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구독자!
2024년 아무콘텐츠 특집호의 마지막은 내가 장식하게 되었어! 그래서 기쁘면서도 어떤 내용을 담으면 좋을지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아😀
올해를 되돌아보며 가장 나에게 좋은 에너지를 줬던 극들이 무엇일까 생각해 보니, 주로 여성 서사를 다룬 극들이더라고~ 이참에 올해 내가 봤던 여성 서사 극들을 모아 함께 소개하면 어떨까 싶어 데리고 왔어. 그럼 바로 시작해 볼게!
*모든 소개 내용에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1) 홍련
뮤지컬 <홍련>은 내가 아무콘텐츠 37화에서 소개한 뮤지컬이야. 다시 한번 시놉시스를 짧게 설명하자면, <홍련>은 한국 전통 설화인 장화홍련전의 ‘홍련’과 바리데기 설화의 ‘바리’가 사후 재판에서 만나게 된다는 설정의 한국 창작 뮤지컬이야.
죽은 영혼들이 모여 심판을 받는 곳, 저승 천도정에 끌려온 홍련은 아버지를 살해하고 남동생을 해쳤다는 혐의를 받고 있어. 홍련은 자신의 고통을 외면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늘을 대신해 단죄한 것이니 무죄라고 주장하지. 하지만 홍련이 사건에 대해 진술하면 할수록 허점이 발견돼. 극의 끝에서 우리는 홍련이 외면하고 있는 진실과 바리가 13만 9998번째의 재판을 하게 된 이유를 알 수 있어.
나는 홍련을 보며 혐오와 차별에 억눌려 자란 여자아이가 얼마나 스스로를 혐오하게 되는지 뼈저리게 느꼈고, 그래서 마음이 너무 아팠어. 또한 홍련이 현대의 아이템인 하이톱 컨버스를 신고 있는 등의 모습을 통해 홍련처럼 학대 당하며 자라는 여자아이가 지금도 존재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 더욱 가슴 아팠던 것 같아. 바리를 만나 씻김을 받은 홍련이 바리와 차사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하는 모습에 눈물이 왈칵 났어.
이제 곧 열리는 제 9회 한국뮤지컬어워즈의 여러 부문에도 노미네이트 된 극이니 다음에 돌아온다면 꼭 한 번 보는 걸 추천해! 뮤지컬 <홍련>이 꼭 상 타길 바라며...🤍
2) 접변
뮤지컬 <접변> 역시 올해 초연을 올렸던 뮤지컬이야. <접변>은 최초로 중국 창작 뮤지컬이 한국 라이선스로 공연된 극이야. 그래서 중국의 역사를 바탕으로 둔 내용이지만, 우리나라의 일제강점기 시대와 비슷한 역사를 담고 있어. 그래서 보는 내내 큰 공감을 하며 볼 수 있었어.
시놉시스를 간단히 설명해 줄게. 접변은 유명 가수 ‘만만’을 인터뷰하러 온 ‘제치평’을, 만만이 아닌 ‘심문’이 맞아주게 되면서 시작해. 심문은 만만이 며칠 전 일본 영사관의 무도회에서 실종되었다고 말하지. 제치평은 만만과 함께 산 심문에게 만만의 이야기를 좀 더 해달라고 요청하고, 그녀는 이야기를 시작해. 그렇게 우리는 그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이 뒷이야기는 너무 큰 스포라 극장에서 확인하길 바랄게!
접변은 보기 전에 스포일러를 절대 보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받았던 터라 극의 반전이 정말 기대됐어. 하지만 생각보다는 예상이 가는 반전이긴 했어. 그러나 이야기는 신선하고 아름답게 느껴졌지. 왜 그랬을까 생각해 보니, 늘 봐왔던 고정된 남녀의 역할에서 벗어나 여자들끼리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다양한 모습과 관계를 보여줬기 때문인 것 같아.
더불어 무대를 높여서 무대 위와 아래를 구분하고, 무대 뒤를 창문으로 구성하여 또 다른 공간을 구현해 냈다는 점이 굉장히 흥미로웠어. 전체적으로 무대 연출을 극 분위기에 맞게 너무 잘 풀어냈고, 무대가 가로로 길게 배치된 공연장의 특성을 기가 막히게 잘 썼다는 생각이 들었어. 다음에 다시 온다면 꼭 전 캐스트로 다 봐보고 싶은 극이야.
3) 리지
뮤지컬 <리지>는 1892년 미국에서 일어난 미제 살인 사건, ‘리지 보든 사건’을 모티브로 한 뮤지컬이야. 어느 날 보든 가의 ‘앤드류’와 그의 재혼한 아내가 끔찍하게 도끼로 살해당한 채 발견이 돼. 강력한 용의자로 둘째 딸 ‘리지’가 체포되지. 그리고 전 국민이 주목하는 세기의 재판이 열리게 돼.
리지를 보기 전에는 시놉시스만 보고 그저 재판하면서 누가 범인인지 밝혀내는 내용일 거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실상은 완전히 달랐지… 리지가 ‘왜 내 세상만 깜깜해!’ 하면서 소리 지르는 부분에서 가슴이 아프기도 했고, ‘낡은 건 다 태워 버려’ 라고 말할 땐 왠지 모를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어. 그리고 ‘언젠가는 다 말할래. 온 세상이 이해할 수 있게’ 라고 말하던 그녀들의 바람이 현재의 우리에게 닿아, 결국엔 그녀들의 눈물, 고통, 사랑이 이해받고 위로 받게 된 것만 같아 마음이 뭉클하기도 했지.
