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0 인트로
08:55 굿즈 간단역사
14:07 문화상품이란
22:48 레드 테이프, 번문욕례
35:22 헨리 콜의 쥐
아카이브다가 겨울방학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올해 첫 주제는 아카이브와 문화상품입니다. 공드리 님이 여기 기록과 사회에 연재하셨던 3편의 글을 보고 아카이브다에 모셔 이야기 나눴습니다. 몇 마디 나눠 보니 워낙 업무에 프로시라 어쩌다 맡게 된 문화상품 기획에 쓸데없는 고퀄로 논문 수준의 조사를 하신 거였더군요.
글 읽는 것도 좋았지만 공드리님 목소리로 들으니 더 좋았습니다.
1부는 미국과 영국 아카이브에서 문화상품으로 판매하는 레드 테이프와 쥐 이야기인데요. 문서를 묶었던 빨간 리본이 어쩌다 관료주의 번문욕례의 상징이 되었는지, 문서를 갉아먹던 쥐 두 마리가 어떻게 영국의 PRO를 탄생시켰는지, 예뻐서 막 사고 싶진 않지만 의미 쩌는 아카이브 문화상품 이야기, 바로 들으러 가시죠.
아 맞다, 이번엔 더지 츄츄 대신 특별 패널이 등장합니다.
바로듣기
https://www.podbbang.com/channels/1783528/episodes/25091586
아래 공드리님의 글도 함께 읽어 보세요.
레드 테이프: 역사, 번문욕례, 그리고 문화상품
https://maily.so/archivenews/posts/d5rykym0z1w
왜 TNA는 쥐 인형을 판매하는가?
https://maily.so/archivenews/posts/w6ovy31pok5
문화상품 앤솔러지
https://maily.so/archivenews/posts/3jrkpdq5o51
인트로
아카이브다, 방학 마치고 2025년 첫 방송 시작합니다~ (인사) 잘 지내셨죠? 늦었지만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분기탱천하는 한 해 되시길 소망합니다. 누구보다 바쁘게 새해 시작한 아카이브다 두 멤버가 오늘은 참석 어려워 특별 패널 초대했습니다. 아카이브다 찐애청자이신 정혜지샘입니다~ (먼저 인사?)
와~ 반갑습니다. 혜지입니다. 아카이브다는 제 퇴근길 메이트라고 할 만큼 업로드가 기다려지는 팟캐스트 중 하나인데요. 때로는 가벼운 이야기, 때로는 고민이 깊어지는 문제의식도 던지는 이런 고품격 방송에 이렇게 초대를 해주시다니 영광입니다. 앞으로 성덕이라고 불려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아카이브다 새해 첫 주제는 좀 발랄하게 ‘문화상품’으로 잡아봤습니다. 세상이 어수선하고 무거울 때 좀 가벼운 이야기를 하면서 즐거운 상상을 해보는 것도 좋을 거 같아서요. 문화상품이라고 했는데, 아마 가장 먼저 떠오르는 용어가 대중적으로 많이 사용하는 ‘굿즈’일 거예요. 근데 원래 경제학에서 재화, 상품을 의미하는 굿즈를 요새는 특정 콘텐츠나 브랜드와 관련된 파생 상품을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된다고 하는데, 그 또한 뉘앙스가 좀 달라서 일단 ‘문화상품’으로 하고 이야기를 시작해 볼게요. 사실 문화상품, 굿즈 외에도 비슷한 표현이 많더라고요. souvenir(선물, 기념품), merchandise(md. 홍보용, 판매 상품), keepsake(기념품, 유품), fancy goods 등도 연결되는 단어입니다. 꽤 친숙한 외쿡어가 많죠.^^ 심지어 메멘토(Memento)라는 단어도 있어요. 많이 들어봤던 ‘메멘토 모리-죽음을 기억하라’의 그 메멘토 맞습니다. 미(Me)와 멘토(mento)가 합쳐진 메멘토는 어떤 사람이나 사건, 장소를 기억하게 하는 물건이나 기억하기 위한 기념품의 뜻을 가지고 있는데, 일상적인 대화에서 개인적인 기억을 담고 있는 기념품을 말할 때 자주 사용되는 용어입니다.
