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린이의 서핑이야기

서핑, 순응과 노력의 기도_서린이의 서핑이야기_지민웅

대체 무엇이 많은 사람을 그토록 서핑에 미치게 만드는 걸까요?

2023.02.27 | 조회 1.33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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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서핑을 시작하고 나서, 좀처럼 후회를 않는 제게 큰 후회가 하나 생겼습니다. 바로 하루라도 일찍 서핑을 시작하지 않은 것입니다. 조금만 일찍 서핑을 했더라면 캘리포니아 남부로 이사한지 얼마 되어 창궐한 코로나바이러스때문에 혼자 보냈던 시간이 그토록 외롭진 않았을 텐데요!

서핑을 시작한 지는 일년  된 지금은, 한국으로 아주 돌아 가려던 계획도 잠시 접어두고, 매일 10시에 잠에 들고 아침 6시에 일어나 서핑 앱을 켜서 그날의 파도를 살펴보는 삶을 살고 있습니다. 서핑을 시작하고 삶이 변한 사람은 저뿐만이 아닙니다. 심지어 직장도 바꾸고, 거처도 바다 근처로 옮긴 사람들의 이야기를 종종 듣습니다. 대체 무엇이 많은 사람을 그토록 서핑에 미치게 만드는 걸까요? 아직 초보 티를 벗은 저지만, 그동안 특별한 활동으로부터 느낀 바를 최대한 전해드리려 합니다.


저는 서핑이 영적인 운동이라고 말하곤 합니다. 말을 들은 사람들은 대부분 말도 되는 소리 말라며 웃지만,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대개 무슨 말을 하는지 같다는 표정을 짓습니다.

일단, 서핑은 무지막지하게 힘이 듭니다. 평소에 운동을 왠만큼 하는 사람도, 처음 서핑을 배울 때만큼은 애를 먹습니다. 서핑보드 위에 올라가 가만히 있으려고만 해도 우리 몸은 미세한 근육을 끊임없이 움직여 균형을 잡습니다. 그래서 초보자는 시간이 조금만 지나도 체력이 고갈됩니다. 시간이 지나 보드와 어느 정도 친숙해졌다고 해도 파도를 잡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파도를 잡으려면 패들링Paddling 이라고 하는, 손으로 물을 저어 나아가는 동작을 해야 합니다. 다가오는 파도가 나를 밀어 주기에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가만히 있으면 파도를 탈 수 없습니다. 모든 물체에는 관성의 법칙이 작용하기 때문에, 가만히 있는 나는 계속해서 가만히 있으려는 성질을 가집니다. 이 관성이 앞으로 나아가는 파도의 힘과 상쇄하여 파도가 나를 미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죠. 또한 파도는 당연히도 물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가만히 있으려는 나의 관성을 만나면 비켜 가 버립니다. 그래서 패들링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으면 파도는 밑으로 지나가거나 나를 휩쓸어 버리게 됩니다

패들링 자세. 허리 힘으로 상체를 들고 손으로 물을 밀어 나아갑니다.
패들링 자세. 허리 힘으로 상체를 들고 손으로 물을 밀어 나아갑니다.

 

효율적이지 못한 패들링은 체력을 많이 소모하고 속력도 내지 못하기 때문에, 패들링 연습은 절대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렇다고 너무 겁을 먹지는 않았으 좋겠습니다. 초보자 강습에서는 보드를 밀어 주기 때문에 힘을 들이지 않아도 쉽게 파도를 잡을 있습니다😄). "그러면 그냥 패들링을 열심히 하면 되는 것 아닌가요? 무엇이 영적이고 특별하다는 거죠?" 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패들링을 아무리 열심히 한다 해도, 파도가 없으면 파도를 수가 없습니다. 너무 당연한 소린가요? 파도는, 내가 만들어낼 수도 없고, 쪽으로 오도록 방향을 바꿀 수도 없고, 나에게서 비켜 가도록 할 수도 없습니다. 그저 자리를 잡고 좋은 파도가 오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때문에 서핑에서 정말 중요한 덕목은 기다림입니다. 그래서 서핑은 마치 낚시와도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낚시에서도 공치는 날이 있는 것처럼, 서핑에서도 파도가 없는 날은 집에 가야 하죠.

