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일삶 초대석

좋은게 쉬운게 어디있어? 바이올린 켜는 약사 워킹맘

바이올린 켜는 약사가 말하는 본업과 사이드에 대한 생각

2025.08.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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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비로드의 613클럽

육아(6)도 일(1)도 삶(3)도 다 잘해내고 싶은 육아인의 이야기를 주1회 들려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애비로드입니다.

'육일삶 초대석' 시리즈의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정말 독특하면서도 깊이 있는 삶을 살아가시는 분과 인터뷰를 했습니다. 바로 스레드에서 약사이자 바이올린 연주가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해 많은 분들에게 영감을 주고 계시는 유빌라테님입니다.

두 시간 넘게 긴 이야기를 나누면서, 단순히 워킹맘으로서의 삶 뿐만 아니라 '나다운 삶'이란 무엇인지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었어요. 특히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어?’라는 오래 전부터 마음에 새긴 문장으로 자신만의 길을 걸어온 이야기가 여운을 남겼습니다.

Memo from 애비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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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줄 요약📍 1.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하루 2시간씩 투자하세요. 2.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인생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세요. 3.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삶을 예술로 만드세요. 4.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한 자기 탐구가 모든 변화의 시작입니다. 5.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본업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세요.

 

 

'유빌라테' 그녀는 어떤 사람?

  • 대학생, 직장인 두 자녀를 둔 워킹맘
  • 현재 약사로 근무 중
  • 바이올린을 취미이자 제2의 업으로 20년 넘게 연마
  • 현재까지 3회의 독주회(리사이틀) 개최
  • 장학재단 설립을 꿈꾸는 클래식 후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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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0년 전업주부 경험과 근시안적 사고 탈피


Q. 유빌라테님 반갑습니다. 지금은 자제분들이 모두 성년이 되셨잖아요? 과거에 10년간 전업주부로 지내신 시절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시기는 어떠셨는지 궁금해요.

둘째 임신하고 나서 2003년에 일을 그만둬서 2013년에 다시 일을 시작했으니까 딱 10년을 전업으로 살았어요.

그때만 해도 아이는 엄마가 키워야 된다는 생각이 강했고, 남편이 굉장히 성취지향적인 사람이라 계속 석사, 박사를 땄고 지금도 대학교에서 활발하게 강의를 하고 있어요. 그 시기가 '내 남편을 키워줄 때'라고 생각했어요. 남편이 벌어주는 덕분에 제가 아이들과 좋은 시간을 보냈고, 그걸 토대로 아이들도 잘 자랐어요. 그리고 저도 그때 악기를 중점적으로 할 수 있었고요.

 

Q. 그런 관점을 갖고 지내오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제가 영유아를 키우는 부모들에게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근시안적인 사고를 버렸으면 좋겠다'는 것이에요. 너무 일희일비하기보다는 조금 넓은 시야를 가지고 인생을 길게 보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인생을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언제나 50대 50이 아니라는 거예요. 어떨 때는 내가 30이고 저 사람이 70이 될 수도 있고, 어떨 때는 내가 70이 되고 저 사람이 30이 될 수 있는 거죠.

내 개인의 관점에서도 동일해요. 육아와 일이 공존할 수 밖에 없는 삶에서, 그 비중은 생애주기에 따라 육아가 주가 될 수도 일이나 내 삶이 주가 되는 시기도 있는 것이거든요. 여기서 중요한 건 무게중심을 이리저리 옮기되, 어느 하나가 0이 되지 않도록 하는 일이에요. 아이와 일과 그리고 내가 정말 원하는 것에 대한 관심을 꼭 놓지 않고 있는 것이 커리어 이후의 삶에서 굉장히 중요해요.

 

그것이 무엇이든 끈을 놓아서 0이 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끈을 놓아서 0이 되지 않게 하는게 중요합니다.