아무튼 오늘은 상품, 기념품, 기억, 기록 역사 등등과 연결된 단어들을 망라해 ‘문화상품’이라 하기로 하겠습니다. 관련해 풍성한 이야기를 해주실 전문가 한 분 모셨습니다. 공드리라는 닉네임을 사용하고 계신 기록연구사이십니다. 문화상품 기획자이기도 한 멀티한 능력의 소유자이신데요, 먼저 간단히 인사 나눌게요~
(공드리 소개) 안녕하세요! 기록과 사회 필진 공드리입니다. 저는 공공 영역에 있는 문화예술기관에서 기록연구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번 아카이브다 주제와 관련해 전문가..라고 하기엔 부족하지만,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조금 가볍고 즐겁게 이야기 나누고 싶어요. (반갑감사)
그간 아카이브다 좀 들어보셨을까요? 인상평은?
저는 기록 덕력이 조금 떨어지는 사람이라 챙겨서 듣기보다는 몰아서 듣고 있습니다! 관심 있는 주제의 경우에는 소급해서 듣기도 하고요. 프로파간다 최지웅님 편도 인상 깊었고, 얼마 전에 이혜린 선생님 에피소드는 제 일과도 관련된 부분이 있어 재미있게 들었습니다. 아, 그리고 저의 기록과 사회 글들을 소개해 주신 에피소드는 아주 유심히 들었고요! 내용도 언제나 훌륭하고 유익하지만 아카이브다 자체가 정말 대단한 것 같아요. 사실 이게 쉬운 일이 아니잖아요. 여기 계신 분들의 열정과 꾸준함을 정말 존경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사실 이 주제를 이야기해보고 싶은 지는 꽤 됐습니다. 지난해 중반 <기록과 사회>에 소개된 공드리의 글이 워낙 신선하고 재미있기도 했고, 전부터 아카이브다 멤버들이 관심이 많은 주제이기도 했거든요. 근데 좀 살펴보니까 문화상품에 대한 이야기가 또 엄청 많더군요. 곁가지가 많아 아차 하면 산으로 가겠다 싶어 걱정인데, 대략 1부에서는 ‘문화상품’의 바운더리를 간단히라도 정리해본 다음 공드리님께서 소개해주신 세계적인 아카이브 기관의 문화상품 이야기를 알아보고요, 2부에서는 굿즈 전성시대라는데, 국내 아카이브 기관이나 공동체에서 문화상품을 기획해본다면 어떤 아이디어들이 있을 수 있는지 상상해보면 어떨까 합니다.
1부: 아카이브와 문화상품
1.1. 문화상품 혹은 굿즈 이야기
(간단 역사)
이제 굿즈나 문화상품은 우리 일상의 일부로 자리잡았습니다. 전시회, 공연 등은 물론이고 개인부터 국가 단위까지 특정 행사(대통령 시계)에도 어김없이 등장하고 그 종류도 예전 컵이나 엽서, 열쇠고리에서 시작해 키링, 에코백, 텀블러, 휴대폰 케이스 등을 지나 응원봉에 패션으로까지 진화해 왔습니다. 그래서 통장이 순식간에 ‘텅장’ 된다는... 굿즈 마케팅으로 화제가 되는 경우도 많습니다. 지금은 시들해졌지만 한 때 사회문제로도 부각된 스타벅스 굿즈부터 사이다향수 ‘오 드 칠성’, 가정용 호빵 기계, 최근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반가사유상 미니처어 등등... ‘굿즈 맛집’으로 유명한 이곳에는 상품 자체로 매력적이고 구매욕을 자극하는 문화상품이 방대합니다. 테라 스푸너(병따개)도 화제였고, 최근에는 삼성전자 고무장갑이 대박이었다고 합니다. 개인적으로 최근에는 텀블벅에서 <굿즈 백서> 프로젝트를 하고 있어서 참여해 보기도 했는데요. 이런 인기에서 드러나듯 문화상품이나 굿즈는 행사의 의미를 소개할 수 있고, 홍보나 마케팅에도 효과적입니다. (https://iii.ad/dcef36) 컨텐츠의 파생 상품이라는 점에서 굿즈나 문화상품은 공통점을 갖지만 왠지 문화상품에는 역사성 같은 컨텐츠의 원형이 좀 더 반영되는 차이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문화상품이나 굿즈가 언제부터 등장했는지 알아봤는데요, 학문적인 접근은 시간이 걸려서 간단히 perplexity에 물어보니까 굿즈는 ‘아이돌’ 팬덤 문화에서 찾고 있더라고요. 콘서트에서 책받침, 풍선, 우비 등을 공유하면서 시작됐다는 거예요. 또 제가 자주 보는 <널 위한 문화예술>에서 한 큐레이터는 르네상스까지 거슬러 올라가요. 상품화와 소유 개념에 맞춰 대부호들의 예술 작품 구매를 굿즈의 태동과 닮았다고 보는 건데, 너무 멀리가서 거리감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는 1960~70년대 앤디 워홀을 중심으로 예술과 상업성을 접목하려시도한 팝아트는 상품의 개념도 획기적으로 바꿨는데, 이후 키스 헤링, 무라카미 다카시 같은 힙한 작가들은 숍을 만들어 자신의 작품을 상품으로 만들어 파는 예술 속 굿즈를 탄생시켰다고 해요. 이후 요즘의 굿즈 개념은 일본 애니메이션, 제이팝 등이 유행하면서 다양한 파생상품이 나오면서 자리를 잡았다고 합니다. 우리가 팬시상품이라 부르는 것들의 출발인데, 여기서 아시아 국가들이 점점 영향을 받아 확대되어 왔고요.
