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는 '세상의 모든 문화' 필진들을 포함하여 다양한 직업을 가진 직업인들을 인터뷰하는 주말 코너이자 공저의 이름입니다.
1. 본인의 직업(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해주세요.
오래 간만에 자기 소개라는 것을 하니 쑥스럽습니다. 저와 같은 Medical Writer(이하 MW)들은 일반 작가와는 다르게 써 놓은 글에 대해 저희의 지분이 없어 거의 유령 같은 존재라 따로 소개글을 쓸 일이 없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문서로 이력서를 주고받는 게 다였는데, 용기내어 글로 한자한자 써 봅니다. 저는 대학 때는 화학을, 석사 때는 면역학을, 그리고 박사는 임상약학, 정확히는 약동학을 전공하였습니다. 임상시험센터의 학생연구원으로 오래 있었고, 1년은 직원으로도 있어보았습니다. 그 때도 하는 일이 데이터 분석 후 임상시험계획서와 결과보고서, 연구자자료집을 작성하는 MW일을 하였습니다. 신약개발 컨설팅 회사에서 임상과학팀 (Clinical Science Team)에서 이사로 일했는데, 그 때도 제 업무의 대부분이 임상시험을 디자인하거나 관련 문서를 쓰고 FDA에 제출할 서면자료를 작성하는 일을 하였습니다. 지금은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로 관련 문서 영문 번역과 MW일, 그리고 가끔 들어오는 강연이나 비공식적으로 컨설팅 일을 조금씩 하고 있습니다.
2. 일을 하며 가장 보람 있는 순간은 어떤 때인가요?
단순하게 말하면 문서 작성이 완벽하게 끝나서 출력한 자료를 제본할 때입니다. 일 하나 마치고 홀가분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또, 신약 개발의 진행이 순조로울 때도 보람을 느낍니다. 예를 들어 항암제 개발 중에 약물 반응도(Response Rate)가 좋아서 환자의 상태의 호전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거나, 식약처나 FDA에서 제출한 서류에 큰 이슈 없이 허가해 줄 때가 왠지 제 역할을 다한 것 같아 뿌듯합니다.
3. 일을 하며 가장 어렵고 힘든 때는 언제였나요?
결국에는 자료분석은 통계학자들이 주로 하는데,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기거나 결과 데이터를 들여다봐도 초기 용량 설정이 어렵거나, 완전히 다른 치료 기전의 약에 대해서 식약처나 FDA에 제출할 자료를 쓸 때입니다. 일단, 자료를 찾을 수가 없으면 답답해집니다. 그리고 약물과 환자 반응의 관계에 대한 단서를 찾지 못하거나, 또는 약물과 반응의 인과관계를 과학적으로 설명할 자료가 부족하면 실험을 다시 해야 할 때가 있는데, 그 때는 정말 맥이 빠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또 같이 움직이는 수고를 해야 되는 경우가 발생한 것입니다.
4. 본인의 직업에 관심 있는 분들께 해줄 말씀이 있을까요?
MW는 환자를 치료하는 사람도, 신물질을 만드는 사람도, 그렇다고 이름이 드러나 “그 분야에 베테랑은 누구다.”라고 빛이 나는 직업은 아닙니다. 어떻게 보면 내가 써 놓은 글이 보는 사람에 따라 계속해서 수정되니 자존감이 낮아지거나 누군가의 한 마디에 자료를 찾는 수고를 해야 되는 막막한 직업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신약 개발에 있어서 관련 규제 기관을 설득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배울 것도 많고, 또 거창하게 말하자면 인류의 미래 건강을 책임지는 직업입니다. 열심히 한다고 바로 보이지는 않는 직업이지만, 스스로가 자신의 성장을 발견해 나가는, 나를 알아가는 그런 직업입니다.
