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말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어요. 하루 종일 누워있고 싶었거든요. 뱃속이 더부룩하고 계속 졸음이 쏟아지고 어지러운 거예요. 호르몬이랑 관계가 있나 싶어서 검색해보니 황체기라고 하네요. 배란 후부터 생리 전까지의 시기, 보통 PMS(생리전증후군)이 나타나는 시기죠. 저는 호르몬의 영향을 많이 받지 않는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이가 먹으니 그것도 변하나 봅니다. '가짜 배고픔'이란 것도 느낀다고 하네요. 허허. 토요일 밤에는 가짜 배고픔 덕분에 생라면을 한 봉지 다 씹어 먹었습니다. 에잉...
어김없이 꽃이 피고 지는 봄이 왔다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조금은 지겨운 기분이 드는데, 공감하는 분이 있을까요? 지난 주까지 무척 괴로웠어요. 열심히 해본다고 만든 글쓰기 동굴은 신청자가 없고 책표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고 책 내용이 자신있게 후원해달라고 할 만큼 괜찮은지 확신은 들지 않고 등등, 여러 가지 불안이 온몸으로 저를 덮쳤습니다. 유튜브도 이거 해서 뭐하나 싶은 마음에 새 영상을 못 올린 지 3주가 지나가고 있네요.
'왜 해야 하지?' '왜 살아야 하지?' 그 의문부터 풀어야 겠다는 생각에 다른 일은 거의 하지 않고 생각에 빠졌습니다. 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답 없는 생각의 고리에 갇히고 말았죠. 반려인에게도 물어보고 AI에게도 물어보고 참견회에서는 이렇게까지 솔직히 말하지 못했지만 힘든 마음을 조금 털어놓기도 했어요. 드라마를 보며 뭔가 나에게 자극을 주는 장면이나 대사를 발견하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했어요. (일본 드라마 <파도여 들어다오>나 <조금만 초능력자>는 꽤 재밌었습니다. 일본 드라마는, 뭐랄까, 대단치 않은 일상을 주목하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아요.)
최근에는 일단 수입원을 뭐라도 좀 늘려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당근 알바 알림을 계속 받고 있어요. 재밌는 알바가 많더라구요. 하이디라오 줄서기나 올리브영 가서 화장품 사오기나 벌레 잡기 등등. 이쪽 동네(홍대) 특성상 에어비앤비 청소일도 심심치 않게 나오는데, 시간적으로나 기술적으로나 괜찮겠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 하트를 눌러놓았습니다.
한 몇 개월간 계속 그만두고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원래도 도망가고 싶다는 생각 자주 하는 유형.) 올해 40대로 들어선 게 그런 마음의 이유가 될 수 있을까요? 잘 모르겠어요.
한데, 한 대여섯 시간 전만 해도 낮잠에서 찜찜하게 깨어나 기분이 더러웠거든요? 근데 예상치 않은 곳에서 계속할 계기를 발견했습니다.
간재리가 넷플릭스 메인화면에 영화 <존윅4>가 뜬 것을 클릭했고 거기에 한 배우가 등장했고 <넷플릭스>에 나온 모피어스 역 배우 같아서 간재리가 "넷플릭스 세계관인가?"라고 물었고 저는 캐릭터 이름이 생각이 안 나서 "모리아티? 아닌데..."라고 말했고 간재리가 "모피어스!"라고 대답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매트릭스> 다시 보고 싶다고까지 얘기가 진행되는 순간, 예전에 매트릭스 세계관으 글로 정리한 글을 읽고 감탄에 감탄을 금치 못했던 기억이 났어요. 다시 찾아보고 싶어졌죠.
그렇게 매트릭스 스토리 요약본을 읽으면 다시 새롭게 감탄하다가 마지막쯤에 누군가 주인공 네오에게 "왜 그렇게까지 계속 시도하는거야?"라고 물었을 때 대답이 "내가 그렇게 선택했으니까."라는 걸 보고 '그래, 내가 선택한 길이니까 계속 가야지.'라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솔직히 내가 선택했어도 또 다른 선택을 하면 되는건데, 그냥 지금 기분은 그래 계속 해봐야지, 별 수 있나 싶은 심정입니다.

