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의 독일에서 살게 될 줄은

크리스마스 시즌 독일을 여행하는 당신을 위한 팁_독일에서 살게 될 줄은_메이

2024.12.25 | 조회 76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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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뜨겁고 긴 여름의 해가 짧아지고, 가을부터는 흐리고 춥고 어두운 날들이 이어진다. 독일의 낮은 점점 짧아져서 11월이 지나면 4-5시만 돼도 캄캄한 밤이 된다. 울적한 날씨를 이겨내기 위해 모든 도시가 분주히 반짝이는 조명을 달고,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과 술을 준비하기 시작한다. 도시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11월 중후반이면 중심가에 크리스마스 마켓이 들어선다. 멀리서봐도 반짝이는 커다란 관람차가 있고, 나무로 지은 임시 가게들이 가득 줄지어 있다. 도시에 따라 아이스링크, 회전목마, 유아용 범퍼카 등 놀이시설도 종종 보인다. 이 낭만적인 풍경 속에 들어가 있다보면 영화 속 한 장면처럼 아름다워서 그간의 울적함이 사라지는 것 같다.

2024 본(Bonn) 크리스마스 마켓
2024 본(Bonn) 크리스마스 마켓
2024 본(Bonn) 크리스마스 마켓
2024 본(Bonn) 크리스마스 마켓

추위에도 잘 견딜 수 있어야 한다 ㅡ 독일의 겨울이 처음이라면, 절대 잊지 말아야 할 날씨

처음 크리스마스 마켓을 가는 날, 영상 5도의 날씨라 ‘하나도 안 춥네’하고 방심했다가 추위에 오돌오돌 떨었던 기억이 있다. 아름답고 낭만적인 풍경과 달리 실제로는 꽤나 전투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독일의 겨울은 한국과 달리 습도가 높다. 겨울에도 비가 자주 오는데다, 높은 습도 때문에 체감 추위는 실제보다 몇 배로 춥다는 느낌을 준다. 게다가 한국에서는 겨울에 야외에서 오랜 시간을 보낼 일이 없다보니 2-3시간씩 밖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을 구경하다보면 으슬으슬한 추위가 견디기 힘들 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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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길가에 서서 술을 마시고 있고, 대부분 테이블도 스탠딩용이다. 운좋게 몇 없는 천막 안 의자를 차지할 수도 있지만 높은 확률로 내내 서있을 수 있으니 준비가 필요하다. 롱패딩 하나면 사실 옷을 더 두껍게 입을 필요는 없지만, 더 중요한 건 목도리, 장갑, 귀까지 덮을 모자, 오래 서 있어도 편하고 따뜻한 겨울 신발이다. 찬바람이 스미는 순간 크리스마스 마켓이고 뭐고 빨리 집에 가고 싶어질 수 있다. 비가 올 수 있으니 되도록 방수 소재의 옷이면 더 좋다.

 

어떻게 즐기면 좋을까?

일단 가장 대표적인 글뤼바인(Glühwein)을 한 잔 시킨다. 과일과 시나몬 등을 넣고 만든 따뜻하고 달달한 와인인데, 프랑스의 뱅쇼와 비슷하다. 보통 레드 와인이 유명하지만 개인적으로 화이트 와인을 더 좋아한다. 상큼한 과일향을 좋아하지 않는다면 달콤한 계란술인 아이어리쾨어(Eierlikör)에 크림을 얹어 먹는 것도 좋다. 어린아이용 킨더푼쉬(Kinderpunsch)는 알콜이 없는 글뤼바인으로 따뜻한 과일쥬스 같다. 물론 커피류나 핫초코, 일반 맥주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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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선 취향에 따라 간식거리를 맛보면 좋다. 독일식 소세지인 부어스트(Wurst)는 커리 소스와 먹기도 하고, 감자튀김, 빵 등 다양하게 곁들어 먹기도 한다. 바닐라소스를 부은 따끈한 빵인 게암크누들(Germknödel, 지역에 따라 담프누델Dampfnudel 이라고도 한다)은 한국의 호빵과 비슷한데 속이 비어있고 보통 크랜베리 같은 상큼한 과일과 바닐라 소스를 함께 부어 먹는다. 독일식 치즈 파스타인 캐제슈패츨(Käsespätzle), 달달한 누텔라 크레페(Crêpes), 네덜란드식 동그란 팬케익 포퍼체스(Poffertjes), 연어 직화구이인 플람락스(Flammlachs), 달달하게 구운 아몬드인 게브라텐 만델(gebrannte Mandeln) 등도 인기 있는 간식이다.

