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ue 5. 당신은 당신이 감당해낼 수 있는 환경에 머물고 있나요?

2주만에 다시 돌아온 analogue의 뉴스레터입니다..!

오늘의 글쓰기를 함께할 플레이리스트는 ‘ost만 들으면서 일해도 하루는 순삭이지!!’라는 제목을 지닌 노래모음집입니다. 이 플레이스트를 만들어낸 영상채널의 이름은 바로 ‘아 퇴사하고 싶다’ 인데요 ㅎㅎ 실은 제가 퇴사하기 전부터 자주 찾아듣던 채널이었어요. 그 때의 저의 희망사항이 가득 담긴 플레이리스트였다고 해야할까요..! 다행히 지금은 그 바람을 달성한채로, 직장인이 아닌 삶의 하루하루를 성실하게 살아내고 있는 중입니다-

그럼 오늘의 글은 읽으실 때는 이 ost모음집을 함께 곁들여주시길 바랍니다🌷

5월 10일은 저의 2번째 직장의 퇴사일이었는데, 메일리 뉴스레터 초안을 작성하고 있는 지금(7/23)의 기준으로 어느덧 2달이 넘는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습니다. 문득문득, 그저, 신기할 뿐입니다. 

직장생활을 해낼 때면 그렇게도 더디 지나던 시간의 흐름이 직장을 벗어난 후부터는 지금까지의 느린 속도를 언제 참아냈냐는 듯, 휘몰아치듯 지나가곤합니다. 분명, 절대적으로 동일한 시차로 흘러가는 시간인데, 상황에 따라 그것이 다가오는 마음이 다르게 느껴지기도 하나봅니다. 직장생활을 했던 5개월의 나날들이 내내 긴긴 영겁의 시간들처럼 여겨졌다면, 그 상황을 벗어난 지금은 하루하루의 일상들이 짧게만 느껴집니다. 

평범한 직장인이었을 때 저의 매일매일의 일상은 동일하게 흘러갔습니다. 밑의 일정과 비슷하게말이에요, 

6:00~ 기상 및 청소, 운동, 샤워, 화장 

7:00~ 다이어리 작성, 책 읽기, 저녁에 먹을 국 끓이기 

8:00~ 지하철을 이용해 출근(팟캐스트 듣기, 블로그 글쓰기)

8:40~ 커피 테이크아웃, 회사도착, 업무 준비  

9:00~ 업무시작(구글 keep 띄어두기)

~12:00 오전 업무 

~13:00 즐거운 점심시간(구내식당에서 밥먹고 휴식) 

~18:00 오후 업무

18:00~ 퇴근(야근 안할 시) 

19:00~ 집 도착 후 저녁

20:00~ 운동 샤워 

21:00~ 휴식 휴식 휴식

23:00~ 취침(asmr를 곁들여)

직장인 시절에도 나름 부지런을 떨어 일찍 기상해 여러 가지 일들을 하곤 했는데, 그래서인지 퇴근 후 저녁을 먹고 샤워를 한 뒤에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 취침 전까지 꼼짝 없이 누워있어야만 했습니다. 물론 점심도 구내식당에서 10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해결해내고 남은 시간인 50분동안만큼은 책을 읽거나 낮잠을 자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렇게해야만 겨우 업무시간을 견뎌낼 수 있었으니까요..! 

나와 좀처럼 맞지 않는 직장생활을 지속해내는 것은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었습니다. 3년 8개월의 공무원 생활을 끝내고 다시 시작한 공공기관에서의 직장생활이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쉬이 익숙해지지도, 적응이 되지도 않았던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직장생활을 해낼수록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 한 구석이 끝없이 답답해져왔고, 겨우내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이건 나와 맞지 않은 삶이다’ 라고.. 누군가는 그런 이야기를 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직장인들 역시 직장생활이 쉽게 느껴지지않는다고. 그럼에도 저의 경우는 확연히  달랐습니다. 직장인들이 일상적으로 넘기는 부분들까지도 저에겐 결코 일상적인 일이 되지 않았으니 말입니다. 

직장인들이라면 대체적으로, 일반적으로 넘어갈 문제들이 저에겐 언제나 걸림돌을 안겨주곤했고, 누군가에게는 사소하게 다가오는 존재들이 저에겐 아주 큰 스트레스로 다가와 그것들이 층층이 쌓이다 결국에는 그 무거운 마음들을 저는 더이상 견뎌낼 수가 없었습니다. 제 스스로가 견뎌내고 허용해낼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 어느 순간, 결단을 내려야했습니다. 더 이상 다니긴 어려운 일이라고, 그리고 저는 그 마음의 확신이 들자 지체없이 사직서를 제출하게 되었습니다. 

