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n달 만에 특별호로 돌아온 퍼니야🤗
너무 오랜만에 특별호지? (반성) 그래서 오늘은 특별하게 음악감상실 <콩치노 콩크리트>에 다녀온 이야기를 간단하게 하려고 해. 전시관이나 콘서트 이외에 새로운 공간에 대한 소개라 새롭지만, 음악에 관심이 없던 사람도, 이 공간에 대해서 알고 있지만 섣불리 가보지 못했던 사람에게도 참고할 수 있는 글이었으면 좋겠어!
[ 방문 계기 ]
때는 2022년 1월, 코로나로 인해 동선에 제한이 생긴 시기였어. 이동이 어려워지니 오히려 새로운 장소에 대한 갈증이 생겼어. 그때 파주시에 있는 <황인용 뮤직스페이스 카메라타>에 방문했었지. 내 인생의 첫 음악감상실 방문이었어. 처음으로 음악을 위한 공간에 방문하여 ‘음악 감상’이란 게 어떤 건지 느꼈어. 몇 년 전 기억이라 세세하게 기억하진 못해도 ‘음악에 온전히 집중했던 기억’만큼은 뚜렷하게 남았어. 그때 ‘음악감상실’이라는 공간에 대해 매력을 느낀 계기가 됐던 것 같아.
그 이후에 나는 파주에 또 다른 음악감상실이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됐어! 바로 오늘 소개할 <콩치노 콩크리트>인데, 거주 지역과 거리가 있다 보니 최근에서야 그곳에 다녀오게 되었어😊 음악에 대해서 크게 조예가 깊거나 예민한 청각의 소유자는 아니라 일반적인 사람의 시선에서 느낀 점을 담았어. 전문적이진 못해도 솔직한 감상을 담았으니 가볍게 읽어주길 바라.
[ 사전 정보 ]
이름부터 독특한 <콩치노 콩크리트>는 ‘울려 퍼지다, 화합하다, 연주하다, 함께 노래하다’라는 뜻의 라틴어 ‘콩치노 concino’와, 건물에 쓰인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 concrete’를 결합하여 만들었다고 해. 단어가 익숙하지 않아서 이름을 기억하기 쉽지 않았는데, 어원을 알게 되니 각인될 만큼 직관적인 이름이야.
한국에서는 음악감상실이 흔한 공간이 아닌데, 서울 외곽의 한적한 동네에 큰 규모의 음악감상실을 만드신 분이 누군지 궁금했어. 이 공간을 만든 사람은 주중에는 치과의사로, 일요일에는 콩치노 콩크리트에서 선곡하는 DJ로 활동하는 오정수 대표님이야. 특이한 이력에 놀랐어. 당연하게 음악 관련 전공자분이겠거니 짐작했는데, 본 직업이 전혀 다른 분야라서 말이야.
고등학교 1학년때 친형이 선물해준 휴대용 카세트 플레이어 ‘워크맨’을 통해 음악 감상에 즐거움을 처음 알게 되셨대. 성인이 된 후에는 다양한 오디오 장비와 음반을 수집해왔다고 해. 하지만 아무리 좋은 장비를 갖춰도 실제 녹음된 공간과는 차이가 있었고, 결국 음악의 공간감을 재현할 수 있는 장소를 직접 만들었다고 해.
이분을 보면서 좋아하는 게 있다면 직업이란 틀에 얽매이지 않고 그 자체로 즐기면 된다는, 진짜 덕후의 마음을 느낄 수 있었어.
아무래도 ‘음악’이 주인공인 공간이다보니 일반적인 건축과는 다르게 접근해야될 필요가 있었대. 그래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설계한 ‘민현준’ 건축가께서 진행하셨다더라고. 음반을 녹음했던 당시 공간의 스케일과 비슷하게 만드는 것을 중점으로, 오케스트라 무대를 염두하여 공간을 만들었다는 점이 기억에 남아. 추가적인 공간에 대한 자세한 소개와 인터뷰는 아래 디자인프레스 기사에 담겨 있으니 궁금하면 읽어보기!
