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아침에 카페로 출근하는 길은 유난히 어두운 것 같았다. 차창 밖으로 밀려오는 공기도 꽤 서늘했다.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느낌이었다. 그래도 거리의 풍경은 조도만 다를 뿐 어제와 다름없는 듯했다. 중심상가 사거리에는 출근 버스를 기다리는 사람이 각자의 휴대폰의 불빛을 바라보며서 있었다. 불이 꺼진 작은 상점들은 어제의 피로를 잊은 듯 웅크리고 쉬는 듯했다.
높은 건물의 어느 층에는 불이 켜진 휘트니스 센터가 보였다. 신호등의 파란불을 기다리는 나에게늘 눈에 띄는 곳이었다. 그날따라 등대처럼 보였다. 나는 너무 낮은 곳에 있어서 높은 곳에서 운동하는 사람들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곳에서 움직이고 있을 사람들을 상상하면 기운이 났다. 그 기운이 나에게 온다고 상상하며 파란불을 기다렸고 나는 신호등의 신호에 따라서 움직였다.
식당과 카페, 학원과 병원이 탑처럼 쌓인 구역을 지났다. 왼쪽으로 듬성듬성 불이 들어온 아파트 단지를 끼고 서행하다가 중학교와 고등학교를 지났다. 학교를 끼고 있는 사거리에는 또 한 무리의 노동자들이 출근 버스를 기다리며 한 줄로 서 있었다. 그 길에서 좌회전하고 곧바로 우회전하면 카페거리였다. 지난 십 년을 반복했던 길, 매번 같은 듯 조금씩 변하는 듯한 거리였다.
해가 짧아져서 거리에 운동하는 사람은 줄었지만, 가로등이 아직 켜져 있어서 적막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침 시간에는 바쁘지 않아서 테라스에 전기스토브를 설치했다. 전기세가 많이 나오긴 하지만, 추운 계절이 오면 꼭 필요한 장비였다. 문을 열고 일하기에는 추운 날씨였다. 그래도 모든 문을 열고 영업하기 시작했다. 호주머니 속에 작은 손난로가 있어서 그것을 만지작거리며 책을 읽다가 손님이 오면 커피를 내리고 했다. 스팀을 치면 하얀 증기가 바 안에 훈기를 돌게 했고 그것이 좋았다.
손님이 평소보다 작아서 그런지 평소보다 인사말에 힘이 들어갔다. 즐거운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이런 말을 반복했다. 시간은 천천히 흐르다, 빠르게 흐르다, 자신의 흐름대로 마음대로 흘렀다. 정말이지 평소와 다름없는 하루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다 갑자기 전화기가 울렸다. 오늘 함께 일할 성민이었다. 목소리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 느껴졌다.
산책시키다, 대신 돌보고 있던 지인의 강아지가 다쳐서 오늘 출근이 어렵다는 말이었다.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남겨둔 상황이라서 나도 꽤 마음이 흔들렸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니 알겠다고 말한 뒤에 불가능할 것 같았지만 대신 나올 사람을 찾느라 바쁘게 전화기를 돌렸다. 손님이 뜸해서 몇 사람과 통화를 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지만 결국은 누구도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목이 말라서 물을 마셨다. 쌓인 컵들을 차분히 씻으면 남은 하루를 가늠했다. 할 수 있을까? 물었고스스로 할 수 없다, 할 수 있다는 반복하다가 할 수 있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마음을 먹고 나니, 다리에 관통상을 당한 강아지를 어깨에 짊어지고 산책로를 힘겹게 걷고 있는 성민의 모습이 그려졌다.
할 수 있을까? 물었고 나는 그것이 너무나도 어려운 일처럼 느껴졌다. 입이 뾰족하고 검은색의 진돗개를 닮은 그 녀석이 성민의 어깨 위에서 발버둥 치는 모습이 그려졌다. 성민에게 다시 전화했다. 흔들리는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나는 물을 챙겨 먹고 산책로를 벗어나 가까운 도로까지만 가서 기다리라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전화기를 다시 돌렸다. 이번에는 차를 가진 사람이었다. 다행스럽게도와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날은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지만, 그런대로 괜찮은 하루였다. 왜냐하면, 나는 할 수 있는 일만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었다. 하다가 손목이 뻐근하면 조금씩 풀어가서, 허리에 어떤 느낌이 들면 스트레칭을 하면서 일했다.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고, 배가 고프면 바나나를 먹으면 일했다. 그렇게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힘이 들면, 다른 곳에서 이겨내고 있을 성민을 생각하니 기운이 났다.
저녁이 되어갈 즈음 성민에게 연락이 왔다. 다행히 수술이 잘되었고, 마취가 깨면 퇴원만 하면 된다는 말이었다.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였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성민은 지금이라도 카페에 출근하면안 되겠느냐고 물었다. 나는 어떤 선물을 받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즈음에 불 꺼진 거리의 가로등에 다시 불이 들어왔고, 덕분에 나는 새벽에 왔던 그 길을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되짚어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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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8일 발행인데, 금일 발행합니다. 기다려주시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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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인사이드’ 글쓴이 - 정인한
김해에서 10년째 ‘좋아서 하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낮에는 커피를 내리고, 밤에는 글을 쓴다. 2019년부터 2년 동안 <경남도민일보>에 에세이를 연재했고, 2021년에 『너를 만나서 알게 된 것들』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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