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 씨니야. 어느덧 5월이네! 이번엔 어떤 콘텐츠를 소개해 볼지 고민하다 얼마 전 재밌게 봤던 영화가 생각났어. 시기적으로 따져봤을 때도 지금 이 영화를 소개하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 그럼 긴말 없이 바로 영화 <콘클라베> 리뷰해 볼게!
영화 <콘클라베>는 새 교황을 뽑기 위해 콘클라베에 돌입한 *추기경들의 이야기로, 콘클라베를 탈 없이 이끌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로렌스’의 시점으로 전개 돼. 외부와의 접촉이 완전히 차단된 환경에서 추기경들은 원하는 진영의 인물이 선출되도록 하기 위해 정치 싸움을 벌이지.
여기서 ‘콘클라베’는 교황을 선출하는 가톨릭의 투표 시스템이야. 라틴어로 ‘열쇠로 잠그다’라는 뜻인데, 추기경단의 교황 선출 과정이 시스티나 성당을 완전 봉쇄한 채 진행된다는 점에서 유래했어. 교황은 콘클라베에서 전체 추기경 중 3분의 2 이상 득표해야 선출될 수 있어. 아무리 많은 표를 받더라도 3분의 2가 되지 않으면 재투표를 진행해.
*추기경 : 로마 가톨릭교회의 정점에 있는 교황의 최고 고문이자 교황 다음 가는 고위 성직자를 말한다. 추기경은 교황의 자유 결정에 따라 임명되며 교황 선출권을 행사한다.
여기서 잠깐 뉴스 내용을 곁들여볼게. 얼마 전 제266대 교황이었던 ‘프란치스코’ 교황이 *선종했어. 교황은 폐렴 등의 요인으로 건강이 많이 악화한 상황이었지. 선종하기 전 상태가 호전돼 업무에 복귀했으나, 결국 부활절 다음날 사망했어. 사망 전날까지도 교황은 부활절에 모습을 드러냈고, 가자지구 휴전 촉구 메시지를 남겼다고 해.
교황의 선종이나 사임 등을 이유로 교황 자리가 공석일 때, 15일~20일 이내에 콘클라베를 진행해야 해. 그래서 5월 5일쯤부터 콘클라베 기간이 시작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어.
*선종 : 한국 가톨릭에서 죽음을 뜻하는 용어.
가톨릭은 교황의 성향에 따라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방향성과 메시지도 영향을 받는대. 그래서 교황의 성향이 진보인지 보수인지 굉장히 중요하다더라고. 프란치스코 교황은 역대 교황 중 가장 진보적이라고 평 받는 인물이었어. 교회의 성소수자에 대한 배척을 비판했고, 전 세계 평화에 목소리 냈으며, 교회 내 여성의 역할을 늘리려 했지. 보수 진영과도 많은 갈등을 빚었다고 해. 그리고 영화 <콘클라베>에서도 이러한 교회 내 정치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고 있지.
그럼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서~ <콘클라베>는 어디론가 황급히 움직이는 로렌스의 모습으로 시작해. 로렌스가 향한 곳은 성 마르타의 집으로, 교황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을 전달받았기 때문이지. 현장에 도착한 로렌스는 곧 교황의 죽음을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 그리곤 예기치 못한 이별을 마음껏 슬퍼하지도 못한 채, 추기경단 단장으로서 콘클라베를 준비하지.
콘클라베 전날, 107명의 추기경이 속속히 로마로 도착해. (참고로 콘클라베 유권자는 80세 미만의 추기경이야) 보수 진영의 유력 후보인 ‘테데스코’와 ‘트랑블레’부터, 로렌스가 지지하는 진보 진영의 ‘알도 벨리니’까지. 겉보기엔 서로 반기는 듯하지만, 그들 사이에는 은근한 신경전이 흘러.
콘클라베를 앞두고 한창 정신없는 와중, ‘보즈니아크’ *대주교가 로렌스에게 할 얘기가 있다며 만남을 요청해. 보즈니아크는 교황이 사망하던 날 마지막으로 교황을 만난 사람 중 한명이었지. 보즈니아크는 교황의 죽음으로 여전히 혼란스러워 보였고, 로렌스는 그를 적당히 달래 보낼 생각이었어. 그런데 로렌스는 그에게서 뜻밖의 이야기를 듣게 돼.