Q. 무게중심과 0이 되지 않도록 끈을 놓지 않는 것. 정말 중요한 관점이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그렇게 보내신 10년 이후의 사회 복귀는 어떠셨나요?

10년이라는 경력 단절 후에 다시 사회로 돌아갈 때 두려움이 컸어요. 다행히 약사 면허가 있어서 상대적으로 쉬웠지만, 아무리 전문직이라도 10년의 공백 때문에 여러 방면에서 자신감이 낮아 질 수 밖에 없었어요. 큰아이 초등학교 6학년, 작은아이 초등학교 3학년 때 파트타임 약사부터 다시 시작했어요.

한편, 생각보다 아이들이 엄마가 없는 시간을 잘 이겨내더라고요. 자신을 관리하고 커리어를 유지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지만, 그것이 당장 내가 이 일을 그만두고 계속하지 않으면 큰 문제가 생긴다는 식으로 생각할 필요는 없어요.

 

Q. 그런 관점에서 육아를 하는 분들에게 조언한다면?

내가 되고 싶은 나의 모습과 나의 현재 모습을 일직선상에 일치시키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당장은 아이들이 어리고 아이들이 엄마 손을 많이 요구하는 상황에서는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내 마음속에 나는 어떤 삶을 살 것인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라고 하는 그 간절함이 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애비로드 생각💡

지금 당장 커리어를 쌓지 못한다고 해서 인생이 끝나는 게 아니라는 것, 그리고 육아에 집중하는 시간도 충분히 의미 있는 투자라는 관점이 와닿았습니다.

특히 '근시안적 사고'를 벗어나 장기적으로 인생을 바라보는 시각은 현재 육아로 바쁜 부모들에게 꼭 필요한 관점인 것 같아요. 육아, 일, 내 삶 간의 무게 중심을 이리저리 옮겨가며 내 생애 주기에 맞춰 대응 하되, 육아로 바쁘다 해서 일과 내 삶을 0로 만들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메세지에 크게 동의했습니다. 부모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다고 해서, 그 역할이 인생의 모든 것인 양 사는 것은 부모 자신에게는 물론 부모의 삶을 본보기로 지켜보는 아이에게도 좋지 않습니다.


 

 

2.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어?


Q. 바이올린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특별하다고 들었는데요?

25년 전쯤이었어요. 남편이 어떤 교육을 받고 와서 저에게 사명 선언서를 써보라고 했거든요. 그때 제가 "내 사명은 바이올린이다"라고 썼어요. 지금 생각해도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정말 이상했어요. 23살에 처음 시작해서 고작 3~4년 배웠을 뿐, 초보 딱지도 못 떼고 그만둔 지 몇년째인 바이올린인데, 내가 이걸 못하고 죽으면 눈을 못 감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2003년에 바이올리니스트인 언니 친구를 찾아가서 "언니, 나 바이올린 때문에 못 죽겠어"라고 말하면서 시작했어요.

 

Q. 오랫동안 음악과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이 있으셨나봐요. 이 정도로 이어오신 열정이면, 당시에 전공으로 시작해볼 생각은 없으셨나요?

아이들을 키우면서 악기를 열심히 하다가 이걸 전공을 할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몇년간 미친듯이 해보고나서 결론을 내렸지요. 불가능한 일이구나. 프로 바이올리니스트만큼 해낼 수는 없는 거구나. 나는 이걸로 어떤 대단한 업적을 이룰 수는 없겠구나. 라고 스스로 깨닫게 됐어요.

 

Q. 그런 깨달음 이후에도 포기하지 않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사랑하는 마음이죠. 악기를, 음악을,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이에요. 다만 내가 이걸로 돈을 벌거나 전공을 한다거나 하는 걸 포기한 것 뿐이지, 내가 바이올린에 대한, 음악에 대한, 예술에 대한 사랑을 포기한 건 아니거든요. 2012년, 2013년경이었어요. 그때부터 다시 약사 일로 복귀했죠. '약사로 벌자, 벌어서 음악에 투자하는 삶을 살자'라고 결정했어요.

