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ue 4. 당신을 살리는 책이 있나요?

이 음악을 곁들여 글을 읽으시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어느덧 무더위가 본격화된 7월의 어느날입니다.            구독자님들은 어떤 여름날을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메일리 글을 쓰기 위해 밖으로 나가는 일정을 단행했습니다. 무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외출은 대부분 더위가 조금이라도 가신 저녁에 하곤하는데, 오늘은 일찍이 집을 나섰습니다. 외출을 나선김에 해야할 일들의 리스트를 아날로그키퍼 핸디 다이어리에 빼곡하게 채운 뒤, 그렇게 무더위 속으로 터벅터벅 향해갑니다. 참, 외출할 때 음식물쓰레기를 비우는 것을 잊지 않구요..! 

2-3년 전의 저의 모습을 복기해보면, 그 때의 저는 집밖을 나가는 것을 무척이나 좋아해서인지 평일과 주말을 가리지 않고 언제나 저의 몸과 정신의 방향은 밖의 세계를 향하곤 했습니다. 집 밖에서 마주하는 장면들이 흥미롭게 느껴졌던 것이었을까요? 그 땐 어쩐지 집에서 머무는 시간들이 답답하게 느껴졌던 것 같기도합니다. (주중엔 직장생활로 인해 마음이 한껏 답답해서 그랬던 것일수도 있을테죠)

그래서 이러한 변화들이 문득문득 생경하게 느껴지기도합니다만, 이제는 제 자신이 집이라는 공간을 제법 좋아하게 되었다고 생각해봅니다. 아마 긴긴 코로나의 시기를 겪어서 이런 변화들을 맞이하게 된 것인지, 그것이 아니라면 시간이 흐르면서 저의 성향이 바뀌어서일 수도 있을테죠. 그 시작점이 어떠한 것이든, 저는 지금의 저의 모습에 맞추어 삶의 형태를 갖추어나가고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더 많은 시간이 흐른다면, 저의 삶의 형태가 또 어떠한 계기로 변화를 맞이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 변화가 이젠 제법 기대됩니다. 

참, 그래서 제가 오늘 외출을 나선 김에 해야하는 일들은요-

- 분리수거&음식물쓰레기 비우기

- 도서관 방문(책 반납 및 대출) 

- 카페에서 메일리 글 초안 작성

- 시간이 남는다면 9번째 유튜브 영상 컷편집

- 다이소에서 필요한 일상용품 구매

- 산책 및 집으로 돌아오기

지금 제가 머물고 있는 공간이 카페이니, 분리수거 및 음식물쓰레기를 비우는 행위와 도서관을 방문한 일들을 완료한 상태입니다!

오늘은 도서관에서 총 3권의 책을 빌렸습니다. 저번주에 2권의 책을 대출해왔더니, 2권의 책을 너무 금방 읽게 되어버려 오늘은 다시금 3권으로 증량해보았습니다:) 무엇이든 자신의 삶의 형태에 맞게 보조를 맞추어나가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바입니다. 

오늘 들여온 책들을 잠시 소개해드리자면,

1) 박소영, <스노볼>  

2) 정인하, <부드러운 거리>

3) 송은정,  <빼기의 여행>

가장 먼저 마음 속으로 들어온 <스노볼>이라는 책은 제1회 창비X카카오페이지 영어덜트 소설상 대상 수상작으로, ‘진짜 나로 살아가길 원하는 모든 이를 위한 소설’이라는 소개글을 마주하고 거침없이 집어낸 책이었습니다. 물론, 하얀 눈이 흐르는 배경 위에 놓여진 스노볼이 담긴 책 표지도 저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습니다. 눈이 내리는, 시린 겨울이라는 계절을 4계절 중 가장 선호하지 않지만.. 어쩐지 무더운 여름의 계절에서 마주하는 겨울의 장면은 낭만스럽게 느껴진다면 이상한 심보를 가진 것일까요-  실은, 진짜 나로 살아가고 싶은 마음에 이 책을 가장 먼저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2번째로 선택을 받게 된 <부드러운 거리>는 책장을 넘기며 마주한 귀여운 그림체와 글들에 마음을 뺏겨버리고만 책이었습니다. 겉표지에 담겨진 , ‘일러스트레이터의 눈에 비친 그곳, 보통사람들’ 이라는 문구에 저의 마음은 퍽 일렁이며 설레져버렸습니다. 특별한 장면이 아닌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진 책이라는 생각에 선뜻 마음이 쏟아져버리기도 했습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특별한 것이 아닌 일상적인 것들에 편안함을 느끼며 만족감을 느껴가는 저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고심해서 고른 책은 바로 <빼기의 여행>입니다. ‘여행’이라는 두 단어에 초점을 두기보다 ‘빼기’라는 두 글자에 더 마음이 가버렸습니다. 10대 20대의 시절이었다면 분명 저의 마음은 ‘여행’에 더 많이 머물러있었을 것입니다. 당시 제 삶에 있어 여행이라는 존재는 아주 큰 역할을 맡고 있었던 대상이었으니까요, 다만 그로부터 조금의 시간이 흐른 지금, 제 삶의 중심에는 ‘여행’보다는 ‘일상’, ‘빼기’, ‘단순한 삶’과 같은 단어들이 더 묵직하게 자리잡은 상태가 되었습니다. 여행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아닌, 앞으로 내가 살아낼 삶에서 무엇을 더 빼고 더해야할지에 대한 마음이 반영되어 선택하게 된 책이었습니다. 

