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킷리스트는 아니고 _카페 인사이드_정인한

2021.06.09 | 조회 1.3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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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문화

총 20여명의 작가들이 세상의 모든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매일 전해드립니다.


손님이 자신이 새롭게 시작한 사업을 소개하면서 죽기 전에  한번 타야 한다고 하길래, 반감이 치밀었다. 삶의 유한성을이렇게 남용해도 되는가 싶었다. 사실 그저 먹고 살기에도 바쁜 세상이기 때문이다. 나는 죽기 전에 무엇을 해야 한다, 어디에 가야 한다,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나는 종종 파블로프의 개가 되는 느낌이다. 침이 나오는 것처럼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라는 말이 나오려고 한다. 나는 죽기 전에 무엇을 하고 싶으냐면 그저 살아가는 모습을 남겨질 사람에게 보여주고 싶다고 말하고 싶어졌다. 

그날은 장사도 유독 되지 않았다. 비어있는 자리가  많았다. 그래서 힘이 남아돌아서 그랬을까.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그런 이야기를 어눌하게 돌려서 하고 있었다. 마스크 넘어 불편한 표정이 보이는  같았다. 그렇게 손님 면전에서 주절거리는 내가 하찮은 사람처럼 느껴졌다. 그저, 빈말이라도  다음에 가볼게요 답하고 해야  일을 하면 되는데, 그날은 이런저런 말들을 주제넘게 내뱉고 말았다. 하고 싶은 말을 거의  해버렸다.

그랬더니 속이 후련하기보다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구태여 첨언했다. 사실은  사정이 이러 저러하다 그래서비싼 돈을  쓴다. 시간을 내기도 어렵다. 나는 주말에 주로 놀이터에 있거나, 하천가에서 시간을 보내는 것이 마음에 편하다고 말했다. 그랬더니, 그녀가 담담한 어투로 할인을  해주겠다고 이야기를 하는  아닌가. 그래서 나는 덥석 언약을 하고 말았다. 주말에 한번 아내에게 이야기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고 토요일 밤이 되었을 , 분위기를 봐서 아내에게 요트를 타러 가지 않겠냐고 물었다. 아내는 눈을크게 뜨며 관심을 보였다. 사실은 이런 일이 있었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았고, 단골손님이 요트 사업을 시작했는데 할인을해준다고 했다고 말했다. 얼마냐고 물어보길래, 대답했더니 아내의 눈이 커졌다. 잠깐 고민하던 그녀는 오케이 사인을 보냈다. 해서 나는 어딘가에 두었던 명함을 찾아서 문자를 보냈다. 그래서 일요일 오후  시에 요트 관광 예약하게 되었다. 

나는 옛날 사람이라서  끼를 먹어야 하는 타입이다. 그래서 오전 아홉 시에 버터 바른 식빵과 소시지로 늦은 아침을 먹고, 오전 열한  반에 삼각 김밥을 꾸역꾸역 먹은  커피를 한가득 내려서 오래된 승용차에 몸을 실었다.  딸은 원피스를 입고, 아내는    해외여행에서 구매했던 캘빈클라인을 입었다. 나도 일할  입는 검은 슬랙스에 흰색 고밀도 셔츠를 꺼내 입은 상태였다. 

차에서 첫째 서우는 기분이 무척 좋은  발을 동동거렸고, 둘째 온이는 했던 말을 반복했다. 어디에 가느냐고 물었고, 언제 도착하느냐고 물었다. 부산으로 가까워질수록 길은 막혔다. 도로가 입체적으로 교차하는 구간이 많아서 운전하기에힘이 들었다. 늦으면  되는데 싶은 마음이  때마다 준비해온 커피를  모금씩 마셨다. 그렇게 동작을 무수히 반복해서 커피의 바닥이 보일  즈음 부산요트경기장이 보였다. 

요트를 탔던  시간은  그대로 지워지는 것처럼 빠르게 지나갔다. 감각적으로 새로운 경험이었다. 바람은 기압 차이에서 비롯되는 것이고 기압은 온도에서 시작되는 것인데, 요트는 온도 차이가 있는 해역을 빠른 속도 이동했으므로 바람이사방에서 부는 것처럼 느껴졌다. 부풀어 오름과 가라앉음을 영원히 반복하는 파랑의 원운동도 요트에서는 요람의 리듬처럼 가볍게 느껴졌다. 

 딸은 애니메이션에서 보았던 소녀처럼 선단을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원피스도 바람을 따라서 이리저리 춤을 췄다. 아내도  딸의 반응 덕분에 기분이 좋은지 아니면  공간이 선사해주는 감각이 만족스러워서 그런지 평소보다  환하게웃는 것처럼 보였다. 나는 그런 모습을 담기 위해서 카메라를 놓지 않았다. 그저 최대한 남기고 싶을 뿐이었다. 

