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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탑골공원' 체제를 다시 생각해본다.

2025.11.20 | 조회 6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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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식 다주택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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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그때는 맞고 지금은 다르다.

 15년 전 탑골공원의 기억이 여전히 생생하다. 당시 정부는 국무총리실 주도 하에 '규제 철폐'라는 이유로 기록물관리 전문요원 자격요건을 대학원 석사에서 대학교 학사로 낮추려 했다. 9급 공무원이 하던 '문서관리'를 대학원 공부까지 한 사람들이 '기록관리'로 해야 한다니 아마도 그분들 입장에서는 기가 찼을 거 같기는 하다. 2005년 공공기록물법 개정 이후에 기록관리 인적기반이 비로소 구축되어가던 시기였기 때문에 소위 '기록공동체'의 충격은 꽤나 컸다. 10여 곳이 넘는 대학원의 학생이 전면에 나섰고 대학원 교수님, 강사님, 현장의 기록전문가들이 후방에서 뛴 결과 역사적인 '탑골공원' 집회가 있을 수 있었다. 여러 논란을 남기기는 했지만  '대학원 석사, 또는 교육원을 졸업하고 자격시험을 통과한 자'로 자격 요건을 완화하는 것으로 타협하여 '기록관리 전문성'을 어느 정도 유지하는 성과를 만들었다.

제2회 전국기록인대회(2010년 5월 7일) 첫째 날에 있었던 탑골공원 집회. 사진이 작게 나와 그렇지 저 뒤에도 사람이 많았다. 주최 측 추산 150명, 경찰 측 추산 100명 쯤이었...을 것이다. 
제2회 전국기록인대회(2010년 5월 7일) 첫째 날에 있었던 탑골공원 집회. 사진이 작게 나와 그렇지 저 뒤에도 사람이 많았다. 주최 측 추산 150명, 경찰 측 추산 100명 쯤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기록관리 인적 전문성'이 자격 취득만으로 기록전문가의 생애주기에 따른 은퇴시기까지 유지될 수 있는 것인지 당시에도 현재에도 나는 여전히 의문이다. 다른 분야에서 취득 이후의 자격 유지 조건에 대한 사례를 찾아보자면 사회복지사는 사회복지법인 또는 사회복지시설에 종사할 경우, 연간 8시간 이상으로 윤리, 인권보호, 정책, 실천기술에 대한 보수교육을 받아야 한다. 의사 및 간호사 등 의료인은 매년 윤리, 전문성 향상, 업무 개선, 의료 관계 법령 준수, 선진 의료기술 등의 동향 및 추세, 의료인의 자질 향상에 관하여 연간 8시간 이상 보수교육을 이수하여야 한다. 의료인의 경우에는 보수교육을 받지 않을 경우에 그 자격이 정지되기도 한다.

 이에 비해 우리 분야는 자격 취득 이후 전문성 고양을 위한 재교육 등 자격요건 유지 제도는 완전히 전무하다시피 하다. '공공기관 기록물관리 평가'의 일환으로 실시하는 국가기록원의 교육도 '공공기관의 철저한 기록물관리'라는 관점에서 교육과정이 주로 법규, 실무에만 집중된 면이 있고 참여대상도 주로 공무원 또는 공공기관의 임직원으로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계도 분명히 있다. 즉, 우리의 교육을 통한 기록관리 인적 전문성의 확보 과정은 전문요원 자격 취득 과정에만 이른바 '몰빵'되어 있고, 자격 취득 이후는 개개인의 자발성에 맡기는 심각한 불균형에 노출되어 있다.


기업, 시민사회단체 등 우리 사회의 다양한 분야의 기록관리 경험을 가진 사람은 전문요원 자격 제도에 관심 가질 이유도 없으며, 관심이 있더라도 2년의 시간과 수천만 원의 비용이 필요한 높은 문턱으로 느껴질 수 밖에 없다.