독일의 대표 음식 - 커리부어스트(Currywurst)
독일의 대표 음식 - 커리부어스트(Currywurst)
캐제슈패츨(Käsespätzle), 직접 촬영
캐제슈패츨(Käsespätzle), 직접 촬영

딱 하나의 기념품을 산다면 도시 이름과 그 해의 연도가 적힌 글뤼바인 잔을 추천하고 싶다. 돌아다니다보면 사람들 손에 제각각 다른 디자인의 컵이 들려있는 걸 볼 수 있다. 음료를 시키면 컵 보증금이 약 2-3유로 정도 추가되는데, 컵을 반납하고 돈을 돌려받을 수도 있고 컵이 예쁘면 기념품으로 가져가도 좋다.

기념품으로 산 글뤼바인 컵, 직접 촬영
기념품으로 산 글뤼바인 컵, 직접 촬영

*의외로 목마를 때 마실 생수가 없으니 가방에 하나 챙겨가면 좋다. 대부분 현금으로 결제해야 하고, 가게에 따라 컵 보증금이 추가로 붙는다. 화장실은 대부분 유료이므로 동전을 챙겨가는 게 좋고, 공공화장실 줄이 길거나 더러울 땐 근처 펍으로 자리를 옮겨 맥주 한 잔 하면서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다

 

언제 오는 게 가장 좋을까?

12월 초면 이미 대부분의 마켓이 오픈하고, 중순이면 방문객이 가장 붐빈다. 그리고 대부분의 도시에서 12월 23일이면 마켓이 종료된다. 정작 크리스마스 당일에는 마켓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상점이 문을 닫기 때문에 붐비는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느끼고 싶다면 12월 초중순이 가장 좋다.

크리스마스 마켓의 낭만은 아무래도 어두운 밤에 더 극적이기 때문에 해가 지는 4시 이후에 가면 좋은데, 도시마다 밤 9시-10시에는 문을 닫는 곳이 많기 때문에 너무 늦은 저녁에 가면 시간이 촉박할 수 있다.

거의 모든 도시의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닫는 날이 있다. 바로 죽은 자의 날(Totensonntag)인데, 보통 11월 마지막 주 일요일이다. 해마다 날짜가 바뀌기 때문에 구글에 “Totensonntag 2025”처럼 연도를 기입해서 검색하면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있다. 기독교식 추모일로 그 날 하루는 거의 대부분의 주에서 크리스마스 마켓이 문을 닫아 도시가 캄캄하다.

올해 Totensonntag의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캄캄하다
올해 Totensonntag의 크리스마스 마켓 풍경, 모든 상점이 문을 닫아 캄캄하다

 

12월 24일 이후에도 즐기는 법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한국으로 치면 설이나 추석같이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다. 거의 모든 상점이 24일 오전만 영업을 하고 26일까지 쉬기 때문에 만약 24-26일 사이에 온다면 숙소에서 직접 요리를 해먹는 것도 좋다. 주방이 있는 에어비앤비로 숙소를 예약하고, 늦어도 23일 전에는 근처 마트에 가보면 독일 크리스마스 가정식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있다.

거위 다리 요리와 크누들(감자 만두), 로트콜(양배추 절임)
거위 다리 요리와 크누들(감자 만두), 로트콜(양배추 절임)

독일의 크리스마스 저녁은 전통적으로 거위나 생선을 먹는데, 소고기나 돼지고기, 칠면조 등 메뉴는 다양하고, 요리법도 다양하다. 식구가 많으면 커다란 통거위를 굽기도 하고, 거위 다리나 가슴살로 요리를 하기도 한다. 다양한 요리법은 구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일단 독일어로 “Weihnachtsgans Rezept(크리스마스 거위요리 레시피)”라고 검색하고, 이미지 중 마음에 드는 것을 고른 후, 레시피 페이지에서 한국어 번역으로 내용을 확인하면 된다. 거의 모든 독일 요리에는 감자 요리가 곁들여지는데 감자샐러드(Kartoffelsalat), 감자만두(Knödel), 구운 감자(gebratene Kartoffeln), 으깬 감자(Kartoffelpüree)등이 있다. 이 외에도 밀키트처럼 이미 손질이 거의 다 된 크리스마스 식재료들이 마트에 가득하니 구경만 해도 재미가 있다. 가장 간편한 걸로 골라서 숙소에서 직접 요리해 보면, 한국과 다른 식재료와 레시피로 현지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낼 수 있다.

*독일의 크리스마스는 24일 오후부터 26일까지 3일간 휴일이기 때문에, 미리 필요한 것들을 구비해 놓으면 좋다.

 

* '독일에서 살게 될 줄은' 글쓴이 - 메이

유학생 남편과 함께 독일에서 신혼 생활을 꾸리며 보고 듣고 경험하는 이야기. 프리랜서로 일하며, 독일어를 배우면서, 일상의 풍경들을 낯선 시선으로 관찰하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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