바로 트랑블레가 교황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파면당했다는 거야! 만약 이 이야기가 진실이라면, 트랑블레는 콘클라베는 물론 교황으로 선출될 자격조차 없는 셈이었지. 하지만 로렌스가 사실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또렷한 방법은 없었어.
*대주교 : 보통 주교보다 높은 권위의 주교로서, 대교구를 관장하는 가톨릭의 성직자.
안 그래도 트랑블레 때문에 혼란스러운 로렌스에게 또 다른 혼란을 안긴 사람이 있었으니… (혼란 +1) 명단에 기재된 107명의 추기경이 모두 도착했을 무렵, 로렌스는 새로운 추기경 한 분이 추가로 도착했다는 소식을 듣게 돼. 그의 이름은 ‘빈센트 베니테즈’로, 아프가니스탄 카불에서 사역을 해왔으며 자신이 *의중 결정 추기경이라고 주장하지. 로렌스는 그의 정체를 의심했어. 하지만 빈센트가 교황의 임명장까지 가지고 있음을 확인하고 그를 새 추기경으로 맞이해.
*의중 결정 추기경 : 종교·정치적 탄압을 받는 국가 출신이거나, 공개될 경우 생명이나 교회 운영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인물을 임명할 때 사용되는 보호 제도.
이렇듯 무언가 어수선한 상황에서 콘클라베의 막이 올라. 로렌스는 콘클라베를 진행하는 중에도 은밀히 트랑블레의 의심스러운 정황과, 빈센트의 정체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해. 과연 콘클라베는 무사히 진행될 수 있을까? 교황으로 뽑히는 건 누구일까?
여기부터는 스포가 섞여 있으니 스포를 피하고 싶다면 뒤로가기!
확신은 통합의 큰 적입니다. 확신은 관용의 치명적인 적입니다.
영화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의심’이야. 로렌스는 콘클라베의 개회를 알리는 설교에서 ‘확신은 통합과 관용의 가장 큰 적’이며, 예수님마저도 마지막 순간에 의심했다고 말해. 그러면서 새로 선출될 교황은 의심하는 사람, 죄를 짓고 용서를 구하는 사람이길 바란다고 말하지.
개인적으로 로렌스의 설교가 최애 씬이었어. 의심을 입에 올린 장본인이 스스로에 대한 의심으로 괴로워한다는 모순 때문이었지. 사실 로렌스는 콘클라베가 끝나면 추기경단 단장직을 사임하고 로마를 떠날 계획을 가지고 있었어. 자신의 믿음에 의심을 가지고 있었거든. 그래서 로렌스는 관리자로서의 자신의 역할을 곱씹어 상기해. 금방이라도 도망가고 싶은 불안감을 억누르면서.
나는 여기서 말하는 ‘의심’과 ‘확신’이 종교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폭넓게 적용된다고 느꼈어. 알고리즘이 보편화되면서, 확증편향이 점점 더 심해지고 있는 추세잖아. 나도 때때로 스스로가 너무 한 정보에 매몰되어 있는 것 같은 순간이 있더라고. 이 장면을 보면서 지금 우리에게도 생각과 가치관의 출처를 의심해 보는 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의심’이 만들어내는 영화의 재미 요소들은 정말 많아. 의심을 로렌스에 적용시켜보면 특히 눈에 더 잘 들어와. 극 중에서 로렌스는 본인이 교황이 되고 싶은 게 아니냐는 질문을 두 번이나 들어. 로렌스는 절대 그럴 마음이 없다며 확신에 차 대답했지. 하지만 자신이 진보 진영의 유일한 대안이 되자, 로렌스는 교황이 될 의향을 슬그머니 내비쳐.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는 말이 있잖아. 로렌스는 자신의 진짜 속내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았던 거야. 스스로 교황이 되고 싶은 욕망도, 자질도 없다고 확신했던 거지. 그리고 이러한 확신의 결과는 명장면으로 이어지기도 했어. (꾸짖을 갈!!!)
