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서 내는 목소리

사라지지 않은 여성들

2025.08.05 | 조회 17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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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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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더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8월, 각종 매체에는 여름 특집 공포물이 쏟아집니다. 긴 머리를 늘어뜨린 귀신, 소복 차림의 맨발, 젖은 눈동자는 익숙한 공포의 얼굴이죠.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왜 귀신의 형상은 언제나 ‘여자’일까요?

익숙하게 소비되는 귀신의 모습에는 젠더에 따른 고정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투영되어 왔습니다. 이는 오랜 시간 동안 사회가 여성성을 어떻게 규정하고 통제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문화적 기호이기도 합니다.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유령을 통해 보여지는 여성의 이미지와, 이를 바탕으로 사회가 여성에게 투사해 온 시선을 함께 살펴보려 합니다.

 

 

왜 귀신은 대체로 여자일까?

귀신을 떠올렸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이나 형상이 있으신가요? 

출처 : 텐아시아(여고괴담 시리즈/사진제공=네이버 무비)
출처 : 텐아시아(여고괴담 시리즈/사진제공=네이버 무비)

죽은 어머니의 환영이 등장하는 <장화, 홍련>, 긴 생머리에 교복을 입은 고등학생 귀신들이 나오는 <여고괴담>, 머리를 앞으로 늘어뜨린 채 TV에서 기어 나오는 여성이 등장하는 일본 영화 <링>까지 대표적인 공포 영화 속 유령의 대부분은 여성입니다. 민담 속 귀신 역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머리를 풀고 흰옷을 입은 처녀귀신, 얼굴과 표정이 없는 달걀귀신, 물에 빠진 이들을 끌어당기는 물귀신 등, 유령의 모습은 오랜 시간 여성의 이미지로 고정되어 왔습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일본, 동남아 등 동아시아 전반에 걸쳐 유사하게 나타나는 특징인데요. 이러한 이미지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귀신은 단순히 죽은 자의 형상이 아니라, 사회가 특정한 방식으로 만들어낸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출처 : 국민일보(처녀귀신 분장을 한 드라마 여신강림 속 배우 문가영)
출처 : 국민일보(처녀귀신 분장을 한 드라마 여신강림 속 배우 문가영)

귀신이 대체로 여성이라는 점은 사회가 여성의 감정, 분노, 억울함을 어떻게 다루어왔는지를 드러내는 지표이기도 합니다. 남성 유령이 역사적 비극이나 집단적 희생과 연관되어 서사적 인물로 등장하는 데 반해, 여성 유령은 ‘사랑에 실패했거나’, ‘억울하게 죽었거나’, ‘정절을 잃은 채 비참하게 죽은’ 존재로 묘사됩니다. 여성의 삶과 죽음을 개인의 감정 문제로 축소시키고, 구조적 폭력이나 차별로부터는 분리하는 문화적 기제로 보여집니다.

결국 유령의 성별은 단지 픽션의 선택이 아니라, 사회의 시선과 서사 구조를 반영합니다. 여성 유령이 많은 사회는, 그만큼 여성의 억울함이 오랜 시간 쌓여 있다는 반증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차별이 만들어낸 귀신

출처 : 뉴시스(그림:권숯돌 작가)
출처 : 뉴시스(그림:권숯돌 작가)

여성 유령이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이유에는 전통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민간 신앙과 설화에서는 결혼에 실패한 여성이 유령이 되는 이야기가 자주 등장하는데요. 그 대표적인 예가 처녀귀신입니다. 처녀귀신은 혼기를 넘긴 미혼 여성이 사망 후 원한을 품고 떠도는 영혼을 뜻하며, 제사를 받지 못하거나 사회적으로 애도 되지 못한 죽음으로 인해 혼령으로 남는다는 전통적 관념이 반영된 것이죠.

이는 단지 슬픈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정절 중심의 사회 규범 속에서 결혼하지 못한 여성의 죽음이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하고 배제되는 구조를 드러냅니다. 한국의 유교 문헌과 민속자료에 따르면, 제사의 대상이 되지 못한 여성은 사후에도 사회적 죽음으로 인정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처녀귀신의 상징인 소복 차림과 긴 머리, 얼굴을 가린 상태 또한 보호받지 못한 여성의 신체적 내면과 억울한 죽음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출처 : 넷플릭스(영화 폰티아낙의 저주 포스)
출처 : 넷플릭스(영화 폰티아낙의 저주 포스)

그렇다면 다른 나라의 귀신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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