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 이제 진짜로 가을이 온 것 같아. (찐찐최종_가을.jpg) 벌써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지 3주나 지났어. 우리나라에서 노벨문학상이 나올 거라곤 상상도 못 했는데 얼마나 놀랐던지… 한강 작가의 책이 하루 만에 30만부 넘게 팔렸다는 기사를 보면서 내가 괜히 기분이 좋더라.
이번 기회에 독서 붐이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거기다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라고들 하잖아! 그래서 오늘은 가을맞이 겸 노벨문학상 특집으로 <책 추천> 글을 준비해 봤어. 이번 아무콘텐츠는 오랜만에 책을 읽어보려는 사람들을 위한 글이니 참고해 줘! 그럼 시작할게~
개인적으로 책을 가볍게 즐기는 취미보다는, 학습 도구로 바라보는 사회적 인식이 독서의 가장 큰 장벽인 것 같아. 책을 읽기도 전에 어렵게 느껴지고, 괜히 따분한 기분이 드는 거지. 그렇지만 영화나 드라마만큼 책을 많이 보는 사람으로서, 매체만 다를 뿐 셋 다 크게 다를 거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오늘은 쉽고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소설책 위주로 추천해 볼게.
1. 모순
혹시 국어 교과서에서 <원미동 사람들>이라는 작품 본 적 있는 사람? <모순>은 바로 <원미동 사람들>을 쓰신 ‘양귀자’ 작가님의 작품이야. <모순>은 1998년에 처음 발매된 작품으로, 발매 시기는 꽤 오래전이지만 요근래 급부상하면서 다시 인기를 끌고 있어.
책 내용을 한 줄로 설명하자면, 제목처럼 인간사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선택의 모순에 대한 글이야. 주인공 ‘안진진’은 억척스러운 가난에 질려 결혼을 도피처로 생각하는 인물이야. (소설이 쓰인 시기를 고려해 줘!) 안진진에게는 ‘김장우’와 ‘나영규’라는 두 명의 남편 후보(?)가 있는데, 두 사람은 서로 매우 다른 성격, 가정 환경을 가지고 있어.
김장우는 집도 가난하고, 돈을 잘 벌지도 못하지만 안진진과 정신적인 결이 아주 잘 맞아. 자연을 사랑하고 가족을 사랑해. 반면 나영규는 돈이 많아. 진취적이고 안진진에게도 적극적으로 구애하지. 하지만 안진진은 나영규에게 끌림을 느끼지 못해. 현실과 감정 사이에서 안진진은 고민해. 안진진은 과연 둘 중 누굴 선택하게 될까?
결말까지 모두 읽고 난 후엔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을 느꼈어. 정말… 전혀 예측하지 못한 전개였거든. 책을 덮고 나니 안진진의 선택들이 머리에 쫙 떠오르면서 내가 눈치채지 못한 모순적 순간들이 보이더라고. 나중에 다시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했어. 흡입력이 장난 아닌 책이니, 하루 날 잡고 읽는 걸 추천해!
2. GV 빌런 고태경
구독자은 혹시 너무 하고 싶은 꿈이 있건만, 노력해도 결실조차 보지 못해 괜히 배신당한 것처럼 느꼈던 경험 있어? 그런데도 꿈을 너무 사랑해서 포기할 수 없던 그런 경험 말이야. 그렇다면 구독자은 무조건 <GV 빌런 고태경>을 봐야 해! <GV 빌런 고태경>은 꿈이 너무 좋아서 오히려 미울 지경에 다다른 사람들을 위한 책이야.
주인공 ‘조혜나’는 첫 작품 <원찬스>를 거하게 말아먹고 빚만 늘어가는 처지에 놓인 무명 영화감독이야. 조혜나는 영화 *GV에 참여했다가, 일명 ‘GV 빌런’이라 불리는 ‘고태경’에게 무자비한 질문을 받아. 그런데 이때 조혜나와 고태경이 나눈 대화가 유튜브에서 화제가 돼. 거기다 조혜나는 자신이 영화감독을 꿈꾸게 된 계기였던 영화 <초록 사과>의 조감독이 바로 고태경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지. 그래서 조혜나는 이를 절호의 기회로 삼고 고태경의 다큐멘터리를 제작하기로 해. 고태경은 왜 GV 빌런이 됐을까? 과연 조혜나의 다큐멘터리는 끝까지 완성될 수 있을까?
*GV(Guset Visit) : 영화감독이나 배우가 관객과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
사실 별 기대 없이 읽었는데, 너무 여운이 남았어. 오랫동안 실패를 경험하면 결국 나 자신을 미워하게 되잖아. 이 책은 그런 사람들에게 스스로를, 사랑하는 것들을 미워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해. 취준생들이 읽으면 특히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 책 속 조혜나처럼 비슷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라면 이 책 꼭 한 번 읽어보는 걸 추천할게.
3.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Q. 직장 상사 성격이 ***같았는데 갑자기 잘해줘요… 뭐죠? 직장 상사 악귀 들렸나요?
