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12월 전시 콘텐츠로 돌아온 퍼니야🙌 오늘은 지난 특집호 퍼니편에서 언급했던 전시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을 보고 왔어. 개인적으로 기대가 컸던 만큼 즐겁게 관람하고 왔거든! 그럼 거두절미하고 전시가 열렸던 ‘호암미술관’부터 자세한 전시 후기까지 쭉~ 설명해볼게.
[ 호암미술관 ]

호암미술관은 삼성 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미술관 중 하나로, 경기도 용인시에 자리 잡고 있어. 에버랜드 바로 옆에 있는데, 지금 처음 와본 게 너무 후회되더라. 이렇게 멋진 공간이 있는 줄 알았더라면… 더 일찍 와볼걸!!!!

미술관에 가는 길에 펼쳐진 ‘삼만육천지’의 풍경을 보며 감탄이 절로 나왔어. 처음에는 서울이 아닌 용인에 위치한 게 접근성이 좋지 않은 것 같아 단점으로만 생각했거든. 그런데 직접 가보니 이러한 절경과 한적함에서 나오는 분위기가 미술관과 잘 어울리면서 ‘이곳에 있기에 더 멋지구나’ 생각이 들더라.

미술관의 이름 ‘호암’은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호(號) ‘호암(湖巖)’에서 따왔어. 그 이유는 이 미술관 자체가 이병철 회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해 온 한국 정통 미술 컬렉션에서 시작됐거든. 1950~70년대에 걸쳐 한국의 고미술, 불교미술, 도자기, 국보·보물급 유물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했어. 이는 투자나 장식의 목적이 아니라 사라질 뻔한 한국적 미감의 근원을 찾고 이를 보존하기 위해서였다고 해.

수집하다보니 작품의 양과 수준이 개인이 소장하는 것을 넘어섰고, ‘이 유물들은 한국 사회가 함께 봐야할 자산으로, 기업이 성장했으면 문화로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라는 이병철 회장의 인식 전환을 통해 호암미술관이 탄생하게 됐지. 호암미술관이 성행하게 되며 현대미술을 세계와 연결하는 ‘리움미술관’이 개관하게 되었어. 개인적으로 리움미술관을 좋아해서 또 아무콘텐츠를 통해 리뷰 (29화, 43화)도 여러 번 남긴 곳이었기에 같은 재단에서 운영하는 호암미술관이 더 궁금했어. 이러한 비하인드를 알게 되니 ‘리움’과 ‘호암’의 연결성과 대비가 단번에 느껴진 것 같아.
《 루이즈 부르주아: 덧없고 영원한 》

지금 이 시기에 호암미술관을 오게 된 건 이 작가 때문이기도 해. 바로 ‘루이즈 부르주아 (Louise Bourgeois)’! 한국에서 열리는 25년 만의 개인전으로, 작품 110여 점을 선보이는 대규모 전시를 놓칠 수가 없었어.
루이즈 부르주아는 조형으로 자기 내면을 평생 기록한 작가라고 표현할 수 있어. 현대미술사에서 드물게 개인적인 고통과 기억, 트라우마를 미술의 중심 주제로 끝까지 밀어붙인 작가야. 작가는 앞서 말한 주제들을 예쁘거나 위로가 되는 예술로 만들기보다, 날 것 그대로 표현하곤 해. 그래서 작품이 다소 기괴하게 느껴지기도, 직설적으로 보이기도 하지. 하지만 나는 이러한 표현 방식이 그녀의 작품을 더 의미 있게 만든다고 느꼈어.
그녀의 작품 세계는 4가지 키워드로 표현할 수 있어. 이는 개별적인 게 아니라 유기적으로 작품 속에서 연결되어 있지.
첫 번째는 ‘기억’이야. 그녀에게 ‘과거’는 지나가지 않고 반복적으로 되살아나는 것으로, 작품은 그 과거의 기억을 봉인하거나 마주 보게 하는 장치야.

두 번째는 ‘가족’. 그녀에게 가족이란 보호와 상처가 동시에 존재하는 공간이며, 특히 ‘아버지와의 관계’가 가장 큰 원형적 갈등으로 나타나. 잠깐 루이즈 부르주아의 가정사를 말하자면, 그녀의 아버지는 대외적으론 지적이고 매력적이며 가정의 중심, 사회적으로 존경받는 인물로 그려졌어. 하지만 실제로는 가정교사와 외도를 한 사실을 숨기지 않고 그로 인해 받을 가족의 상처는 아랑곳하지 않는 가장이었지. 가족은 외도 사실을 알면서도 거짓 평온을 유지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 부르주아는 사랑과 배신을 동시에 학습했어. 이때 생긴 억압, 분열, 이중성이 작품에도 반복적으로 나타나기도 해. 그래서 그녀의 작품 속 아버지는 ‘권력 그 자체’로 변환되어 표현돼. 하지만 이러한 아버지에게 느낀 감정은 단순히 ‘증오’ 하나가 아닌 ‘인정 욕구’, ‘사랑받고 싶은 갈망’이 혼재되어 나타나. 이러한 모순된 감정이 공존하는 게 아이러니하면서도 이해가 갔어.