영화 후반부, 수많은 의심을 넘고 넘어 마침내 빈센트가 교황으로 선출돼. 그런데 이렇게 끝나면 좀 재미없잖아요…? 여기서 로렌스는 마지막 의심의 난관을 마주하지. 바로 빈센트가 남성의 몸과 자궁 모두 가지고 있는, *간성이라는 사실 때문이야. 가톨릭에서 모호한 성을 가진 사람을 교황으로 뽑았다는 걸 사람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로렌스는 빈센트의 교황 추대를 지금이라도 막아야 하나 갈등했어.
하지만 ‘세상의 확신 사이에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는 빈센트의 말에 로렌스는 침묵을 결심해. 교황 선출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고 광장에서 쏟아지는 함성을 어렴풋이 들으며 로렌스는 미소를 지어. 아마 로렌스는 앞으로도 진실을 묻어두기로 한 자신의 선택이 옳았던 것인지 의심하겠지. 하지만 본인이 그랬듯, 확신 가운데 선 괴로움을 아는 사람을 발견했으니 그 의심의 성격은 조금 달라지지 않을까.
*간성 : 생물의 개체에 암수 두 가지 형질이 혼합되어 나타나는 일.
이제 슬슬 <콘클라베>를 보면서 감탄한 요소 몇 가지를 소개해 볼까 해. 그중 하나가 바로 ‘음악’이야. 나는 콘텐츠를 볼 때 음악을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거든! 개인적 의견이지만, 음악이 콘텐츠의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80% 이상을 차지한다고 생각해.
콘클라베의 음악은… 너무 좋단 말로도 표현할 수 없을 정도였어. 특히 영화 도입부 음악이 정말 좋았는데, 신경질적인 현악기 소리로 로렌스가 느끼는 압박감과 긴장감을 잘 드러냈어.
두 번째로 좋았던 요소는 ‘*미쟝센’이야. 영화 소재가 가톨릭인 만큼, 미술적으로 확실히 신경을 많이 쓴 것 같았어. 화려한 조각상부터 건물 기둥의 문양, 벽에 걸린 장식과 그림까지…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감탄하게 됐지. 영화 내내 흰색과 빨간색, 검은색의 색감을 활용했는데, 이 색들은 사제복을 구성하는 색이기도 해. 또한 색을 원색 계열로 사용해 색감을 더욱 두드러지게 연출했어.
*미쟝센 : 연극과 영화 등에서 연출가가 무대 위의 모든 시각적 요소를 배열하는 작업.
마지막으로 좋았던 건 뭐니 뭐니 해도 연출이야. 시선을 활용한 연출이 인상 깊었어. 클립에선 잘렸지만, 로렌스의 설교가 끝난 직후 로렌스를 바라보는 추기경들의 모습이 나와. 그런데 표정들이 정말… 싸늘해. 사실 그럴 만하지. 믿음의 확신을 구해야 하는 종교에서 의심하라니. 심지어 어떤 대사나 BGM도 없이 정적만 흘러나오게끔 연출했는데, 그 고요함이 추기경들의 시선을 더 위압적으로 느끼게 했어.
영화 후반부에 비슷한 장면이 한 번 더 나와. 빈센트가 교황으로 뽑히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빈센트의 발언 이후에 말이지. 그런데 이 장면에서 추기경들의 시선은 로렌스가 받았던 것의 성격과는 확연히 달라. 그 차이를 미묘한 연출로 잘 설명했어.
첫 번째 장면은 영화를 보는 시청자에게 추기경들의 비난 섞인 시선을 로렌스 시점으로 받아내게 했어. 추기경들과 로렌스의 위치도 엇비슷하게 배치해 쏟아지는 시선에 대한 부담을 가중했지.
반면 두 번째 장면은 빈센트에게 향하는 시선을 제삼자의 시점에서 연출했어. 또한 뒷좌석에 앉아 있느라 가장 높은 곳에 있던 빈센트를 올려다보듯 연출해, 마치 그 자리에 있는 모두가 빈센트를 우러러보는 것처럼 표현했지.
신나게 글을 쓰다 보니 글이 좀 길어진 것 같아. 이제 곧 콘클라베가 열릴 텐데, 콘클라베에 대한 정보를 영화 형태로 재밌게 풀어내 보고 싶었어. 아직 콘클라베가 걸려있는 상영관들도 있으니 기회가 된다면 꼭 극장에서 보길 바랄게! 다음에 좋은 콘텐츠로 돌아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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