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독자, 안녕! 오늘의 아무콘텐츠를 쓰게 된 융니야~! 봄이 되려나 했는데 요즘 다시 날씨가 쌀쌀해졌더라고~ 다시 추워진 날씨는 싫지만, 이 날씨에 맞춰 관극하기 좋은 극을 하나 데리고 왔어.
바로 최근에 감명 깊게 본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야. 몹시 추운 새벽의 파도 소리가 내 귓가를 맴돌고, 차가운 공기 속 뜨겁게 뛰는 심장을 느낄 수 있는 극을 지금부터 소개해줄게.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한국 창작 연극이야. 올해 사연으로 돌아왔어. 살아있는 자를 수선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지 예상이 가니? 이 극은 19살 청년 '시몽 랭브르'의 기증된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이식되는 24시간의 과정을 촘촘하게 보여줘.
1인극 형식으로, 배우 한 명이 17명의 역할을 연기해. 이번에는 '손상규' 배우, '김신록' 배우, '김지현' 배우, '윤나무' 배우가 참여했어. 그중에서 난 윤나무 배우의 팬이기에 윤나무 배우 회차에 관극을 하러 갔어🥰
운 좋게도 앞 열을 잡게 되어 코앞에서 윤나무 배우의 연기를 보는데… 정말 압도적이었어. 혼자 17명의 역할을 연기하는데, 각기 다른 톤으로 연기하는 게 놀라웠어. 한 명이 연기하지만, 마치 17명이 연기하고 있는 느낌. 별다른 설명 없이 역할이 바뀌어도 다른 인물이 얘기하고 있다는 게 명확하게 느껴졌어.
이 극은 1인극의 형태를 통해 이 극을 보는 너와 내가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자각하게 해. 극 내에선 심장이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아무런 관련이 없던 사람들이 이어져. 이를 통해 우리 삶이 사실은 긴밀하게 다 이어져 있음을 보여주지. 이러한 극의 형태를 통해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멈추고 자연과 사회를 구성하는 한 존재로서 인간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게 해주고 싶었다고 해.
이 극은 색감보다는 명암을 활용해 조명을 연출했어. 오히려 색을 배제하였기에 조명 하나하나의 움직임과 연출의 의미를 사고하는 데에 집중할 수 있었어. 또 조명 연출로 텅 빈 극장이 공간감을 가지게 되었다고 생각해. 더불어 인물이 느끼는 절망, 그리고 희망, 이러한 감정들을 더욱 와닿게 느낄 수 있었어.
또 특이하게 극의 시작과 마지막에 긴 암전이 있어. 사실 극이 시작할 때는 이 암전의 시간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는데, 극을 보고 난 후 마지막에 있는 암전에서는 극을 보며 느낀 감정들을 정리하고 받아들이는 시간으로 쓸 수 있었어. 한 사람이 죽고, 그 사람의 심장이 다른 사람에게 가기까지의 과정. 그 속에서 감정들이 정말 말 그대로 ‘휘몰아치기’ 때문에 그걸 곱씹고 이해할 새 없이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리며 따라가다가 마지막 암전 시간에 비로소 하나둘 차분히 받아들이기 시작했던 것 같아. 그리고 마지막엔 내 심장 소리가 들리는 듯했어. 시몽 랭브르가 자신이 좋아하는 서핑을 했을 때, 또 좋아하는 여자애에게 고백했을 때처럼 빠르게 뛰는 것 같기도 했어.
이 극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세 가지 장면이 있어. 이 부분은 짧더라도 장면에 대한 자세한 묘사가 있으니, 극을 볼 사람들은 극을 본 이후에 다시 읽어보는 걸 추천해!
다시 극을 본다면 인상 깊었던 장면이 바뀔지도 몰라. 장면마다, 인물마다 주는 감정이 달라서 극을 여러 번 보며 받아들이고 싶은데, 그러지 못한 게 너무 아쉬워.
내가 이 극을 알게 된 건 '민새롬' 연출가의 다른 작품 연극 <온 더 비트>를 보고 난 후였어. 연극 <온 더 비트> 역시 1인극으로, ‘아드리앙’이라는 인물이 드럼을 통해, 그에게만 들리는 *고스트 노트를 들려주는 극이야. 그는 비트를 통해 자신을 꾸밈없이 표현해. 세상은 그를 무시하고 이해하지 않지만, 그리고 그도 그런 세상을 이해하지 못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을 표현하는 아드리앙을 보는 게 나에게 있어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
이 극을 통해 ‘윤나무’라는 배우에게 빠지게 되기도 했고, 극 내에서 들려주는 음악들이 너무 좋아서 너무너무 추천해! 다시 돌아오게 된다면 꼭 한 번 보길 바라!
*고스트 노트: 리듬 값이 있지만 연주할 때 식별할 수 있는 피치가 없는 음표. 악보에서는 음표 머리 주위에 타원형 또는 괄호 대신 “X”로 표시됨
그리고 민새롬 연출인 연극 <나무 위의 군대>도 한번 보고 싶었는데 티켓 잡기가 힘들더라고😂 손석구 배우는 물론, 영화 <박열>에서 박열의 연인이자 동지인 ‘가네코 후미코’ 역을 연기했던 최희서 배우가 나와서 보고 싶었는데 말이지! 다음에 돌아오면 한 번은 보고 싶은 극이야!
연극 <살아있는 자를 수선하기>는 3월 10일이 마지막 공연이야. 이 글을 본 시점으로부터 3일 정도의 시간밖에 남지 않은 극이니 보고 싶다면 지금 당장! 예매 사이트로 뛰어가도록 해!! 예전에 지연 입장을 하게 되어 국립정동극장의 맨 뒷자리에서 관극을 한 적이 있는데 맨 뒷자리도 시야가 좋았어! 그러니까 자리가 안 좋아서 안 간다?! 그러지 말고 꼭 자리가 있다면 보러 가는 거 추천해👍
난 이 감동을 다시 한번 곱씹고 싶어서 원작 소설을 읽고 있어. 책을 다 읽고 전체적인 감상을 나누고 싶었는데, 그러면 정말 연극이 끝난 아주 먼 훗날 나눠야 할 것 같아서... 빠르게 호다닥 가져왔어!
혹시 구독자도 이 연극을 봤다면 감상에 대해서 나눠주면 좋을 것 같아. 메일리 사이트 댓글, 아무콘텐츠 인스타그램 디엠 등 어디든 좋아~ 난 구독자의 감상과 생각도 너무너무 궁금하거든.
그럼 다음엔 또 다른 콘텐츠 소개로 돌아올게! 다들 안녕~
오늘의 아무콘텐츠도 재밌게 즐겼길 바라며
열아홉 번째 뉴스레터는 여기서 마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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