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위대한 여성 음악가는 없나요?

모차르트의 누나? 천재 피아니스트? 여권 운동을 하다 감옥까지 다녀온 작곡가?

2024.06.18 | 조회 71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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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여성들

인류 역사를 통틀어 익명이었던 여성들 - 우리의 불만을 기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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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자님은 클래식을 좋아하시나요? 저는 특히 쇼팽의 왈츠를 좋아하는데요. 오래된 기억을 더듬어 쇼팽 왈츠 10번을 연습하려는 찰나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여성 클래식 작곡가를 알던가? 우리가 기억하는 클래식 작곡가들은 대부분 남성입니다. 베토벤, 모차르트, 브람스, 차이코프스키 등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위대한 여성 작곡가'를 떠올리기는 어렵습니다.

오늘은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작곡가들의 이야기와 그들의 위대한 작품들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여성 작곡가들은 종교적·전통적 규범과 사회적 인습 때문에 그들의 재능을 펼칠 기회가 제한적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작품을 남기며 클래식 음악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겼습니다.

이번 주 뉴스레터에서는 파니 멘델스존, 에델 스미스, 나넬 모차르트와 같은 여성 작곡가들이 어떤 작품을 남겼고, 그들의 음악이 어떤 가치를 지니는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이들의 음악을 통해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하시길 바랍니다.

모차르트에게 누나가 있었어?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Maria Anna Mozart, 1751-1829)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초상화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 초상화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는 우리에게 친숙한 음악가 중 하나입니다. 하지만 마리아 안나 모라츠트는 생소한 이름이죠. 모차르트 가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임에도 불구하고요.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는 '모차르트의 유년시절을 따스하게 감싸운 사람'이라는 수식어로 근대에 와서도 모차르트의 유년기를 함께한 가족 정도로만 비추어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다행히도 최근 여성 음악인의 업적을 다시 찾아보고자 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하면서 마리아 안나 모차르트는 '숨겨진 신동 음악가'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부친이 남동생을 전폭으로 지지하여 모차르트가 세기의 천재로 거듭나는 동안 마리아는 여성으로서 사회적 한계에 가로막혀 재능을 발휘하지 못했지만, 여러 자료는 마리아 역시 모차르트 못지않은 천재였다는 점을 증명하고 있습니다. 

마리아의 부친 레오폴트 모차르트는 왕년에 잘츠부르크 궁정 관현악단에서 일했던 실력 있는 음악가였습니다. 모차르트 가의 장녀, 마리아안나 모차르트의 애칭은 '나넬'이었습니다. 자신을 포함하여 일곱 남매가 태어났지만, 그 중 나넬과 볼프강만 살아남았죠. 나넬은 말을 시작할 즈음부터 부친에게 음악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일찌감치 음악에 재능을 보였던 나넬은 열 살이 넘었을 즈음엔 프로 연주자들에게도 어려운 즉흥 연주까지 척척 해냈습니다.

나넬 모차르트 영화 포스터
나넬 모차르트 영화 포스터

레오폴트의 눈에 나넬의 재능은 마치 보석 같았습니다. 나넬의 부친은 나넬과 볼프강 남매를 데리고 순회 연주회를 다니기로 합니다. 신동이라고 불리던 남매는 3년간 유럽 순회공연을 하면서 뛰어난 음악 실력으로 세상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나넬 모차르트>는 천재 음악가인 동생의 그림자 뒤에 숨겨져 있던 나넬 모차르트의 음악 인생을 조명한 영화로 유럽 순회공연을 하던 때의 나넬의 삶을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영화 속에서 부친은 나넬에게 "앞으로 바이올린은 연주하면 안 된다"고 다그치는데요. 바이올린은 솔로 악기, 건반악기는 그를 반주하고 뒷받침하는 악기라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입니다. 

시간이 지나며 나넬은 점점 동생의 무대를 위한 조연 정도로 제약된 음악생활을 해야 했습니다. 부친은 볼프강을 성공한 음악가로 만들기 위해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나넬을 비롯한 여성들에게 작곡이나 주인공으로 무대에 오르는 것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죠. 나넬 모차르트는 열여덟 살이 되던 해, 아버지 레오폴트의 명령으로 음악 활동을 중단해야 했습니다. 레오폴트는 나넬의 역할이 동생 모차르트의 성공을 돕는 것 이상이 되기를 원치 않았던 것입니다.

나넬과 모차르트, 나넬 모차르트 (2010) 中
나넬과 모차르트, 나넬 모차르트 (2010) 中

눈부신 성장을 거듭해 가고 있던 모차르트와 달리, 나넬은 고향으로 돌아와 여성의 본분을 수행해야 했습니다. 꿈을 꾸던 천재 음악가는 모친을 도와 집안 살림을 하기 시작했죠. 실력으로 유럽을 사로잡은 천재 음악가가 한순간에 신랑감을 찾아 결혼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을 맞닥뜨렸을 때의 심정은 말로 형용할 수 없을 것입니다. 나넬은 이때 음악적 열망을 작곡 활동에 쏟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나넬의 작품은 현재까지 한 곡도 전해지지 않고 있지만, 모차르트의 편지에는 누나의 곡에 대한 칭찬이 남아 있습니다. 많은 학자 또한 나넬이 연주자로서 활동을 그만둔 이후에도 작곡은 몇 년간 해왔을 것이라고 보고 있죠.

사랑하는 누나! 누나가 그렇게 작곡을 잘하는지 몰랐어. 그 곡 정말 아름다워. 계속 작곡을 해봐!

1770년 7월, 로마에서 모차르트가 나넬에게 보낸 편지 중에서

모차르트는 누나 나넬을 위해 헌정한 곡도 남겼습니다. 1776년 나넬의 25세 영명축일을 축하하기 위한 "디베르티멘토 제11번 라장조 K.251 '나넬 7중주'"는 모차르트의 따뜻한 마음이 담긴 곡입니다. 나넬의 부친은 아이들의 나이를 속일 만큼 유명세에 집착한 인물이었습니다. 하지만 "내게도 음이 떠올라요."라는 나넬의 호소에도 불구하고 작곡을 반대하죠. 부친이 아들에게 기울였던 관심과 가르침의 반만이라도 나넬에게 주었다면, 나넬은 모차르트 가문의 천재 음악가로 영원히 기억되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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