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려와 염려와 염려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저는 이번주 내내 '염려'라는 단어에 꽂혀 있었습니다. 저에게 '염려'는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존재이기 때문에 그리 생소한 주제도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주는 좀 더 깊게 염려를 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았습니다.
염려의 한자를 찾아보니 '생각할 염'(念)과 '생각할 려'(慮)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단 두 글자로 이루어진 단어임에도 두 글자 모두 '생각'을 뜻한다는 점에서 끝없이 생각에만 잠식되는 염려의 본질을 잘 표현한 단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치 파도처럼, 하나의 염려는 더 큰 염려들을 몰고 옵니다. 그래서 오늘 가져온 곡은 새소년의 파도입니다. 🌊
어떻게 파도를 노래로 그려냈을까 싶은 곡입니다. 이 곡을 들으며 함께 염려하는 것들에 대해 사유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구독자님, 어떤 염려를 하고 계신가요?
- "이직을 해야 하나?"
- "이 나이에 시작해도 될까?"
- "퇴사를 할까?"
- "실패하면 어쩌지?"
- "이미 늦은 건 아닐까?"
염려는 매번 경험과 도전에 태클을 겁니다. 염려라는 단어를 계속 입에 굴리다 보니 문득 짠맛이 느껴집니다. 단순히 소금 '염(鹽)'자가 떠올라서만은 아닌듯 했습니다. 염려에 잠긴 사람의 표정은 굵은 소금을 씹은 듯 찡그려집니다. 적당한 소금기가 생존에 필수이듯 적당한 걱정도 우리 삶에 필요하지만, 지나친 염분이 수분을 모두 뺏어가듯 과한 염려는 삶의 생기를 앗아가기도 합니다.
염려에 대해 찾아보다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보았습니다. 사람들의 염려 중 85%는 실제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일어난 일들 중 79%가 우리가 생각했던 염려보다 훨씬 더 잘 대처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출처 : https://www.huffpost.com/entry/85-of-what-we-worry-about_b_8028368
그럼에도 염려하는 우리에게 필요한 메세지
한국계 최초로 ‘수학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하신 허준이 교수님의 유명한 서울대 축사 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염려의 파도에 정신을 못차리고 흩어질 때마다 마음을 다 모으기 위해 보는 영상입니다. 인생을 돌이켜봤을 때 기억나는 날들 중 하나가 될 졸업식에서 허준이 교수님은 거창하거나 뻔한 말들 보다 담담히 진심을 읊조립니다.
우리는 약 삼만 일이라는 상상하기 어려운 오랜 시간을 살아가지만 그중 기억에 남는 날들은 극히 일부입니다. 미래에 대한 염려로 낭비하기엔 너무 적은 수입니다. 부지런히 매일, 매 시간 쌓는 우리의 염려가 대부분이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고, 실제로 삶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상상했던 문제들이 아니라 실제의 몇가지의 경험입니다.
교수님은 우리가 삶에 대해 답을 찾으려 할 때, 그 답은 "오늘의 매일"에 있음을 말합니다. 우리는 종종 미래에 대한 불안과 염려로 현재를 소홀히 하지만, 정작 우리에게 중요한 해답은 오늘에 있습니다. 염려가 아닌 행동과 경험을 통해 우리가 추구하는 삶을 하나씩 만들어 나갈 때, 비로소 불안 대신 확신을 쌓아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삶을 통해 만나게 될 미래의 나를 후회 없이 만나기 위해서라도, 오늘의 나를 충실히 살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의 우리가 내일을 준비하고 염려의 파도를 잠재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은 바로 작은 오늘을 꾸준히 채워나가는 것인듯 합니다.
작은 성취에서 얻는 큰 변화: 스몰윈(Small Wins)의 힘
스몰윈의 개념은 간단한 목표를 이루며 점진적으로 성취감을 쌓아가는 과정을 뜻합니다.조직 혁신 전문가인 테레사 애머빌(Teresa Amabile)은 스몰윈의 지속적인 효과가 동기 부여를 높이고, 장기적인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설명합니다.
작은 성취가 쌓이면, 뇌는 이 과정을 보상으로 인식해 더 큰 동기와 용기를 주게 됩니다. 이처럼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승리가 목표를 향한 길을 견고하게 다져 주고, 어려운 시기에도 염려를 줄이며 지속할 힘을 만들어 줍니다.
함께 읽어보면 좋은 글 : https://hbr.org/2011/05/the-power-of-small-wins
스몰윈을 쌓아가는 3단계
1.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미션 정하기
- 하루 20분씩 꾸준히 프로젝트와 관련된 리서치를 하거나, 새로운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간단한 실습을 해보세요. 작은 목표를 설정하면 염려에 빠지기보다 성취감을 통해 자신을 점진적으로 다져갈 수 있습니다.
2. 작은 성취를 기록하고 자축하기
- 작은 성공을 매일 기록하고 이를 기념하세요. 기록은 안정감과 더 큰 도전으로 나아갈 힘을 줍니다. 스텔스 모드로 자신을 격려하는 강력한 방법이 됩니다.
3. 작은 성공들이 모여 큰 목표로 이어지기
- 스몰윈의 반복은 점진적으로 더 큰 목표로 나아가는 길을 열어줍니다. 꾸준히 작은 성취를 쌓아가며 염려가 줄고, 자신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신이 생기죠.
스몰윈을 통해 조용히 성장하며 쌓아온 작은 성과들은 단단한 기반이 되어 어느 순간 큰 변화를 가져올 것입니다. 지금은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스텔스 모드일지라도, 매일 작은 도전이 쌓일수록 염려는 줄어들고, 자신이 나아갈 길에 대한 확신과 용기가 늘어납니다.
내년을 99일 쯔음 앞두었을 때 트위터에서 '99일 챌린지' 이미지가 많이 공유됐습니다. 이 단순한 방법은 스몰윈을 실천해보기에 참 좋은 방법인듯 합니다.
이 챌린지는 99일이나 100일처럼 특별한 시기나 날짜에 맞춰서 시작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저 오늘부터, 내가 하고 싶은 작은 목표를 위해 시작하면 되죠. 매일 책 한 페이지를 읽어도, 스쿼트 5개를 해도, 혹은 그저 일기 한 줄을 써도 됩니다.
출처 : https://www.donga.com/news/It/article/all/20230608/119682722/1
허준이 교수님의 23년도 인터뷰 내용입니다. 어쩌면 우리의 염려는 이런 '거창한 목표'에서 비롯되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년 후에는 이렇게 되어있어야 해', '30대에는 이것을 이루어야 해'라는 목표들이 오히려 현재의 우리를 보이지 않는 염려의 감옥에 옥죄고 있는 듯 합니다.
이렇게 보면 앞서 말씀하신 "오늘부터의 매일이 대답해준다"는 의미가 더 선명하게 다가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멀리 있는 목표를 향한 염려가 아니라, 오늘 하루를 온전히 살아내는 용기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마레모해 드림
댓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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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루
매번 뉴스레터 잘 보고 있습니다. 저도 염려가 굉장히 많은 사람이라 이번 레터가 큰 위안이 되어 감사의 첫 댓글을 남깁니다. 허준이 교수님의 말씀처럼 내 머릿속 가득한 염려들은 사실 내가 살아갈 전체의 날에 비하면 극소수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평온해지네요. 물론 내일이면 언제 그랬냐는듯 여전히 염려를 하겠지만.. 최대한 오랫동안 이 레터 속 말들을 기억해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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