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 마음_카페인사이드_정인한

2022.02.09 | 조회 1.4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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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새해가 시작되었고,  책을 집어 들었다. 그날도 아침부터  책을 읽고 있었다. 마음에 드는 구절은 숙고한 뒤에 밑줄을 그었다. 그날은 이런 문장들이 문뜩  닿았고, 카페가 한가해서  문장들을 옮겨적었다. 커피를  모금 마시고 키보드를 타닥거리며 옮겨적었다. 

  입으로는 외롭다, 연애하고 싶다고 노래했지만 사실 그때만큼 외롭지 않았던 적이 없었다. 혜성은 매일 같은 루틴으로 하루를 보냈는데, 그것이 흐트러지는 것이 싫었다. 무언가에 써야  시간과 마음이 부담스러웠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이 똑같고 변수가 없는 삶이 그녀가 추구하는 삶이었다. 행여 실망스럽고 시간만 빼앗기는 일이라도 아무 걱정 없이 희망만 있었던 시절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뒹굴었던 시절을 함께 보냈던 그녀를 만나고 싶었다. 

읽기전에 나와 완전히 무관한 문장이었지만, 곱씹어보니 어떤 시절의 조각을 옮긴 듯한 글이어서 계속 여운이 남았다. 그래서  구절만  번씩  읽었다. 그동안 한가하지만, 외롭지 않을 정도로 손님이 왔었고, 문장을 내버려    잔의 커피를 내렸다. 그러다,  시가 조금 지났을까. 의외의 손님이 찾아왔다. 어린아이  명과 엄마로 보이는 여자  , 그녀의 친구로 보이는 여자  명이었다. 

평범한 손님처럼 보였지만, 유심히 나를 쳐다보는 표정이 느꼈다. 나도 누군가 싶어서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러던 찰나에, 그녀가 안녕하세요 03학번 김은영 입니다, 이라고 말했다.  순간 정말이지 그때  마음이 떠올랐다. 한동안 지워버린  생각하지 않았던 시절이었다. 졸업하고  번도 가보지 못했던  동네의 풍경이 떠올랐다. 

 작은 방은 정문도 아니고 후문도 아닌, 쪽문을 나가면 있었다. 중앙 도서관을 면해서  있는  길로는 차가 지나갈 수 없고 사람과 길고양이에게 어울릴법한 어설프고 거친 계단이 있었는데,  아래에는 어느 켠에  방으로 통하는 길목이있었다.  길을 따라가면 정말이지 수많은 하숙집과   되지 않는 작은 식당과 때때로  학과의 모든 학부생이 회식할  있는 허름한 하지만  넓은 식당  개가 있었다. 

길은 아스팔트로 말끔하게 포장된 것이 아니라, 오돌토돌한. 술에 취해 걸으면 넘어지기  좋을 법한 . 거의 매일  개의 전봇대 아래에는 숙취의 흔적이 있고, 그것이  눈에 거슬리지 않았던 . 왜냐하면, 절망하는 법이 없는 젊은 사람이 가득하고,  시절은 누구나 술에 취하는 일에는 관대했으니까. 마시고, 죽자 이런 말을 쉽게 내뱉었던  시절의 호기가 떠올랐다. 

신입생 시절에는 00학번 선배들이 이유 없이 무서웠고, 술은 주는 대로 마셨던 기억이 떠올랐다. 혼자가 되는 것이 싫었고,  선배랑 친해야지 족보 같은 것도 얻을  있을  같아서 그랬던  같다. 복학하고는   위에 앞만 보고 걸어 다녔다. 마치 <좀머씨 이야기> 주인공처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쁘게 앞만 보고 걸어 다녔다. 

 같은 옷을 입고 커다란 노스 페이스 가방을 메고 다녔다. 가방에는  권의 전공  그리고,  손으로 다시  나만의전공 요약집이 들어있었다. 그리고 종이 파일 들도 들고 다녔다. 파일은 열람실 칸막이가 낮아서 들고 다녔던 것인데, 그날의 자리에  높은 담벼락 같은 임시 칸막이를 만들기 위해서  소지했던 것이었다. 임시 칸막이에는 오직 나를 위한 격언들이 적혀있곤 했었다. 아마  칸막이 넘어 어느 편에 03학번 은영도 앉아 있었다. 그녀도 나처럼 파일을 들고 열람실에서 오래도록 앉아 있었던 학생이었다. 

