은 코트 주머니에서 발견한 꽁돈 같은 기분이랄까.
내 블로그의 시작은 무려 2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온라인 저널리즘이라는 전공 수업을 들었는데 교수님은 한학기 동안 주제를 정해 블로그를 운영하라 주문했다. 그렇게 엉겁결에 드라마를 주제로 블로그를 만들었고, 내가 본 드라마와 좋아하는 주제곡을 소개하는 포스팅을 올리곤 했다. 학기가 끝나고도 그 해에는 틈틈이 드라마 관련 포스팅을 했던 것 같다. 이후로는 리포트 자료를 스크랩해 두는 웹하드로 쓰기도 또 가끔 찾아가는 온라인 일기장으로도 활용했다.
하지만 현생의 바쁨을 핑계로 방치하길 몇 년. 그러다 직장인 시절 회사에서 개인 블로그를 운영해보자는 제안에 다시 블로그에 접속했다. 새롭게 생긴 취미 생활을 포스팅하며 나름의 방문자수를 확보했으나 밥벌이에 치여 후순위로 밀려났고 다시 수납됐다. 그렇게 몇 년에 한 번씩 외부의 종용으로 열고 닫은 흔적이 겨우 몇 장 쓰다 만 일기장처럼 남아 있었다.
그래도 묵혀둔 내 노트가 아직 꽤 쓸 만하다는 말을 들으니 지금 당장 뭐라도 포스팅 해봐야지 하는 강한 동기부여가 생겼다. 이런 마음은 3주 전 발급받은 브런치스토리 인턴 작가 활동에도 불을 지폈다. 나란 인간은 마감이 닥쳐야 그제서야 울면서 움직이기 일쑤인 밀림의 왕인데, 마감이 닥친 지난주 블로그 수업에서의 버프로 최종 마감일 하루 전 3편의 글을 완성할 수 있었다.
인턴 작가에서 정식 작가로 등록되려면 3편의 글을 발행해야 했는데, 하루에 한 편씩 완성하자는 마음으로 종이와 펜을 들었다. 저녁에 글을 완성하고 다음날 아침 퇴고 후 오전 내 업로드를 목표로. 우선 글감을 추렸다. 회사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무언가를 배웠던 나의 수강일지를 정리하고 싶었다. 그동안 들었던 수업들을 적어보니 굵직한 수업만 14개. 수업 마다의 기억들을 톺아보며 인상적이었던 사건, 진짜 배웠다 여겨지는 내용을 옮겼다. 그렇게 대략의 얼개를 잡고 노트북 앞에 앉았다.
역시 처음 구상했던 내용과는 달랐지만 종이의 글을 화면에 옮겨 놓으면서 잊었던 기억이 떠오르고 하고 싶은 말들이 자꾸 더해졌다. 그렇게 사흘 밤을 반복했고 예상보다는 수월하게 원고를 발행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지난 월요일 정식 작가로 승인됐다는 메일을 받았다. 사실 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은 올해 목표 빙고 내용 중 하나였다. 다소 야매스러운 방법이었지만 어쨌든 빙고 한 칸을 지울 수 있게 되어 뿌듯하다.
다음 주에는 자원봉사를 하는 수목원에서 ‘재능기부’라는 이름으로 빗자루 만들기 수업을 진행한다. 수목원에서 농사 지은 벼를 탈곡하고 남은 볏짚이 아까워 언젠가 배웠던 모시 빗자루 만드는 법을 활용해 작은 빗자루를 만든 것이 계기가 됐다. 그저 가볍게 함께 하는 시간이라 생각했는데, 공지문에 수업이라는 타이틀이 생기고, 내 이름 뒤에 선생님이란 명칭이 붙으니 책임감이 커진다. 하지만 배운 것을 나눌 수 있고, 또 같이 하고 싶다는 사람들 있다니 이 역시 어깨가 으쓱해진다.
어느 하나에 정착하지 못하고 일단은 궁금하니까 배워보자 했던 것들이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나름의 효용을 드러내니 다행스럽다. 마치 나의 효용을 찾은 것처럼. 큰 일은 아니더라도 지금처럼 브런치스토리 소재로도 써먹고, 재능기부로 수업도 해보고 차곡차곡 쟁여 놓은 배움의 스킬들을 야금야금 써먹다 보면 또 언젠가는 밥벌이의 재료로도 활용 가능하지 않을까? 덕분에 오늘의 뉴스레터도 이렇게 얼렁뚱땅 완성하지 않았는가? 😆
<코너 속 코너> 계절산보🚶거울로 하늘을 비춰보세요! 🪞
📝빙고 뉴스(하루 늦은 10월의 빙고뉴스 함께 전해드립니다!)
🐻곰자자족: 드디어 운동시간을 마련했습니다! 드디어 필라테스를🧘♀️ 시작했습니다. 시작이 반이니까 건강한 체력, 건강한 정신력을 만들어볼게요~🤗
🎈부유하는 유부: 뉴스레터에 언급했던 대로 얼렁뚱땅😏 브런치스토리 작가 승인을 받아 드디어 빙고 한 칸을☑️ 지웠습니다!
😎은둔자: 빙고는 잠시 멈춤⌛, 무엇보다 중요한! 건강💪 을 챙기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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