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시작한 서린이의 서핑이야기가 어느덧 마지막 회차를 맞았습니다. 😢 글을 쓰면서 여러분께 직접 보여드릴 수 없는 부분이 많아 답답하기도 했는데, 서핑의 즐거움이 얼마나 전달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네요. 사람의 흔적이 없는 넓은 바다, 파도가 몸을 움직이는 느낌, 부서지는 파도 소리, 그 안에서 느낄 수 있는 고요함, 바다에서 나와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마시는 따뜻한 커피... 모두 다 전달할 수 없어 아쉬울 따름입니다.
처음 서핑을 시작했을 때 느낀 것 중 잊히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서핑 후에 머릿속을 꽉 채운 햄버거와 콜라에 대한 간절함이었습니다. 평소에 운동을 잘 하지 않았던 터라, 오랜만에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게 서핑을 하고 나니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내내 고열량의 음식 외엔 아무 생각도 할 수가 없더라고요. 마치 동물이 된 것 같았습니다. 일, 미래에 대한 불안, 가족 걱정, 지난 일에 대한 후회, 집안일, 저녁 약속 등 수많은 생각들이 사라지고 오로지 먹을 것에 대한 이미지만이 머리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거죠.
시간이 지나 서핑이 익숙해진 지금은 그때만큼 고열량 음식이 간절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때는 저질 체력의 몸이 물속에서 바둥바둥하느라 소모한 열량에 놀랐는지, 오랜만에 느껴보는 원초적 갈망이 낯설고 새로웠던 기억이 납니다. 오로지 본능에 이끌리는 그 순간에는 뭔가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했고요.
서핑이 생각보다 다이어트에 효과적이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서인데요, 서핑을 일주일에 두세 번씩 가서 숨이 차도록 패들링을 해도, 서핑을 핑계로 마음 놓고 그만큼 더 먹으니 살이 빠지질 않더라구요. 그리고 서핑이 늘수록 파도를 잡는데 힘이 덜 든다는 게 또 하나의 생각지 못한 변수였습니다. 사실 라인업에서 파도를 가지고 노는 고수분들 중에는 배가 남산만 한 분이 적지 않습니다. 가장 최적의 장소에서 최적의 파도를 과장 조금 보태서 손가락 끝으로 한 두 번 톡톡 패들하여 잡아 내려오니 힘이 들지 않는 거죠. 하이 퍼포먼스 서핑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여겨지는 하와이의 콘래드 칸하Conrad Canha라는 서퍼는 툭 튀어나온 배를 내밀어 가속하는 주특기로 유명했다고 합니다.
아무튼, 요즘 저는 서핑이 끝나도 예전처럼 햄버거나 콜라를 찾지는 않습니다. 평일에는 주로 새벽에 서핑을 가기 때문에, 일어나자마자 보드를 챙겨 바다로 가는 길에 맥도널드 드라이브스루에서 커피와 맥모닝을 사서 먹으며 갑니다. 공복에는 패들링 할 때 힘이 잘 나지 않는 것 같아서 간단하게라도 꼭 챙겨 먹으려고 합니다. 그러고 나서 집에 와 씻고 일을 하는 거죠.
시간여유가 있는 주말에는 서핑이 끝난 후 도헤니 주립해변에서 가까운 곳에 있는 알로하나 아사이 볼Alohana Acai Bowl에서 아사이 볼을 먹는 게 제 요즘 루틴 중 하나입니다. 아사이 볼은 아사이베리를 갈아 만든 셔벗에 가까운 형태의 스무디 위에 그래놀라, 꿀, 땅콩버터, 누텔라와 각종 과일 등의 토핑을 기호대로 얹어 먹는 하와이의 대표 음식 중 하나인데요, 더운 날에 먹으면 상쾌하고 건강해지는 맛에 기분이 절로 좋아지죠. 이곳 알로하나 아사이 볼의 아사이 볼은 바닥에 깔린 아사이 스무디가 진하고 위에 올라간 과일이 싱싱해서 정말 맛있습니다.
이쯤 되니 다른 서퍼들은 서핑을 하기 전후에 어떤 음식을 먹는지가 궁금해졌는데요, 이곳 LA와 오렌지카운티에서 서핑하는 한인 분들에게 서핑을 할 때 먹는 음식을 물어봤습니다.
브렉퍼스트 부리또는 멕시코 음식인 부리또 안에 베이컨, 햄, 계란, 치즈 등 유럽식 아침 식사에 들어가는 재료를 넣은 음식인데요, 브렉퍼스트 부리또에도 여러 종류가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서핑 후 먹는 브렉퍼스트 부리또가 정말 맛있을 것 같네요.
다이어트에 고민이 많은 마태호 님의 답변이었습니다. 운동량이 많은 숏보드를 타시는데도 고민이신 걸 보면 다이어트는 누구에게나 고민인 것 같습니다.
건강한 재료로 싸간 도시락,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해질 것 같습니다.
남캘리포니아에서 많이 먹는 아보카도 토스트는 부드럽고 은은한 풍미의 아보카도와 바삭한 토스트의 질감이 주는 맛이 참 좋죠. 추운 날엔 서핑 후 쌀국수가 정말 좋을 것 같습니다.
얼마나 맛있으면 매일 잠드는 순간에 아침이 기대가 될까요? 저도 꼭 한 번 만들어 먹어 봐야겠네요.
서핑 전에 꼭 뭔가를 먹어야 하는 저와는 달리, 답을 주신 모든 분들이 공복 서핑을 즐기시는 게 재미있네요. 다양한 서핑 스타일만큼이나 먹는 음식도 다양한 것 같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맛집과 꿀팁을 많이 알게 되어 하나씩 시도해 볼 생각에 즐겁습니다.
서핑을 시작하고, 오래 서핑하고 싶은 마음에 먹는 것과 건강에 더 신경 쓰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됩니다. 서핑을 하지 않는 분들도 건강하고 맛있는 걸 먹고 서핑하듯 즐겁게 오래 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여러분이 계신 곳에서는 서핑할 때, 혹은 취미생활을 할 때 어떤 음식을 드시나요? 🌯 ☕ 🍔 🌊
* 지금까지 <서린이의 서핑이야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부터는 게임과 세상에 대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 글쓴이 - 지민웅
미국 캘리포니아 오렌지카운티에서 게임회사에 다니며 취미로 음악과 서핑을 하고 있습니다. 서핑을 시작한 지는 2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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