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구독자 안녕~ 씨니야. 오늘부터 연휴 시작이지? 본가 갈 준비하느라 분주한 사람도, 명절에도 일해야 해서 정신없는 사람도, 여행 가느라 짐 싸는 사람도 있겠지. 구독자이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이번 명절 무사히 잘 보내길 진심으로 빌어! 아무튼… 이번 연휴가 길잖아. 슬슬 연휴에 뭐 하고 보내야 하나 고민될 타이밍이지? 그런 사람들을 위해 기나긴 명절의 도피처가 되어 줄 콘텐츠를 하나 소개해 보려고 해. 바로 웹소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야! 참고로 이번 아무콘텐츠는 웹소설 소개인 만큼, 이미지 자료 활용을 최대한 배제했어. 이해해 주길 바라~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a.k.a 어바등)는 사실 유명한 작품이라 웹소설 좀 본다고 하는 사람들은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렇지만 난 책은 일 년에 수십권 읽어도 웹소설은 한 손에 꼽을 정도기에… 이제야 정주행하게 됐어.
어바등은 심각한 환경 오염 때문에 빙하가 모두 녹고, 생물들이 멸종해 바다가 비어가고 있는 근미래를 배경으로 해. 인류는 점점 더 살기 힘들어지는 육지의 도피처로 해저를 택했고, 인류 종착과 새로운 자원 채굴, 환경 오염 연구를 목적으로 해저에 기지를 지었지. 주인공 ‘박무현’은 인공섬 ‘대한도’ 아래 위치한 태평양 해저 기지 ‘NPIUS’의 유일한 치과 의사로 부임하게 돼.
(이번 아무콘텐츠는 위 플레이리스트와 함께 보는 걸 추천해!)
한국을 비롯해 일본, 중국, 러시아, 미국, 캐나다 등 총 8개국이 건설에 참여한 해저 기지에서 사람들은 엔지니어팀, 채굴팀, 연구팀으로 나뉘어 일하고 있어. 물론 무현처럼 소수의 특수직도 있지. 무현은 환자들의 입 안을 들여다보며 이곳이 다국적 공간을 넘어 일종의 치외법권, 그야말로 무법지대라는 걸 실감하게 돼. 분명 해저 기지는 술 반입 금지라 그러지 않았나? 그런데 이 사람 입에선 왜 술 냄새가 나지? 담배도 반입 금지일 텐데… 왜 이가 니코틴으로 누래졌을까. 심지어는 환자 중에는 쌈박질 후 이가 부러지거나 흔들려 방문하는 경우도 많았어. 이들은 모두 *엔지니어 가팀의 팀장 ‘신해량’의 이름을 외치며 이를 바득바득 갈아댔지.
*엔지니어 가팀 : 전원 한국인으로 이뤄진 엔지니어 팀
“백애영입니다. 반갑습니다.”
악수를 청해오길래 얼결에 손을 잡았다. 백애영의 손등이 까져서 핏방울이 맺힌 건 모르는 척을 했다.<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2화 中
무현은 *백호동 세탁실로 가던 중, 다용도실에서 어떤 여자가 제 몸보다 훨씬 큰 남자에게 주먹을 날리는 장면을 목격해. 그녀는 엔지니어 가팀 소속 엔지니어 ‘백애영’이었지. 이후 무현은 애영과 함께 대화를 나누다가 한글로 번역된 해저 기지 가이드북을 건네받게 돼. 방으로 돌아온 무현은 가이드북에서 해저 기지 탈출 방법 부분을 읽다가 그대로 잠들어.
*백호동 : 무현이 있는 제4해저기지에는 연구센터와 청룡동, 백호동, 주작동, 현무동 네 개의 숙소로 이뤄져 있음.
물이 왜 복도에 가득 찼지? 라는 얼빠진 생각을 하자마자 잠이 깨면서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3화 中
그런데 자기 전 탈출 방법을 본 게 복선이었을까. 무현은 큰 소리와 함께 물이 들어차는 방 안에서 눈을 떠. 이것저것 가방에 쑤셔 넣고 복도로 뛰쳐나왔지만, 복도는 이상하리만치 고요했어. 다들 먼저 탈출한 걸까? 아니면 아직 상황 파악을 하지 못한 걸까?