특히 1990년대부터 K팝과 함께 동반성장한 아이돌 육성 시스템에서 세계 최고인 우리나라의 경우 대형 기획사가 주도하면서 굿즈는 아예 수익과 연결해 체계적인 굿즈 마케팅으로 자리잡았고, 실제로 굿즈 시장은 ‘비공식적으로’ 2023년 8000억 원 정도인데, 굿즈를 구매하는 행위는 내가 좋아하는 대상에 대한 관심이자 나를 드러내는 물건인 동시에 취향에 대한 적극적인 개입 행위로서, 또 추억을 간직하고 기념하는 동시에 경험을 확장하는 현대적 행위로 자리잡고 있어 점점 성장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문화상품의 등장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았고요. 아카이브 기관의 문화상품도 큰 맥락에서는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다만 오늘은 굿즈 중에서도 아카이브 기관을 상징하는 대표 문화상품에 좀 더 집중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
- 역사는 이 정도로 하고 공드리님께 용어에 대해 짧게 여쭤보고 싶어요. 앞서처럼 여러 단어 중에 ‘문화상품’을 가장 적절한 표현으로 보시는 것 같거든요. <기록과 사회> 원고에서 드러나지만 간략히 이유를 설명해주신다면? (‘문화상품 앤솔러지’ 중 굿즈와 문화상품 개념 참조)
- 다른 분들도 비슷하시겠지만 저는 어떤 용어나 명칭을 사용할 때 사전적 의미와 법적 정의를 먼저 찾아보는데요. 「문화산업진흥 기본법 」에서 ‘문화상품’에 관한 정의를 하고 있더라고요. 다음으로 학술 논문을 찾아봤는데 ‘문화상품이라는 표현이 많이 사용되고 있었습니다. 주로 마케팅, 미술·디자인, 관광, 문화 분야에서 선행 연구가 진행되어 있더라고요. 공공 영역에서도 그 용어가 무엇이든 이런 물건을 제작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전에 도서관에서 근무할 때는 책을 넣을 수 있는 가방을 제작해 배포한 적이 있었어요. 공공기관에서도 연말에 남은 예산으로 기념품을 만드는 경우가 있잖아요. 메모지라거나 보조배터리나…
- 제가 ‘문화상품’이라는 표현을 선택한 첫 번째 이유는 ‘상품’이라는 단어가 경제성을 포함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실제로 판매를 위한 물건을 만들어야 했고, 사례로 들었던 NARA나 TNA도 실제 판매용 상품이잖아요? 굿즈는 실체를 가진 유형의 제품에 한정한다는 정의를 봤어요. 반면 문화상품은 무형의 서비스를 포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굿즈보다 더 상위 개념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굿즈는 대중문화나 팬덤에서 파생된 상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고 반드시 판매를 전제로 하지 않을 수도 있죠. 해외에서는 ‘cultural product’보다 ‘museum merchandise’라는 표현을 더 일반적인 용어로사용하는데, 실제 뮤지엄 등의 온라인 스토어에는 gift나 souvenir를 더 많이 사용합니다. 흥미로운 점은 문화상품의 기원을 중세 시대 순례 관행해서 찾기도 하더라고요. 예를 들어 성자의 무덤에서 떼어온 조각을 보존하며 무형의 영혼과 연결된다고 믿었던 것처럼요. 아무래도 기록과 관련된 상품은 단순한 소비재나 이러한 기념품이 아닌 역사적 맥락과 기관의 정체성을 반영하는 경우가 많아서 ‘문화상품’이라는 표현을 선택하게 되었어요.