리지는 4명의 여자 배우들이 성대를 아낌없이 써가며 록(rock)을 지르는 걸 들을 수 있어. 또 그렇게 질러 불러주는 넘버가 좋고, 들으면 들을수록 중독성이 강해서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계속 찾아 듣게 돼.
그중에서도 난 특히 <낡은 건 태워 버려>를 정말 좋아하는데, 꼭 한 번 들어보길 바랄게! 극 중에서 액션을 같이 하며 들으면 더 좋지만… 한국어로 된 박제 영상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이렇게라도 들을 수 있게 된 것에 감사해…
또 리지는 커튼콜을 정말 길게 해 줘. 약 10분 정도의 시간 동안 록 페스티벌에 온 것처럼 날뛰며(?) 4명의 배우와 함께 아주 멋진 극의 마무리를 만들어낼 수 있어! 구독자도 한 번 즐겨보길 바라~
4) 하데스타운 & 광화문연가
뮤지컬 <하데스타운>과 <광화문연가>는 여성 서사극은 아니지만, 젠더프리 캐스팅으로 남성만 맡았던 배역에 여성 배우가 동시에 캐스팅 된 극이기에 넣어봤어. <하데스타운>에서는 올해 재연에서 처음으로 여성 헤르메스로서 최정원 배우가 함께 했어. 올해 사연으로 돌아온 <광화문연가>에는 리뉴얼된 공연부터 계속 함께 했던 차지연 배우가 이번에도 역시 김호영 배우, 서은광 배우와 함께 ‘월하’ 역을 맡게 됐어.
올해 두 공연 다 보게 되어, 최정원 배우와 차지연 배우로 캐스팅을 고정하여 봤는데 역시… 둘 다 너무 잘하더라고!
최정원 배우는 최재림 헤르메스와 또 다르게 좀 더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보여줬어. 개인적으로 최재림 배우는 관객과 무대를 이어주는 역할을 좀 더 했다면, 최정원 배우는 무대 속 모든 인물들을 이어주는 역할을 했다는 느낌이 들었어. 독보적으로 튀는 모습을 보여주기 보단, 물 흐르듯이 무대 위를 돌아다니며 모든 장면과 시점을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 이어주는 듯했어. (내가 재림 헤르메스와 정원 헤르메스만 봐서 두 명의 배우만 언급하는 점을 양해해 줘)
차지연 배우의 월하는… 말해 뭐해. 귀엽고 멋있고… 혼자서 다 하더라고🤣 특히 나는 <빗속에서> 넘버가 정말 좋았어. 차지연 월하를 보러 갈 때 뮤지컬을 생애 처음 보는 친구와 함께 갔는데, 그 친구도 차지연 배우의 매력에 홀딱 빠져서 나왔지 뭐야~
이처럼 여성 서사극뿐만 아니라, *젠더 벤딩 캐스팅, *젠더 크로스 캐스팅 등이 이루어진 극이 많아지면서 여성 배우들의 입지가 보다 넓어진 것 같아. 사실 소극장에서는 젠더 프리 캐스팅이 꽤 활발히 일어나고 있고, 여성들로만 이루어진 극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지. 하지만 대극장에서는 이러한 캐스팅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이번 <하데스타운>과 <광화문연가>의 젠더프리 캐스팅은 뮤지컬 산업이 고착화 된 틀을 깨고 더 발전될 수 있도록 발판이 되어주는 것이라 생각해.
어쨌든 우리가 뮤지컬을 통해서 보고자 하는 것은, 인물의 성별이 무엇인지가 아니라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에 대한 것이잖아? 그러니 앞으로도 많은 젠더프리 캐스팅을 시도해 줬으면 좋겠어.
*젠더 벤딩 : 배우에 맞춰 배역의 성별을 바꾸어 각색하는 것. 젠더벤딩이란 작품 속 원래의 성별을 역전하면서 작품의 의미나 관계망까지 새롭게 각색함으로써, 보다 적극적인 방식으로 젠더의 영역을 확장시키는 캐스팅을 의미한다. (출처 : 남산예술센터 디지털 아카이브)
*젠더 크로스 : 배역과 다른 성별의 배우를 캐스팅하는 것. (출처 : 뉴데일리 ‘남자 '살로메', 여자 '햄릿'…'젠더프리' 공연 바람 계속 분다’)
혹시 구독자 아무콘텐츠 5화도 봤니…⭐? 5화에서 내가 소개했던 극 역시 여성 서사극인데~ 바로 2022년에 초연을 올린 <이프덴>이야. 그런데 지금 이 <이프덴>이 재연으로 돌아왔다는 소식~!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대극장에서 2025년 3월 2일까지 한다고 하니까 이번엔 꼭 놓치지 말고 한 번 보러 가는 건 어때? 아, 아직 5화를 못 봤다고? 걱정하지 마~ 그런 구독자를 위해 포스타입 홈으로 특집호를 데리고 올 예정이니까😊 그게 무엇일지는 포스타입 특집호를 기대해 줘! 아래 포스타입 링크 달아둘테니 확인해 봐~
그럼 이번 글은 이만 여기서 마칠게. 2024년 잘 마무리하고 2025년에 만나자.
아무콘텐츠는 매주 금요일 오전 8시에 발송될 예정이야!
오늘도 고맙고 다음 주에 만나~
Special Issue 아무코멘트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