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 씨니야. 벌써 4월이네! 4월은 다양한 봄꽃이 피는 시기잖아~ 날도 따뜻하니 나들이하기 딱 좋지. 오늘은 영화관으로 나들이 가기에 좋은 영화 하나를 추천하려고 해. 특히 요즘 마음이 힘들거나, 삶에 대한 고민이 많은 사람에게 좀 더 추천할게. 그럼 바로 영화 <플로우> 리뷰 시작~
영화 <플로우>는 인간이 아닌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진행되는 애니메이션 영화야. 포스터만 봐도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지? <플로우>에선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인간은 단 한 명도 등장하지 않아. 인간이 남긴 흔적들만 등장할 뿐이지. 동물 하나하나 사랑스럽지만, 그중에서도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동물은 포스터 맨 앞에 위치한 ‘고양이’야.
인간이 사라지고 남은 빈자리, 고양이는 홀로 남아있었어. 평소엔 냇가를 떠돌며 물고기를 사냥하려 애쓰고, 한때 고양이를 사랑한 듯한 흔적이 가득한 저택으로 돌아와 잠을 청하지. 여느 때랑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 다른 어느 날이었어. 고양이는 재수 없게도 떠돌이 개들에게 잘못 걸려 쫓기고 있었지. 고양이가 겨우 몸을 숨긴 찰나, 갑자기 개들이 반대 방향에서 되돌아 달려와. 그런데 개들 뒤로 사슴 떼도 미친 듯이 달려오는 거야. 영문을 몰라 우두커니 서 있던 고양이는 모든 것을 밀고 들어오는 거대한 물 벽을 마주하게 돼. 대홍수가 발생한 거지.
그렇게 고양이는 정든 보금자리를 떠나게 돼. 홍수를 피하기 위해 어딘지도 모를 곳까지 아주 멀리 흘러가지. 고양이는 살기 위해 물 위를 떠도는 작은 배 위에 가까스로 올라타. 그리고 거기서 자신보다 먼저 배에 타고 있던 맹한 얼굴의 ‘카피바라’ 한 마리를 만나지. 처음에 고양이는 낯선 카피바라의 모습에 겁을 먹지만, 아무 데나 누워서 코를 고는 카피바라를 보고 점점 경계심을 풀어.
고양이와 카피바라는 홍수에 휩쓸릴 위기에 처해있는 동물들을 배에 한둘씩 태우기 시작해. 인간이 남기고 떠난 물건에 집착하는 여우원숭이부터, 마냥 즐거워 보이는 골든레트리버, 고양이를 돕다가 날개가 부러진 뱀잡이수리, 여기에 골든레트리버의 다른 친구들까지.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이 쏟아진 건지, 어디까지 흘러가게 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동물들은 계속해서 물을 따라 흘러가. 과연 이들은 어떤 끝에 닿게 되는 걸까.
위 사진은 카피바라의 울음소리를 녹음하는 사진이야. 너무 귀엽지🥹 <플로우>는 동물들만 등장하는 만큼, 처음부터 끝까지 대사가 한 줄도 나오지 않아. 동물들이 내는 울음소리가 대사를 대신하지. 각 동물들이 실제로 내는 소리를 녹음해 영화에 삽입했다고 해! 동물 중에서도 카피바라는 소리를 잘 내지 않는 편이라 어쩔 수 없이(?) 간지럼을 태우면서 녹음을 했대. 하지만 결국… 카피바라 소리는 아기 낙타의 소리로 대체했다더라고. 너무 귀여운 에피소드라 소개하고 싶었어.
사실 대사가 없으면 몰입이 어려울 것 같단 생각이 들잖아. 나도 그랬었어. 그런데 내가 했던 우려는 정말 쓸데없는 거였어! 동물의 표정과 눈빛, 행동만으로도 충분히 캐릭터를 파악할 수 있었고, 그들이 느끼는 감정을 제대로 느낄 수 있었거든.
개인적으로 놀라웠던 건 고양이의 모션이었어. 흥분할 때 동공이 서서히 커지는 디테일과 긴장할 때 취하는 자세 등 고양이를 구성하는 움직임들이 엄청 사실적이었지. ‘동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만들어야지!’ 하는 단순한 생각에서 출발한 게 아닌, 동물에 애정을 가지고 자세히 관찰한 뒤 영화에 녹여냈다는 게 느껴졌어.
