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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U] 태어나는 모든 아이는 완벽한 존재다

ep.68 오늘의 콘텐츠: 연극 <킬 미 나우>

2025.08.08 | 조회 1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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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구독자! 무더운 여름 잘 보내고 있니?

요즘 날이 너무 더워서 땀이 줄줄 흐르더라고. 그런데 최근 땀이 아니라 눈물, 콧물을 좔좔 흘리며 보고 온 연극이 있어. 그래서 오늘 한 번 추천해보려고 해. 바로 연극 <킬 미 나우>야.

 


© 연극열전 공식 x 계정 (@thebest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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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킬 미 나우>는 <연극열전10> 여섯 번째 작품으로, 이번 *사연은 2019년 *삼연 이후 6년 만에 돌아왔어.

 

*삼연, 사연: 작품이 올라온 횟수를 알려주는 용어. 처음으로 개막한 극은 초연, 두 번째로 돌아온 극은 재연, 그 이후로는 삼연, 사연, 오연 등으로 칭한다.

 

© 연극열전 공식 x 계정 (@thebest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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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나는 없어. 나에게는 심각한 장애를 가진 아들이 있어.

이 극은 아빠 ‘제이크’와 아들 ‘조이’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제이크는 한때 촉망받던 작가였지만, 장애가 있는 아들을 위해 모든 걸 포기했지. 조이는 아빠의 헌신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지만, 졸업을 앞두고 독립을 꿈꾸고 있어. 이들은 서로를 정말 사랑해. 그러나 오랜 희생이 몰고 온 피로와 성장기 소년의 호기심이 부딪히면서 둘의 일상에도 균열이 생겨.

 

© 연극열전 공식 x 계정 (@thebest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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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그들에겐 웃음을 주는 고모 ‘트와일라’와 지친 제이크의 유일한 안식처인 ‘로빈’, 그리고 조이의 유일한 친구 ‘라우디’가 있어. 하지만 갑작스럽게 생긴 불행은 이 모든 사람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 놔. 이 불행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스포일러가 포함된 구간에서 다뤄볼게.

 

*지금부터 스포주의*

 

© 연극열전 공식 x 계정 (@thebest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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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는 자신의 자연스러운 육체적 성장 과정을 느끼고, 라우디의 자극적인 이야기들을 들으며 독립을 꿈꾸게 돼. 그래서 결국 아빠와 독립에 대한 문제를 두고 다투게 되지. 그러던 중 조이가 제이크를 밀쳤고, 제이크는 크게 넘어진 뒤 극심한 고통을 호소하며 일어나지 못 해. 그렇게 그들에게 닥친 불행은 바로 제이크의 병이야. 제이크에겐 척추관 속 뼈가 자라나는 질병이 있었는데, 이제서야 알게 된 거지. 이 병은 점점 육체를 마비시키고 결국 뇌까지 전이되어 제이크를 죽음으로 몰 것이라는 사실도 드러났어. 조이는 아버지의 병을 알게 된 이후로 자신이 아버지를 보살필 수 있다며 곁에 남기로 해. 그리고 그런 조이와 제이크를 돕기 위해 라우디가 함께 살게 되지. 그들은 어떻게든 상황을 이겨내 보려고 하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아. 결국 인간다운 몸 상태를 지킬 수 없게 된 제이크는 로빈과 안락사에 대해 대화를 나눠. 이때 나오는 대사가 “Kill me now”야. 조이가 하는 게임에서 좀비가 되기 전에 죽여달라고 캐릭터가 외치는 말이기도 해. 이 장면이 나올 때 나는 눈물을 참을 수가 없었어. 연극 제목이 이런 뜻일 줄은 몰랐거든. 그 이야기를 조이가 우연히 듣게 되고, 조이는 자신이 아버지에 대해 제일 잘 이해할 수 있다며 안락사를 돕겠다고 해. 이 장면을 볼 때도 충격적이었어. 아빠에게 죽지 말라며 계속 같이 살자던 조이가 이런 말을 하게 된 상황이 너무 아팠거든. 또 아빠를 제일 잘 이해하는 사람은 자신이라는 말에서 ‘그러면 혹시 조이도 죽고 싶었던 적이 있었을까’ 싶어서 슬펐어. 어떠한 것도 명쾌하게 결단내릴 수 없는 상황에서 속절없이 시간은 가고, 그 시간 속에서 인물들은 각자의 답을 찾아 가. 그 과정이 아무런 가감 없이 보여서 마음이 힘들었지만, 그래서 더욱 인간의 존엄성에 대해 깊이 생각할 수 있었어. 사회적으로 소외 당하는 이들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과 그 지원을 위한 제도에 대해서도 좀 더 생각해 보게 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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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이크 역에 이석준 배우, 조이 역에 이석준 배우, 로빈 역의 이지현 배우, 트와일라 역의 김지혜 배우, 라우디 역의 곽다인 배우로 관극했어. 이 페어에 대해서는 후회가 전혀 없어. 다섯 배우 모두 잘했지만, 이석준 배우가 정말 잘해서 공연을 보는 내내 감탄했지. 어떤 이석준 배우냐고? 둘 다 말하는 거야😭