13여년 전에 KTX 매거진에서 본 글귀가 아직도 기억나요.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어?"라는 문장이었거든요. 지금도 13년이 됐는데 아직도 생각해요. 하루에 연습 4개가 기본인 날들이 있을 때, 입에서 단내가 나고 '나 도대체 왜 이렇게 살고 있지?' 싶을 때마다 머릿속에 떠올려요.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어? 좋은 건 쉽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려면 반드시 거기에 수반되는 여러 힘든 일들이 있다는 거죠.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에 대한 환상을 버릴 필요가 있어요.

 

유발라테님 제공 이미지
유발라테님 제공 이미지

 


💡애비로드 생각💡

좋아하는 일에 대한 현실적인 접근이 인상 깊었어요. 전문가가 되는 것과 애호가로 사는 것의 차이를 명확히 인정하면서도, 그 사랑 자체를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요.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며 시간이 부족한 부모들에게는 '완벽하지 않아도 좋아하는 일을 계속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큰 위로가 될 것 같아요.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기 위해 어렵고 힘든일 여러개를 감당해야 한다는 말도 중요합니다. 우리는 어쩌면 파랑새를 쫓듯이 100% 좋기만 한 일을 찾기 위해서 너무 애를 쓰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떤 일이 조금 힘들고 어려워졌을 때, 아 이건 내 길이 아닌가 싶은 약한 마음이 들곤 합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이 쉬운게 어디있겠어요? 좋아하는 일 하나를 하기 위해서는 마땅히 짊어져야하는 묵직한 보따리가 따라온다는 진리를 잊어서는 안되겠습니다. 좋은 건 쉽지 않아요.


 

 

 

3.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투자하기


Q. 바쁜 일상 속에서 어떻게 꾸준히 음악 활동을 이어오셨나요?

저는 스티븐 코비의 4사분면 이론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해요. 중요하고 급한 일,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 중요하지도 급하지도 않은 일로 나누는 거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중요하지 않지만 급한 일에 매몰되는데, 저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반드시 시간을 투자해요. 하루에 2시간이 어렵다면 1시간, 1시간이 어렵다면 30분이라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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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정말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그런 시간 투자가 왜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왜냐하면 그게 당장은 급하지 않지만, 서서히 내 마음속에 쌓이거든요. 만약 이 부분을 무시하고 있으면, 아이들이 사춘기가 되거나 다 커서 떠날 때쯤 갑자기 부메랑처럼 돌아와서 확 나를 공격해요. "나는 뭐지? 그동안 뭐 했지? 지금 여긴 어디? 나는 누구?"라고요. 제 주위에 자녀를 다 양육하신 후, 이런 문제로 힘들어하시는 분들이 정말 어마어마하게 많아요.

 

Q. 구체적으로 어떻게 실천하셨나요?

구본형 선생님께서는 저서 『익숙한 것과의 결별』에서 "하루에 2시간은 꼭 자신이 가장 욕망하는 것에 써라."라고 하셨어요. 저는 하루를 22시간으로 산다고 얘기해요. 2시간은 내 연습 시간을 빼놓고 나는 22시간을 사는 사람이야라고요.

이런 방식은 일상을 미니멀리즘으로 만들어야 가능한 거예요. 드라마 보는 시간, 쓸데없는 사람 만나는 시간 다 없애야 해요. 이것저것 다 하면서 만날 사람 다 만나면서는 못해요. 아까 했던 말과도 연결되네요. 좋아하는 것 하나를 하려면 내려놓아야 할 것들이 분명히 있는 것이지요.

 


💡애비로드 생각💡

이 부분이 가장 실용적인 조언이었어요. 어린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특히 '급한 일'에 치이기 쉬운데, 의식적으로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루 2시간이 어렵다면 1시간, 30분이라도 좋다는 현실적인 접근도 육아인들에게는 정말 와 닿을 것 같아요. 바쁜 육아인일수록, 일단 내 시간을 먼저 떼어 놓고 나머지 일상을 해결하려는 접근이 필요합니다.


