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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평소에 음악 듣는 거 좋아해? 나는 무지 좋아하거든 🥹 음악이 없는 삶 상상도 할 수 없어 … 특히 프로듀서나 작곡, 작사가들의 후일담 듣는 게 재밌더라고. 그래서 오늘은 K-POP 작사가의 에세이 두 권을 가져왔어! 다른 직업군의 에세이와 비교하자면 작사가 에세이는 곡 하나하나에 대한 작업기도 들을 수 있고, 작사가라는 직업에 대한 개개인의 직업관도 엿볼 수 있어서 흥미로운 것 같아. 그럼, 오늘 글 시작할게!
1) 김이나의 작사법
첫 번째 책은 ‘김이나’ 작사가의 <김이나의 작사법>이야. 김이나 작사가는 다들 적어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 같아! 대표곡으로는 아이유의 <좋은 날>과 <잔소리>, <너랑 나>, 드라마 궁 OST <Perhaps Love>, 시크릿가든 OST <나타나> 등이 있어. 찾아보니 지금까지 500여 곡을 작사가로 참여하셨더라. 우리 세대는 김이나 작사가의 음악을 듣고 자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지도 몰라 💭
이 책은 김이나 작사가가 가사를 쓴 곡들을 중심으로 음악 산업과 본인의 삶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중 소개 해주고 싶었던 부분들만 추려서! 간략하게 얘기해줄게. 가사의 진가는 음악과 함께 있을 때 발휘되는 거니까 노래 들으면서 읽어보면 더 재밌을 것 같아 😬
브라운아이드걸스의 <Sixth Sense>는 다 알지? 나 때는 수련회 장기자랑 국룰 곡이었는데 말야. 김이나 작사가는 이 곡에 대해서 가장 발음 디자인에 공을 많이 들인 케이스라고 얘기하고 있어.
멀리서 봐도 너를 일으키는 내 눈빛이, 빛이 guilty, guilty (1절)
니 맘대로 그 손 뻗지마라 그대로 sit, sit 그렇지, 그렇지 (2절)
위에서 ‘빛이, 빛이’ 부분은 가이드(작곡가가 임의로 가사를 붙인 버전)에서 ‘bitch, bitch’로 불렸던 파트야. ‘bitch‘ 는 발음상 한 음절이지만 여음(-ch)이 있는 발음이잖아. 그래서 우리말 발음 중 ‘-ch’ 발음을 낼 수 있는 말을 떠올렸고 그중에서 문장을 만드는 데 가장 적절했던 ‘빛이’를 고르게 됐대. 그리고 바로 앞에 나오는 ‘너를 일으키는 내 눈’은 음절 간의 간격이 매우 짧은 멜로디라 후루룩 하고 쉽게 발음될 수 있는 말을 골랐다고 해.
목마르는 니 얼굴엔 땀방울이 맺히고
날카로운 내 손끝엔 니 살점이 맺히고 (1절)
너 가지고 있는 촉을 좀더 높이 세우고
저 차원을 넘어 오는 느낌에 널 맡기고 (2절)
이 대목에선 가창자인 나르샤의 캐릭터를 굉장히 동물적인 여자로 잡았기 때문에 최대한 그 느낌에 맞는 표현을 찾으려고 노력했대. 그래서 ‘땀방울’ ‘맺히고’ ‘손끝엔’ ‘높이’ ‘차원’ ‘느낌’ 모두 센 발음을 배치하기 위해 선택한 된소리나 파열음, 파찰음이 포함된 단어들이야. 이렇게 발음의 조합을 고려하여, 테마에 맞으면서도 가수가 퍼포먼스하기에 매력적인 문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작사가의 업이라고 김이나 작사가는 소개하고 있어. 어때? 흥미롭지!
혹시 에일리의 <저녁하늘> 아는 사람 있니 👀 나 이 노래 너무 좋아하잖아! 이 노래는 김이나 작사가가 어린 시절 엄마를 공항에 배웅해주며 느꼈던 저녁하늘에 대한 쓸쓸한 감정을 담았다고 해. 그리고 저녁하늘이란 하루가 떠나가는 시간, 많은 것들이 보이지 않게 되는 시간이기도 하잖아. 오늘이 다시는 올 수 없다는 사실은 가끔씩 슬프게 다가오기도 하고 🥹 (오열하는 F 참가자가 저였네요.) 그래서 저녁하늘이라는 주제가 막 겪은 이별의 아픔보다는, 어렴풋이 남은 이별의 아픔에 비유하면 적절할 것 같았대.
어떤 날에든 저녁하늘은 못 올려보는 습관이 있어
온 세상이 날 떠나는 듯한 이상한 그 기분이 싫어
멀리 떨어지는 저 해는 내일 다시 올 텐데
나를 비춰줬던 햇살은 아닐 것 같아
이렇듯 <김이나의 작사법>은 작사의 테크니션부터 작가의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폭 넓게 다루고 있는 책이야. 그리고 음반 산업 전반에 대해 꽤 자세하게 다루고 있기도 해! 업계에서 쓰는 용어에 대한 설명이나, 프로듀서와 A&R의 차이점에 대해 알려주기도 하고 인터뷰도 실려 있어. 그리고 작사의 기초를 다루면서 작사가 지망생들이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방법으로 작사 연습을 할 수 있는지 다루고 있기도 해서 작사 실용서 같은 느낌도 들어 😅 모쪼록 음반 산업에 관심이 있고 관련 직무에도 흥미가 있다면 도움이 될 거야!
