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드디어 오늘부터 아무콘텐츠가 다시 정기콘텐츠로 돌아오게 됐어. 특집호가 아닌 아무콘텐츠는 오랜만이지? 달라진 로고만 봐도 알겠지만, 지난 두 달간 이것저것 뜯어고치느라 살짝 정신없었어.
시작하기에 앞서 달라진 점부터 간단히 이야기할게. 그동안은 회차 당 정해진 주제에 맞게 두 명의 라이터가 각자 콘텐츠를 소개했었잖아. 앞으로 아무콘텐츠는 1. 한 회차당 한 명의 라이터가 2. 자신이 준비한 주제로 참여하기로 했어!
또 한 달에 한두 번씩 정기 뉴스레터 대신, 재정비 기간 때처럼 특집호를 보낼 거야! 정기콘텐츠는 가볍게, 특집호는 조금 더 다양하고 매니악하게 방향성을 잡아보려고 해.
이외에도 인스타그램을 활용한 다양한 콘텐츠도 선보일 예정이야. 앞으로 아무콘텐츠는 계속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할 테니까 구독자도 항상 함께하면서 지켜봐 줘! 그럼 오늘의 아무콘텐츠 시작할게.
안녕! 씨니야. 뉴스레터가 발행되는 오늘은 3월 1일, 삼일절이야. 일제의 지배에 항거해 조상들이 대신 흘린 피와 땀 덕분에 오늘날 우리가 존재할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는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내가 준비한 콘텐츠는 근래 한창 핫한 영화, <파묘>야. (아직 상영 중인 만큼 최대한 내용을 유추할 수 있는 부분은 피할 테니 아직 안 본 사람이 있더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
무당 ‘화림’과 제자 ‘봉길’은 밑도 끝도 없이 대대로 부자라는 집에서 한 의뢰를 받게 돼. 그 집안 장손들이 원인 모를 병으로 계속 시름시름 앓는다는 거야. 갓 태어난 아이마저도 이 병 때문에 고통받고 있었지. 화림은 병의 원인을 *묫바람이라고 진단하며, 해결 방법은 *파묘뿐이라고 해.
이후 화림과 봉길은 베테랑 *풍수사인 ‘상덕’과 장의사 ‘영근’에게 파묘 의뢰를 하지. 이렇게 모인 이들은 본격적으로 파묘를 위한 준비에 착수해.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이 바로 영화의 주된 내용이야.
*파묘 : 옮기거나 고쳐 묻기 위하여 무덤을 파냄.
*묫바람 : 조상의 산소에 탈이 나 후손이 화를 입음.
*풍수사 : 풍수에 관한 지식을 바탕으로 좋은 터를 잡아 주는 사람.
나는 *오컬트 장르에 환장하거든? 더군다나 한국표 오컬트는 없어서 못 먹는 수준이야. 그래서 원래 <파묘> ‘장재현’ 감독의 데뷔작인 <검은사제들>부터 <사바하>까지 모두 재밌게 봤어. 특히 <사바하>는 내 인생 영화로 꼽을 정도로 정말 감명 깊었어. 그래서 <파묘>는 정말 몇 년 전부터 기다리고 있던 작품이었어! 이전 작들은 각각 가톨릭/불교+기독교 소재였는데, 이번엔 한국의 무속신앙을 다룬다는 점에서 특히 기대됐지.
*오컬트 : 과학적으로 해명할 수 없는 신비적ㆍ초자연적 현상. 또는 그런 현상을 일으키는 기술.
예고에서부터 모두의 기대감을 샀던 *대살굿을 시작으로 혼부르기, 도깨비놀이 등 줄줄이 무속 장면들이 나오는데, 내가 미처 몰랐던 영역을 마주할 수 있어서 너무 재밌었어! 굿도 종류와 방식이 다양하다는 걸 알게 됐지. 보고 나서 ‘진짜 이런 게 있어?’ 하고 찾아보면 정말로 있더라고! 또 *풍수지리와 *음양오행과 더불어 다양한 한국식 미신을 전개에 활용하고 있어. 여러모로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전통의 색채가 잘 묻어나는 영화라고 생각했어.