글쓰기 동굴 이야기를 하려고요. 솔직히 고백하자면 돈을 벌어야 하는데 가장 실행하기 쉽고 빠른 방법이 저한테는 글쓰기 동굴이었어요. 이미 해본 적이 있고 좋은 공간도 있고 어느 정도 수요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물론 안일하게 생각하진 않았어요. 혹시나 글쓰기 동굴 상세 페이지를 지켜보신 분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계속 수정했거든요. 신청하는 입장에서 '돈값'을 할지 따져보면서 혜택과 중요 포인트를 다듬었어요.
제가 정말 못 하는 게 이런 거구나 절실히 깨닫는 시간이었어요. 나무보다 숲을 보는 걸 더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나무 줄기를 살피고 나뭇잎을 몇 시간이고 쓰다듬으며 세심하게 다듬는 일에는 정말 서툴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전 대충 얼개를 짜고 나면 다시 들여다보고 싶지 않더라구요. 큰 틀이 중요하다는 생각만 주로 해왔던 거 같은데, 이번 기회에 정말 좋고 자신있는 거라면 더 시간과 정성을 들여 다듬어야 겠다고 마음을 다잡게 되었어요. 그래서, 글쓰기 동굴은 당분간 열지 않고 올 상반기에는 <이것도 출판이라고> 개정판 작업에 모든 것을 집중하기로 했습니다.
(어쩌면 '마음을 다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어요. 번아웃이라는 괴물 때문에요...)
사실 <이것도 출판이라고> 개정판만 해도 할 일이 많거든요. 일단 책 내용도 알차게 보충해야 하고 그림도 그려야 하고 무엇보다 책표지!!를 만들어야 합니다. 오랜만에 그림을 그리려니 뭔가 연습이 더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여기서도 디테일에 약한 저의 특징이...

뭔 맨날 비슷비슷한 그림만 그리고 있냐 싶겠지만, 나름 아날로그한 느낌을 어떻게 내볼까 하고 고민하다가 그린 거랍니다. 근데 너무 비어 보여서(=허접해 보여서) 방향을 바꿨어요. (머릿속에선 완벽한데 그려보면 너무 달라서 실제로 구현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게 디자인의 어려운 포인트!)
오늘 갑자기 번뜩 든 생각인데 오프셋 인쇄의 가장 기본 4색 잉크인 CMYK(색의 4원색인 노랑, 마젠타, 파랑, 검정)를 사용해서 표지를 디자인해보는 겁니다. 그러면 '출판'을 주제로 한 책과도 어울리고 사람들에게 오프셋 인쇄를 설명하는 의미도 담을 수 있고 여러 가지로 책과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든거죠. (힌트: 이번 뉴스레터 타이틀 이미지)
그렇지만 이 아이디어도 일단 머릿속에서는 그럴 듯하지만 실제 구현이 어떻게 나올지는 해봐야 압니다. 다음 주 뉴스레터에서는 조금이라도 진전된 소식을 전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슬슬 편집자 눈치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표지디자인 언제 나와요?')
그래도 오늘 뉴스레터를 쓰기로 '선택'하면서 마음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내일 또 무기력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오늘 밤엔 잠이 잘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이번 '책덕 참견회'에 오셨던 자영님께서는 무한 칭찬을 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하셨는데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오늘은 저 스스로에게 무한 칭찬을 날려봅니다. (어지러운데 움직이다니 대단하다, 미역국을 끓이다니 대단하다, 샤워를 하다니 대단하다, 물을 마시다니 대단하다!!!) 여러분도 한번 해보시길. (키포인트는 아주 사소한 것부터 해줘야 한다는 거예요. 양말 짝 맞춰 신다니 대단하다! 100보 걷다니 대단하다! 세수를 하다니 대단하다!)