현 자격제도로 파생되는 문제들

 현행 자격제도로 인한 우리 기록관리 학계와 협회에서 파생되는 문제도 한번쯤 생각해봐야 한다. 2025년 현재를 기준으로 나는 '기록학 전공의 전임교수'가 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개개인별로 기록관리에 대한 조예와 관심은 깊은 분들이라고 생각하지만 역사, 또는 문헌정보학 기반의 전임교수 신분이고 기록학계 연구자의 대다수 신분은 전문요원 자격 취득 과정을 운영하고 있는 대학원 또는 교육원의 '비전임 강사'인 것으로 알고 있다. 기록관리가 사회와 행정 분야에서 튼튼하게 자리잡기 위해서는 기록학 연구의 진흥 및 활발한 교육 활동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기록학이 '학문으로서의 사회적 인정'을 위해서는 '전임교원'의 확보가 필수불가결한 사항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자. 현재처럼 4년제 학부 과정도 없이 개별 대학원 및 교육원의 소수 학생 정원으로 '전임교원' 확보가 가능한가? 앞으로 10년 후인 2035년부터 고등학교 졸업생이 급격히 감소하는 인구추세를 봤을 때, 대학은 기존 전공의 전임교원 정원마저도 감축할 것으로 보이는데 신규 전공의 전임교원을 확보가 가능할까? 줄어든 대학교 졸업생만큼 기존 기록학 대학원과 교육원의 입학생도 감소할텐데 과연 대학들이 계속 운영하려 할까?

지인이 결혼했던 결혼식장이 노인요양병원으로 바뀐지 오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 하나씩 있던 의원과 약국도 없어졌고 학원은 학생을 놓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내가 졸업한 서울의 모 국민학교도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2013년~18년생)를 다니는 자녀를 돌보는 내가 목격하는 내 주변의 현실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학문이라고 온전할 수 있을까?
지인이 결혼했던 결혼식장이 노인요양병원으로 바뀐지 오래다.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 상가에 하나씩 있던 의원과 약국도 없어졌고 학원은 학생을 놓치지 않으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 내가 졸업한 서울의 모 국민학교도 폐교 위기에 놓여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현재 초등학교(2013년~18년생)를 다니는 자녀를 돌보는 내가 목격하는 내 주변의 현실이다. 학령인구의 급격한 감소가 예정된 상황에서 학문이라고 온전할 수 있을까?

 기록전문가들의 단체도 생각해보자. 다른 전문가 직종 단체들은 범위는 상이하지만 해당 단체의 설립 근거, 역할, 권한, 의무에 대해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다. 자격을 소유한 사람이 임의적으로 가입하는 단체나 협회도 있지만, 직종의 공공성이나 전문성, 윤리 관리의 필요성이 있을 경우에는 법률에 따라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협회도 존재한다. 또한 임의가입이라고 하더라도 자격 소유자 관리부터 보수교육까지 정부로부터 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협회도 있다. 예를 들어 한국사회복지사협회는 설립 근거를 '사회복지사업법'에 두고 전문지식 및 기술의 개발, 보급/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조사연구, 학술대회 개최 및 홍보, 출판사업 / 국제단체와의 교육, 협력 /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탁하는 사업 등의 기능을 하고 있다. 특정 자격의 취득과 유지, 관련 단체와 협회의 운영을 기본으로 규정하고 있는 타 법령에 비해, 기록관리 전문성 고양을 위해 그 어떤 것도 법적 지위를 부여받은 단체가 단 한 곳도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 2025년 사업계획 세입항목을 보면 보수교육 등 수강료, 자격 및 교육이수 증명서 발급 수수료,  행사 참가비, 1급 사회복지사 국가시험 심사 수수료,  조사연구사업, 민간위탁 국가보조금 등으로 협회를 운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물론 조직과 회원 규모에서 1: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한국사회복지사협회 홈페이지. 2025년 사업계획 세입항목을 보면 보수교육 등 수강료, 자격 및 교육이수 증명서 발급 수수료,  행사 참가비, 1급 사회복지사 국가시험 심사 수수료,  조사연구사업, 민간위탁 국가보조금 등으로 협회를 운영하는 것을 알 수 있다.(물론 조직과 회원 규모에서 1:1로 비교하는 것은 무리일 수 있다.)

