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관령에 있는 책방 선인장에서 타로 이벤트를 열었다. 책방에 오신 손님들 중 책 구입을 하시면 타로상담을 해 드리기로 했다. 반나절 동안 6명의 손님들께 타로를 봐 드렸다. 스물 셋 대학생 두명, 50대 여성 두 명, 아이가 셋인 부부까지. 타로상담을 할 때 새로 만나는 사람들의 인생을 들여다보면, 다른 듯 비슷하다. 제각각 자신만의 인생에서 고민과 여러 생각들을 가진 채 살아간다. 그렇지만 결국 행복한 삶, 자기만의 인생을 어떻게 꾸려나갈 것인지에 대한 주제로 귀결된다.
첫 번째 만난 20대 두 명의 대학생은 진로와 학업에 대한 것을 질문했다. “일본에 가서 영화공부를 할 예정인데, 영화 쪽 일을 계속 하는 것이 좋을까요?” 라고 묻는다. 또 한 친구는 “2학기에 학업과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려고 하는데 잘 할 수 있을까요?”라고 질문한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는 질문 안에는 답이 들어있다. 질문을 한다는 것은 그 안에 내재된 자기만의 힘이 있음을 보여준다. 잘 하고 싶은 마음, 시도해 보고 싶은 마음이 있기 때문에 질문을 한다.
타로카드를 볼 때는 질문을 하고, 마음으로 상상을 한 후 카드를 뽑는다. 그리고 카드를 뒤집어서 그림을 보고 해석하는 과정으로 상담을 한다. 이 과정에서 무조건 상담자가 권위를 갖고 말하지 않는다. 코칭 기법을 활용하여 다음과 같은 질문들을 활용할 수 있다.
당신이 뽑은 카드를 보니 어떤 느낌이나 생각이 떠오르나요?
이 카드에서 보이는 것들을 순서대로 말씀해보세요.
카드의 인물을 보니 누가 떠오르나요?
만약에 당신이 이 카드의 그림을 그린 사람이라면 의미를 부여하여 해석해보세요.
이 카드는 당신의 문제에 대해 뭐라고 답해주는 것 같나요?
이런 열린 질문은 답이 하나로 정해져 있지 않고, 스스로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한다. 셀프 코칭의 도구로서 타로카드를 활용하는 것이다. 타로카드라는 상징적인 이미지 때문에 열린 해석이 가능하고, 상담자와 내담자의 신뢰를 쌓는데도 도움을 준다. 20대 대학생들이 뽑은 카드를 통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전달했다.
“일과 학업을 모두 잘 해낼 수 있을 만큼 진취적이고 적극적인 태도가 있으시네요! 그리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 보니, 즐겁게 할 수 있을 거에요”
“영화를 위해 태어난 분 아닐까요! 정말 대단합니다. 자기만의 세상을 이룬다는 카드가 나온 것 보니 그 길이 잘 맞는 것 같아요”
말 한 마디 했을 뿐인데, 갑자기 상대방의 얼굴은 환해지고, 불안했던 기색이 사라지면서 희망과 꿈으로 부풀어 오른다. 타로 상담은 헛된 희망을 품게 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에 대한 ‘확신 한 스푼’ 얹어 주는 일이다. 젊은 친구들의 고민을 들으면서 살짝 나의 20대도 떠올랐다. 그 때는 무엇을 하든지간에 불안하고 막막했다. 내 길이 맞는지에 대한 고민도 컸으며, 과연 이렇게 사는 게 옳을까 혼돈스러워 했다. 나는 곧잘 이런 말을 한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잘 안되기란 쉽지 않아요”
좋아하는 일을 끊임없이 찾아서 하다 보면, 언젠가는 잘 되는 방향으로 가게 된다. 잘 되는 것이란 돈과 성공 뿐 아니라 자기다운 삶, 행복한 인생이다. 원하는 방향으로 어느샌가 가고 있는 자신을 보게 된다. 타로상담이 끝난 후 진로에 도움이 될 만한 책을 몇 권 추천해드리고 기약없는 만남을 약속했다.