세 번째는 ‘몸’이야. 신체는 감정의 저장소로, 그녀의 작품에서는 왜곡된 몸, 절단된 형태를 통해 심리 상태를 표현했어. 그래서 이번 전시 속 작품에서도 반복적으로 ‘의족’과 ‘목발’이 나와.
네 번째는 ‘여성성’. 이상화된 여성이 아닌, 불안하고 분열된 공격적인 여성성을 나타내. 그것과 이어지는 개념인 ‘모성’에 대해서도 여러 작품을 통해 표현했는데, 모성의 관념적인 느낌과 반대로 따뜻함만 있지 않음을 꼬집어 표현해. 작품을 통해 심리를 건드리며 솔직하고 직설적인 표현으로 보는 사람에게도 그 감정을 느끼게 하는 게 대단한 것 같아.
이제 여러 작품 중에 인상 깊었던 작품 2가지를 꼽아서 소개할게.
[ 커플 (2003) ]

이 작품은 미술관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사로잡아. 관람객들 모두가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이 작품을 바라 보게 되지. 알루미늄으로 주조된 두 인물이 서로를 끌어안은 채 굳어 있는 모습을 담은 작품, <커플 (2003)>이야.
작가는 가정사로 인해 평생 누군가에게 버려지거나 이별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왔어. 이런 불안한 감정은 한 가닥의 와이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형태로 표현돼 있지. 매달린 두 인물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는 듯 보이기도 해. 루이즈 부르주아의 작품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나선’은 중요한 상징인데, 이는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그 상태를 정리하려는 시도를 비유한 것이야. 밖에서 안으로 감겨 들어가는 나선은 두려움과 위축을, 안에서 밖으로 퍼져 나가는 나선은 믿음과 긍정, 삶을 향한 용기를 의미하지.

반사되는 알루미늄 표면 속에 그 나선과 함께 내 모습이 비쳐 보이더라. 과연 내 마음속 나선은 지금 어떤 방향으로 흐르고 있을까, 그런 질문이 자연스럽게 떠올랐어.
[ 붉은 방(부모) (1994) ]

<붉은 방(부모) (1994)>는 짝을 이루는 <붉은 방(자녀)>와 함께 가족관계 속의 친밀함과 거리감을 탐구하는 작품이야. 벽처럼 보이는 문으로 둘러싸인 방의 중앙에는 빨간 고무로 덮인 침대가 있어. 침대 위에는 낡은 실로폰, 장난감 기차, 불어로 ‘사랑해’라고 수놓아진 쿠션이 베개 중앙에 놓여 있지.

익숙하고 일상적인 사물들이 놓여 있지만, 이 공간은 문틈을 통해서 거울로만 볼 수 있어. 관람자는 방 안으로 들어갈 수 없고 오직 틈 사이로 내부를 엿보게 되는데, 제한된 관람 방식이 독특해서 기억에 남아. 시야를 의도적으로 제한함으로써 마치 아이가 부모의 방문을 살짝 열고 몰래 들여다보는 듯한 감각을 만들어내거든. 그 미묘한 감정을 공간으로 구현해 낸 점이 인상 깊었어.
[ 관람을 마치며… ]

이번 전시에서 네 가지의 작품 세계를 담은 조각, 설치, 드로잉, 텍스타일을 넘나들며 다양한 장르로 표현했어. 더 많은 작품이 있었음에도 이번 화에서 다 소개하지 못한 게 너무 아쉬울 따름이야… 지루할 틈이 없던 전시였어. 개인적으로는 만족스럽게 관람했지만, 관람자에 따라 작품을 통해 트라우마가 떠오르거나 표현 방식이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전시인 만큼, 관람 전에 작품 성향을 충분히 찾아보고 방문하는 걸 추천할게.

추가로 방문할 때 참고하면 좋을 사항들도 적어봤어. 구독자도 다녀오면 꼭 후기 알려줘~! 이번에는 일정상 호암미술관 앞에 있는 ‘희원’을 제대로 둘러보지 못했는데, 다음에는 희원 보러 가려고. 지금 희원에서는 이우환의 <실렌티움(묵시암)> 전시가 진행 중인데, 앞으로 희원 한 켠에 이우환 미술관이 들어설 예정이라고 하니 이 점도 참고해 줘.
그럼, 다음 시간에는 더욱 알찬 전시 소식 들고 찾아올게~!🤗 다음에 또 봐 안녕👋
아무코멘트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