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 1: 나의 시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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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 3. 일의 시작
최고가 되고 싶었던 적이 없다. 누가 시켜준다는 것도, 맘만 먹으면 할 수 있다는 것도 아니지만 어쨌든 최고는 되고싶지 않다고 늘 생각해왔다. 어려서부터 그랬다. 왕관의 무게를 견디는 게 싫었다. 상대를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도 원하지 않았다. 너무 승승장구할 때면 불편한 마음이 들었다. 꺾일 때쯤 한 번씩 꺾이는 게 마음이 편했다.
그렇다고 야망이 전혀 없었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나는 최고의 심복이 되고 싶었다. 셜록의 왓슨 같은 존재 말이다. 존경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 곁에서, 한 발 물러선 위치에서 편안한 영광을 느끼고 싶었다.
셜록을 찾는 건 늘 내 삶의 최대 화두였다. 셜록은 사건을 끌어오고, 판을 깔고, 질문을 던진다. 왓슨은 그 안에서 반응하고, 돕고, 균형을 만들어 낸다. 이처럼 내가 살아 움직일 수 있는, 재능을 맘껏 발휘할 수 있는 판을 깔아주는 사람이 필요했다. 한 편으론 무책임한 모습이기도 했다. 셜록같은 존재가 있어야 기를 펼 수 있다는 건 혼자서는 아무것도 시작할 수 없다는 뜻과 같으니까.
일의 시작이라고 하면, 대학생 때 인터뷰어로 참여했던 휴먼스오브서울(Humans of Seoul)이 생각난다. 길거리 인터뷰를 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는 일을 했다. 돈을 번 건 아니지만, 세상에 가치를 더할 수 있는 일을 ‘일’이라고 말할 수 있다면, 그게 내겐 일의 시작이었다. 낯선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꺼내 내보이는 건 즐거운 일이었고 팀의 편집장님은 그걸 가능하게 해주는 셜록이었다. 좋은 인터뷰를 하는 법, 볼만한 글을 써내는 법, 팀으로 움직이는 법을 자연스럽게 익힐 수 있도록 편집장님은 나를 이끌었다. 많은 부분을 편집장님께 의지했던 것 같다. 써내는 글이 엉망이어도 그럴듯하게 바로잡아 줄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그 시간동안 나는 이야기를 만드는 일에 대한 사랑을 키웠다. 편집장님은 내가 앞으로 어떤 업을 하며 살아가고 싶은지 알게 만들어 준 사람이었다.
회사에 들어가니 또다른 세상이었다. 직장에서의 일은 상상보다도 복잡했다. 하기 싫은 일을 정말 많이 해야했다. 아니, 내가 해야할 일이 모두 하기 싫은 일일 때도 있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찾던 셜록은 단순히 날 이끌어주는 게 아니라 내가 뭘 하고 싶은지 알고, 그걸 마음껏 하기 위한 환경을 만들고, 정말 내가 뛰어놀 수 있게 해주는 사람이라는 걸. 나는 혼자서 헤쳐나가며 그런 환경을 만들어내는 건 할 줄 몰랐고, 그렇다고 현실에 순응할 줄 아는 사람도 아니었다. 맞지 않는 옷을 입은 채로 오랜 시간을 일했다.
계속 셜록을 찾았다. 그런 사람을 정말 만난 것 같던 날이 있었다. 나보다 연차도 훨씬 높았고 그만큼 경험도 많았으며 세상 일을 다 알고 있는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내가 고민하던 질문들에 망설임없이 답을 내놓는 사람이었다. 애타게 셜록을 기다린 만큼 나는 그에게 많은 걸 바쳤다. 바쳤다는 말이 조금 과해보이지만, 정말 바쳤다. 시간과 마음과 노력을 말이다.
뒤늦게야 알았지만 그 많은 걸 바친다는 건 곧 상대가 이끄는대로 무작정 끌려다닐 수 밖에 없다는 뜻이었다. 갈수록 하고 싶은대로 뛰어노는 게 아니라, 꼭두각시처럼 그 사람이 시키는대로 움직이게 되었다. 마음도 그 사람의 의도에 따라 이리저리 흔들리곤 했다. 한번은 회사 회식이 있었는데, 친구의 결혼식이 지방에 예정되어 있어서 참석할 수 없었다. 그게 그의 마음에 거슬렸는지 “회식에 빠지는 건 눈치가 없는 것”이라는 말과 행동을 계속해서 나는 지방에 내려가있는 내내 불안한 마음을 붙잡고 지내야 했다. 그의 그늘 안에 있는 게 행복하지 않았지만, 이상하게도 벗어나는 건 더 두려웠다. 내 생에서 가장 어두웠던 날로 기억한다.
겨우겨우 그 사람의 품에서 빠져나올 때 나는 철조망의 작은 구멍에 몸을 욱여넣어 빠져나온 사람처럼 온 몸이 상처 투성이였다. 셜록을 찾겠다는 마음이 비현실적인 것일지 모른다는 불안이 피어올랐다. 그렇다면 나는 혼자서 살아내야 하는데, 아무리해도 그럴 용기가 자라나지 않았다.
용기를 내지 못해 주저하고 있는 나를 달래주듯, 그 다음 회사에서 나는 진짜 셜록을 만났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알고, 그게 가능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사람이었다. 내 영역을 함부로 침범하지 않았고 늘 친절하고 따뜻했다. 나는 뛰어놀 수 있었고, 우리는 커리어 사상 최고의 성과를 냈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난 그런 결과를 즐겁게 해냈다는 것에 더 큰 자부심을 느꼈다. 휴먼스오브서울 이후 처음으로 내 몸에 맞는 옷을 입은 느낌이었다. 그는 직접적으로 이런 얘기를 하곤 했다. “저는 사람이 어떨때 최고의 퍼포먼스를 낼 수 있는지 알아요. 두현님은 자기만의 색깔을 확실히 갖고 있어요.”
어느 날 셜록이 나를 카페로 불렀다. 그는 퇴사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아무래도 셜록이란 익숙해질만하면 없어지는 계절같은 것인 듯했다.
나는 왜 셜록이 아닌 왓슨이 되고 싶은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형을 떠올린다. 형을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내게 가장 믿음직한 사람이었고 기댈 구석이었다. 형이 떠났다는 건 내 곁에 언제까지고 있을 것 같았던 셜록이 하루아침에 없어진 것이었다. 어린 날에 겪은 상실은 그걸 되찾고 싶다는 강한 욕망을 내게 남겼고, 어쩌면 나는 계속 형같은 사람을 찾고있는 걸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난 슬퍼진다.
언젠가 평생을 함께할 셜록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면 셜록없이 살아가는 법을 뒤늦게라도 배워야할까. 현실적으로 후자가 맞다는 것을 알고 있다. 누군가에겐 응당 이뤄내야하는 성장으로 보일 거라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세상의 어떤 것은 영영 회복되지 못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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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사람을 만난 일주일

지난 주는 세상에는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걸 새삼 깨달은 일주일이었어요. 공감되는 사람도, 이해할 수 없는 사람도 많아서 참 세상이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누군가의 이야기는 저에게서는 절대 나오지 않을 거니까요. 그런 이야기를 만나는 건 삶의 가장 큰 재미이기도 하니까요. 예전에는 저와 다른 사람을 필사적으로 피해왔던 것 같은데, 요즘은 좀 다가가려고 합니다.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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