그리고 올해로 이 책이 나온 지 딱 10년이 됐더라고! 작가의 말에 ‘다음 10년이 지난 뒤에는 지금보다 더 나은 작사가이기를. 꿈을 꾸고 있는 누군가의 지도가 되어 있기를 바라며.’라고 적혀 있었어. 작가님은 앞으로 라디오 DJ도 하시고… 책도 두 권이나 더 쓰시고… 가사도 200곡 가량 더 쓰시는데, 그중에 IVE의 ‘I AM’이 초대형 대박 대히트를 쳐서 명성이 더욱 빛나게 된다는 얘기를 과거의 김이나에게 전해드리고 싶네…
2) 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
두 번째 책은 ‘황현’ 작가의 <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야. 황현 작가는 작곡가, 작사가, 프로듀서 등 음악이 관련된 여러가지 일들을 하고 있어. 대표적으로는 온앤오프의 음악을 프로듀싱 했고 소녀시대, 샤이니, 레드벨벳, 세븐틴 등 수많은 아티스트의 곡을 작업했지.
예전에 NCT127의 <나의 모든 순간>이 발매 됐을 때 황현 작가가 이전에 작사로 참여한 다른 곡들이 같이 회자 되며 이 작가님은 대체 어떤 사랑을 해오셨길래 이런 곡들을 쓰신 거냐는 SNS 글을 봤었어. 작사로 참여하신 곡 뿐만 아니라 작곡만 하신 곡에도, 황현 작가의 곡엔 항상 낭만이 있다는 느낌을 받아. 그리고 그 낭만이 이 책에서 정말 잘 표현된 것 같아! 이 책도 음악과 함께 소개해줄게.
가끔씩 외로울 때면
소리 내 노랠 부르죠 음
그대에게 닿길
어쩌면 나의 이 여정은
그대란 우주를 헤매는 걸지도
정승환의 <우주선>은 보이저호를 모티브로 쓰여진 곡이야. 보이저호는 1977년 발사된 무인 우주선으로, 55개 언어의 인사말, 바흐의 음악 등 미지의 존재에게 인류를 알릴 수 있는 데이터가 실려 있어. 황현 작가는 오래전 보이저호의 뉴스를 보고 외로운 시간을 버티며 하루하루 표류하는 자신의 모습이 보이저호를 닮았다고 생각했대. 그래서 이 곡에는 보이저호의 외로움과 사랑의 감정이 얽혀 있어.
사실 나도 오래전부터 이 보이저호 이야기를 정말 좋아했거든! 그래서 모티브가 된 책들이나 작품들을 많이 찾아봤었는데, 이 곡이야 말로 내 감성과 딱 맞았어!
위에서 언급 했듯이 황현 작가는 사랑 노래로 유명해. 그중에서도 짝사랑! 책에서도 이에 대해 언급하면서 본인의 짝사랑 경험담에 대해 담담하게 털어놓지. 그 마음을 담아 노래로 쓰기 시작했다고. “너를 사랑하지 않는 그 사람이 가끔 부럽기도 했”던 경험은 NCT 127의 <나의 모든 순간으로>, “행복한 너의 얼굴이 난 가장 힘들”었는데 그 기억은 샤이니의 <방백>으로 남았다고 말해. 그리고 시간을 되돌려 너를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은 온앤오프의 <사랑하게 될 거야>로 만들어졌대.
책 전반에 걸쳐서 본인의 사랑 경험, 그리고 사랑할 때 어떤 감정을 겪는지, 사랑의 상대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은지를 풀어놨어. 그래서 읽다보면 황현 작가의 마음에 동화 돼서 나의 감정도 말랑말랑 해져. 그리고 매일 자신을 소진하고, 쉴 틈 없이 음악을 만들고, 수 없이 거절 당하는 작곡가의 숙명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대목들이 인상적이야.
그리고 책을 읽으면서 황현 작가가 오랫동안 자신의 감성을 이해해주는 사람을 만나지 못해 외로웠던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 직접적으로 표현한 부분도 많고, 또 자신의 작업물을 좋아해주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공통점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비슷한 감성을 가진 사람들끼리 얼마나 많은 얘길 나눌 수 있을지 설렌다고 이야기 하기도 하거든.
이렇게 <너를 빛나게 할 일들이 기다리고 있어>는 앞의 책보다는 황현 작가의 감성을 주로 다루고 있어. 그래서 일기장을 훔쳐 보는 듯한 🫣 에세이를 좋아한다면 이 책을 추천할게!
‘작사가라는 세계’라는 주제로 준비한 오늘 글 어땠어? 나는 아무콘텐츠를 통해서 내 보석함에 있던 소중한 것들을 하나씩 꺼내 보이는 기분이라 설레! (어쩌면 나도 황현 작가처럼 너라면 내 감성이 통할 거라 기대하는 거일 지도…) 혹시 오늘 소개한 두 분 외에도 구독자의 최애 작사가가 있다면 알려줘. 그럼 오늘 글 마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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