- 저희가 업로드할 때 공드리의 글도 소개해드리겠지만 글이 정말 신선했어요. 문화기관에서 기록연구사로 일하시는 특별한 위치가 떠오르지만 혹시 문화상품에 관심을 가지시게 된 또 다른 계기도 있으실까요?
- 고백하자면 저는 비교적 물욕이 없는 편이고… 극강의 효율 추구자로서 무용한 물건에는 더 관심이 없어요. 제가 좋아하는 프로야구팀의 굿즈를 조금 가지고 있는데 면면을 살펴봐도 유니폼, 머리띠, 응원봉, 모자 같은 실제로 다 사용이나 착용이 가능한 것들이네요. 기록연구사로 일하면서 문화상품 또는 문화상품 제작과 직접적으로 연결될 일은 많지 않은데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어요. 개인적인 관심에서 시작했다기보다는 업무적으로 얽히게 된 경우죠. 그렇지만 또 일이 되면 오히려 더 확실하게 개념부터 연구가 필요하잖아요. 역사, 정의, 분류, 사례 조사… 이런 건 우리가 늘 하는 거니까. 연구하다 보니 오히려 더 흥미가 생겼습니다. 기관이나 사업의 정체성을 상품으로 표현하는 것도 그렇고.
- 사실 다른 문화예술기관과 비교했을 때 국립 보존 기록관(기록학용어사전 정의 기준)의 문화상품은 썩 좋은 사례라고는 할 수 없죠. 미국 뉴욕현대미술관(MoMA)이나 영국 Tate와 같은 세계 유수의 미술관이나 국내에서 꽤 많은 이슈가 되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그것이 훨씬 더 종류가 다양하고 참고하기 좋거든요. TMI로 제가 박사 과정 중인데, 존경하고 사랑하는 교수님의 수업을 청강하게 되었어요. 석사 때 이미 이수한 과목이라… 청강이어도 여러 번의 발제와 기말 논고 제출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제가 마침 문화상품 제작 업무를 하면서 연구하고 있던 주제에, 이 논고를 위해 추가적으로 아카이브 사례를 찾게 된 것이 그 시작입니다.
- 이제부터는 미 국립기록문서청(NARA)나 영국 국립기록보존소(TNA) 사례를 띄워놓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기록과 사회> 독자님들은 보셨겠지만 모르시는 분도 있을 테니까요...
1.2. 미국 NARA의 Red Tape 이야기
https://maily.so/archivenews/posts/f35aa9c1
=레드 테이프가 뭐예요?
레드 테이프는 글자 그대로 빨간 끈입니다. 중요한 문서를 빨간 리본으로 묶는 관행이 있었다고 해요. 미국 NARA의 NATIONAL ARCHIVES STORE에서 판매 중인 red tape collection이 인상적이라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문서 보존의 상징이었지만, 점차 부정적 의미를 획득하고, 이후 문화상품이 된 점이 아주 흥미로웠습니다.
=레드 테이프의 유래
레드 테이프의 기원에 대해서는 여러 주장이 있어요. 11세기 영국 공식 문서에서 사용되었다는 설도 있고, 16세기 스페인의 기록 보존 관행에서 유래했다는 말도 있고. 두 국가 모두 식민 통치를 했던 만큼, 이러한 문서 관리 방식이 서부 유럽과 신대륙으로 확산되었을 가능성이 큽니다.