 

 

 

4. 선택과 집중, 본업과 바이올린의 연결고리.


Q. '삶을 예술로 만든다'는 표현을 자주 쓰시는데, 구체적으로 무슨 뜻인가요?

선택과 집중을 하는 삶이에요. 정제한다는 뜻이죠.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가면서는 작품이 될 수 없잖아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나머지를 쳐내서 세련되게 정제해서 아름다운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그런 삶을 추구해요.

저는 많은 걸 싫어해요. 집중이 안 되거든요. 지금도 제가 해결해야 할 음악적인 것들로 머릿속이 가득하기 때문에 다른 것들이 잘 안 들어와요. 생활도 미니멀리즘이고 인간관계도 미니멀리즘이에요.

인생은 불필요한 것을 깎아내는 조각과 같아요 (출처 :  https://www.noblesse.com/)
인생은 불필요한 것을 깎아내는 조각과 같아요 (출처 :  https://www.noblesse.com/)


Q. 유빌라테님의 에너지의 대부분을 애정하는 음악에 헌신하고 계신 것 같아요. 그렇다면, 지금까지 해오고 계신 본업 ‘약사’로서의 일은 어떤 의미인가요?

저는 약사로서 이 직업이 제게 잘 맞는다고 생각해요. 사람을 돌보고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해서 필요한 걸 주는 달란트가 있거든요. 하지만 제가 특이한 건, 경제적인 욕구가 별로 없어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제가 그리고 있는 인생 상, 욕망하는 삶의 모습이 있거든요. 그 인생 상에서 필요로 하는 경제적 니즈는 지금 상태로도 충분히 충족된다고 생각해요.

저는 약사 일로 벌어서 클래식계의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 돈을 써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내가 혼자 잘 사는 것보다 더불어 함께 잘 되는 것을 소망하는 사람이에요. 음악계에서 내가 바라는 역할을 하기 위한 재원을 벌어다 주는 수단인 셈이죠. 그리고 제 능력 가운데 가장 돈을 효율적으로 벌어들일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구요.

 

Q. 내 본업과 본업 이상의 열정을 쏟는 사이드 프로젝트인 음악 간의 어떤 연결고리로 이어져 있는 지 잘 이해할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게 음악계에서 그리고 계신 계획 중에 ‘장학재단 설립’이 있다고 하셨는데, 그 부분에 대해 들려주세요.

장학재단을 만들어서 정말 어렵게 공부하는 아이들을 돕고 싶어요. 스포트라이트를 많이 받는 아이들 말고, 음악에 대한 사랑 하나만으로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클래식음악이라는 험난한 전공의 길을 걸어가는 아이들이요. 이런 친구들이 정말 의외로 많아요.

사주명리학 선생님이 저보고 "있는 곳을 복되게 하는 사람"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럼 복되게 만들 거면 주먹구구식이 아닌, 시스템적으로도 복되게 만드는 게 좋다고 생각해요. 장학재단 설립을 통해서 그런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해나가고 싶어요. 그런 관점에서 자신이 받은 것을 아이들에게 장학금으로 돌려주시며 세상을 복되게 만드시는 김장하 선생님과 같은 분을 정말 존경합니다.

 

어른 김장하 (출처:넷플릭스)
어른 김장하 (출처:넷플릭스)

 


💡애비로드 생각💡

본업과 좋아하는 일 사이의 선순환 구조가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일로 돈을 벌어야 한다'는 압박을 느끼는데, 안정적인 본업을 통해 좋아하는 분야를 후원하는 방식도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의 방식이라는 걸 보여주는 사례인 것 같아요. 특히 개인의 만족을 넘어 시스템적인 기여를 생각하는 모습이 성숙한 어른의 모습이라고 느꼈습니다.