 

© 연극열전 공식 x 계정 (@thebestplay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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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석준 배우는 내가 알던 그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조이를 정말 잘 연기했어. 사실 장애를 가진 사람을 연기한다는 것이 굉장히 민감하고 어려운 일이잖아. 극을 보는 내내 이석준 배우가 이를 잘 표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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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우디 역을 연기한 곽다인 배우도 인상 깊었어. 라우디는 *태아 알코올 증후군이 있는 친구야. 조이나 제이크처럼 몸이 불편한 사람은 아니지만, 뇌에 손상이 있어 감정조절이 잘 안되지. 욕도 많이 쓰고 조금은 철이 없기도 하지만, 난 라우디 덕분에 이 극을 끝까지 볼 수 있었던 것 같아. 무거운 내용을 다루는 극인 만큼 중간중간 관객들에게 웃음을 준다는 것이 어려울 수 있는데, 그 중요한 역할을 김지혜 배우와 함께 잘 해내 줘서 박수쳐주고 싶었어.

 

*태아 알코올 증후군: 임신 기간 중에 마신 술로 인해 태아가 정신적, 신체적 기형을 갖고 태어나는 증후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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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을 보면서 청소년 시절 봉사를 하러 갔던 지체장애인 시설이 많이 생각났어. 봉사단체에서 지정해 줬던 곳이기에 타의로 하러 가게 된 봉사였지만, 그때 경험은 나의 가치관에도 크게 영향을 줬을 만큼 잊을 수 없는 기억이야. 제이크가 조이를 씻겼던 것처럼 나도 그분들을 씻겨드리고 로션도 발라 드렸었어. 처음엔 어색한 기류가 있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분들과 같이 놀고 그분들에게 선물을 받기도 했어.

그러나 감정조절은 물론, 힘 조절이 되지 않아 때론 휘두르는 주먹에 맞고 밀쳐지기도 했어. 그럴 땐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공포감에 스스로 놀랐었지. 또 나는 짧게 며칠 동안만 씻고 빨래하는 일을 도왔을 뿐인데도 육체적인 피로를 느꼈거든. 매일 일을 하시는 분들의 노고 또한 알게 됐어.

그런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우리가 한 봉사활동이 그분들께 어떻게 받아들여졌을지 여러 생각이 들어. 당시 내가 씻는 것과 빨래를 도와줄 때, 많이 부끄러워하던 분들이 계셨어. 그때는 나도 어렸기에 크게 생각하지 못했는데, 조이의 생각과 감정을 따라가다 보니 갑자기 나타난 낯선 사람이 도와준다는 명목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보고 만진다는 게 그분들에겐 처음엔 불편했을 것 같단 생각이 들어.