5. 이번에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출간하게 되었는데, 집필하면서 느꼈던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학생연구원 때는 초고를 작성하다 보니 여러 교수님을 거친 검토본을 받으면 빨간색 수정이 한 가득이었습니다. 때문에 항상 주눅들어 있고, 내가 바로 해 놓은 일도 실수가 있을까봐 소심한 저로서는 항상 항불안제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래서, ‘기회만 있으면 때려 치운다’를 입에 달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내가 가장 싫증내지 않고 오래 했던 일이 MW인 것을 알았습니다. 그리고, 이 일은 사랑하고 책임감도 무척이나 느끼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되어 스스로를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감사하고 도움되는 정보를 드리고 싶은 마음이지만 하나 더 좋은 방법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혹시 누군가, 지금 하는 일이 자신과 맞는지 궁금하다면, 일하면서 느꼈던 보람, 고민, 그리고 소개하는 글을 이 책처럼 작성하여 개인 블로그나 다른 온라인 매체에 기고해 보길 권합니다. 그리고 나의 직업과 나의 능력, 그리고 나의 존재의 이유에 대해 분명히 알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입니다.
6.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를 추천하는 말씀을 해주신다면요? [어떤 독자에게 추천하고 싶나요? 왜 추천하고 싶나요?]
학교 다닐 때, 장래희망을 적으라고 하면 우리 때는 선생님, 의사, 박사, 로보트 만드는 사람, 검사 등등 누군가가 간 길이 정해져 있고, 그 길을 따라가면 그 사람이 되는 방법이 확실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 아이들의 장래 희망은, 유튜버, 인플루언서, 가수도 아닌 아이돌, 만능 엔터테이너 등 상상하지도 못하는 직업들이 많이 나옵니다. 물론 어떻게 되는지 방법도 제대로 나와 있지 않아요. 이에 따라 대학의 과도 엄청나게 다양해졌습니다. 직업의 세계가 전문화, 구체화, 그리고 창의적으로 바뀐 것입니다. 혹시 하고 싶은 일이 있는데 이것을 직업으로 할 수 있을까로 막막하신 분, 미래에 자신을 그려 보기 어려운 청소년들, 그리고 우리 아이의 직업은 무엇이 될까가 궁금한 학부모님들께 이 책을 추천합니다. 미래는 자신의 직업을 자신이 만들고 그 길을 개척해야 하는 시대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여기 본인이 사랑하는 다양한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책이 있습니다. 이렇게 직업의 세계를 만들면 된다는 메시지를 얻는다면 좋겠습니다.
7. 마지막으로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지, 어떤 일을 하며 살아야할지 고민하는 청춘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려요.
현대 사회는 경쟁 과열의 시대라고들 합니다. 될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밖에 없는데, 하고 싶은 사람은 엄청 많은 것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잘하는 것, 하고 싶은 것,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한 삼각형을 그린 뒤 가장 큰 면적을 차지할 수 있는 직업군을 스스로 만들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틈새라는 것이 분명 여기저기 있을 겁니다. 배달앱이 일상화가 될지 누가 알았겠습니까? 직업을 통해 꼭 돈으로만 연결 짓지 말고 나의 존재와 연결시켜 보길 바랍니다.
* 메디컬라이터 김주화 SNS: https://www.instagram.com/drsprings/
* 11월말 출간 예정 - [그 일을 하고 있습니다]
평범하고도 특별한 세상의 어떤 직업들 그리고 일하는 마음들
국회의원 보좌관, 변호사, 사회복지사, 보건교사, 책방지기, 말 수의사, 보드게임 개발자, 비디오게임 개발자, 메디컬라이터, 인공지능 리서치 엔지니어, 유튜브 크리에이터, 미술대학 입시 컨설턴트, 전시 기획자, 투자 상담가, 인사 담당자 등 이 책에 참여한 이들의 면면은 다채로우며 경력도, 일하는 현장이나 일의 성격도 모두 다르다. 다만 그 일이 무엇이든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리고 열정적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며 나름대로의 가치를 찾고 있다는 점만은 같다. 그 일을 하고 있는 사람만이 느끼고 알 수 있는 일의 기쁨과 슬픔, 평범하면서도 특별한 그 일의 의미를 진솔하게 펼쳐 보인 글들을 통해 우리의 하루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일하는 마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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짬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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