나만의 삶을 살아낼수록 무언가를 채우는 일보다 비우고 정리하며 나의 삶에 불필요한 것들을 하나씩 빼내는 시간에 부쩍 더 관심을 가지게 됩니다. 그러한 작업을 해나가다보면 어느새 알멩이만이 남겨진 저의 삶이 보입니다. 가볍고도 단순한, 무언가 빈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필요한 존재들로만이 꽉 차여진 만족스러운 삶의 모습이 남겨져있습니다. 그래서 무언가를 채워내기 전에는 먼저 비워내는 시간들을 가지곤합니다. 나에게 정말 필요한 것들인가를 생각해내는 시간이 어느덧 즐겁게 느껴지는 것을 마주하니 저는 제 삶을 꽤 단순하게 살아가고있나 봅니다. 

여러분은 책을 어떤 방식으로 골라내시나요?

저는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할 때 다양한 장르의 책들을 최대한 섞어내려고하는 편입니다. 가장 좋아하는 장르는 소설이지만, 관심사는 다양한 편이라 다채로운 이야기가 담겨있는 책들을 골고루 읽어내는 것을 선호합니다. 

또한, 소설의 경우 좋아하는 작가가 생기면 그 작가가 집필한 책들을 순서대로 읽어내는 행위를 즐기곤합니다. 제가 오랜시간 애정해온 국내작가님을 잠시 나열해보자면 이렇습니다. (해외작가편은 다음 기회에 적어보도록하겠습니다!)

1) ‘김진명 작가님’은 제가 중학교 시절부터 오랜시간 애정해온 작가님이십니다. 역사라는 과목을 줄곧 좋아하던 저에게 김진명 작가님의 소설은 중학교 고등학교 대학교 시절을 거친 학창시절 내내 아주 즐거운 시간들을 만들어준 존재이기도 했습니다.(정치 이야기도 많이 등장하는 책입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을 마주한 이후로 마음이 향하는 작가들의 소설들을 연이어 읽게 된 습관을 지니게 되어서인지 저에겐 의미있는 작가님이시기도합니다. 

2) 오랜시간 병원에서 간호사로 근무하시다 글을 쓰는 직업을 가지게 된 ‘정유정 작가님’의 글은 살아있는 듯한 느낌을 주곤합니다. 삶과 죽음의 경계의 장소에서 오랫동안 일을 하셔서였을까요? 유달리 책 속에 담긴 등장인물들의 심리묘사에 있어 아주 생생한 문장들을 쓰시는 분이시기도합니다. 유명한 작가님들 중 생업에 종사하시다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서신 분이 꽤 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들이 겪어낸 다양한 경험들은 생생한 글의 원천이 되어주지 않았나라는 생각을 하곤합니다. 그런 의미로 장강명 작가님의 작품도 추천합니다! (장강명 작가님은 동아일보 정치부 기자로 일을 하시다 전업작가의 길을 걸으신 분입니다. <표백>이라는 소설을 적극 추천해드립니다..!)