그리고 기운이 좀 남는 분들은 댓글로 저에게 용기의 한마디를 던지고 가주세요. 계속 해도 괜찮다든가 잘하고 있다든가 뭐든지 힘이 될 것 같습니다. 허공에 대고 말하는 건 너무 힘든 일이니까요. 고럼 다음 주에는 좀 더 기력 있는 몸과 마음으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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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블러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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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뉴스레터
맞아요. 결국 생각의 끝에 가면, 막상 시끌벅적한 삶은 원하지 않더라고요. ㅎㅎ 항상 장문의 댓글로 응원해주셔서 감사해요. 너무 징징댔나 싶었는데 글 읽으면서 위로도 많이 받고 기분도 좋아졌어요. 영글씨 드셔보시고 좋았던 마그네슘 알려주시면 제가 사먹어 볼게욧! 늘 감사해요. (하트) 오늘 날씨가 엄청나게 좋네요. 1등 베짱이 영글씨 생각하며 저도 봄을 만끽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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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히
저는 요즘 '쓸모' 와 '재미' 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데요. 내가 뭘 할 때 스스고 쓸모가 있다고 느끼고 사람들이 나를 찾는지 (또는 찾을지), 그리고 뭘 할 때 재밌고 신나는지 (잘 하는 것과는 별개로 마음을 동하게 만드는 것들) 를 떠올리며 마음의 길을 따라가려 애씁니다. 가고 있다는 게 길을 내는 것이다 뭐 이런 생각으로요... 사는 거 정말 쉽지 않아요 그쵸? 그래도 아침부터 힘든 얘기 어려운 얘기 담아서 발송하신 거 자체가 한걸음 더 길을 내신 거에요. 아침부터 수고 많으셨고 잘 하신 거에요. 조금이나마 힘을 보냅니다 으쟈쟈쟈
책덕 뉴스레터
그냥 저냥 지금까진 어떻게든 끌고 왔는데 문득 사는 게 진짜 힘든 거구나 싶을 때가 있더라구요. 다른 사람들은 괜찮나? 계속 두리번 대고 이렇게 가는 게 맞나? 하고 멈춰서 있는 것 같아요. 으쟈쟈쟈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해요. 이번 주는 점점 기운을 찾아갈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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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나
민희님 알게돼서 복 받은 1인!! 지금도 너무 멋진 민희님!! 빠이야!!!🙌🙌
책덕 뉴스레터
복 받았다고 해줘서 고마워요! 해나님도 멋지고 귀한 사람이라는 거 알죠? 해나님 만날 때는 마음이 편해요. 다용도실에서 피아노 수업해줘서 고마워요. 같이 스스로를 잘 대접해 줍시다! 빠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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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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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뉴스레터
사랑하는 림주! 항상 보고싶은 림주! 항상 고마워.볼드하게 마음에 새기고 나아가볼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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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ngddol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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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덕 뉴스레터
점심 좋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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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정
어느 봄, 마트를 갔는데 어느 할머님이 제 앞에 쑥과 냉이를 던지며 "봄에는 이게 약이야, 이거 먹어"하고 쓱 던지셨어요. 그땐 너무 놀라 아무 말을 못했는데, 지나고 보니 엄마가 보낸 도깨비 천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어요. 드라마 '도깨비'에 보면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길을 알려준 천사있잖아요. 예전 같으면 ‘오지랖 넓은’할머니라 생각했을건데 문득 다른 생각이 들더군요.. 도깨비든, 천사든, 돌아가신 엄마든.. 중요하진 않았어요. 쑥과 냉이는 가장 모진 겨울을 이겨내고 언 땅을 뚫고 먼저 솟아난.. 추위와 눈보라를 온몸으로 견뎌낸 그 연한 잎사귀 속에, 봄의 모든 기운과 치유의 힘이 담겨 있죠. "봄에는 이게 약이야." 이 말은 길고 길었던 나의 겨울을 이제 끝내고 봄의 약초로 치유하고 새로운 기운을 얻으라는 엄마가 나의 운명에 대고 속삭이는 신호로 느껴졌어요. 오늘 대표님의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봄의 약이 되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저의 용기있게 쓴 글이 오늘 당신의 도깨비이길 바래요!
책덕 뉴스레터
아앗 저의 도깨비 천사, 연정님. ㅠㅠ 다정하게 남겨주신 이야기 덕분에 마치 언 땅이 녹는 듯한 기분이 들었어요. 내어주신 쑥과 냉이를 씹어먹고 단단한 땅을 뚫는 힘을 내보겠습니다. 연정님의 하루하루가 평안하고 활기차기를 바라면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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