'공공기록 생태계'를 다시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10~15년 후에 현실화될 대학 및 대학원 진학 인구 감소에 이에 따라 감축될 것으로 예상되는 전임교수 정원 확보 문제와 당면하여 전문요원 자격 제도에 대해 재검토가 필요하다. 우선, 다른 분야의 자격제도를 분석해서 자격 제한을 적어도 1~2등급으로 나누고, 입문에 해당하는 2등급 자격에 관해서는 4년제 학부 과정으로 과감히 낮출 필요가 있다. 다른 학문과 비교하여 과목이 적은 기록학의 특성을 고려해 4년제 학부 과정은 문헌정보, 역사학, 정보시스템 등 유관 학문과의 연계전공, 자율전공, 협동과정 등으로 용인할 필요가 있다.(이렇게 하더라도 과연 4년제 학부 과정이 신설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지만, 적어도 지금보다는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단, 4년제 학부 교육과정의 인증은 교과목, 전임교원 확보 등의 기준으로 국가기록원이나 국가기록원이 위탁하는 전문가 단체에 위임하는 것 또한 검토되어야 한다.(더불어 대학원 교육과정에 대한 인증도 반드시 병행될 필요가 있다.)


4년제 학부, 또는 대학원 교육 과정 이외의 기업, 민간단체 등에서 특정 기간 기록관리 실무경험이 있는 자에 대한 자격 부여 제도도 필요하다. 이 경우에는 해당 기업과 민간단체가 '기록관리'를 하고 있는지 별도의 기준을 가지고 심사, 인증하는 것을 동시에 고려해야 한다. 이 역시 국가기록원이나 국가기록원이 위탁하는 관련 단체에 위임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낮아진 자격제도는 재교육 등을 통한 자격 취득 이후의 '자격유지' 제도로 전문성을 보완해야 한다. 전문가 자격을 취득한 사람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재교육 수강을 제도적으로 의무화하고, 연구 및 발표 실적을 요구하거나 또는 교육이수 실적으로 대체할 수 있는 방안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또한 일정한 교육 및 이에 준하는 연구 활동이 없을 경우에는 '공공기록물 폐기의 전문요원 심의'가 불가능하도록 하는 등의 '자격정지'제도도 병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정기적인 재교육, 연구 및 발표 실적 인정 등의 전문요원 자격 유지, 관리, 발급 및 교육과정은 국가기록원으로부터 전문가 단체가 위탁받아 운영하는 체계로 모색하여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전문가 단체의 설립과 운영에 관한 규정을 '공공기록물법'에 명문화할 필요가 있다. 법률적 근거를 기반으로 전문가단체는 회원 관리, 교육과정 및 기업, 민간단체 등의 기록관 인증, 재교육과정 운영, 전문요원 자격의 심사/인증/정지/발급 등의 관리 등을 통해 기본 운영비를 조달하여야 한다. 또한 기록전문가들이 전문가 단체를 구심점으로 전문성 및 소통과 연대 강화를 실현할 수 있도록 각종 사업과 수익사업을 수행해야 한다. 아래는 전문가 단체의 활동을 법령으로 제도화할 수 있는 기본안이다.

  •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에 대한 전문지식 및 기술의 개발, 보급
  • 기록물관리 전문요원의 전문성 향상을 위한 교육훈련
  • 기록물관리에 대한 조사, 연구, 학술대회 등 행사 개최 및 홍보, 출판 사업
  • 국내외 기록관리 단체와 교류, 협력
  • 행정안전부 장관 또는 국가기록원장이 제00조에 따라 위탁하는 업무
  • 기업, 민간단체 등의 기록관 인증 및 소속 기록전문가에 대한 전문요원 자격 인증
  • 기타 협회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사항

사실 더 걱정되는 것은...

나는 위에서 쓴 '공공기록 생태계'의 변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1,000명이 넘게 전문요원 자격을 취득한 많은 분들이 과연 동의를 할까 싶기도 하다. 자격관리 제도를 소급 적용해서 돈과 시간을 내어 주기적인 교육을 받을, 또는 전문가 단체에 회원으로 가입할 마음이 있을지 말이다. 이렇게 저렇게 어떻게든 우리 안에서 합의가 되었더라도 다음 단계인 제도 개정을 위해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고, 교육기관의 교육과정을 운영해줄 것을 요청할 수 있는 힘이 우리에게 있는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대학 진학 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2040년이 15년 후의 먼 일 같기도 하지만, 또 쉬운 일이 아니기에 어떻게 보면 너무 늦은 거 아닌가 싶기도 하다.

이 글을 읽는 분들부터 우리 '공공기록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해보는 것이 '지금 당장 시작하는 일'이 아닐까?
이 글을 읽는 분들부터 우리 '공공기록 생태계'의 현재와 미래를 허심탄회하게 해보는 것이 '지금 당장 시작하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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