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 구독자
정말 오랜만에 인사를 하는 것 같네. 잘 지냈어?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극들이 많이 돌아왔어. 그래서 시간 날 때마다 보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지. 그중에서도 오늘 소개할 극은 연극 <오펀스>야. 오늘의 내용은 많은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으니 유의하고 봐 주길 바라.
연극 <오펀스>는 부모 없이 살아가는 ‘트릿’과 ‘필립’이라는 형제의 이야기로 시작해. 폭력적인 성향을 지닌 트릿은 좀도둑질로 필립을 먹여 살리고 있지. 어린 시절 밖에서 알레르기 반응으로 죽을 뻔한 경험이 있는 필립은 늘 집 안에만 머물며 형을 기다려. 그러던 어느 날, 트릿은 술을 마시러 나갔다가 돈이 많아 보이는 시카고 갱스터 ‘해롤드’를 납치하게 돼.
해롤드는 납치를 당한 상황에도 그저 태연해. 이미 형제와 같은 과거를 겪어 본 헤롤드에게 그들은 아마추어일 뿐이었거든. 순식간에 묶인 의자에서 빠져나온 해롤드는 경계하는 트릿에게 오히려 같이 일해보자고 제안해. 필립에겐 앞으로 영원히 옆에 있어 주겠다는 약속까지 하지. 그렇게 불편한 동거를 시작한 그들은 점차 가족이 돼.
해롤드는 필립에게 에티켓은 물론, 그가 훌륭히 성장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줘. 트릿에게는 절제와 인내를 가르치지. 필립은 해롤드의 가르침을 받아들이며 집 밖으로 나갈 준비를 해. 하지만 트릿은 달라. 해롤드의 격려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저 빨리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해롤드에게 인정받고 싶어 하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조절할 줄 모르는 트릿은 미숙하기만 해.
변화 속에는 늘 충돌이 있기 마련이야. 트릿, 필립 그리고 해롤드 사이에서도 수많은 감정이 폭풍처럼 휘몰아쳐. 과연 그들은 계속 가족으로 지낼 수 있을까?
사연으로 돌아 온 <오펀스>는 삼연 이후 3년 만에 돌아온 거야. 나는 <오펀스>를 삼연 때 처음 봤어. 그래서 이번에 돌아온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정말 가슴이 뛰었어. 꼭 여러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지.
올해 다시 <오펀스>를 보고 느낀 점이 있어. 삼연부터 사연까지 쭉 내 마음속에 깊은 울림을 준 배우가 있는데, 바로 김주연 배우야.
“전 다시는 길을 잃지 않을 거예요. 그러면 언젠간 이 지도도 필요 없게 되겠죠?”
김주연 배우가 연기하는 필립을 보면 꼭 껴안아 주고 싶어져. 어찌나 필립의 감정을 잘 전달해 주는지 2막에선 ‘제발 그만’이라는 감정이 들 정도야.
내가 아직 다른 필립은 본 적이 없어서 어떤지 모르지만, 주연 필립은 정말 심지가 단단한 것 같아. 나는 세상을 너무 순수하게 바라보는 캐릭터를 별로 안 좋아해. 그런데 주연 필립은 순수함을 떠나서 마음이 참 올바르고 단단한 캐릭터라는 생각이 들어. 트릿과 함께 해롤드의 가르침을 따라 잘 살아갈 거 같아서 응원하게 돼.
최석진 배우가 연기한 트릿도 인상 깊게 봤어. 그 전엔 계속 여성 페어로만 봤는데, 처음으로 *크로스위크 때 남자 배우가 연기하는 트릿을 보게 된 거야. 솔직하게 남자 배우가 연기한 트릿은 너무 폭력적일까 봐 걱정한 부분이 있었어. 그런데 내가 본 트릿 중에 가장 여린 트릿이었던 거 같아. (주연 필립이 더 듬직하게 느껴질 정도였음) 내가 생각한 트릿의 속내가 가장 밖으로 많이 표출된 배우여서 좋았어.
*크로스위크: 원래 오펀스는 남성 페어 혹은 여성 페어로만 진행되나, 이벤트성으로 남녀 배우를 섞어 다양한 조합으로 극을 볼 수 있게 해주는 위크.
“나는 우리가 헤어지지 않길 바랐어”
나는 처음 봤을 때부터 트릿에게 마음이 갔어. 트릿은 동생을 돌봐주면서 자신의 쓸모를 확인하거든. 똑똑한 동생이 할 줄 아는 일이 늘어나면 내가 필요하지 않게 될까 봐, 그렇게 나를 떠날까 봐 두려워하는 모습이 너무 마음 아팠어. 그래서 동생을 통제하려는 트릿의 행동이 폭력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이해가 됐어. 필립에게 그랬듯 트릿에게도 필립뿐이니까.
트릿은 필립이 엄마의 물건에 애착을 가질 때마다 분노하며 버려야 한다고 했어. 그러나 정작 자신이 가장 힘들 땐 엄마의 코트 속에서 안정을 얻었지. 트릿이 몸만 큰 아이라는 점이 확 인지됐던 순간이라 기억에 강렬하게 남았어. 트릿은 세상의 부정적인 면을 알기 때문에 늘 경계하고 의심할 수밖에 없지만, 아직 때 묻지 않은 필립은 세상의 아름다운 면을 먼저 볼 수 있던 거라고 생각해. 어떻게 보면 내가 꼭 트릿 같아서 공감이 됐나 봐.
“우리한테 정말 필요한 건 엄마는 아니었을 거야. 엄마가 주는 어떤 위로와 격려가 우리에게 절실히 필요했던 것뿐이야.”
나는 유독 이 대사가 마음에 많이 남았어. 누군가에게 필요한 건 단순히 부모라는 존재가 아니라, 격려와 위로, 그리고 조언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 또 극 중엔 요즘 청년들은 격려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와. 그런 지점에서 많이 공감하고 또 위로받았어.
극이 끝나고 나올 때마다, 트릿과 필립이 해롤드 같은 어른이 되는 미래를 떠올리게 돼. 자신과 같은 아이들을 격려해 주는 모습 말이야. 그 생각만으로도 지친 마음에 행복이 피어나는 기분이 들어.
개인적으로 스포일러를 보더라도 감상에 지장이 있는 극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 상세하게 적었어. 그리고 결말에 대한 이야기는 뺐으니 충격적인(?) 결말이 궁금하다면 극장에 가서 확인하길 바랄게😊 구독자도 이번 봄에 혜화에서 따뜻한 격려 받는 거 어때?
그럼 다음엔 또 다른 추천 글로 돌아올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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