 

 

 

5. 완벽주의에서 완료주의로, 리사이틀 경험담


Q. 지금까지 3회의 독주회를 하셨는데, 어떤 경험이셨나요?

첫 번째 리사이틀 때는 7kg이 빠졌어요. (웃음) 1시간 반을 혼자서 이끌어가는 게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들었어요. 하지만 한번 해보니까 또 할 수 있겠더라구요. 그 경험이 너무 중요해요.

이제는 두 달 전에 준비 시작해서 피아니스트 만나고 연습해서 하면 되는 타임테이블이 머릿속에 다 나와요. 하니까 돼요. 가장 큰 깨달음은 '하면 된다'는 거예요. 마음을 먹는 것 자체가 50% 이상이라고 봐요.

2007년 2월. 둘째가 세 살 무렵일 때의 유빌라테님 (출처 : 유빌라테 스레드)
2007년 2월. 둘째가 세 살 무렵일 때의 유빌라테님 (출처 : 유빌라테 스레드)

Q. 혼자서 한 시간 반을 끌어가는 공연이라니 참 상상하기 어려운데요..! 본업보다 열정을 쏟는 사이드잡으로서 음악을 하시면서 힘든 점이 참 많을 것 같아요.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해서 좌절도 커요. 내가 뭔가 노력해서 더 잘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노력만으로는 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라는 걸 받아들이게 됐어요.

바다에 비유하면, 해변에서 노는 것도 바다에서 노는 거고, 요트를 타고 나가서 연안에서 노는 것도 바다를 즐기는 거고, 깊고 먼 바다에 나가는 것도 바다를 즐기는 거죠. 저 같은 경우는 조그마한 요트임에도 불구하고 언제나 원양으로 나가려고 했던 것 같아요. 비전공자이면서도 프로 음악인의 수준까지 미치기 위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했던 거죠. 앞서 말씀 드린 것 처럼 지금은 꼭 그러지 않아도 자족하며 의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게 큰 수확인 것 같아요.

 

Q. 짧게 이야기해주셨지만, 깊은 번민의 터널을 길게 지나오셨기에 말씀 하실 수 있는 거라고 봅니다. 그런 마음의 변화는 언제 오셨나요?

'완벽주의보다 완료주의'라는 문장을 처음 봤을 때 눈물이 났어요. 그 문장이 저에게 너무 위로가 됐거든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나는 어쨌든 이 길을 걷고 있고, 이 길 위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다는 거죠.

지금은 어느 정도 스스로와 화해한 것 같아요. 그러면서 내가 못했던 꿈을 다른 아이들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전환이 됐어요.

 

 


💡애비로드 생각💡

'완벽주의에서 완료주의로'라는 전환이 인상 깊었어요. 특히 완벽을 추구하느라 시작조차 못 하는 사람들에게 좋은 귀감이 될 것 같습니다. 우리 주변에는 꼭 돈이 되고 성취를 거두어야 의미가 있고 그렇지 않으면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라는 인식이 만연합니다. 사실 틀린말도 아닌 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누구도 돈에서 자유로울 순 없는 게 사실이죠.

하지만, 돈으로 환산되지 않았어도 그 과정에서 스스로 부여하는 의미만으로 잘 살았다고 해줄 수 있는 삶을 살아내신 유빌라테님의 이야기는 무엇이 돈이 될 수 있을 지 부터 생각하는 ‘수익화’의 망령 속에서 흔들리지 않을 수 있게 우리가 기댈 수 있는 좋은 사례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아이를 키우면서 본인의 꿈을 포기했다고 생각하는 분들에게도, 꿈을 실현하는 방식이 꼭 직접적일 필요는 없다는 메시지를 줍니다. 비록 아마추어 이지만, 그 길에 머물고 나만의 방식으로 그 삶을 살아내다 보면 또 그에 맞게 오직 나만이 기여하고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방법이 생길 수 있는 것 같아요. 유빌라테님처럼 말이죠.