음악을 위한 공간이면서도 감각적인 설계 덕분인지, 여러 미디어에서 이 공간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어. 대표적으로 연애 프로그램 <하트시그널4> 데이트 코스가 있지. 출연자들이 음악을 들으며 감정을 정리하는 모습을 보여줬어.
NCT 재현의 솔로 앨범 <J>의 하이라이트 멜로디 영상 속 배경으로 나오기도 했어. 재현의 취향과 앨범의 방향성이 잘 반영된 장소라 잘 어울렸던 것 같아.
[ 후기 ]
공간은 크게 4층으로 나뉘어 있어. 1층은 주차장, 2·3층은 메인 감상 공간으로 주된 이용 구역이야. 4층은 게스트룸으로, 입장이 가능하진 않았어. 자리를 잡기 위해 이곳저곳을 둘러봤는데, 대표님께서 수집하신 빈티지 턴테이블 등 오디오 장비도 한편에 전시되어 있었어. 박물관에 온 것처럼 착각할 정도로 많은 빈티지 제품들이 있어 얼마나 음악에 진심인지 알 수 있었지.
메인 감상 홀인 2층 정면을 보면 이 공간의 상징과도 같은 스피커가 놓여있어. 중앙엔 웨스턴 일렉트릭의 미러포닉 스피커 3대가 차례로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내가 갔을 땐 M3를 제외한 M2만 좌우로 있었어. 좌측 상단엔 같은 회사의 15a혼 스피커가 자리 잡고 있지. 가장 사이드엔 유로노 주니어(Euronor Junior) 스피커가 있어. 독일 물리학 박사인 칼 크뤼거와 콘스키 크뤼거 형제가 만든 것으로 알려진 스피커야.
모두 1920~30년대 미국과 독일 대형 극장에서 사용했던 스피커야. ‘스피커의 황금기’라고 불리던 시절에 만들어진 희귀한 제품이라, 이곳이 아니면 듣기 어려워. 그래서 이 공간이 더 특별하고 사람들이 찾아오게 되는 것 같아. 스피커에 대해서 모르고 가도 좋지만, 알고 가면 좋으니 살짝 소개를 해봤어😊
우측엔 40년 넘게 모아온 LP 앨범 1만여 장도 함께 진열되어 있어. 덕후의 로망을 제대로 실현하신 모습에 감탄만 나왔어. 그래서 콩치노 콩크리트에선 어떤 음악이 나오는지 궁금하지? 이곳에선 재즈와 클래식이 주된 장르로 나와. 신청곡을 따로 받지는 않지만, 계절이나 그날의 날씨에 어울리는 곡을 대표님께서 직접 큐레이션 해. 곡 중간 짧게 곡에 대한 해설이나 배경을 말씀하기도 하시더라고. 그래서 곡에 대한 이해가 없어도 괜찮았어.
처음 입장을 하면 입장료 결제와 함께 생수 한 병을 주셔. 이곳은 오로지 ‘음악 감상’을 위한 공간이라 취식이 불가해. 대신 이용 시간은 자유라 여유로운 감상을 하기에 뚜렷한 장점이 있어. 총 150석으로 규모가 있는 편이라 일요일 낮에 방문했음에도 꽤 자리 여유가 있었어.
3층은 호수가 보이는 좌측과 우측으로 좌석이 나뉘는데, 나는 우측에서 중앙홀을 바라보면서 감상했어. 호수뷰 좌석은 아름다운 풍경 덕분인지 인기가 많아서 금세 꽉 찼고 다른 자리들은 여유로웠어.
풍경이나 음악에 집중해 감상하는 것도 좋지만, 다른 분들을 보니 주로 책을 많이 가져오시더라. 장시간 있을 계획이라면 책도 가져오는 거 추천해! 복잡한 도시를 떠나 파노라마 사진 같은 풍경을 두고 클래식이나 재즈를 들으니 치유되는 기분이었어.
건물의 여러 방면으로 창이 있어서 자리마다 다른 풍경을 볼 수 있어. 취향에 맞는 자리를 선정하는 걸 추천해!