그 다음 내담자는 50대 여성 두 명이었다. 둘 다 여름에만 대관령에 잠시 머무르며 장기 휴가를 보내는 전문직 여성이었다. 해외로 자주 다니는 일을 했으며, 공부도 많이 한 분이다. 어쨌든 여러 곳을 돌아다니면서 살기에 기혼 여성이나 아이가 있는 경우는 어려울 텐데 이야기 나누다 보니 결혼을 하지 않은 분들이란 걸 알게 되었다. 남편과 아이가 없다 보니 선택의 자유로움이 있으며, 좀더 자신들이 원하는 삶을 살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그네들의 인생 고민이 적다거나 얕다는 것은 아니다. 노후와 일에 대한 고민은 항상 짊어지고 산다. 특히 건강한 삶, 노후의 행복한 삶, 돈에 대한 고민 등 말이다.
50대 여성들은 어느 정도 재력이 있는 분들이어서인지 선택하는 타로카드는 모두 재물을 뜻하는 ‘펜타클’이 많다. 아마도 이루어놓은 성취와 안정된 기반이 아닐까. 그럼에도 새로운 분야에 대한 호기심 이 가득했고, 열린 마음을 지닌 분들이었다. 타로상담이 끝난 후 책방에 진열된 책을 찬찬히 훑어보고, 마음에 끌리는 책을 구매해가기도 하셨다.
마지막 두 명은 아이 셋을 함께 데리고 오신 부부였다. 아내가 운영하는 학원의 미래와 남편의 꿈을 물었다. 아내 분은 운영하는 피아노 학원이 잘 될 것인지, 그리고 남편은 여전히 세계여행을 다니고 사진을 찍고 싶은 꿈이 있는데 그것이 이뤄질지에 대한 것이었다. 학원이라는 것이 일은 많고 당장 큰 돈은 안 된다는 뜻의 카드가 나왔다. 하지만 즐겁고 화기애애한 사람들의 모습의 카드를 통해 학원 아이들이 즐겁게 피아노를 배우는 곳이 될 것이라고 상담을 했다. 남편 역시 세계여행과 사진에 대한 꿈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고 즐겁게 하는 모습의 카드가 나왔다. 둘은 미래에 대한 반짝이는 기대감으로 타로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책방에서의 타로상담은 이렇게 조금 색다른 경험을 준다. 사람과 책을 이어주는 곳이 바로 책방이니까. ‘점(占)’은 ‘卜(점 복)’자와 ‘口(입 구)’자가 합쳐진 한자어이다. 점(占)은 입으로 운을 말한다는 정도로 해석해 볼 수 있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 점이다. 그렇다면 질문은 누가 하는 것일까? 바로 상담을 하러 온 내담자일 수 있지만 함께 질문을 찾아나가는 과정이다.
북스테이가 가능한 대관령의 ‘선인장 책방’에서 타로상담이벤트를 열고, 1박 숙박권까지 제공받았다. 찌는 듯 더웠던 여름날, 대관령에서 하룻밤 묵으면서 코끝 쨍한 청명한 공기를 흠뻑 마실 수 있었다. 나의 하루는 길었다. 에너지가 고갈된 것이 아니라, 하고 싶은 말이 넘치는 하루가 되었다. 사람들을 만나서 인생 이야기 나누고, 그들의 삶을 어느 측면에서 관찰하는 일을 하는 것은 재밌고도 보람된 일이다. 타로카드가 매개가 되어 부드럽게 서로의 마음을 열고, 다정한 대화를 나누게 만드니 말이다. 책방 홍보와 매출에도 약간은 도움되었을 것이다.
대관령의 여름밤은 더없이 시원했고, 쏟아지는 별빛은 황홀했다. 타로카드와 함께 한 여름밤은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으리라.
글쓴이 : 김소라 작가
『타로가 나에게 들려준 이야기』『좋아하는 일을 해도 괜찮을까』 『여자의글쓰기』 『바람의끝에서마주보다』 『사이판한달살기』 『맛있는독서토론레시피』 등 다양한 책을 썼습니다.
수원에서 작은 책방 ‘랄랄라하우스’를 운영하며 타로카드로 마음공부하는 글을 씁니다.
<타로카드 럭키박스>는 타로카드가 주는 의외의 기쁨과 성찰의 순간으로 위로받으며 잠시 쉼을 얻도록 도와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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