무현은 혹시나 남아 있는 사람이 있을까 문을 두드리며 백호동 복도를 뛰어다녀. 숙소에는 러시아인으로 구성된 엔지니어 다팀, 연구원 ‘유금이’, 그리고 기지 반입이 금지된 고양이 한 마리와 뱀 한 마리가 있었어. 심지어는 약에 취한 건지 전혀 깨지 않는 남자아이까지. 엔지니어 다팀이 먼저 숙소를 벗어나 달려가는 와중에도 무현은 동물들과 아이를 그냥 두고 갈 수 없었어. 그래서 결국 이들을 모조리 챙겨 탈출정 포트로 향했지.
“새로 오신 치과 선생님이시군요. 멀쩡한 탈출정들은 다 사출되었기 때문에 이제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습니다.”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15화 中
탈출정 포트에 도착한 무현은 그곳에서 애영과 ‘서지혁’, 그리고 치과 진료 때마다 이름이 오르내리던 해량을 만날 수 있었어. 이들과의 대화를 통해 주작동 연구센터가 신원미상의 어뢰에 폭격당했으며, 그 여파로 해저 기지가 붕괴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지. 탈출정의 개수는 정해져 있고, 물은 계속 들이차고 있어. 이런 상황에서 무현은 입사 후 닷새 만에 잘 알지는 못하는 사람들과 탈출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어. 무현은 과연 무사히 탈출할 수 있을까? 그리고 또 누가 무현과 함께 살아서 나갈 수 있을까?
“생명을 구하는 일은 늘 비효율적이에요.”
<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97화 中
지금 나도 보는 중인데, 너무 흥미진진해서 한 번 리더기를 손에 들면 손에 들면 좀처럼 내려놓을 수가 없어. 또 작가님이 환경이나 기계 관련 지식이 풍부하신 것 같더라고. 디테일과 복선이 모두 탄탄해서 시대적 배경이나 공간, 인물들의 심리까지 텍스트만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어. 머릿속으로 상황이 그대로 그려지는 느낌이 들었지.
무엇보다 좋은 건 어바등이 인간의 선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이야. 무현은 누군가를 구하면 자신이 위험해질 수 있다는 걸 몸을 던져. 하지만 무현은 이러한 행동들을 희생이라고 느끼지 않아. ‘만약 내가 해저 기지를 나갔을 때, 해저에 두고 온 것들을 잊을 수 있을까? 두고두고 후회하지 않을까?’라고 생각하면 차마 외면할 수 없는 거지. 누군가를 위해서라기보다, 자신의 정신과 존엄성을 지키기 위해 선함을 선택한다는 점이 정말 인상 깊었고 마음이 따뜻해지더라고.
“Don't turn into a monster in crisis situation.
(그렇게 쉽게 괴물로 살지 말자. 아무리 힘들어도.)”<어두운 바다의 등불이 되어> 82화 中
물론 위기 상황 속에서 다른 사람을 위협하거나 죽이려 드는 사람들도 있어. 하지만 그런 사람들보다 더 눈에 들어오는 건, 무현처럼 살고 싶다는 본능을 눌러가며 끝까지 남을 돕는 사람들이야. 작품 속 인물들은 모두 입체적이야. 제 목숨만 챙기던 사람이 결국 다른 사람을 위해 희생하기도 하고, 반대로 다정했던 누군가가 어느 순간 위협적인 존재로 돌변하기도 하지. 심지어 연구 때문에 가둬놓은 해양 동물이 기지와 함께 사라질까봐, 목숨을 걸고 그 생물들을 구하러 가는 연구원들도 있어. 어떻게 보면 답답하고 이해되지 않을 수 있지만, 작품을 보면 오히려 이들의 심정이 잘 이해되게 묘사돼. 강한 신념을 가지고 움직이는 인물들의 모습이 멋지게 느껴지더라고.
극한의 재난 상황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피폐해지는 묘사가 많지만, 그럼에도 인간의 도덕성을 믿게 되는 작품이야. 얼마나 재밌게 만들었는지 2022년 SF 어워드 웹소설 부문에서 수상하기도 했어. 그러니까… 제발 나랑 어바등 달리자. 그럼 오늘의 아무콘텐츠는 여기서 마칠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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