은영과 함께  친구는 같은 학번 미성이었다. 그녀는   말을 섞어보지 못했던 후배였다. 다만, 나처럼 필름 카메라를썼던 기억은 선명했다. 사진을 찍으면 비네팅 효과가 나는 러시아 카메라를 썼었고, 내가 쓰던 Pentax 가지고 답사를다녔었다. 그래서 쓰는 필름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나는 혼자 출사를 나가곤 했었다. 아주 가끔, 도서관과 학교 그리고 하숙집을 오가는 일상이 지루해지면, 미래가 너무 멀리 있어도 불안을 숨기기 어려운 날이 다가오면 어쩔  없다는  쉼표를 찍으러 어디론가 가곤 했었다.  곳이 아니라그저 조금 다른 길로 나갔다. 법대 뒤뜰에는 낡은 것들이 쌓여있는 공간이었다. 그저 나무  그루도, 버려진 자전거도, 덩굴이 자라던 붉은 벽면도 모든 것이 유구한 시간을 견딘 것처럼 보였다. 그곳에서 혼자 사진을 찍다가    그녀를 우연히 만난 적이 있었다. 거기서 어떤 필름의 색감이나 조리갯값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던 기억이 있다. 

 후배와 함께  꼬마 신사에게 음료를 내어주고 잠시 앞에 앉았다.  사람은 벌써  아이의 엄마가 되었고, 지난 세월동안 기간제 교사를 하다가 지금은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 쉬는 상황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람은 회사에서 일하고있다고 했다. 들려주는 이야기만 들었다. 궁금한 것이 많았지만, 흘러간 세월이 많아서 무엇이든 물어보기 조심스러웠다. 그저  곳까지 와준 것이 고마웠다. 그들이 오고 손님이 조금씩 들어왔고,  그게 그들이 보기에 좋아 보였나 보다. 카페구석에서 조곤조곤 주고받는 들뜬 목소리가  곳에 전하는 흐린 편지처럼 들렸다.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별다른 말을  했다. 밥이라도   사주고 싶었지만, 점심시간이 짧아 그러지 못했다. 보낸뒤에 그게 마음에 걸렸다. 아이에게 용돈이라도  것을 그랬나. 스스로 이제 늙었다고 이야기했는데, 나는 그대로인 것처럼 보여서 놀랐다. 마음도 마음 이외의 것도 그대로처럼 느껴졌다. 그들이 가고 나서도 한참 동안 그때  마음이 계속떠올랐다. 하지 못한 말들이 어쩔  없다는  떠올랐다.

외롭지만 외롭지 않았던 마음, 두려웠지만   잔에 쉽게 잊어버렸던 호기로웠던 마음, 묵묵하게 앉아서 고개를 숙이고무엇이든 읽어내고 외울  있었던 미래에 대한 굳은 믿음이 떠올랐다. 하지만 나는 실패했다. 이십 년이 지난 지금 나는 단정하지 않고, 쉽게 판단하지 못한다. 판단보다는 공감하고 때로는 분노하지만 주저하거나 타협하기도 한다. 이제는 이렇게 작은 카페에 앉아서 커피를 내리고 책을 읽고 가끔은 나의 문장을 떠올린다. 

가끔은  시절 친구들이 그립기도 하지만, 그날에 내뱉은 말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기 때문에 다시 만나면 뭐라 이야기를 주고받아야 할지 모르겠다. 뱉은 말은 쏟아버린 물처럼 없는  치더라도, 파일에  붙여 놓았던 격언도 지키지 못했다. 그래서 이렇게 정물처럼 한자리에 머물러 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따라 거듭된 좁은  앞에서 작아졌을 친구들이 떠오른다. 그렇지만 그렇게 각자의 좁은 공간에서 흘려버린 시간도 언젠가는 괜찮은 추억이 되리라는 믿음이 있다. 낡은 사물도 신중하게 담으면  자체로 괜찮은 작품이 되는 것처럼 우리의 지나간 시간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런 작은 믿음 조각이 아직 남아있는 듯했다.

 

펜탁스MX로 찍은 당시 열람실 자리
펜탁스MX로 찍은 당시 열람실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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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번째 문단은 정소현의 <그때  마음>에서 서로 떨어져 있던  문장을  문단에 모아서  것이라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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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작은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jung.inh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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