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안녕~ 씨니야. 벌써 12월이라니… 내가 올 한 해 써온 뉴스레터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가는 듯한 기분이 드네. 연말인데도 왁자지껄한 분위기는 아직 잘 안 느껴지는 것 같아. 그런데 최근 한 영화가 입소문을 타면서 영화관이 조금씩 붐비기 시작했어! 나도 보러 갔더니 오랜만에 사람이 꽤 많더라. 그럼 긴말 없이 바로 <주토피아 2>를 소개해 볼게! 참고로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어. 그 점 미리 참고해 줘!

우선 <주토피아 2> 리뷰에 앞서 전편인 <주토피아>를 간단히 요약해 보면! 포유류가 모여 사는 꿈의 도시 ‘주토피아’, 그곳에서 ‘주디’는 토끼 최초의 경찰이 돼. 그러나 주디의 능력을 믿지 않는 주변 동물들은 포기를 종용하지. 그럼에도 주디는 쉽게 좌절하지 않아. 주차 위반 요원으로 열심히 주정차 위반 딱지를 끊던 주디는, 사기 행각을 벌이며 팝시클을 팔던 여우 ‘닉’을 만나게 돼. 처음엔 닉과 사소한 다툼이 있었지만, 이후 닉과 함께 도시를 갈등에 휩싸이게 하려던 부시장 ‘벨웨더’의 흉악한 계략을 막아내. 그렇게 둘은 주토피아의 유명 인사가 되지. 영화는 닉이 여우 최초의 경찰이 되는 장면으로 끝이 나. <주토피아 2>는 주디와 닉이 경찰 파트너를 맺은 지 딱 1주일 남짓 됐을 시점을 배경으로 시작해.

시즌 2에서도 여전히 열정이 넘치는 주디는 본인 업무가 아님에도 밀수 혐의가 있는 검역관 ‘안토니’를 무리하게 체포하려 해. 그러다 주토피아 100주년을 기념해 세워진 ‘에버니저 링슬리’ 동상을 박살 내는 등 현장을 난장판으로 만들어버리지. 여기서 에버니저 링슬리는 다양한 환경에 거주하는 포유류들이 한 곳에서 살 수 있도록 하는 기후 장벽의 발명가로 알려졌어.
그런데 주디와 닉은 안토니 체포 과정에서 주토피아에 있어서는 안 될 무언가를 발견해. 바로 ‘뱀’의 허물이야. 주디와 닉은 이 사실을 서장에게 알리려 했지만, 서장은 믿지 않아. 오히려 명령에 불복종한 둘을 파트너십 집단 상담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지시하지. 제대로 임하지 않으면 닉과 주디를 떼어놓겠다고 엄포를 놓으면서 말이야.

상담 프로그램이 끝난 뒤, 주디는 뉴스를 통해 안토니 체포 당시 현장에 있던 수상한 뷔페 차량이 주토피아 100주년 행사장에도 등장한다는 것을 알게 돼. 이 행사에서는 링슬리 가문의 기후장벽 연구 일지가 전시될 예정이야. 주디는 주토피아에 숨어든 뱀이 바로 그 연구 일지를 노리고 있을지 모른다고 추론해. 그래서 주디는 이번에도 닉과 함께 행사에 몰래 잠입해 버려.
우여곡절 끝에 주디는 결국 뱀이 행사장에 숨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내. 갑작스러운 뱀의 등장에 동물들은 혼비백산해 도망치고, 경찰과 경비원들이 뱀을 잡으려고 뛰어다니지. 그 와중에도 뱀은 연구 일지를 훔쳐 도주해. 링슬리 가문의 수장인 ‘밀턴’까지 납치해서.

복도 끝, 막다른 방까지 도망친 뱀은 “링슬리를 해치지 말라”는 주디의 말에 뱀이 나쁘다는 오해는 사실이 아니며, 스라소니(링슬리 가문)가 나쁜 거라고 대답해. 진실을 밝히기 위해선 연구 일지가 꼭 필요하다고도 하지. 하지만 주디가 더 이야기를 들으려던 순간, 링슬리 가문의 다른 가족들과 경찰들이 들이닥쳐. 그리고 주디와 닉은 뱀의 편을 들어 다른 동물을 해치려 했다는 음모를 뒤집어쓰고는 도망자 신세가 돼. 파충류는 왜 주토피아에서 함께 살지 못하는 존재가 되었을까? 과연 링슬리 가문과 뱀에 얽힌 이야기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스포 주의

다양한 동물들이 차별 없이 함께 사는 낙원 같은 도시 주토피아. 하지만 그 실상은 결코 낙원이 아니었어. 주토피아라는 단어를 구성하는 ‘유토피아’는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최선의 상태를 갖춘 완전한 사회’라는 뜻과 동시에 ‘어느 곳에도 없는 장소’라는 의미를 갖고 있지. 즉,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수 있을 뿐 실제로는 도달할 수 없는 세계라는 거야.
주디는 꿈에 그리던 주토피아에서 경찰이 되기 위해 온갖 어려움을 이겨냈지만, 막상 그곳에 도착하자 더 높고 단단한 벽에 부딪히게 돼.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모토와 다르게, 주토피아는 토끼는 홍당무나 기르는 존재일 뿐이며, 여우는 늘 교활한 사기꾼에 불과하다는 프레임이 존재하는 곳이었거든.

