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구독자!
2025년의 마지막 달 잘 보내고 있니? 나는 이 마지막을 어떤 콘텐츠와 함께 보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영화, 뮤지컬, 책 모두 즐길 수 있는 <위키드>로 정했어!
오늘은 <위키드>를 톺아 보며 영화, 뮤지컬, 책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 이야기하려 해. 조금 긴 글이 될 수 있으니 빠르게 시작해 볼게!
아 참! 이번 글은 전체적으로 스포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밝혀.
❇️ <위키드>란?
<위키드>는 <오즈의 마법사>가 시작되기 이전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1995년에 출간된 그레고리 맥과이어의 소설이야. <오즈의 마법사>에서는 이름도 나오지 않았던 서쪽 마녀를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그녀의 과거부터 그녀가 도로시를 만나게 되는 일까지 다루고 있어.

판타지 소설이기 때문에 ‘오즈’의 지리적 위치를 알아보고 시작하면 좋을 것 같아.
<위키드>는 ‘오즈’라는 세계를 배경으로 해. 오즈는 크게 동쪽의 먼치킨랜드, 북쪽의 길리킨, 서쪽의 빈쿠스(윙키), 남쪽의 쿼들링과 가운데의 에메랄드 시로 나뉘어. 그리고 이 오즈 바깥으로 사막이 둘러싸고 있고 그 너머로 다른 국가들이 존재하지. 그 국가들 중 한 곳인 ‘캔자스’에서 도로시가 온 거야.
원작 소설에 따르면 오즈는 지구상에 존재하지만, 마법에 의해 외부 세계로부터 숨겨져 있으며 사막으로 완전히 둘러싸여 고립된 땅이야. 그러니 도로시가 아예 다른 시공간인 오즈로 떨어진 게 아니라, 왕래하기 힘든 곳일 뿐, 사막 너머에 있는 먼 마법의 지역으로 불시착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돼.
영화와 뮤지컬을 이해하기 위해 꼭 알면 좋을 오즈 도시 몇 군데만 간단히 소개해 볼게.
- 먼저 동쪽의 ‘먼치킨랜드’는 오즈의 곡창지대로, 엘파바의 가족인 트롭 영주 가문이 이곳의 유지야. 먼치킨랜드인들은 보통 키가 작으며 촌스럽다는 이미지가 있어.
- 북쪽의 ‘길리킨’은 글린다의 고향으로, 오즈의 가장 발전한 지역이야. 길리킨인들은 변덕스럽다는 인식이 있어. 이곳에 글린다와 엘파바가 만나게 되는 쉬즈 대학이 위치하고 있지.
- 중앙의 ‘에메랄드 시’는 오즈의 중심지이자 수도야. 도시의 모든 것이 초록색이고, 오즈를 가로질러 놓인 대로인 노란 벽돌길은 모두 이곳, 에메랄드 시로 통한다고 설명되어 있어.
이 작품은 ‘과연 선과 악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질문을 던지며 혐오와 차별이 만연한 사회를 비판하고 있어.
오즈는 원래 오즈마 왕가 통치하에 있던 나라였어. 그런데 도로시처럼 외부 국가에서 살던 마법사가 열기구를 타고 넘어와 훌륭한 언변으로 권력을 잡게 돼. 그리고 그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잔인한 일도 서슴지 않지. 그 과정에서 쉬즈 여자대학의 학장인 마담 모리블에게 정체를 들키게 되고, 그녀에게 복종한 채로 함께 에메랄드 시를 자신들의 입맛대로 다스려.
그 속에서 가장 강하게 비치는 차별이 바로 동물에 대한 차별이야. 오즈에는 일반 동물들 말고도 말할 수 있는 동물들이 있어서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갔어. 하지만 마법사 통치하에선 다른 시민들의 통합과 중앙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정치 수단으로 쓰이게 돼. 결국 그들은 오즈 시민들의 적이 되어 쫓기는 신세가 되지.
대주제와 세계관은 같지만, 영화와 뮤지컬 그리고 책은 줄거리가 조금 달라서 아래에서 더 자세하게 다뤄보도록 할게. 특히 책은 총 6권으로, 내용이 방대해서 요약하기가 어렵기에 아래에서 영화와 뮤지컬과는 어떻게 다른가에 대해 더 초점을 맞춰서 얘기해 보려고 해.
❇️ 뮤지컬 <위키드>