A. 네. 당신 직장 상사 악귀 들렸습니다. 퇴마해야 합니다.
갑자기 친절한 직장 상사… 갱생했나 싶었지만 악귀가 들린 거라면? 만약 구독자은 이런 상황에 놓이면 직장 상사 퇴마할 거야?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는 주인공 ‘하용’이 ‘직장 상사 악귀 사건’을 포함, 연달아 벌어지는 사건을 계기로 무속인 유튜버 ‘무당언니’와 동업하며 악귀를 퇴치하기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야.
제목에서 눈치챘겠지만, 코믹하고 유쾌하게 전개되는 책이야. ‘무속’이라는 소재를 현대식으로 재밌게 다루고 있어. 킬링타임용으로 읽기 좋더라고! 에피소드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되어 있어서 시간 날 때마다 한 챕터식 가볍게 읽을 수 있어.
*옴니버스 :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다.
나는 이 책을 ‘민음사’ 유튜브에서 영업 당해서 읽게 됐어. 민음사는 유튜브를 마케팅에 굉장히 잘 활용하는 출판사야. 자사에서 출판하는 책은 물론, 타사 출판 책까지 가릴 것 없이 흥미진진하게 소개해 줘서 자주 참고하고 있어. (민음사 유튜브 조심하세요. 아니면 저처럼 영업 당한 책을 한 바가지 쌓아두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직장 상사 악령 퇴치부> 외에도 다른 재밌는 책을 추천받고 싶다면 민음사 유튜브도 확인해 봐!
4.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사람과 상황 때문에 상처받은 청소년들이 만나 치유해 가는 과정을 그린 청소년 소설이야. 주인공 ‘하지오’는 유도부로, 암에 걸린 엄마를 둔 채 존재도 몰랐던 아빠가 사는 ‘정주’에 갑작스레 전학을 가게 돼. 가뜩이나 엄마는 아픈데, 처음 보는 아빠라는 사람과 함께 살게 되니 혼란스럽지. 그런데 눈치를 보아하니, 아빠의 가족은 아빠에게 딸이 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것 같아. 홍길동처럼 아빠를 아빠라 부르지도 못하고, 이도 저도 아닌 위치에 놓인 하지오는 하루하루가 불편해.
한편 또 다른 주인공 ‘유찬’은 학교에서 모범생으로, 다른 사람의 속마음이 들린다는 비밀을 가지고 있어. 유찬은 듣고 싶지 않아도 들리는 사람들의 생각에 매일매일 시달리지. 그런데 신기하게도, 유찬은 하지오를 마주하자마자 자신을 괴롭히던 모든 속마음 소리가 사라지는 경험을 해. 이를 계기로 유찬은 하지오에게 관심을 가지고, 점차 가까워져. 그러면서 둘은 과거 어른들의 선택에 대해 이해하고 자신의 마음을 돌보게 돼.
<여름을 한 입 베어 물었더니>는 청소년 소설인 만큼 쉽게 읽혀. 청소년 소설이라 하면 괜히 유치할 것 같다는 오해를 할 수 있는데, 전혀 아니야! 청소년 소설도 괜찮은 책이 정말 많아. 특히 책을 전혀 읽지 않았던 사람들은 청소년 소설부터 읽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이 책은 지난 선택을 후회하느라 과거에 멈춰있는 사람들에게 ‘그때의 선택이 그때의 나에게는 최선이었다’는 걸 알려주며 과거에서 벗어나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어. 내가 오랫동안 해온 생각과 비슷해서 공감이 많이 갔어.
5.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
올해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밌게 읽었던 책이야.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주인공 ‘나’가 개 한 마리와 3년 동안 전국을 떠돌며 사람들을 만나는 이야기야. ‘나’는 여행 중 만난 사람들에게 숫자를 붙여주고, 그들이 알려준 집 주소로 편지를 보내지. ‘나’는 그들 중 한명이라도 답장을 보낸다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다짐하지만, 애석하게도 아무도 그에게 편지하지 않아. 그러던 중 ‘나’는 지하철에서 우연히 책을 파는 여자를 만나고 동행하게 돼. ‘나’는 왜 여행을 시작하게 됐을까? 과연 ‘나’에게 답장이 올까?
<아무도 편지하지 않다>는 ‘외로움’에 대해 말하고 있어. 처음 보는 사람에게 편지를 쓰는 ‘나’나, 처음 보는 ‘나’에게 이야기를 털어놓는 사람들이나 사실은 모두 외롭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야. 이야기 해줄 사람이 없어서,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 없어서 ‘나’와 사람들은 서로를 선택했지. 외로운 사람들은 ‘편지’라는 매개체를 통해 서로의 외로움을 공유하고, 마음을 연결하며 살아있음을 느껴.
이상하게 기억에 남아서 메모해 놓았던 구절이야.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는 대사가 생각나기도 해. 사랑뿐만 아니라, 어느 인연에서든 난 그대론데 넌 아닌 것 같은 그런 상황들이 있잖아. 여러모로 공감이 가면서도 내가 매몰차게 변했던 순간은 없는지 되돌아보게 됐어.
전체적으로 쉬우면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책을 추천해 봤는데 어때? 혹시 구독자이 내가 추천한 책을 읽게 된다면 후기를 알려주면 좋겠어. 독서 붐은 온다… 독붐온을 외치면서 오늘의 아무콘텐츠는 여기서 마무리 할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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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한 번째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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