그리고 ‘빨강’이라는 색이 그렇잖아요. 눈에 잘 띄고, 중요해 보이고. 미국에서 전쟁 중 서신이나 문서를 날짜 순서에 따라 정리하고 레드 테이프로 묶었다고도 해요. 실제로 1864년 US War Department는 247km, 1943년 미 재무부는 197km의 레드 테이프를 구매한 기록이 남아 있다고 하죠. 그 엄청난 양의 레드 테이프는 문서를 묶은 채로 지금도 NARA에 보관되어 있고, 미국뿐 아니라 영국, 캐나다의 영구기록물관리기관에서도 소장품으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어쩌다 레드 테이프는 번문욕례로 변했을까요?
현재 ‘레드 테이프’라는 용어는 행정학에서 주로 사용하는데 관료적 형식주의, 과도한 행정절차, 번문욕례 등을 의미합니다. 공공 영역에서 일하시는 분들, 혹은 우리가 민원인 입장이 되었을 때 많이 겪게 되기도 하죠. 의미 없는 문서 작성,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 같은 것들, 그리고 그로 인한 좌절이나 분노까지 내포하는 개념입니다. 즉 관료제의 상상 가능한 거의 모든 폐해를 포괄하는 부정적인 단어입니다. 영국은 ‘Red Tape Challenge’라는 규제 완화 정책을 하기도 했고요. “Cut the red tape”라는 관용구도 있습니다.
기록을 묶고 있던 빨강 끈이 번문욕례로 변화한 원인은 NARA 스토어의 설명 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남북 전쟁 참전 용사들이 연금 청구를 위해 기록 열람을 요청하지만 그 기록 획득이 어려웠던 것이죠. 그 문서들은 대부분 빨간 리본으로 묶여 있었다고 해요. 여기서 ‘레드 테이프’라는 용어가 번문욕례라는 의미로 사용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고 합니다.
=1997년 NARA에서 레드 테이프을 복권하기로 한 배경이 궁금해요.
설명을 찾지 못했지만 추측하자면 레드 테이프에 묶여 있다는 것은 아직 봉인이 해제되지 않은 기록이라는 뜻이고, 실제로 그 양이 아주 많을 것입니다. 우리도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 디지털화 사업이나 아카이브 정리 사업을 하듯이 그들도 레드 테이프를 자르고 그 안의 기록을 들여다봐야 할 필요가 있었을 거예요. 처음에는 그냥 버리지 않았을까요? 그러다 그 양이 아주 많고 누군가는 아까워하고 이것을 상품화할 방법이 없을까 하여 조각을 잘라 5달러에 판매하기 시작했을 것 같아요. 개인적 의견입니다.
어쩌면 현재의 red tape collection 상품을 개발하게 된 배경과 유사하지 않을까요? NARA는 2015년부터 가공된 상품을 제작해 판매하는데 이때엔 조금 더 상품화의 의미가 명확해집니다. “Cut the red tape”를 포함하는 거죠.
=레드 테이프 활용 상품 종류와 상품화 과정 등
현재 판매하고 있는 상품은 NARA의 건물을 찍은 흑백 사진에 실제 레드 테이프 조각을 넣은 종이 문진부터 아마도 레플리카겠지만 레드 테이프로 묶인 채권 액자, Kevin Clarke라는 예술가와 협업하여 제작한 귀걸이, 반지 등의 장신구가 있습니다.
워싱턴포스트지의 인터뷰에서 케빈 클라크는 "누군가가 만지고 사용했던 오래된 역사의 조각을 다루는 것이 정말 좋았다"며, "그것이 지나온 과거를 생각하는 것이 멋졌다”고 말합니다.
편견일 수 있지만 보수적인 NARA에서 레드 테이프를 그냥 잘라 파는 것을 넘어 응용 상품을, 예술가와 협업하여 개발하고자 한 시도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물론 개인적으로 그 상품의 쓸모와 심미적 관점은 잘 모르겠지만요.
