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LANDER] 5호 : 물 없는 곳에서 노를 저어야 하는 당신에게

도태의 강박과 무능한 시스템 사이, 나를 지키는 '자기구제'의 기술

2026.05.10 |

 

5월의 푸른 기운을 시샘이라도 하듯, 저의 월요일 풍경에 비보가 날아들었습니다. 매주 월요일마다 누렸던 주 1회 재택 근무제가 종료되었다는 소식이죠. 이제 다시 저는 전형적인 '월요병'을 앓게 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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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실 저는 스스로를 '옛날 사람'이라 칭하곤 합니다. 조직이 "까라면 까!"라고 외치면, 속으로는 투덜대도 겉으로는 "넵!" 하고 뛰어가는 문화에 꽤 익숙하거든요. 회사가 어려워 다 같이 모여야 한다는 명분만 확실하다면, 재택이 아니라 '주말 출근'인들 이의를 제기할 생각은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결정이 씁쓸한 이유는 '회사가 어려우니 일단 나와서 일해라'는 지시 뒤에, 정작 앞으로 어떻게 이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전략이 없기 때문입니다. 마치 "추락하는 비행기에서 일단 다 조종석으로 모여봐"라고 말하는 기장을 마주한 승객의 기분이랄까요.

 회의실에 팀원들을 불러 모은 직책자의 눈빛에서도 당혹감을 읽었습니다. 본인조차 이 방침의 합리성을 설득하지 못하면서도 위에서 내려온 지시를 전달해야한 하는 위치. 전략이 없는 리더십은 구성원의 에너지를 가장 빠르게 고갈시킵니다. 거대 조직의 시스템 안에서 부속품으로 사는 법은 익혔지만, 작은 조직으로 내려다볼 때 보이는 뷰(View)에 대해서는 배운 적이 없기 때문일까요. 이미 회사는 물이 없는 곳에 배를 몰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향타 없이 노만 저으라는 요구 앞에서, 제가 찾은 생존 전략은 다름 아닌 제 안의 결들을 살피는 것이었습니다. 그동안 제가 배운 꽃이나 도자기 같은 취미들을 '언젠가 이걸로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로 시작해왔습니다. 무언가 하지 않으면 도태되는 것처럼 몰아세우는 시대니까요.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냉정한 현실과 마주했고, '이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구나'라는 깨달음은 때로 저를 멈추게 했습니다. 편집샵이나 공간 스타일링을 꿈꿔보기도 했지만, 물건을 그만큼 사랑하지 않거나 그저 '예뻐 보이는 작업' 그 이상을 감당하기 버거운 제 모습을 발견하곤 다시 고민에 빠지곤 했죠.

 전략 없이 흔들리는 조직을 지켜보며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거대한 시스템조차 정답을 몰라 갈팡질팡하는데, 나라는 개인이 당장 완벽한 생계의 대안을 내놓아야 하는다는 압박이 얼마나 무거운 것이었는지를요. 어떻게든 이 취미를 ‘수익 모델’이나 ‘확실한 재능’으로 이어 붙여 생존의 발판을 마련하려던 노력이 왠지 모르게 의미없게 느껴졌습니다. 

 꽃을 꼭 다음 생계와 연결 지어야 한다는 조급함을 잠시 옆으로 치워두니 꽃이 그냥 꽃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무언가 증명해내야할 ‘수단’이 아니라, 오로지 내 만족을 위해 시간을 쓰는 해방감을 맛보았습니다. 조직이 방향을 잃고 몸으로 때우길 요구할 때, 저라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의 결을 매만지며 마음의 거리라도 지켜보려 합니다. 

 어쩌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거창한 성공 신화가 아닐지도 모릅니다. 무능한 시스템과 도태의 공포가 나를 잠식하지 못하도록, 내가 사랑하는 조각들을 생산성이라는 잣대 없이 '그저 예쁜 상태'로 곁에 두는 여유. 그것이 물 없는 배 위에서 우리가 지치지 않고 항해를 계속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부기장의 한마디

 프랑스의 철학자 들뢰즈는 ‘차이’를 동일한 것 사이의 예외가 아니라, 세계를 움직이는 본질적인 상태로 바라봤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흔히 같은 인간이기에 비슷한 방식으로 살아야 하고, 같은 조직에 속해 있기에 같은 시간에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여깁니다. 사회는 끊임없이 우리를 하나의 기준 안으로 정렬하려 하고, 그 안에서 드러나는 미세한 차이들은 때때로 ‘뒤처짐’이나 ‘부적응’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각자의 속도와 감각, 성향이 부딪히는 순간마다 우리는 스스로를 의심하고 스트레스를 받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그 스트레스의 상당수는, 원래 다른 존재들을 억지로 같은 형태로 묶으려 할 때 발생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본래 모두 다른 결을 가진 존재이고, 바로 그 차이들 사이에서 새로운 취향과 관계, 삶의 방식이 생겨납니다. 그렇다면 모든 차이를 생산성과 효율의 언어로 교정하려 애쓰기보다, 각자의 결을 그대로 인정한 채 살아가는 태도가 지금 시대에는 더 중요해진 것은 아닐까요.

 

🔭 VOLANDER 덧붙이며 : 작은 조각들의 기록

 배우면 배울수록 생업으로 삼기엔 제 그릇이 작다는 것을 깨달았지만, 역설적으로 그 덕분에 저는 더 자유롭게 꽃을 만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효율이나 성과를 따지지 않고, 그저 제 눈에 예쁜 선과 색을 찾아가는 과정들 인거죠. 그동안 혼자 보기 아까워 남겨두었던 기록들을 조심스럽게 공유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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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혹시 물 없는 곳에서 노를 젓느라 마음이 메마른 날, 혹은 누군가에게 제가 발견한 이 '작은 뷰'를 선물하고 싶은 날이 있다면 편하게 연락해 주세요. 거창한 사업은 아니지만, 제가 누리는 이 정적인 즐거움을 누군가와 나누는 것 또한 저에게는 또 다른 '자기구제'가 될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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