주토피아를 보면서 나는 자연스럽게 다양한 인종이 모여 살고 있으며, ‘기회의 땅’이라 불렸던 미국을 떠올렸어. 미국은 멀리서 보면 수많은 기회가 열려 있는 꿈의 땅 같지만, 실제로는 인종과 문화가 뒤섞인 데에서 오는 갈등과 어려움도 존재하잖아. 많은 사람이 ‘아메리칸 드림’을 꿈꿨듯, 주디 역시 ‘주토피아 드림’을 꿈꿨지. 현실은 그리 만만치 않았지만 말이야.
그런 의미에서 주토피아 1은 다양한 동물이 모두 조화롭게 살고 있다는 ‘환상’을 깨뜨리는 이야기였다고 생각해. 권력과 힘이 필요한 자리는 육식·대형 동물이 맡고, 그들을 서포트하는 역할에는 소동물이 배치되는 암묵적인 계급 구조가 존재했으니 말이야. 이러한 배경 때문에 벨웨더는 육식동물에 대한 불만을 품고, 그들이 언제든 태초의 상태로 돌아가 초식 동물들을 공격할 수 있다는 공포를 퍼뜨리려 했지.
그러니까 결국 주토피아는 겉으로만 유토피아를 표방할 뿐, 보이지 않는 희생 위에 세워진 사회였다는 거야. <주토피아>에선 그런 편견에 맞선 주디와 닉의 모습을 통해 ‘누구나 무엇이든 될 수 있다’라는 문장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첫걸음을 보여줬어.

그렇다면 <주토피아 2>가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 나는 1편에서 다뤘던 편견과는 다른 종류의 편견이라고 느꼈어. 2편에서는 기후 장벽을 만든 건 링슬리 가문이 아니라, 뱀 ‘게리’의 증조할머니였다는 진실이 드러나. 에버니저 링슬리는 그 공을 몰래 가로채고, 이를 목격한 거북이를 살해하지. 그리곤 그 죄를 뱀 가족에게 뒤집어씌워. 그렇게 뱀을 비롯한 파충류 전체가 ‘합리적인 이유’로 주토피아에서 쫓겨나.

이 이야기를 보면서 미국의 원주민 문제가 떠올랐어. 원래 그 땅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은 이주민들이 건너오면서 영토를 빼앗기고, 삶의 터전도 파괴당했지. 이후 원주민은 과장되거나 왜곡된 프레임 속에 갇혀 왔어. <주토피아 2>는 바로 그런 편견과 프레임 속에 숨죽여야 했던 존재들을 ‘파충류’라는 집단으로 치환해 다루고 있는 셈이야.
아무도 그들의 과거를 궁금해하지도,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도 않지만, 주디는 끝까지 그들의 이야기를 밝히려고 해. 이는 주디가 경찰로서 성과를 내고 싶어 하는 부담감이 작용한 것도 있지만, 자신도 편견을 겪어온 존재이기에 소수자의 입장에 더 깊이 공감한 게 아닐까 싶어.

이번 2편에서는 주디와 닉의 관계도 더 제대로 다루고 있어. 닉과 주디는 서로에게 깊은 애정이 있지만, 정작 각자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꺼내지 못해. 그래서 오해하고, 상처받기도 하지. 하지만 결국 두 동물은 대화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돼. 그러면서 서로를 향한 마음을 꺼내 보이지. “네가 상처받을까 걱정된다”, “인정받고 싶어서 더 무리했다”와 같은 것들 말이야. 사람 사이에서 가장 기본적이면서도 어려운 게 대화잖아. 겉으로는 충분히 이야기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도, 진짜 필요한 말은 하지 못해서 관계가 멀어지기도 하니까. 이 둘의 우정 앞으로도 응원합니다… (저는 강경 우정파입니다)

주토피아는 그 이름 자체로는 존재하고 있지만, 동시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세계이기도 해. 주디의 꿈이 바로 주토피아를 더 좋은 세상으로 만드는 것이잖아. 아마 앞으로 시즌이 더 이어진다면, 주디가 직접 그 미완의 세계를 조금씩 ‘진짜 주토피아’에 가까운 곳으로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게 되지 않을까?
구독자이 오늘의 콘텐츠를 재미있게 봤길 바라며… 새해에 돌아올게! 그럼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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