뮤지컬 <위키드>는 원작 책 1, 2권을 바탕으로 탄생했어. 뮤지컬을 바탕으로 영화 <위키드>와 <위키드: 포 굿>이 만들어졌지.
원작 소설보다는 훨씬 더 밝고 희망찬 내용이라, 뮤지컬과 영화를 본 뒤 원작 소설을 읽으면 당황할 수도 있어. 소설은 많이 어둡고 복잡하거든. 그래서 아직 위키드를 보지 않았다면, 뮤지컬과 영화로 위키드를 먼저 접하는 걸 추천해. 위키드라는 이야기를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나는 한국 라이센스 공연으로 뮤지컬 <위키드>를 본 게 아니라, 호주 라이센스 공연으로 봤어. (후기는 아무콘텐츠 특집호 19화를 통해 볼 수 있어😉) 그래서 전설로 불리는 한국의 <위키드>는 보지 못했단 사실😭 외국에서 봤기 때문에 아마 한국 라이센스 공연과는 무대 연출에 차이가 분명히 있었을 거야. 심지어 언어의 한계까지 있었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영화나 책보다 뮤지컬 <위키드>가 재밌었어. 뮤지컬을 볼 때 느껴지는 현장감은 무시할 수가 없는 거 같아.
내가 가장 좋아하는 넘버는 <Defying Gracity>야. 박제된 무대 영상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쉽네. 해당 넘버에서는 엘파바가 공중으로 떠오르거든. 그 상황에서 고음을 질르는 엘파바 역의 배우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치게 돼.
아직 부산 드림씨어터에서 내한 공연이 진행 중이고, 2월엔 대구에서도 약 한 달 정도 짧게 공연을 하니까 관심 있다면 한 번 봐보길 바라. 뮤지컬은 기회를 놓치면 다시 보기까지 긴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잊지 말길 바라며….
❇️ 영화 <위키드>

영화에서는 <위키드>가 뮤지컬 1막, <위키드: 포 굿>이 뮤지컬 2막 내용을 담고 있어. 영화가 개봉되었을 땐 뮤지컬 <위키드>보다 세계관과 등장인물에 대한 설명이 더 친절하게 담겨 있다는 평을 받기도 했어. 나도 영화 <위키드>를 봤을 때, 뮤지컬에 비해 엘파바의 출생에 관한 이야기가 좀 더 세밀하게 담겨 있어서 확실히 초반 이해도를 높여준다고 느꼈어.
그러나 이러한 친절한 부분들 때문에 다소 루즈한 부분도 있더라고. 그래서 <위키드> 초중반까지는 집중이 어려웠어. 하지만 마지막 넘버 <Defying Gracity>를 보면서, ‘이 장면을 보기 위해서 이 영화를 다시 보고 싶다’, ‘이 장면을 위해 이 영화가 만들어졌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 원래 내 최애 넘버기도 하지만, 영화 버전에선 이 넘버가 더 웅장하게 편곡되었다고 해.
<위키드: 포 굿>은 4dx로 봤는데, 날아다니는 장면이 많은 만큼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어. 뮤지컬과는 또 다른 현장감을 느낄 수 있었달까😆 <위키드: 포 굿>은 <위키드>보다 좀 더 감정적으로 다이나믹함을 느끼며 봤어. 솔직하게 말하자면 울컥하다가도 ‘엥?’하는 순간이 나왔다가 다시 울컥하고…를 반복했거든.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좋았다고 말할게.
<위키드>를 영화로 처음 접한 사람들은 <위키드: 포 굿>에서 엘파바와 마법사 일당의 치열한 전투를 기대했을 거 같아. 기대했던 웅장한 전투가 없어서 당황했다는 평을 많이 보기도 했고! 하지만 난 엘파바가 결국 무의미한 살생을 일으키지 않고, 글린다와 함께 목표를 이루어냈다는 점이 이 이야기의 주요한 포인트라고 생각해.

영화 버전 위키드는 정말 캐스팅을 잘했어. 엘파바와 글린다 역뿐만 아니라 모든 역할을 말이야. 엘파바를 비롯해 후반부에 나오는 양철 나무꾼과 허수아비의 분장은 얼마나 긴 시간이 투자됐을지 감도 안 잡히더라. 판타지 세계 속 인물들을 구현해 내기 위해서 공을 들였을 모든 제작진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어.
대형 스포 주의