=레드 테이프를 문화상품으로 기획하고 소비하는 행위의 의미
시간이 지나면서 그 의미가 부정적으로 바뀌었지만 레드 테이프는 실제로 문서를 보호하고 관리하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레드 테이프를 문화상품으로 기획하고 소비한다는 건 먼저 부정적 상징을 기록 보존의 상징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겁니다.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기록 관리와 보존의 가치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죠.
그리고 어쩌면 레드 테이프의 부정적 사용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공공기록이나 공문서에 가지는 이미지일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이렇게 레드 테이프를 잘라 소비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은 이런 이미지를 극복할 수 있는 시도가 될 수 있을 겁니다.
1.3. 영국 TNA의 Henry Cole’s Rat 이야기
https://maily.so/archivenews/posts/w6ovy31pok5
=Catalogue reference: E 163/24/31/9
영국 TNA SHOP 사이트에는 헨리 콜의 쥐라고 하는 제법 귀여운 쥐 인형을 판매합니다. 도대체 TNA에서 왜 쥐 인형을 판매하는가에 대한 호기심에서 이 글은 시작됩니다. 이 상품 설명에 목록 참조 번호가 적혀 있어요. 목록에서 "E 163/24/31/9"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록의 제목은 "Skeletons of two rats”입니다. 심지어 법적 지위가 Public Record(s)고요. 내용 기술이 없는데 베타 서비스 페이지에서 그 이미지와 설명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미지는 안 보는 걸 추천합니다!
=국왕의 회계 기록과 Henry Cole 이야기
콜 경이 의회에서 증언한 기록보관 상태-기록 보관 상자 안에 종이를 가득 씹어 먹고 죽어 있는 쥐들의 사체를 직접 흔들어 보여준 기록, PRO와 TNA 기록 기관 체계화 과정
1830년대 기록 관리 체계가 없던 영국에서는 많은 기록이 창고 등에서 부적절한 상태로 보관되었다고 합니다. 국왕의 회계 기록 목록화 작업을 하던 헨리 콜 (Henry Cole)은 기록 보관 상자 안에서 죽어 있는 쥐들을 발견합니다. TNA의 유튜브 채널의 Time Travel Tots 시리즈 영상에서는 구멍을 통해 상자 안에 들어간 쥐가 내부에 있는 종이를 잔뜩 먹고 배가 빵빵해져서 다시 그 구멍으로 못 나오고 상자 안에서 죽었다고 하네요. 실제로 헨리 콜은 의회에서 쥐의 사체를 흔들어 보여주며 끔찍한 기록 관리 상태를 증언하죠. 이를 계기로 국가 기록 관리 필요성이 대두되고 1838년 Public Records Act 제정과 TNA의 전신인 Public Record Office (PRO) 설립으로 이어집니다. 헨리 콜이 정리하던 국왕 회계 기록과 두 마리 쥐 유해는 PRO로 이관되며 헨리 콜은 PRO의 Senior Assistant Keeper 중 한 명이 됩니다. TNA는 여전히 쥐의 유골을 기록으로 보존하고 있고요.
=Sensing the Archives 프로젝트, The Friends of TNA의 3D 프린터 지원
'Sensing the Archives' 프로젝트는 시각 장애 학생들을 위한 워크숍입니다. TNA 컬렉션 중 네 가지 문서를 다양한 감각을 활용해 탐색할 수 있게 하는 건데요. 이 워크숍의 시작이 헨리 콜의 쥐와 관련 아카이브를 배우는 것입니다. 직접 상자를 열어보고 부드러운 쥐 인형을 촉각으로 느끼며 체험하는 프로그램입니다.
후원 단체인 The Friends of TNA는 2017년 3D 프린터를 지원합니다. 이를 통해 헨리의 쥐를 3D로 재현하기도 했어요.
=기념품, 교육용 자료를 넘어 역사적 사건을 상기시키고 기록 보존이라는 본연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총합적인 도구이자 콘텐츠 원형이 된 헨리의 쥐
=영국 기록 관리 역사에서 ‘헨리 콜의 쥐’의 의미
- 기록이 제대로 보존되지 않았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 제시
- 기록 보존의 체계적 관리 필요성을 강조하며 접근성과 보존이라는 양 끝단의 개념을 모두 보장
- 체계적인 기록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는 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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