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

오늘을 살기 위해 죽을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2024.11.12 | 조회 25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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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1회 어설프게라도 시작해본 사람들의 이야기들에서 나오는 불꽃같은 영감들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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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레모해 드림

 

안녕하세요, 구독자님. 구독자님의 인생 영화는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사랑하는 영화는 <어바웃 타임>입니다. 영화 속 주인공인 팀은 특별한 능력이 있습니다. 팀의 집안 남자들은 모두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시한부 선고를 받아 곧 죽음을 앞둔 팀의 아버지가 팀에게 하는 조언입니다. 팀의 아버지는 그에게 "똑같은 하루를 두 번 살아보라"는 제안을 하죠.

 

팀은 아버지의 말을 실천해보기로 하고, 첫 번째 하루를 평소처럼 바쁘고 정신없이 보냅니다. 두 번째 하루는 조금 더 느긋하게, 주변을 더 깊이 들여다보며 살아봅니다. 같은 날인데도 두 번째 하루에는 평범한 순간들 속에서도 새로운 즐거움이 발견됩니다. 마지막에 팀은 시간을 되돌리는 여행을 그만두고, 모든 날을 두 번째 하루처럼 더 의미 있게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추천곡 : How Long Will I Love You

 어바웃타임 ost - How Long Will I Love You

(노래를 감상하며 읽으시면 더 좋아요 🎵)

 

이 영화를 보고난 후 한동안은 평범한 일상이 새롭게 느껴지고,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하지만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 분명한게, 익숙한 일상이 반복되면서 그 낯섦과 소중함은 서서히 사라지고 바쁜 일상에 치이는 하루가 다시 돌아옵니다.

 

우리에게는 팀처럼 대대로 내려오는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은 없지만, 그 대신 '죽음'이라는 피할 수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죽음은 팀의 아버지처럼, 우리가 가진 시간의 유한함을 깨닫게 하고 매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힘을 가집니다. 팀처럼 두 번째 날을 보내기 위해서 우리는 죽음을 필사적으로 생각하는 연습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일상적으로 마주하는 사람들 : 유성호 법의학자

죽음을 떠올리면 우리 머릿속에 수많은 완곡한 표현(돌아가시다, 승천하다 등)이 떠오릅니다. 그만큼 죽음은 단어 자체를 마주하기가 어색하고,  두렵습니다. 하지만 일상처럼 죽음을 마주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얼마 전, 서울대 법의학자 유성호 교수님의 강연에 다녀왔습니다. 교수님은 ppt에 크게 본인의 업무 카톡창을 보여주셨는데, 그곳엔 "3건 있습니다"와 "넵" 같은 일상적인 답변이 반복되어 있었습니다. 이 "넵"은 죽은 사람의 사인을 밝히는 부검 업무에 대한 대답이였습니다. 교수님은 매주 월요일과 금요일마다, 부검을 통해 다른 사람의 죽음을 차분히 마주합니다.

 

부검의 어원, autopsy는 ‘영혼이 빠진 나를 바라보는 일’이라는 뜻을 가진다고 합니다. 이는 단순히 영혼이 떠난 몸을 분석하는 일이 아니라, 어쩌면 자신을 거울처럼 비추어보며 “내가 남기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우리가 죽으면 남게될 물질적인 자산을 비롯해서 삶을 대하는 나의 방식,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 그리고 나의 가치관이 누군가의 기억에 남아 우리의 흔적 모든게 나의 유산이 됩니다. 

나는 과연 어떤 유산을 남길 것인가?

이 질문엔 많은 대답이 있을 수 있습니다. 따듯한 엄마로 기억되기, 유쾌해서 같이 있으면 즐거운 친구로 기억되기, 아니면 그 누구도 기억하지 못하는 잊혀지는 사람이 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교수님은 이를 위해선 "지금부터 준비해야한다"는걸 강조해주셨습니다. 따듯한 엄마로 기억되기 위해선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고 따듯한 이야기를 많이 해주어야 합니다. 유쾌한 친구로 기억되기 위해선 오늘부터 친구를 위해 재밌는 이야기를 해야하고요. 잊혀지기 위해선 지금부터 열심히 갤러리를 정리하고, 잊혀지고 싶은 정보들을 지워야합니다. 오늘부터요.