이런 경험이 있었기에 더욱 각 인물의 감정에 더욱 몰입하며 극을 볼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 물론 다 이해한다는 말은 할 수 없지만 말이야.

 

안녕, 이제부터 우리는 긴 여정을 시작할 거야.

사실 밖에서 잘 울지 않는 사람이라 콧물까지 흘려가며 본 극은 없는데, 오랜만에 엉엉 울면서 봤어. 아직도 극에 대한 감정이 제대로 정리가 되지 않아서 이번 아무콘텐츠는 다소 어지럽게 느껴질 수도 있어. 하지만 이 극이 곧 끝나기 때문에 빠르게 추천 글을 들고 올 수밖에 없었어. 다들 극이 내려가기 전에 꼭 한 번 보러 가길 바랄게.

만약 극을 보러 갈 수 있는 일정이 안 된다면, 영화로도 만나볼 수 있어. <나를 죽여줘>라는 제목의 한국 영화로도 개봉이 됐더라고. <킬 미 나우> 삼연 때 제이크 역으로 참여한 장현승 배우가 영화에도 똑같이 출연했어! 이 영화는 티빙, 웨이브에서 볼 수 있으니 한번 보는 걸 추천할게.

그럼 다음에 또 다른 아무콘텐츠로 찾아올게. 안녕!

 

 

융니의 별점 ⭐⭐⭐⭐⭐ “휴지 꼭 챙기고, 탈진할 수도 있으니 밥 든든히 먹고 갈 것.”
공연 기간 : 2025. 06. 06. ~ 2025. 08. 17. 공연 장소 : 충무아트센터 중극장 블랙 공연 시간: 130분 (인터미션 없음)

 

 


 

아무코멘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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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니🐋 : 사실 사회적 약자 인권에 대해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번 아무콘텐츠를 정말 흥미롭게 봤어. 나는 작년부터 수어를 배우기 시작했거든. 그런데 몇 개월 전, 기회가 생겨서 농인 분들과 배리어 프리 자막이 제공되는 영화를 함께 보러 간 적이 있어. 거기서 청인은 나를 포함해 고작 몇 사람 정도 있었는데, 농인 분들이 수어로 말을 거셔도 도무지 못 알아듣겠는 거야. 그때 보통의 상황에선 농인들이 이런 기분이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융니가 떠올린 봉사경험 기억이 공감이 갔어. 앞으로 약자의 권리에 대해 다루는 미디어 콘텐츠가 더 많이 나오길 바라며, 삼성에서 제작한 배리어 프리 영화 'Two Lights: Relúmĭno - 두개의 빛: 릴루미노'를 추천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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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니🫠 :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본 연극인 ‘킬 미 나우’! 나는 삼연(2019년)때 봤었어. 이때 사람들이 왜 연극을 보러 가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현장감과 연기에 흠뻑 몰입해서 봤던 기억이 나. 여운도 꽤 남는 내용이라 기억에 더 남는 것 같네. 개인적으로 인간의 존엄성과 안락사를 다룬 내용 때문에 영화 ‘미 비포 유’가 생각났어. 이 영화도 로맨틱 코미디 속에 가볍지 않은 내용을 포함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라 함께 보면 좋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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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니🐰 : 글로만 읽는 건데도 왜이렇게 슬픈지 😢 공연의 여운이 여기까지 느껴지네 … 나는 왜인지 모르게 가즈오 이시구로의 소설 ‘나를 보내지 마’가 떠올랐어! 사실 이건 복제인간 이야기지만, 마찬가지로 인간존엄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거든. 영화는 ‘네버 렛 미 고’라는 제목으로 국내에 소개 됐어. 키이라 나이틀리와 앤드류 가필드가 나오니까 궁금하다면 디즈니+에서 관람해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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