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가 터져나오는 사랑_사랑의 인문학_정지우

2021.08.30 | 조회 1.6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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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에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자신의 이익만을 좇는다는 확신이 매우 널리 퍼져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사랑은 이에 대한 하나의 반증일 것입니다.”

사랑은 이 세상에 ‘차이’가 존재한다는 하나의 증거이다. 모든 것이 자기 이익 중심으로 돌아가는 사회에서, 사랑 만큼은 때론 ‘그렇지 않을’ 가능성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에서는 인간관계에서도 서로 주고받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하고, 인생 전체를 ‘자기 이익’ 관점에서 설계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근래에는 초등학생 때부터 봉사활동이나 대외활동 등을 통해 ‘스펙’을 쌓고, 대학생들도 어떤 동아리에 들어가고, 방학 때 무엇을 할지가 모두 ‘스펙’이 되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러다보니, 인생 전체를 자기 이익 관점에서 설계하고, 이익 위주로 관계를 맺으며, 경력을 만들어나가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그래서 세상이라는 것이 오로지 ‘자기 이익’으로 통일된 생각마저 들지만, 사랑은 그 통일된 세계에 균열을 내고 틈을 만들면서 차이를 드러낸다. 어떤 관계는 적어도 자기 이익이 최우선이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하는 것이다. 인생에서 찾아온 ‘사건’ 같은 사랑은 ‘하나’로 만들어진 세계와 인생에 균열을 낸다. 그렇기에 알랭 바디우는 <사랑예찬>에서 위와 같이 이야기한다. 사랑은 ‘자기 이익’이 중심이 된 사회에서 하나의 반증이라고 말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동일성을 넘어서는 모험이고, 획일성에 균열을 내는 차이인 것이다.

그렇기에 사랑은 중요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삶이냐고 물었을 때, 하나의 대답은 끊임없는 생성과 창조성으로 삶의 지평을 넓히고, 자기 자신을 새로이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고착되고 획일화되며 더 이상 변화가 없는 삶은 ‘죽은 삶’일지도 모른다. 에리히 프롬은 삶과 죽음을 나누어서, 계속되는 생성이 있는 존재야 말로 진짜 살아있는 것이며, 소유에 고착되는 삶은 죽은 것과 다름 없다고 보았다. 만약 오늘 또 새로운 것에 감격하고, 새로운 것에 열정을 가지면서 삶을 바꾸어나가고, 삶을 창조하면서 자아를 새로이 가까우는 것이 ‘진짜 삶’이라는 데 동의한다면, 사랑은 그런 삶의 핵심에 자리잡는다.

여기에서 사랑은 반드시 이성간의 사랑만을 의미하는 건 아닐 것이다. 어느 날, 우리가 길에서 만난 아기 고양이를 사랑하기로 마음먹을 때, 고양이를 데려와 베푸는 사랑은 갑작스러운 인생의 ‘균열’이 된다. 나에게 별다른 이익이 되지도 않고, 오히려 마음대로 여행가는 것도 어려워지는 등 삶은 불편해지기만 하고, 한번도 고양이와의 삶을 상상해본 적 없던 나의 인생관 자체가 뒤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새로운 삶’을 향한 모험을 시작하며, 나의 가치관에 균열을 내고, 그 틈에서 나의 삶 자체가 생성되며 솟아오르는 ‘차이’를 발생시킨다.

그렇게 마치 운동으로 근육이 파열되고 다시 생성되며 커지듯이, 우리 삶이 넓어진다. 이전에 모르던 삶에 들어서며, 우리는 삶이 새로워졌다고 느낀다. 사랑은 그렇게 생성과 차이를 삶 속에 끌고 들어온다. 그것이 연인이나 아이에 대한 사랑이든, 취미나 장소에 대한 사랑이든, 그 사랑이 진정한 것이라면 우리는 이전과 다른 삶을 살게 된다. 그렇게 죽은 삶이 아닌, 진정으로 살아있는 삶으로 한 단계 진입하는 것이다. 과즙이 터져나오듯이 차이가 터져나오면서, 우리의 삶을 창조의 길로 이끄는 시작과 중심에 ‘사랑’이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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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인문학' 글쓴이 - 정지우

작가 겸 문화평론가로 활동하며, <청춘인문학>, <분노사회>, <인스타그램에는 절망이 없다>, <너는 나의 시절이다> 등을 썼습니다. 사랑에 대해 고민하고 쓰면서 더 잘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가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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