 

우리가 죽음을 대하는 3단계

 

우리는 스스로 우리가 죽는다는 것을 알고있다고 착각한다고 합니다. 우리는 일생 동안 죽음을 3인칭, 2인칭, 1인칭으로 세차례 경험하며 실질적으로 죽음을 인지한다고 합니다. 3인칭의 죽음은 뉴스나 이야기 속 타인의 죽음으로, 대부분이 이러한 죽음을 가장 먼저 접합니다. 하지만 한 발짝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 이 경험은 죽음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기보다 일시적인 충격에 그치곤 합니다. 보통 젊은 나이대가 이 단계에 해당합니다.

 

2인칭의 죽음은 우리와 가까운 사람의 죽음입니다. 부모님, 친구, 배우자, 반려견 등 소중한 존재가 떠날 때, 우리는 그 빈자리를 온전히 느끼며 죽음의 무게를 경험하게 됩니다. 그 순간부터 죽음이 “언젠가 나에게도 다가올 일”이라는 자각이 시작됩니다.

 

그리고 언젠가 다가올 1인칭의 죽음. 그것은 곧 내 삶의 끝입니다. 지금 우리의 선택과 행동이 앞으로 어떤 모습으로 나를 기억하게 만들지, 그리고 내 삶의 흔적이 어떤 유산으로 남을지 고민할 때, 비로소 진정한 “나의 유산”을 마주하게 됩니다.

 

오늘을 살기 위해 죽을 준비를 하기로 했습니다

 

연말이 되면 자연스럽게 내년을 설레며 기다리곤 합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설렘 속에 목표를 세우기보다 만약 내가 다가오는 1월 1일에 마지막을 맞이한다면, 남은 24년도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제가 오래도록 마음에 간직해온 꿈은 아이유의 에필로그 속 가사처럼, 나와의 기억이 누군가의 얼굴에 미소를 띄우고, 우리가 함께한 순간들이 자랑스러울 수 있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입니다.

짧지 않은 나와의 기억들이 조금은 당신을 웃게 하는지, 삶의 어느 지점에 우리가 함께였음이 여전히 자랑이 되는지. 멋쩍은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 고 대답해준다면 그것만으로 글썽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오, 모르겠죠 어찌나 바라던 결말인지요

아이유 - 에필로그

나와의 추억이 자랑스러운 것이 되도록 하루하루를 온전히 채우고 싶습니다. 나와 함께했던 사람들이 그 기억 속에서 웃음 짓고, 우리가 나누었던 이야기들이 그들의 삶에 여전히 남아 자양분이 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멋진 삶이 아닐까요? 매일 조금씩 배우고, 적고, 나누며 그저 함께 있음으로 행복했던 나를 남기고 싶습니다.

 

아래의 질문들이 여러분도 그 꿈에 다가가게 하는 나침반이 되길 바랍니다. 오늘의 선택이, 내가 남기고 싶은 나의 모습과 일치하는지 잠시 점검해보세요.

  • 나는 어떤 모습으로 기억되고 싶은가?
  •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걸 남기고 싶은가?
  • 내가 마지막 순간에 떠올리고 싶은 사람과 기억은 무엇인가?
  • 오늘 하루가 내 인생의 마지막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겠는가?

이 뉴스레터가 구독자님의 하루를 조금 더 소중하게 바라보게 하고, 후회 없는 유산을 만들어가는 여정에 작은 영감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이 질문들에 “그렇다”고 대답해주신다면, 그것만으로도 저 역시 충분히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고 느낄 것 같습니다.

아마레모해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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