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확진자가 되었습니다._독일에서 살게 될 줄은_메이

2022.07.14 | 조회 95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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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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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독일에 온 건 코로나가 한창이던 작년 여름, 2021년 8월이었다. 당시 한국은 엄격한 거리두기로 인해 몇 명 이상은 집합이 금지되던 시기였던데다 출국 전 PCR 검사를 통과해야 한다는 생각에 더더욱 외출은 자제했다. 집밖을 나가면 바이러스 소굴일 것만 같아서 집 안에서만 두문불출했다. 처음보는 텅 빈 인천공항을 보며 괜스레 씁쓸하면서도 오랜만에 사람이 많은 비행기를 타려니 걱정이 되기도 했다. 당시는 유럽이 확진자가 수십만명씩 쏟아지던 때라 한국을 벗어난다는 사실만으로도 긴장이 됐다.

하지만 독일에 도착한 순간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실내에서는 모두 마스크를 썼지만 거리에는 아무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삼삼오오 모여서 야외에서 맥주를 마시고, 산책을 하고, 오랫동안 잊고 지낸 일상이 이곳에 그대로 있었다. 도착하자마자 나를 기다리고 있던 남편과 손을 잡고 마스크 없이 집 근처를 산책했다. 오랜만에 맡는 맑은 공기와 마스크 없는 맨 얼굴에 어색하면서도 기분이 들떴다. 여전히 다른 사람들과 가까워질 때면 긴장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얼마만의 일상이 감격스러웠다.

2021년 9월, 2년만에 열린 Flohmarkt(중고 장터). 오랜만의 행사에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2021년 9월, 2년만에 열린 Flohmarkt(중고 장터). 오랜만의 행사에 들뜬 분위기가 느껴졌다. 

한국에 있을 당시엔 정부 지침도, 분위기도 엄격해서 나 역시 늘 긴장 상태였다. 타인을 보면 하나의 인격으로 보기보다는, 혹시나 바이러스가 옮을까 걱정돼 한 발자국씩 피해다닐만큼 민감하게 방역에 신경을 썼다. 하지만 독일에 오자 너무나 많은 것이 달라졌다. 대학은 현장 수업을 재개했고, 야외에서 맘껏 휴가를 즐기고, 마스크 없이 피트니스를 하고, 파티와 축제를 즐기는 사람들을 보며 자연스럽게 나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마음 한 켠에 불안감은 여전히 있었지만 동양인 혼자서 마스크를 열심히 쓰고 다녀봤자 인종차별과 조롱을 겪을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는 눈에 띄지 않게 이 곳의 분위기에 적응해갔다.

본격적으로 코로나가 끝났다고 생각했던 건 올해 3월이었다. 앞으로는 백신 접종 증명서도 마스크도 필요 없다는 정부 발표가 나왔다. 대중교통과 병원을 제외하고서는 실내에서도 마스크 규제가 풀린 것이다. 발표 초반에는 가게마다 ‘되도록 마스크를 착용해 주세요'라는 안내문과 함께 여전히 사람들이 실내에서는 마스크를 쓰고 있었지만, 서서히 마스크 없는 일상이 자연스러워졌다.

쾰른 대성당 앞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쾰른 대성당 앞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

거리에서 퀴어 축제를 우연히 보게 되었을 때,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 시위를 나갔을 때, 비좁은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도 코로나 바이러스를 피해갔다. 이쯤되면 나도 모르게 무증상으로 코로나에 걸렸던 것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면서, 기침 몇 번 하더라도 코로나는 아니겠지 싶은 근거없는 자신감도 생겼다. 더이상 코로나라는 것을 의식조차 하지 않던 지난 주에 결국은 나도 코로나에 걸려버렸다.

그 날도 평소에 자주 앓던 감기 몸살이라고 생각했다. 늘 먹던 감기약을 먹고 잤는데, 아침에 눈을 뜨자 평소와는 다르다는 걸 직감했다. 잘 들던 약이 전혀 들지 않고 열은 계속 뜨거웠다. 곧바로 자가테스트를 했고, 결국에는 두 줄이 떴다. PCR 검사 결과가 나온 후부터는 급속도로 몸이 안 좋아졌다. 열이 떨어지지 않아서 두 시간에 한 번씩 해열제를 먹고, 기침이 멈추지 않아 목에서 피가나는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특히나 독일의 건조한 여름 날씨와 만나 더욱 끔찍한 밤이 이어졌다. 자는 동안 목이 더 건조해져 통증이 심해져 토해내듯 기침을 했고, 한 시간에 한 번은 고통스러워 깼다. 젖은 수건을 머리맡에 두고서야 겨우 잠들었다.

믿기지 않았던 코로나 자가테스트 결과
믿기지 않았던 코로나 자가테스트 결과

처음엔 배달의 민족도 로켓배송도 없는 독일에서의 자가격리라니 아득해졌지만 생각보단 그럭저럭 견딜만 했다. 평소에는 비싸서 잘 안 시키던 온라인 한인마트에서 갈비탕, 도가니탕 등 손쉬운 밀키트를 잔뜩 시켰다. 기침약이 아무것도 듣지 않던 날에는 이웃의 도움으로 약국에서 새로운 약을 전해받을 수도 있었다. 남편과 번갈아가며 고비를 맞은 덕에 그럭저럭 요리와 설거지도 돌아가며 할 수 있었다. 결혼한 지 이제 겨우 1년된 신혼 부부인데 처음으로 닷새째 땀에 절어 씻지도 않은 몰골로 서로를 돌보며 돈독해진 느낌도 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시간을 압도하는 건 결국 고통이었다. 간절하게 두 사람 다 그만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했을 만큼 아픔은 아픔이었다.

제 아무리 치명률이 낮아진다고, 경증이라고 한들 걸리면 끔찍하게 괴로운 바이러스다. 운좋게 무증상이라면 다행이지만 걸리지 전까진 알 수 없다. 금방 끝날 것만 같던 코로나가 일상처럼 자연스러워진 요즘, 나도 모르게 코로나를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라고 여겼다. 실내 마스크 규제가 풀리고 백신으로부터도 자유로워지자 마치 코로나 바이러스가 종식된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사회적 현상 이전에 코로나는 결국 질병의 문제라는 걸 새삼스럽게 떠올린 일주일이었다. 고통 앞에선 일도, 취미도, 즐거움도 모두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불가항력 같은 전염병을 어찌할 도리야 없겠다만 언제든 방심하면 나도 걸릴 수 있다는 긴장감은 여전히 필요한 것 같다.

 

* 글쓴이 - 메이

유학생 남편과 함께 독일에서 신혼 생활을 꾸리며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이야기. 독일에서의 첫 사계절을 보내며 익숙해진 것들과 여전히 낯설고 새로운 것들을 관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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