혹시 보크와 피예로의 캐릭터 포스터에 그들의 미래가 암시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니?
보크의 캐릭터 포스터 주변은 양철로 둘러싸여 있어. 심장 부근엔 먼치킨 로고 ‘M’이 새겨져 있는데, 이 로고가 마치 하트로 보이면서도, 밑이 깨져 안이 비어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지. 이는 심장을 잃은 양철 나무꾼이 될 운명임을 보여줘.
피예로의 캐릭터 포스터에선 옥수수밭 배경과 어깨 위 장식이 짚으로 만들어진 듯한 모습을 보이는데, 그가 허수아비가 될 운명임을 암시해.
뮤지컬을 영화화할 땐, 기존에는 없는 넘버를 추가하는 경우가 있어. 영화는 뮤지컬과 매체 특성이 다르기에, 영화적 서사 구조에 맞게 캐릭터의 감정선이나 특정 장면을 보강하기 위해서지. 영화는 무대보다 더 미묘한 감정 표현이 가능하기 때문에, 등장인물의 내면을 깊이 파고드는 솔로곡이 추가되는 편이야. 예시로 영화 <레 미제라블>의 <Suddenly>나 <알라딘> 실사화 영화의 <Speechless> 등을 말할 수 있어.
*틈새 이야기: 새로운 넘버는 아카데미(오스카) 시상식 ‘주제가상’(Best Original Song) 후보 자격을 얻기 위해서 추가하기도 해. 아카데미 규정상 기존 뮤지컬에 있던 노래는 이 부문에 출품할 수 없고, 오직 영화를 위해 새롭게 창작된 오리지널 곡만이 출품할 수 있기 때문이야.
위키드 역시 <위키드: 포 굿>에서 엘파바의 솔로곡 <No Place Like Home>과 글린다의 솔로곡 <The Girl in the Bubble>가 추가됐어. 전편인 <위키드>에서는 기존의 넘버들을 조금만 편곡하여 그대로 씀으로써 원작 팬들을 만족시키고, 후편인 <위키드: 포 굿>에서 새로운 곡을 추가한 게 똑똑했다는 생각도 들어.
❇️ 책 <위키드>

위에서도 언급했다시피 뮤지컬과 영화는 책 <위키드>의 1, 2권의 내용으로 만들어졌어. 하지만 이마저도 완전히 똑같은 건 아니라는 사실! 영화와 뮤지컬을 본 이후 책을 읽은 사람으로서, 1권을 읽으며 내가 아는 내용과 다른 점이 눈에 보이더라고. 내가 메모해 뒀던 걸 잠깐 언급해 볼게.
이 정도만 보아도 세세한 설정부터 큰 스토리 라인까지 영화와 뮤지컬과는 다른 점이 많다는 걸 알 수 있을 거야.
2권에선 마담 모리블을 살해하려다 실패하고, 피예로까지 죽게 된 상황(여기까지 1권의 내용)에 큰 충격을 받은 엘파바가 수도원에서 지내는 모습으로 시작해. 이후 다시 회복한 엘파바가 피예로에 대한 부채감을 느끼고 피예로의 부인인 ‘사리마’를 찾아가. 마지막엔 엘파바가 결국 도로시에게 죽음을 맞이하고 평화가 찾아온 오즈의 모습으로 마무리돼.
누구나 도로시처럼 애써 꾸미거나 노력하지 않고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모든 이에게 사랑받기를 원하겠지만, 대개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상처받고 세상으로부터 거부당한 경험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사랑받고 싶고, 용서받고 싶은 엘파바의 평생에 걸친 외롭고 힘든 사투는 그런 점에서 공감을 자아낸다.
- 위키드 2: 서쪽 마녀 이야기 속 옮긴이의 말 中
2권에서는 피예로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러 간 엘파바가 사리마와 어떤 관계를 맺게 될지, 동생 네사로즈를 죽이고 그녀의 구두를 신고 간 것으로 모자라, 자신을 죽이려 찾아온 도로시와 어떤 대화를 했을지 기대하며 읽으면 좋을 거 같아.
참고로 2권까진 글린다의 이야기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책에서는 엘파바가 이 이야기의 주인공임을 명확히 느낄 수 있어.

나는 현재 4권을 읽는 중이야. 그래서 3권까지의 내용만 정확히 알고 있기 때문에 3~6권의 내용은 후기들을 둘러보고 알게 된 내용으로 간단히 소개하고 넘어갈게.
전체적으로 엘파바는 자신이 염원했던 일을 이루지 못했어. 하지만 그녀의 의지를 이어받은 후손들이 결국 그녀의 염원을 이루어내는 구조로 진행되는 것 같아. 뒤로 갈수록 이야기가 점점 산으로 간다는 의견도 있지만, 위키드의 이야기를 시작한 이상 꼭 끝까지 읽어보고 싶어!
오늘 정말 글이 길었지? 여러 버전의 <위키드>에 대한 이야기를 다 담다 보니 많이 길어졌어. 이렇게 긴 글을 읽어줘서 고맙고, 구독자에게 유익한 글이 되었으면 좋겠다. 새해에 더 유익하고 좋은 글로 찾아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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