실은 처음이 아닌 두 번째로 제출한 사직서라 처음만큼 마음이 울렁이진 않았습니다. 또한 사직의 마음을 품고 사직서를 제출해내는 시간 역시 처음과는 달리 꽤 빠른 속도로 이루어졌다는 것을 미루어보아 처음과는 다른 형태를 보이기도했습니다. 공무원 의원면직을 결정했을 당시에는 저 역시도 오랜시간 생각하며 고민하다 그만두게되었고, 또한 그만 둔 이후로도 저의 마음은 요상하게 흔들리기도 했습니다. 아쉬움이 남았다기보다는 제 자신에게 실망한 느낌을 받았다고해야할까요. 사람들은 냉혹한 사회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견뎌내는데, 저는 당시 남들이 다 견뎌내는 것들을 나 자신만 못견뎌낸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다만, 지금 다시 그 시절을 생각해보면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환경이 다 다른 법인데, 제가 제 자신의 특성과 성향을 미처 파악해내지 못하고 제 자신을 너무 몰아붙인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다행스럽게도 두 번째 직장을 그만둘 때는 앞선 경험이 있어서인지 보다 제 자신을 많이 보듬고 품어내려고 부단히 노력했습니다. 2번에 거쳐 내가 온 마음을 다해 노력을 한다하더라도 미처 견뎌내지 못하는 환경이라면 그 숨막히는 환경에 나를 맞추기보다, 나 스스로가 나와 어울리는 환경을 찾아 떠나야만하는 것이라고. 나라는 사람이 적응해낼 수 있는 새로운 환경을 개척하고 나만의 길을 부단히 걸어가야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생각 덕분이었는지, 2번째 사직서를 제출할 때는 처음 그 경험을 해낼 때보다 훨씬 수월하게 느껴졌습니다. 

물론, 사직을 결정한 이후 부모님께 죄송한 마음이 들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마음이었습니다.  처음도 아니고 두 번씩이나 이런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이 마음 한켠으로 끝없이 죄송스러웠습니다. 감사한 건 부모님께서는 첫 번째 사직 때와 비슷하게 저를 먼저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셨다는 것입니다. 지금도 제가 시작해내는 여러 일들에 많이 응원해주시고 있어서, 저는 지금 제가 해낼 수 있는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는 중입니다..! 

2번을 연속적으로, 남들이 선망하는 직업을 스스로 그만두는 일을 행한 저이기에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묻습니다. 왜 그만둔 것이냐고, 남들처럼 적당히 다니면 되지 않냐고, 그러게 말입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는 그저 허허하고 웃고 넘겨버립니다. 그 사람들의 마음 역시도 이해가 되는 바이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제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할 때, 공공기관 통합채용 시험을 준비할 때는 제가 적당히 참아내며 다닐 수 있을 줄 알았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2가지의 직장 모두 그만두게 되었지만 말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남들이 추구하는 삶을 걸어본뒤에야 이제야 진짜 제가 원하는 삶이 명확해지고 말았습니다. 이따금씩은 처음부터 나 자신이 결단력을 가지고 내가 원하는 길을 걸었다면 시간을 단축해낼 수 있었을텐데, 마음의 상처를 덜 받을 수 있었을텐데.. 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아닙니다. 제가 겪어온 모든 경험들이 앞으로의 제 삶에 큰 디딤돌이 되어줄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있습니다. 직접 겪어보지 않았다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지금처럼 넓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확신해봅니다. 2가지의 직장생활을 경험하면서 이전에 보지 못했던 세상의 다채로운 면들을 면밀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되었고, 이전의 의미있는 경험이 있었기에 보다 더 다양한 주제의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 기간동안 머금은 상처들이 당시에는 너무나도 아프고 힘든 기억이었지만, 그 상처들이 아물고난 뒤에는 보다 더 단단해진 제 자신이 자리하고 있기에 괜찮습니다. 과거를 후회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기 시작하면 더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습니다. 그저 지나간 것들은 지나간대로 그 의미가 있기에, 아프고 힘든 과거도 다 나의 삶의 소중한 일부이기에, 그러니 그 시간들까지 모두 꼭 안고 보듬어주고 싶습니다. 

위의 문장은 류하윤/최현우의 <작고 단순한 삶에 진심입니다> 에 수록된 문장입니다. 유튜브에서 ‘단순한 진심’이라는 채널명으로 활동하시는 이 두 분은 그들의 영상에서 그들의 단순한 삶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곤합니다. 처음에는 영상에 담긴 메시지가 마음 깊숙이 와닿아 영상을 마주하기 시작했고, 그 뒤에는 블로그에 올리시는 글들을 찬찬히 읽게 되었고, 그렇게 그들이 짓는 글마저 마음에 들었던지라 두 분이 출간하신 책까지 읽게 되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기 시작했던 것은 공무원 의원면직을 앞둔 시기였고, 이들의 글을 읽었던 것은 의원면직 후 2번째 직장에 들어가기 전의 시간들이었고, 그들의 책을 마주한 것은 공공기관 퇴사를 한 달 쯤 앞둔 시기였습니다. 

이 문장을 읽고 또 읽고 문장을 되뇌이며 전 아주 큰 위로를 받게 되었습니다. 제 스스로를 유약한 사람이라고 몰아붙이던 순간들도 있었는데, 생각해보니 전 단지 저와 맞지 않은 환경에서 꾹 참고있었던 것이니 가장 힘든 건 어쩌면 나 자신이었겠다싶었어요. 다른 이들이 거친 세상에서 기어코 살아남는 것이 당연하다하더라도, 나는 거친 세상을 견뎌내는 것을 많이 힘들어하는 존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은 잔잔해졌습니다. 

나를 부단히, 좋은 환경에 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껏 힘껏 참아냈으니 이제부터라도 나의 마음이 편안할 수 있는 좋은 환경에 나 자신을 두어야겠다는 그런 생각말이에요. 지금부터라도 그 길을 차근차근 찾아야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은 현재, 여러분들이 감당해낼 수 있는 환경에 머물고 계신가요? 

                  - 남쪽 지역, 부산에서 analogue 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