3)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좋아합니다. 그 시작점은 고등학교 시절이었습니다. 고1의 어느 봄날의 국어수업시간에 담당선생님께서 박완서 작가의 <그 여자네 집>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 당시 그 이야기가 얼마나 재미있게 느껴졌던지.. 그 이후로 저는 그 작품을 계기로 박완서 작가님의 글을 꾸준히 찾아서 읽게 되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 <그 여자네 집>의 이야기를 단순히 시대의 흐름 속에서 이어지지 못한 안타까운 젊은 사랑이야기로 느꼈다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작품 속에 담겨있는 역사적 배경들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일제강점기 하 징병문제라던지, 위안부문제라던지, 그런 문제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으며 생각합니다. 한 사람이 책을 통해 느끼게 되는 것들은 그 사람이 경험하고 생각하는 세계의 폭에 비례하여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책 속에 담겨진 여러 의미들을 알아내기 위해서 문득문득 더 많은 세계를 경험해보고싶어집니다. 

4) <운수 좋은 날>이라는 작품으로 유명한 ‘현진건 작가님’의 작품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b사감과 러브레터>라는 제목의 소설이었습니다. 중학교 시절 마주하게 된 이 소설은 저에게 한국문학에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게 되는 계기를 마련해주었고, 실제로도 이 작품을 마주한 뒤로 한국문학을 부지런히 읽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5) 처음 구병모 작가님의 작품을 알게 된 것은 대학교 시절 룸메이트가 <위저드 베이커리>라는 책을 저에게 건네면서부터였습니다. 그리고 시험기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 단숨에 그 책을 읽어내고말았습니다. 그 이후로 잠시 작가님의 존재를 잊고 있었는데, 어느덧 작가님은 한국 문학계의 대스타가 되어있으셨습니다..!!(사실 위저드 베이커리를 읽을때까지만해도 남자 작가님인 줄 알았는데, 이런 분들 생각보다 많더라구요..!) 

구병모작가님의 글은 읽는동안만큼은 마음이 절실해져버립니다. 문장을 읽어내며, 작가님이 이 문장을 쓰기까지의 고심하며 보내신 긴긴 시간들이 마음 속에 그려지기도합니다. 구병모 작가님의 글 중 가장 좋아하는 작품은 바로 <바늘과 가죽의 시>라는 제목을 지닌 소설입니다. 소설 속 담긴 모든 문장들이 저에겐 아름답게 다가왔던, 아름답고도 유려한 문장들이 가득 담긴 작품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난 후 블로그에 적은 감상문은 링크로 첨부해두겠습니다! 

6) ‘김동식 작가님’ 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약 4년 전의 어느 날이었으니, 목록에 나와있는 작가님들 중 가장 최근에 알게 된 작가님이십니다. 글을 따로 배워본 적이 없으셨고, 주물공장에서 오랜기간 일을 하신 분이셨는데, 2016년 한 게시판에서 자신의 글을 올리기 시작하면서 글을 본격적으로 쓰기 시작하신 분입니다. 작가님은 독자들의 맞춤법 지적이나 조언을 받으며 계속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셨고, 꾸준한 노력의 결과 2017년 첫 책이 출판된 이후로 활발한 집필활동을 하고 계신 멋진 분이십니다! 처음 작가님의 책을 읽고 든 생각은 이런 류의 글은 처음 읽어본다라는 느낌이었는데..그래서 참 신선하고도 좋았습니다. 이따금씩 블로그에 작가님의 글에 대한 후기를 올리면 좋아요도 눌러주시는 작가님은 귀여운 분:)

시간이 흐를수록 타고난 것들을 익숙하게 잘 해내는 이들보다 조금 부족한 면을 지닌다하더라고 꾸준히 무언가를 해내고 지속해내는 일들에 마음이 가곤합니다. 그 지속해내는 마음을 오래오래 응원해내고 싶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일을 마주할 때면, 언제나 제 자신의 마음을 살려주는 책 속 고마운 문장들이 존재했어요. 어쩌면 활자라는 대상 덕분에 그 힘든 순간과 시기를 잘 버티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무거운 마음이 찾아올 때면 되뇌이는 문장 하나가 있습니다. 바로 박완서 작가님의 수필집 <노란집> 속 담겨진 문장인데, 문장을 천천히 따라 읽다보면 어느새 마음이 괜찮아져버리는 순간을 맞이하게 됩니다. 

나의 마음을 살릴 수 있는 것들은 어쩌면 아주 사소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 사소한 마음에 우리들은 우리네 인생을 굳게 살아내기도합니다. 그러니 마음을 살릴 수 있는 존재들을 자주, 곁에 두는 연습을 해야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힘들 때 바로 바로 꺼내어 마주할 수 있도록- 

구독자님들은 본인의 마음을 살려내는 책을 간직하고 있으신가요? 이번 한 주에는 그런 존재를 만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남쪽 지역, 부산에서 analogue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