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읽은 책 대신, 요즘 '산'책에 대해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책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편이 아닙니다. 이것저것 찔끔찔끔 읽어보다가 문득 생각나면 다시 꺼내 읽는 쪽에 가깝죠. 그러다 보니 오랜만에 책을 집어 들었을 때 앞 내용이 전혀 기억나지 않는 불상사를 종종 겪곤 합니다.
그런데 최근에 웬일로 하루 만에 끝까지 읽어버린 책이 하나 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들렀던 서점에서 발견한 10주년 기념 에세이, 《우연과 상상의 장소》입니다.
책방 주인이 10년 동안 공간을 지키며 쌓아온 생각과 소회가 담긴 책입니다. 자기 일을 진심으로 이어가는 모습이 느껴져, 나도 언젠가 이렇게 나만의 일을 만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책을 샀던 지난주 일요일은 유독 하루의 동선이 깔끔하게 맞아떨어졌습니다. 도자기 수업을 마치고, 지도 앱에 저장해 두었던 해장국집에서 든든하게 배를 채웠습니다. 날씨가 좋아 또 저장해 두었던 맥주집으로 옮겨 시원하게 한 잔, 아니 두잔을 마셨죠. 그리고 근처 서점에 들러 책을 사고 커피까지 마셨습니다. 그날 들른 곳마다 하나같이 만족스러웠습니다. 날씨 탓이려나요.
생각해 보면 도자기를 배우러 다니면서 예전에는 몰랐을 동네를 조금씩 알게 됩니다. 수업이 아니었다면 굳이 찾아오지 않았을 곳에서 마음에 드는 식당을 발견하고, 잠시 쉬어갈 맥주집을 찾고, 우연히 들른 서점에서 좋은 책을 만나기도 합니다. 무언가를 배우러 갔다가 그 주변의 장소들까지 함께 알아가는 셈이죠. 언젠가 제가 무언가를 배우러 다니며 알게 된 동네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습니다.
아무튼 서점에서는 《우연과 상상의 장소》외에도, 전작을 재미있게 읽었던 박보나 작가의 《어느 날 장미가 사라졌다》를 망설임 없이 골랐습니다. 아직 펼쳐보지는 못했지만요.
집으로 돌아와서 책 쇼핑을 이어갔습니다. 언젠가부터 장바구니에 담아두었던 《제자리에 있다는 것》, 《우연과 상상의 장소》에 언급되어 궁금해진 《공간의 종류들》 시사인에서 소개해 눈여겨봤던 《프라하의 소녀시대》까지 인터넷으로 잇달아 주문했습니다. 오늘 책이 옵니다. 두근두근
평소에는 책을 잘 사지 않다가도 꼭 이렇게 한 번에 쏟아지듯 사게 되는 때가 있습니다. 아마 사둔 책을 전부 읽지는 못하겠지만, 서가에 차곡차곡 쌓인 책들만 봐도 벌써 다 읽은 것 같은 기분에 흐뭇해집니다. 완독은 미래의 나에게 맡겨두기로 하고, 일단은 이 흐뭇함부터 즐겨볼까 합니다.
여러분은 요즘 어떤 책들을 곁에 두고 계시나요? 혹은 읽지 않아도 사두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물건이 있으신가요?

🎙️부기장의 한마디
예전에 책을 사면 그냥 일방적으로 누군가 만들어 둔 글을 산다는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그 사람과 대화한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아마도 기장님이 고른 책들은 그런 것 아닐까 싶어요. 그 저자들과 만나기 위한 약속 같은 거죠.
그래서 책은 무척 어렵게 고르지만, 또 생각보다 쉽게 사는 물건인 것 같습니다.
저는 최근 2000년대 유명했던 사진집 몇 권을 당근으로 샀습니다. 대부분 절판이라 구하기도 어렵고, 사진집은 그다지 많이 팔리는 책의 종류도 아니라 이럴 때 사둬야겠다고 생각한 거죠.
누구나 편리한 사진기를 들고 다니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몇 마디 말이면 내가 원하는 사진을 만들어주는 이 풍족한 생산의 세상에 뭐가 부족하다고 남의 사진집을 굳이 사느냐는 핀잔을 받을 때도 있습니다.
그럴 때면 저도 기장님이 책을 사는 것과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 시절의 사람들과 풍경, 하늘과 구름의 모양까지 고스란히 남아 있는 유일한 한 장면을 보기 위해서요.
어쩌면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다시 나누고 싶어서 사는 게 아닐까. 이상, 당근 중독자의 변명이었습니다.
🔭 보란더의 시선
뭔가 아련한 당근 중독자의 변명 같지만, 다 저마다의 이유는 있는 거겠죠. 당근을 한번도 이용해 보지 않은 저로서는 사실 그 마음을 온전히 이해하기는 어렵습니다. 중고 거래는 알라딘에서 책을 사본게 전부거든요.
어쨌든 지난주 제가 좋았던 곳을 소개 드립니다. 근처에 가신다면 꼭 한번 들러보세요.
- 두루미 해장국 : 오랫동안 지도 앱에만 담아두다 드디어 찾아간 곳,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맑고 진한 국물로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해장국집.
- 러프 : 서늘하고 좋은 날씨를 핑계 삼아 잠시 들러 시원한 수제 맥주를 즐기기 좋은 스탠딩 펍.
- 어쩌다 책방 : 10년의 시간이 쌓인 서가 사이에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책과 문장을 발견할 수 있는 독립 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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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B
잘 지내셨나요? 저는 저번주 3번째 프로젝트 필름 촬영이 끝났습니다. 복잡한 과정의 영상 작업을 끝내고나니 책을 읽어야겠다, 멍때리고 싶다, 운동 실컷 하고싶다 라는 마음이 간절하더라구요. 바로 실행에 옮겼습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팬으로서 신작 '가호'를 바로 예약 주문을 했습니다. 여름에 사두었던 새 책들도 책상위로 올려 두었습니다 책장에 있으면 안꺼내어 보더라구요 :) 가을이라 그런지 가을에 태어나서 그런지 차분한 공기와 선선한 온도가 참 기분 좋습니다. 오늘부터는 저의 시간을 오롯이 보내려고 합니다, 그 시간들도 바쁘겠지만 그래도 저의 시간을 기다려와서 그런지 기분이 좋은 월요일 입니다. 저 책좀 읽고 올게요 기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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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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