 

 

 

6. 좋아하는 일을 지속하며 살기


Q. 좋아하는 일을 하고 싶어 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려워하는 분들에게 조언해 주신다면?

사람들이 '좋아하는 거에 대한 환상'이 좀 있는 것 같아요. 좋아하는 걸 했을 때 이거는 언제든 즐거울 거라는 생각을 하는데, 그게 안 해봐서 그렇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서 연애를 안 해본 사람들이 연애를 하면 이런 것도 하고 저런 것도 해야지라고 꿈을 왕창 꾸잖아요. 그런데 실제로 연애를 시작했을 때 연애가 진짜 좋기만 하던가요? 사랑하는 마음은 사랑하는 마음인데, 그 사랑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나의 노력이 필요하고, 사랑하는 마음에 비례해서 나의 힘듦은 더 커져요.

뭔가 내가 싫은 거를 참고 무언가를 할 때는 내가 싫은 것을 참는 데 에너지를 다 써버려요. 그래서 정작 이걸 할 에너지는 하나도 안 남아 있어요. 그래서 저는 인생은 내가 싫은 일을 하지 않은 것만 해도 저는 반 이상의 성공이라고 생각해요.

 

Q. 그렇게 좋아하는 일을 꾸준하게 하면 그 끝은 어떻게 될까요? 결국에 본업을 대체한다거나 돈이 벌리지 않아도 의욕적으로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요? 그저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하며 조금씩 쌓아가는 삶에 대한 생각을 들려주세요.

그 끝에 뭐가 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저는 악기를 하면서 수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수없이 행복한 경험들을 쌓아 왔기에, 지금까지의 일들만으로도 충분히 경제적인 것을 넘어서는 인생의 가치가 있었다고 생각해요.
연주 티켓을 유료로 판매해서 기부를 하기도 했고, 리사이틀을 하고 싶은 다른 아마추어둘의 무대를 돕기도 하고 있어요. 앞서 말씀드린 장학재단도 제가 계획하는 일 중 하나이고요. 앞으로는 제 음악, 제 사람들과 더불어 또 새로운 일들을 해봐야죠. 앞으로 기대할 것은 저를 알아봐주시고 저의 뜻을 알아봐주시는 분들과의 더 큰 만남이에요.

유빌라테님이 매우 존경하신다는 송길영님.
유빌라테님이 매우 존경하신다는 송길영님.

송길영 선생님이 강연에서 하신 말씀이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어떤 한 분야에서 꾸준히 그 분야 자리를 잡고 오랫동안 남들이 알아주지 않을 때 꾸준히 뭔가를 쌓아온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된다"라는 표현을 쓰셨어요.

요즘 사람들 마음이 급해요. 사람들은 쉽게 이루고 싶어 하고 쉽게 얻고 싶어 하는데, 그만큼 한 분야에 대해서 쌓는 거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요. 우리가 축적을 하려면 내가 좋아하는 걸 찾아야 되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생겨나지 않아요.

 

 

Q. 마지막으로, 지금 육아와 일 사이에서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가장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내적 동기가 정말 중요해요. 하루에 얼마라도 일정한 시간을 투자해서, 나의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고,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고 욕망하는 모습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그 모습에 나를 한 걸음이라도 더 가까이 갈 수 있도록 하루하루 주춧돌을 쌓는 삶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어느 누구가 태클을 걸더라도 "그래, 니 말도 맞아. 그래, 그것도 그럴 수 있지. 하지만 나는 이게 좋아. 그리고 이게 나의 모습이기 때문에 나는 이 길을 갈 거야"라고 스스로가 스스로를 설득할 수 있으면, 그러면 흔들리지 않아요.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지 않을 수 있게 돼요.

좋은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거죠.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어? 없어요. 정말 13년째 저를 지켜주고 힘이 되어준 문장이에요.

