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이모티콘을 출시했던 사람으로서, 오래오래 꾸준히 이모티콘을 그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 먼저, 처음 시작하는 입장에서 뭘 하면 좋을지 모르겠다면, 일단 오프라인 또는 온라인 강의를 듣고 시간을 단축시키면 좋다고 말하고 싶다. 이모티콘 제작 방법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작가님이 작업하는 것을 따라해보며 연습하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모티콘 강의를 선택해야 할까? 나는 강의에서 어떤 디지털 드로잉 도구를 사용하는지, 내가 그리고 싶은 이모티콘의 스타일과 수강하려는 강좌작가님의 이모티콘이 유사한지를 고려하라고 말하고 싶다. 이모티콘은 핸드폰이나 컴퓨터 화면에서 볼 수 있어야 하기 때문에 디지털 작업을 거쳐야 한다. 이모티콘 초보를 위한 강의들은 대개 디지털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포토샵과 같은 편집 도구에 대한 기본적인 사용법을 포함한다. 내 경우에는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프로크리에이트를 모두 사용해서 이모티콘을 그려보았지만, 가장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를 가지고 있어서, 손이 많이 가는 도구는 아이패드에서만 쓸 수 있는 프로크리에이트였다. 사람마다 편한 도구가 다르겠지만 디지털 드로잉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나는 무조건 프로크리에이트를 추천하는 편이다. (나는 프로크리에이트에 충분히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내년에는 많은 작가님들이 사용하신다는 클립 스튜디오라는 도구도 활용해 볼 생각이다.)
이모티콘을 어떤 도구로 제작할지 결정했다면, 내 취향의 이모티콘을 그리는 작가님의 강의를 듣기를 추천한다. 예를 들어 1.5~2등신의 귀여운 이모티콘을 그리고 싶다면, B급 감성이나 실제 사람과 비슷한 비율의 이모티콘을 그리는 작가님의 강의를 듣는 것보다 내가 그리고 싶은 귀여운 느낌의 이모티콘을 그리는 작가님의 강의를 듣는 것이 더 좋을 것이다. 보통 이모티콘 제작 강의를 순서대로 완강하고, 차분히 따라하고 나면 이모티콘 한 세트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강의를 다 듣고 이모티콘 한 세트를 만들었다면, 내 이모티콘을 실제로 판매하기 위한 제안을 해야 한다. 미승인을 두려워하지말고 '그냥 한번 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제안해 보았으면 좋겠다. 사실 카카오 이모티콘 스토어 말고도 이모티콘을 판매하는 플랫폼은 다양하다. 나도 카카오뿐만 아니라, 네이버 OGQ, 라인 등에서도 이모티콘을 출시했던 경험이 있다. 네이버 OGQ에 이모티콘을 제출해서 승인이 되어 OGQ 마켓에서 판매되고 있는 내 이모티콘은 네이버 블로그나 카페 등에서 사용할 수 있다. 라인에 제출했던 이모티콘은 라인 메신저에서 사용할 수 있다. 카카오가 아니더라도 이모티콘의 다양한 사용처가 존재한다. 이모티콘을 판매하는 다양한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제안서를 내봤으면 좋겠다. 마치 배우가 오디션을 보러 이곳저곳 다니는 것처럼 말이다. 어쩌면 내게 꼭 맞는 플랫폼을 찾을 수도 있고, 그곳에서 인기를 쌓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마지막으로, 이모티콘 작가 모임 카페나 단톡방에 들어가서 다른 작가님들과 연대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이모티콘을 그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이모티콘 제작 초반에는 어떤 온라인 모임에 들어가 보자는 생각 자체를 못했다. 하지만, 우연히 알게 된 이모티콘 만드는 사람들 카페나 단톡방에서 나는 어떤 위안을 느끼고 있다. 비록, 대화에 참여하지는 못하고 있지만, 이곳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 큰 힘이 된다. 또한, 이곳에서는 자신이 만든 이모티콘에 대해 다른 작가님들의 피드백을 받을 수도 있다. 이모티콘 제작 과정이 외롭고, 결국 창작의 연속이라 쉽지 않은데, 서로를 응원해 주고 격려해 주는 모임을 만난다면 당신의 이모티콘 제작 레이스는 장기전으로 뻗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앞의 세 과정을 모두 거친 나는 요즘 어떻게 지낼까? 도망치고 싶은 마음과 정성을 들이고 싶은 두 마음을 모두 갖고서, 여전히 엎치락 뒤치락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래도 내가 매번 선택하고 싶은 마음은 정성을 들이고 싶은 마음이지만, 10월 내내 도망치고 싶은 마음으로 살았다. 내게 맞지 않은 계획을 세웠었고, 해내고 싶은 마음은 큰데, 결과가 따라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만든다"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의 구체성이 없고, 막연하고 거대한 것처럼 느껴졌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나는 10월 중순에 휴가를 가기 전까지 24개의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제작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내 실력과 작업 속도를 객관화하지 못했던 탓인지, 두어 개를 그리고 더 이상 진도가 나가지 않았다. 계속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그려봐도 뭔가 움직임이 어색한 느낌이 들어서 고치고 또 고치기만을 반복했다. 울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이모티콘 제작을 다시 시작하고, 내게 가장 큰 복병은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만드는 일이다. 이전에 출시했던 이모티콘처럼 자연스럽게 그리자는 말이 쉽지, 분명히 내가 작업했던 것인데 그때 그려냈던 자연스러움은 현재의 내 능력과는 요원한 것처럼 느껴졌다. 나는 이런 내 상황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이모티콘 강의는 몇 년 전에 충분히 들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잘 그리기 위해 그 부분만 다시 들어야 하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계의 바이블이라 불리는, 애니메이션 12원칙을 다시 보고 있다.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추구하는 애니메이션 강의를 찾아봐야 한다.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이모티콘을 그리기 위해, 1. 강의를 다시 듣고 고민하고 2. 쉬운 동작부터 다시 차근차근 그려야 한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생각이 들 만큼 할 수 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직감적으로 들었다. 귀여운 이모티콘을 그리기 위해, 결코 귀엽지 않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모티콘을 계속 그리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내 경우에는 이런 마음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 좋을 것 같다. 별다른 재능이 없으니, 노력으로 빈 부분을 채워 정성을 다해보자는 마음이다. 이모티콘 제작을 한번 경험해 보고, 재미를 느껴서 계속해보고 싶다면, 끊임없이 정성을 쏟고 연습하는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작업을 해나가면서, 내가 뭐가 부족한지 계속 성찰하고 빈 부분을 스스로 찾고 메우면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모티콘을 완성하고 출시했을 때, 그 말할 수 없는 뿌듯함과 행복감이 굉장히 크다. 어쩌면 과정이 힘들기 때문에, 결과가 더 행복할 지도 모르겠다.
*코너명: 비전공자 직장인의 이모티콘 도전기
평범한 직장인으로 살다가, 어린 시절부터 그림을 좋아했던 마음을 꺼냈습니다. 다시 그림을 조금씩 그리다가,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비전공자 직장인이 3개의 카카오 이모티콘을 그리고 출시했다가, 다양한 경험들을 하고 다시 이모티콘 제작에 도전하는 이야기를 씁니다.
* 글쓴이: 선샤인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고, 귀여운 것들을 보면 행복해하는 직장인입니다. 이제는 글을 함께 써보려고 합니다. ‘나를 더 잘 알고 싶은 마음’과 ‘타인과 연결되고 싶은 마음’ 때문에 글을 씁니다. 글이 글로 끝나지 않고 삶으로 이어질 때, 나만의 동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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