다행히 돌아오는 길은 막히지도, 어렵지도 않았다. 내비게이션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익숙한 고속도로에 진입했다. 서우에게 물었더니 재미있었다고 했다. 소감이 짧아서  물어보니 사실 해적선이랑 모양이 달라서 깜짝 놀랐다고 했다.  눈으로 보는 망원경을 보면서 배를 모는 선장을 상상했었다고 했다. 그래도 모든 것이 멋졌다고 했다. 온이는 특별한 소감은 없는 듯했고 언제 도착하는지  반복되는 질문만 했다. 

아내도 좋았다고 했다. 차에서 아내는 내가 찍은 사진을 보다가 멀미가 나는지 눈을 감았다. 그것을 반복했다. 그러던 아내가 오늘 괜찮았는지 물어보았다. 나는  손으로 운전대를 잡은 , 피식 웃었다. 그러고는 좋았지라고 말했다. 

사실 속으로는 이런 생각을 했다. 계속해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  감각이 일상이  때까지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랑이 모이는 벼랑의 그늘에서 낚시도 하고, 파랑이 흩어지며 부서지는 모래사장 근처에도 가보고 싶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상하며 선단에 서서 사람들을 하염없이 구경하고 싶었다. 잔잔한 바다 한가운데에서 위에서 아무런 걱정없이 술도 마음껏 마시고, 등에서 껍질이 일어날 때까지 수영도 하고 싶었다. 그러다가, 바다 가운데에서 입에서 나오는대로 아무 말이나 하고 싶었다. 

그런 날을 며칠이고 물릴 때까지 반복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반복을 잘하는 편이니까. 나는 작은 카페를 책임지는 바리스타이니까. 그리고  속에서 무한 반복되는 여러 동작을  년이고 반복해왔던 역사가 있으니까. 아내에게 말은 하지 않았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런 생각들을 혼자서 했었다. 

누군가에게 이런 말을 한다면,  사람이 나에게 그러면, 그것은 버킷리스트에 넣을만한 대단한 일이군요.’라고 물어볼수도 있겠다. 하지만, 여전히 나는 아니라고 말할 것이다. 왜냐하면, 일상에서도 그런 비슷한 반복을 충분히   있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달의 인력 때문에 바닷물이 요동치지만, 여기에서는 손님의 요구가 있어서  마음이 부풀었다가 가라앉았다가 한다.  마음이 기쁨이든 슬픔이든, 나는 요트를  것처럼 차분하게 걸어 다닌다. 그날의 날씨에 따라, 계절에 따라창밖의 풍경도 어찌나 그렇게 달라지는지. 풍경과 관계없이 계절과 관계없이 새로운 카페는 생겨나고, 사건은 발생하고매출은  얼마나 들쑥날쑥 하는지. 

술은 마시지 못하지만, 커피는 얼마든지 있으니까. 낚시는 하지 못하지만, 반복해서 읽는 오래된 단편 소설 속에서 그런살아있는 마음들은 얼마든지 낚을  있으니까. 

짧은 요트 투어는 나에게 힐링이라기보다는 그저 거대한 필링이었는데, 평정심으로 돌아오기 위해서 이렇게  합리화가필요했던 것을 보면  번쯤 가볼 만한 여행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의 버킷리스트에는 가보지 못한 곳을 향한 여행이라든지,  먹어본 음식을 넣는 일은 없을  같다. 다만,  삶의 끝에 대해서 누군가 친절하게 귀띔해준다면, 나는 신발 끈을 조금  단단히 매고 카페로 출근할 계획이다. 그리고 여전히 하루에  끼를 꼬박 챙겨 먹을 계획이다. 

그러다 비번인 날에는 그동안  봤던 고향 친구를 만나러 간다든지, 고마운 스승을 찾아서, 멀리 사는 동생을 찾아서 짧은 여행이나 가야지 싶다. 거기서 같이 밥을 먹고   , 담배  개비를 피우고 싶다. 하고 싶은 말과 해야  말을 신중히 골라서 따뜻한 마음만 남기고 싶다. 그리고 조금만 머뭇거리다 아쉬움을 남기고 돌아와야지.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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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카페를 2012년부터 운영하고 있습니다. 경남도민일보에   동안 에세이를 연재했고, 지금도 틈이 있으면 글을 쓰려고 노력합니다. 무엇을 구매하는 것보다, 일상에서 작은 의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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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펄케이

    0
    over 3 years 전

    바다를 몹시 좋아하는 편이라 "계속해서 타보고 싶다는 생각. 그 감각이 일상이 될 때까지 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랑이 모이는 벼랑의 그늘에서 낚시도 하고, 파랑이 흩어지며 부서지는 모래사장 근처에도 가보고 싶었다.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상상하며 선단에 서서 사람들을 하염없이 구경하고 싶었다." 이 문장에 너무너무 공감이 됩니다. 사실 작년 늦은 여름(가을) 휴가 때 신랑이 저 몰래 요트투어를 예약했더라구요. 나름 서프라이즈 이벤트였는데 사실 꽤나 만족했답니다. 한 가지 아쉬웠던 건 날씨가 점점 안 좋아져서 막판엔 거대한 파도를 헤치고 돌아와야 했다는 건데 그 시간마저도 예술이었어요. 써 주신 글 통해서 그때 그 시간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볼 수 있었어요. 감사합니다.

    ㄴ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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