*대살굿 : 액을 다른 것이 대신하게 하는 굿.
*풍수지리 : 지형이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연결시켜, 죽은 사람을 묻거나 집을 짓는 데 알맞은 장소를 구하는 이론.
*음양오행 : 음양과 오행이라는 기호를 통해 조화와 통일을 강조하는 학설.
‘묘’라는 개념 자체는 많이 사라지고 있잖아. 다들 매장보다는 화장을 선호하니까. 그런데 점차 희미해져 가는 ‘묘’를 주제로 이야기를 전개하면서 트렌디한 작품을 뽑아낼 수 있다는 게 놀랍더라. 컨버스를 신고 굿을 하는 김고은의 모습이나, 마샬 스피커와 마이크를 쓰는 굿판 등 전통에 현대적 요소를 적절하게 섞어낸 부분이 작품의 트렌디함을 시각적으로 잘 드러냈어. 또 보통 ‘무당’이라고 하면 최소 중년 이상의 나이대를 상상하곤 하잖아. 그런데 누가 봐도 젊은 김고은이 무당을 연기한다는 게 신선했어. 이런 점이 102030세대에도 긍정적인 호기심으로 작용했던 것 같아.
마케팅도 재밌더라! 2월 22일에 개봉한 기념으로 추첨을 통해 홍진호 친필 사인을 준다는 알림을 봤었거든. 홍진호가 숫자 2와 관련이 깊다는 걸 유쾌하게 활용했어. 그 외에도 공포를 떨쳐내라고 팥 주머니를 주고, 손 없는 날(2월 29일)에 영화를 보면 맛소금을 주는 이벤트를 하더라고. SNS에 인증하고 싶을 만큼 독특하고 귀여운 마케팅이었어.
<파묘>는 간만에 대중성과 팬층을 모두 잡은 영화인 것 같아. 관계성에 미친 사람들이 정말 많이 보이더라고! (그게 나야) 특히 화림과 봉길의 조합을 많이들 언급하더라. 봉길은 원래 야구를 하다가 신병을 앓고 난 후 화림의 제자로 들어간 설정이래. 영화를 보다 보면 많은 말을 하진 않아도 둘이 서로를 얼마나 신뢰하는지 잘 보여.
상덕과 영근도 같이 오래 일한 사이야. 또 상덕과 영근, 화림과 봉길은 예전부터 이미 알고 지낸 사이로, 이전에도 몇 번 같이 일을 했던 사이처럼 언급돼. 스토리 상으론 보여주지 않는 네 사람의 과거까지도 궁금하게 만드는 영화였어.
개인적으로 파묘의 비하인드 썰들을 많이 찾아봤거든. 그런데 그중에서도 실제 대살굿 장면을 촬영하면서 겪었던 이야기가 흥미로웠어. 스태프 한 명이 소품으로 준비된 음식을 먹고 탈이 났는데, 약을 먹어도 낫지 않더래. 그런데 자문해주던 무속인이 그 스태프를 때리니까 증상이 나았대… 신기하지 않아? 비하인드 스토리 마저도 영화에 너무 잘 어울려.
요즘처럼 한국 전통이 흐려져 가는 이 시기에 찐한 한국표 오컬트를 말아준 장재현 감독에게 너무 감사해. 구독자 그거 알아…? 오컬트 영화는 있을 때… 많이 봐둬야 해… 안 그러면 기회가 없거든… 스포라 말하지 못했지만, 의미 있는 장면과 내용이 정말 많아. 구독자도 꼭 영화관에서 상영할 때 봤으면 좋겠어.
오래간만에 사랑하는 영화를 만난 나는 <파묘> 처돌이가 되어서 내일 무대인사도 보러 갈 예정이야. 그럼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다른 오컬트 장르 콘텐츠들 추천하면서 마무리할게 안녕~
이제 새 학기도 시작했으니 다들 함께 열심히 달려보자
열여덟 번째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칠게!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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