난 한 시간 정도 있었는데, 처음 들어갈 때 클래식이 틀어지다가 해당 곡 이후부터는 재즈가 나왔어. 2층 턴테이블 옆에 LP 앨범 커버를 올려두어 어떤 앨범인지 알 수 있었는데, 난 3층이라 자리에 앉아서는 잘 보이지 않았거든. 그래서 Shazam(샤잠)을 통해 검색했어. 혹시나 음악 감상 중에 곡 제목이 궁금하면 나처럼 샤잠을 통해 검색해 봐도 좋을 것 같아.
가장 중요한 청음 후기는... 확실히 매번 방구석에서 이어폰이나 스피커로 듣던 소리와는 차원이 달랐어. 이어폰에서 들을 땐 플랫하게 느껴졌던 소리가, 크기가 큰 스피커와 공간이 합쳐져 풍부하게 들리더라고. 살면서 그렇게 좋은 스피커로 음악 들을 일이 흔치 않다 보니 이어폰보다 좋은 것은 당연하지만, 세세한 디테일이 잘 들린다는 느낌은 처음이었어.
보통은 뭔가를 하면서 음악을 부가적으로 듣는 느낌이었지, 음악 감상 그 자체가 중심이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었어. 괜히 이 음악을 녹음할 때 어떤 분위기였을까, 어떤 식으로 연주했을까, 녹음을 몇 테이크에 걸쳐서 했을까 등 상상을 하느라 지루할 틈이 없었어. 이때 들었던 곡 중 Miles Davis의 <Call It Anything>은 내가 알던 재즈와는 전혀 다른, 독특하고 신나는 분위기의 곡이었어. 덕분에 이런 상상이 더 잘 펼쳐졌던 것 같아. 이 곡 외에는 Bill Evans(빌 에반스)의 음악이 나왔었어.
[ 황인용 카메라타와 비교 ]
전에 다녀왔던 황인용 카메라타와 첫 번째 차이점은 취식 여부야. 황인용 카메라타의 경우에는 입장권에 음료가 포함되어 있어. 그래서 가벼운 차나 커피를 마시며 즐길 수 있지만, 콩치노 콩크리트는 입장 시 제공되는 생수만 취식 가능해.
공간의 크기와 좌석 수도 차이가 있어. 황인용 카메라타는 약 50석 정도로, 주말이나 사람이 몰릴 땐 대기할 수 있다는 후기가 있어. 반면 콩치노 콩크리트는 150석 규모라 대기할 일은 거의 없어.
황인용 카메라타가 무대를 향한 일자형 좌석 배치라면, 콩치노 콩크리트는 층이 나뉘고 창을 따라 다양한 좌석이 배치되어 있다는 점이 특징이야. 실제 가봤을때 공간감 때문에 콩치노 콩크리트가 더 풍부하게 들렸어.
이 외에 차이점들은 아래 표로 정리해 두었으니 참고하길 바라👇
[ 마치며 ]
오디오에 관심 있는 사람들에게 알려줄 소식이 한 가지 더 있어. 바로 서울에 ‘오디움(Audeum)’이라는 오디오 뮤지엄이 작년 오픈했는데, 이곳에는 에디슨의 축음기와 음악 플레이어, 웨스턴 일렉트릭 의 빈티지 오디오 등 여러 스피커가 소장되어 있어. 전시와 프로그램이 있는데 선착순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 방문이 많이 어렵지만, 기회가 된다면 나도 방문하고 싶어서 한번 공유해봐~!
오늘 소개한 <콩치노 콩크리트> 후기 어땠어? 이번 글을 통해서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면 주저하지 말고 갔으면 좋겠어! 간혹 콩치노 콩크리트에서 특별한 공연을 하기도 하는데, 마침 내일(6/21) 해설과 함께하는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공연을 한다고 해. 관심 있는 사람은 바로 예매하기~
구독자이 갔을 땐 어떤 음악이 나왔는지 후기 알려줘~ 다음에 더 알찬 콘텐츠 소식으로 돌아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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