 


💡애비로드 생각💡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가 없더라도, 매일 조금씩이라도 자신이 진정 원하는 일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주는 인터뷰였습니다. 그리고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어?'라는 문장처럼, 가치 있는 일은 쉽지 않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욱 의미 있다는 관점도 육아로 힘든 부모들에게 큰 울림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핵심 요약


1.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장기적으로 사고하세요

"인생을 큰 그림으로 봤을 때 언제나 50대 50이 아니에요. 어떨 때는 30대 70, 어떨 때는 70대 30이 될 수 있어요."

2.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매일 시간을 투자하세요

"하루에 2시간이 어렵다면 1시간, 1시간이 어렵다면 30분이라도 내가 정말 간절히 원하는 것에 시간을 써야 해요."

3. 선택과 집중으로 삶을 예술로 만드세요

"모든 것을 다 가지고 가면서는 예술이 될 수 없어요. 내가 정말 좋아하는 것을 선택하고 불필요한 것들을 쳐내야 해요."

4. 완벽주의보다 완료주의를 택하세요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나는 어쨌든 이 길을 걷고 있고, 이 길 위에서 무언가를 해내고 있어요."

5. 좋은 게 쉬운 게 어디 있나요

"13년 전부터 마음에 새긴 문장이에요. 좋은 건 쉽지 않아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가치가 있는 거죠."

6. 축적의 시간을 통해 발견 되어지는 삶을 살아가세요

"한 분야에서 꾸준히 뭔가를 쌓아온 사람들은 누군가에 의해서 발견됩니다. 왕도는 없어요. 축적의 시간이 필요해요."

 

 

 

유빌라테님의 이야기를 통해 보면,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오랜 시간 꾸준히 견지해 온 신념과 이를 바탕으로 한 일관된 선택들이 누적된 결과라는 걸 알 수 있었어요.

특히 어린 아이를 키우며 바쁜 일상에 치이는 부모들에게는 '지금 당장의 어려움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다'라는 관점, '매일 조금씩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우선적으로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인터뷰였습니다.

 

(출처 : jubilate 스레드)
(출처 : jubilate 스레드)

 

사실 저는 인터뷰어이기 전에, 한 명의 육아인으로서 유빌라테님의 이야기가 참 궁금했습니다.

육아휴직에서 시작되어 4년차에 접어드는 이 기간 동안 제가 거쳐온 생각의 흐름은 ‘일단 성공하고 돈을 많이 벌어서 자유를 얻은 뒤 행복을 찾자’ 에서 ‘지금 행복한 일을 추구해서 꾸준히 하다보면 결국 성공에 가까워진다.’로 변모 해 왔거든요.

사실, 지금 당장 돈을 더 벌자면 할 수 있는 것들은 많이 있습니다. 여러 사이드 잡을 통해서 말이죠. 하지만, 그런 접근 방식은 왠지 모를 불편감이 계속 느껴졌어요. 그게 무엇인지 알아가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그 감정을 대면하기 위해 근본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왔습니다. 그렇게 내린 결론은 현재를 땔감삼아 결과론적인 자유를 추구하는 삶은 올바르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과정의 행복을 포기하지 말자. 현재에 집중하자. 라는 것이었죠.

하지만, 현실적인 부분이 문제였어요. 좋아하는 일을 꾸준히 이어가자니 과연 그 동안 이 분야를 전문적으로 해온 사람들에 비할 수 있나? 나 역시도 전문 직업인이 되거나 돈으로 설명되는 성취와 권위를 가져야만 한다는 강박이 늘 따라왔습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의식적으로 내려놓고 과정에서 의미를 찾으려 했습니다. 본업과 병행하여 마치 취미이자 제2의 업으로 꾸준히 하다보면, 송길영님 말씀 처럼 '언젠가 발견되어' 어떤 식으로든 기회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그럼에도, 그 과정에서 미묘한 불안감이 마음속에 남아있긴 했습니다. 그렇기에 유빌라테님과 같이 육아를 하면서도 꾸준하게 본업 외 사이드 프로젝트를 이어오며 조예를 쌓아오신 분의 이야기가 너무 궁금했습니다. 지금의 제 관점을 오래 전부터 견지하고 20년 먼저 살아낸 사람과 같다고 느껴졌다고 할까요?