<플로우>를 감명 깊게 본 입장에서, 구독자과 영화에 대한 개인적인 감상을 공유하고 싶었어. 다양한 해석이 나올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하거든! 나는 영화를 크게 ‘환경’과 ‘인생’의 관점으로 나눠 해석해 보려고 해. 여기부터는 스포가 있을 예정이니 조심해!
1) 환경적 관점
영화를 보면서 문득 궁금했던 점은 그거였어. ‘인간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진 걸까?’ 분명히 문명이 세운 듯한 건축물과, 한때는 배였을 부서진 나뭇조각들, 각종 동상들. 인간이 있었던 것은 분명한데, 모두 증발한 듯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아.
기이한 적막을 느끼면서 ‘인간이 모두 죽거나, 살기 위해 도망치듯 다른 곳으로 떠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리고 그 이유는 바로 ‘이상 기후’일 거라 판단했지. 일반적인 홍수라기엔 비정상적으로 많은 물의 양과, 이따금 나타나는 기이한 형태의 고래, 홍수가 반복되는 듯한 암시를 나타낸 영화 엔딩까지.
기온 상승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이상 기후로 인한 피해가 증가할 거란 우려가 커지고 있잖아. 이런 끔찍한 전망이 영화 속 모습과 겹치면서 <플로우>가 앞으로 생명체들에게 닥칠 위협을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어.
2) 인생적 관점
<플로우>는 뭍을 만난 동물들이,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홍수가 밀려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가만히 물이 차기를 기다리는 모습으로 끝이 나. 땅 위에 놓인 고래가 숨 쉴 수 있게 되기를 기다리고, 물에 비친 서로를 마주 보지.
그 모습을 보면서 물이 쏟아지자 겁을 먹고 혼비백산 도망치던 영화 초반부의 고양이가 떠올랐어. 또 다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에 놓여있지만, 이번엔 고양이는 겁을 먹지도, 도망치지도 않아.
영화의 처음과 끝을 거치며 발견한 건, 고양이 옆에 끝까지 나아갈 친구들이 생겼다는 거였어. 고양이와 골든레트리버, 카피바라, 여우원숭이, 뱀잡이수리. 언뜻 보기엔 어색하게 느껴지는 조합이지만, 이들이 보여주는 화합과 연대는 얼마나 멋진지. 고양이는 처음엔 다가오는 시련을 홀로 견뎌야 했지만, 그 모든 시련을 겪으며 자신과 함께 항해 할 동료를 만났어. 그래서 감당하기 힘든 시련이 쉴 새 없이 다가와도 두려워하지 않게 된 거지.
언제 어디서 홍수 같은 불가항력에 몸을 맡기게 될지 모르지만, 그 흐름 속에서도 우리는 함께 배에 올라 탈 사람들을 만나곤 해. 참을 수 없는 울렁거림을 서로 견디고, 배에 다른 누군가를 태우고, 발 디딜 땅을 찾지. 살면서 ‘어떻게 이럴 수 있지?’ 싶을 정도로 끊임없이 힘든 일이 몰아칠 때가 있잖아. 끝이 보이지 않는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 같더라도 누군가 곁에 있다면 어떤 결말이든 상관 없을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어.
고양이는 물을 아주 싫어하는 동물이야. 영화에서도 고양이는 물을 무서워하고 꺼려 하지. 그런데 나중엔 스스로 물 속에 뛰어들어 물고기를 사냥해. 물이 차오르는 걸 피하지도 않아. 이런 고양이의 모습은 시련을 통해 두려움을 극복하는, 서툰 우리들 같기도 했어. 나도 모르게 고양이의 행동 하나하나를 진심으로 응원하게 됐는데, 어쩌면 나의 서툶을 고양이에 투영해 스스로를 응원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싶더라고.
<플로우>를 보면서 삶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참 많은 생각을 했어. 사실 큰 기대 없이 봤었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를 볼 수 있어서 오랜만에 행복했다는 거… 구독자이 꼭 놓치지 않고 영화관에서 <플로우>를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다음에 좋은 콘텐츠로 돌아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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