기다리던 파도가 왔을 때도, 마음이 조급하면 너무 작은 파도를 타려고 하거나, 준비가 상태로 파도를 타려고 하게 됩니다. 이런 경우엔 힘겹게 패들링을 하고서는 파도는 못 타고 체력만 낭비하게 되기 일쑤입니다. 파도를 발견했을 때는 내가 파도를 있을지 자신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지금 포지션에서 실력과 남은 체력으로 파도를 잡을 있을까? 판단이 서면, 지체없이 패들링을 시작해야 합니다. 망설일 시간은 없습니다. 힘을 다해 팔을 8 정도 저어 속력을 내고, 파도가 발을 치는 것이 느껴지면 마지막 힘을 다해 정도 패들링을 합니다. 속력과 방향이 파도와 맞았다면, 파도가 나를 밀어주는 힘이 느껴지기 시작할 겁니다. 내 속력이 점점 빨라지는 것이 느껴지고 이제 파도에 몸을 맡겨도 되겠다는 확신이 들면, 팔로 보드의 중간께 되는 부분을 밀어 상체를 일으켜 일어납니다. 동작을 팝업Pop-up 이라고 합니다

 

내게 맞는 보드를 선택했다면, 그리고 팝업후 적당한 자세를 유지한다면, 파도를 보드 위에 서 있는 것이 생각보다 안정적으로 느껴질 겁니다. 상태로 보드 위에 서서 파도와 함께 가면 됩니다. 파도를 탄 채로 해변에 너무 가까이 가면 해변의 다른 사람과 충돌하거나 수위가 낮아 떨어졌을 때 위험할 있으니, 파도가 해변까지 가 닿기 전에 옆으로 떨어져 멈추는 것이 좋습니다.

파도가 나를 밀어주며 함께 가는 기분을 느껴본 사람은 공통적으로 기분을 잊기 힘들다고 합니다. 자연 속에 존재하는 힘이 나를 움직이는, 자연과 일시적으로 합일하는 느낌은 어느 다른 운동에서도 찾기 어려운 독특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수많은 변수와 확률을 뚫고 파도를 탄 순간, 내게 주어진 파도는 자연이 주는 선물같이 느껴집니다. 하지만 나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겠죠. 내게 맞는 파도가 오고, 거기에 내가 필요한 노력을 했을 때, 비로소 선물을 받게 됩니다

제가 가장 사랑하는 도헤니Doheny 주립 해변의 도헤니 롱보드 서핑 협회는 다음과 같은 슬로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서핑은 춤이다. 항상 파도가 리드하는... (Surfing is a dance… and the wave always leads)” 내 힘으로 땅을 박차고 달리는 기분도 좋고, 연료를 태워 얻은 동력을 사용해 가는 기분도 좋지만, 쯤은 자연이 리드하는 춤에 몸을 맡겨 보는 것은 어떨까요? 쉽지는 않지만, 그만한 가치가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이번 여름에는 서핑 도전해볼까…?’ 하는 생각을 드릴 있었길 바라며, 다음에는 서핑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들을 위한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

 

 

 

* 글쓴이 - 지민웅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게임회사에 다니며 취미로 음악과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서핑을 시작한 지는 2년이 조금 안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 : @jdminoong_public
브런치: https://brunch.co.kr/@jdmin
밴드 둥둥: https://www.youtube.com/@doong_doong_mus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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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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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umsurfboards

    0
    about 1 year 전

    진짜 좋은 글이네요~!! 서핑은 어떤 사람에겐 운동이며 라이프스타일이며 친구이며 때로는 종교이기도 하죠 ㅎ 민웅님이 써가는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서핑을 접하고 지금 서퍼들이 느끼는 것들을 느낄 수 있는 계기가 된다면 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다음 글도 기대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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