 

'월간객석' 인터뷰이로 조명된 유빌라테님(오른쪽 2번째) (출처 : 월간객석)
'월간객석' 인터뷰이로 조명된 유빌라테님(오른쪽 2번째) (출처 : 월간객석)

 

유빌라테님과의 대화는 제가 주창하는 613의 균형이 잡힌 삶의 방식으로 살아내며 이미 행복해왔고, 행복에 도달했으며, 계속해서 행복을 쌓아가는 삶을 저에게 보여주었습니다. 덕분에 개인적으로도 큰 용기를 얻었습니다.

앞으로 장학재단을 통해 더 많은 젊은 음악가들에게 희망을 주시고, 계속해서 삶을 예술로 만드는 모습을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그녀의 말처럼, 우리 모두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이자 내가 좋아하는 일, 나 다워질 수 있는 일에 조금씩이라도 시간을 투자하며, 10년, 20년 후엔 마침내 축적된 조예를 발판 삼아 세상에 발견되어 지시기를. 그리고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각자만의 순도 높은 '예술'에 가까워지는 삶을 만들어가시길 응원합니다.

 

 

📍5줄 요약📍 1.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은 일에 하루 2시간씩 투자하세요. 2. 근시안적 사고를 버리고 인생을 장기적으로 바라보세요. 3. 선택과 집중을 통해 삶을 예술로 만드세요. 4. 내적 동기를 바탕으로 한 자기 탐구가 모든 변화의 시작입니다. 5.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말고 본업과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세요.

 

 

유빌라테님의 리사이틀에 초대합니다 :)

첨부 이미지

오늘 레터를 읽고 유빌라테님에 대해서 더 궁금하신 분들은 리사이틀 공연에 가보시는 것도 좋겠어요:)

- 일시 : 2025. 11. 08 (토) 오후 3시 ~

- 장소 : 강남역 두남재아트홀

 

첨부 이미지

 

 

 

 

육아-일-삶의 균형을 지향하는 사람들과 함께하세요.


주변 다섯 명의 평균이 바로 나 자신이다.

이 말 많이 들어보셨죠? 그 만큼 주변 관계와 환경 설정의 중요성은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당장 저 부터가 육아(6)도 일(1)도 삶(3)도 잘 해내고 싶어요. 그래서 그런 분들과 함께하고 싶습니다. 아래링크를 클릭하셔서 함께해요~

 

단톡방에선 정기적인 톡강의, 매일 아침 좋은 글 나눔 및 일상적 대화를 나누고 613클럽 주요 행사에 대한 공지가 이루어집니다. (비번 : 1212)

같이 하는 챌린지, 소모임 등 Club activity나 정보공유, 번개 만남 등 다양한 소통과 활동은 아래 디스코드 커뮤니티에서 이루어집니다!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내가 강연자가 되어보기도, 챌린지 리더가 되어보기도, 아직 용기가 안난다면 비슷한 육아인들과 서로 지렛대 삼아서 성장해보기도 해보세요! 613클럽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삶에 매몰되지 않게 스스로를 지킬 수 있는 베이스캠프가 되어 줄 겁니다.

육아도 일도 내 삶도 잘해내기 위해 '노력'하는 엄마 아빠들과 동반 성장 할 수 있는 소통의 장으로 만들어 가고 있어요. 앞으로 애비로드가 진행하는 각종 프로그램 소식도 가장 먼저 접할 수 있어요 :) 우리 같이 또 멀리 가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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