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alogue15. 문득,

요즘 가장 자주 아껴듣는 플리를 올려봅니다. 

몇 달 만에 메일리에 이렇게 글을 쓰게 된 연유는..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데 옆자리에 앉은 어떤 분의 기침소리가 점점 커지는 동시에 손을 가리지도 않고 기침을 연달아 하시기에 자리를 옮길 요량으로 일어났지만, 빈자리가 없기도 하고 이미 감기에 옮은 것인지 몸도 급격히 좋지 않은 느낌이라 잠시 쉬어가기로 한 저의 결정으로 비롯되었습니다.

제 옆자리의 분은 공부를 하시는 것도 아니었고 책을 읽고 있었는데(원래 책은 2층에서 읽어야 함..), 그렇다고 또 진득하게 책을 읽지도 않고 거의 10분에 한 번씩 자리를 뜨기도 하고 또 텀블러를 세게 내려놓거나 입을 가리지 않고 기침을 하는 등 경악스러운 행동의 집합체를 하고 계셔서.. 자리를 뜨지 않을 수 없었답니다. 오전부터 내내 그랬던 터라 오전 시간에는 꾹 참아보았는데, 점심을 먹고 나니 참을성이 사라졌는지 더 이상 그 자리에 있을 수 있는 항마력이 달렸달까요.

이전의 저였다면, 배려 없는 이러한 이들을 마주할 때면 화가 머리끝까지 차올랐겠지만 지금은 그냥 피해 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이 일 역시 나한테 일어나야만 하는 일인지도 모르겠다는 식으로 사고해버립니다. 실제로도 몸이 안 좋은 상태이다 보니 이건 쉬라는 신의 계시일지도 몰라..!라고 해석한다던가(실은 그냥 쉬고 싶은 나의 마음일지라도) !

저는 실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험을 앞두고 있는 상태인데, 요즘은 그저 마음을 비우고 공부를 마주 해나가고 있습니다. 이렇게 많이 비워내는 것이 맞나 싶지만, 아무튼 부단히 비워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재미있는 일상을 써내고 싶은데, 크게 달라진 일상이 없기도 하고 매일 도서관을 다니는 것을 제외하면 변함이 없는 삶의 형태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참, 조금 달라진 것이 있다면 최근 들어서는 주변인들과 자주 연락하려고 노력하고 또 자주 만나려고 합니다.

저는 아무리 가까운이라 할지라도 만남을 갖는 것 자체에 대해 부담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라(혼자 있는 시간에 너무 익숙해져 있다 보니 좋아하는 대상과 만나더라도 그것이 잦아지면 몸살이 나는 희한한 이입니다) 언제나 만남을 미루는 성격이기도 했는데, 요즘 들어서는 이왕이면 만나려고 합니다.

쑥스러운 마음에 먼저 연락하는 법이 잘 없는 저였는데 조금 변한 것인지, 이젠 제법 먼저 연락도 잘 해내는 제 자신을 바라보면 어쩐지 꽤나 뿌듯해지기도 한답니다.

결혼생활에 대해 써보자면, 음.. 사실, 처음에는 쉽지 않았습니다. 신혼인데 쉽지 않다는 표현이 과연 맞는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이미 혼자 살아가는 삶에 너무 길들여진 제가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에 적응하기란 쉽지 않았다는 의미입니다.

나를 너무 사랑해 주는 이에 대한 고마운 마음은 너무 큰데, 그에 비해 제 마음이 그의 마음의 크기를 따라가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연애를 했던 7년간도 늘 그랬습니다. 남들에 비해 조금은 느린 제가 사랑을 끊임없이 부어주는 상대방의 마음을 따라가기란 늘 분주했습니다. 부부의 연을 맺은 후로 상대방에게 자주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런 마음이 들 때면 죄책감 같은 것도 느껴졌습니다. 나 하나 바라보고 평생 살아온 고향을 떠나 제가 있는 곳으로 내려온 남편에게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것이, 아무리 노력해도 그가 나에게 주는 마음과 동일한 무언가를 나는 되돌려주지 못한다는 것이 조금 슬프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다만, 인정하기로 했습니다. 나는 사랑에 있어서도 조금 서툴고 느릴 뿐이고, 여전히 노력하고 있으니 그 마음에 의의를 두자고. 그렇게 생각하니 조금 괜찮아졌고, 남편에게도 저의 마음들에 대해 고백했습니다. 남편은 그런 저를 따뜻하게 안아주었습니다.

사랑은 참 어렵습니다. 언제나 그랬습니다. 남편은 제게 첫사랑이기도 합니다. 내가 좋아하는 마음과 그가 좋아하는 마음이 일치된 마음은 제 생애 처음이었습니다. 누군가가 저를 좋아한다는 고백을 받았던 적은 많았지만, 반대로 제가 누군가를 오랜 시간 가슴속에 담아온 경험은 너무나도 희박했습니다. 남편을 만나기 전 진심으로 좋아했던 이를 기억해 보자면 단 한 사람. 한 사람뿐이었습니다. 그것 역시 저만의 마음이었을 뿐이었고, 남편과 조우하기 전 서로의 마음이 일치된 순간을 마주해본 적이 없었던 저인지라 사랑은 늘 어렵고 쉽지 않은 존재라고 생각되었습니다.

사실, 남편을 마주하기 전 사랑의 존재에 대해서 냉랭한 반응을 품었던 저였습니다. 부모님으로부터 그렇게나 큰 사랑을 받으면서 컸음에도 불구하고, 타고난 성향으로 인해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결코 쉽지가 않았습니다. 서로 사랑에 빠진다는 마음을, 그 마음을 결코 믿지 않았고 그 생각은 다행히 지금의 남편을 만나게 되면서 서서히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사랑에 대해서 조금씩 알게 되고 느끼게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누군가가 날 좋아한다는 마음을 받을 때면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에 대해서 얼마나 안다고 날 좋아해?라고. 나의 겉모습만 바라보고 좋다는 것이 아니냐라고 생각했던 적도 많았고, 나를 좋아한다는 의미에 대해서 갸우뚱거리는 순간이 많았습니다. 전 그렇게 낭만적이지도, 또 사랑을 믿지도 않는 사람이었으니 말입니다.

사실, 저는 제가 결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습니다. 인티제 특유의 성향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제 자신이라 누군가와 함께 공존하며 살아가는 결혼에 대해 의문을 부단히 품어왔으니 말입니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은 바뀌기도 한다는 것을 순간순간 느끼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사랑을 믿지 않았던 제가 누군가를 이렇게 오랫동안 사랑하게 될지는 몰랐습니다. 혼자 있는 것을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하면 행복한 사람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어쩌면, 나 자신을 또 나의 삶을 쉽게 단정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언제든 달라질 수 있는 나이니 변화하는 나의 모습도 오랜 시간에도 불구하고 변하지 않는 나의 모습까지도 모두 존중하자고-

어쩌면 오늘과 같은 일상의 순간 역시 깨달음을 주는 장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상대방의 배려 없는 행동들에 자리를 뜨게 되었고, 그만큼 공부를 하지 못하게 되었지만, 그 덕분에 이러한 글을 쓸 수 있는 여유가 마련되었고 또 아주 오랜만에 편안한 마음으로 글을 쓰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오늘 역시도 느낍니다.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들은 의미 있는 일이라는 것을,

여러분의 일상은 어떠한가요? 부디 의미 있는 순간들을 잘 담아내는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