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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다 시리즈2] 당근과 채찍, 그리고 전문성

1n년차 기록연구사에게 기록관리가 여전히 어려운 이유

2025.01.30 | 조회 6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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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과 사회

기록에 대한 모든 이야기

1. 기록관리를 잘 하고 싶었습니다.

 

이 법은 공공기관의 투명하고 책임 있는 행정 구현과 공공기록물의 안전한 보존 및 효율적 활용을 위하여 공공기록물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 제1조(목적)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1조에서 밝히고 있는 목적에도 드러나듯이 우리나라의 기록관리는 (이미 존재하는) 기록물의 보존과 활용 뿐 아니라 공적인 활동을 투명하게 획득, 관리하기 위해 생산하는 시점(또는 그 이전 시점부터의 관리를 강조하고 있다.

현행 기록물관리법과 제도에서는 공공기록관리업무를 처리과-기록관-영구기록물관리기관3단계 관리 체계로 절차화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아카이브와 기록물 생산 기관 사이에 대규모 중간기록보존소를 두는 영미형기록관리 모형이 아닌 일선 기관에 자체적인 소규모 기록물관리기관을 설치한 대륙형기록관리 모형을 수용하였는데, 해당 공공기관에 소속된 기록관리전문요원이 처리과와 영구기록물관리기관 사이에서 기록관리의 전 과정이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도록 하는 중대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민주적 절차의 투명성을 보장하고 기록의 유실을 방지하기 위한 공공적 성격이 강한 한국의 기록관리에서는 생산기관 내에서 이루어지는 기록관리 전문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요한 역할을 내가 한다니... 새로워... 짜릿해...’
‘그 중요한 역할을 내가 한다니... 새로워... 짜릿해...’

 

.. 아니었지만 기록관리를 잘해서 우리나라의 기록관리에 한 획을 긋지는 못하더라도 우리 기관의 기록관리 체계를 잘 갖추어 가보자하는 결심과 진심으로 현장에 뛰어들었다.

 

2. 만 시간의 법칙

어느 덧 현장에서 기록관리 실무를 해온 지 1n년차 기록연구사가 되었다.만시간의 법칙이라고 들어보았나? 미국의 심리학자 앤더슨 에릭슨에 따르면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려면 최소한 1만 시간의 정도의 훈련이 필요하다는 법칙이라고 한다. 대략적으로 한 분야에서 10년 정도 노력하여 지식과 경험을 쌓으면 전문가가 될 수 있다는 말인데, 10년을 훌쩍 넘어 20년이 가까운 세월 동안 한 우물만 파고 있는 나에게도 여전히 기록관리는 너무 어렵고, 우리 기관의 기록관리 수준은 아직도 개선되어야 할 점들이 많아 보인다. 만 시간의 노력 외에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3. 기록관리 현장에 없는 것들

  • 채찍 

비교적 신규일 때 들었던 생각이다.

‘왜 이 공무원들이 천원짜리 볼펜 하나 살 때도 규정과 절차에 맞추어 업무를 집행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면서, 중요한 기록관리는 대충 아무렇게나 하고도 잘못됐다는 인식이 없을까?’

이 의문에 내가 찾은 답은 예산은 아무렇게나 쓰면 큰일나지만, 기록관리는 아무렇게나 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이다. 모든 공무원과 공공기관의 임직원은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기록물을 보호ㆍ관리할 의무를 갖지만, 공공기록물관리법에 따라 기록관리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큰일이 나는 일은 없다. 기록관리의 중요성이나 기록관리를 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점을 매년 교육, 점검 등을 통해 설파하여도 막상 법대로 안해도 나에게별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점을 학습하고 나면 소 귀에 경읽기가 되고 만다. 벌칙 조항은 있지만 벌칙 조항으로 처벌 받은 사례가 없는데, 법대로 하자고 기록관리전문요원이 미우나 고우나 공직생활 동안 같은 기관 안에서 한솥밥 먹을 직원들을 명분없이 고소 고발하고 다닐 수도 없다.

공공기관의 내부통제 제도를 내실화하고 그 운영의 적정성, 공정성 및 국민에 대한 책임성을 확보하는 것을 목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감사인데, 가만 생각해보면 모든 공무원에게 의무가 부여되는 복무, 회계 등의 업무는 감사의 대상이 된다. ‘기록관리야 말로 공적 활동에 대한 설명책임성을 확보하는데 핵심적인 업무라고 본다면 기록관리를 법대로, ‘성의있게 하는 것을 개개인의 선의에 기대할 것이 아니라 통제력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a.k.a 채찍)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당근

또 다른 문제는 이거다. 기록관리는 잘못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잘해도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러나 저러나 본전인 업무라면, 안하고 본전인 것을 택하는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것이 아닐까?

이 것은 해당 기관의 전문요원에게도, 전문요원이 속한 조직의 관리자에게도, 그리고 그 기관의 모든 직원에게도 적용되는 이야기이다. 안탑깝게도 많은 기관에서 기록관리는 조직 내에서 잘해야 되는 업무로 여겨지지 않는다. , 잘하면 빛이 나는 업무, 나 또는 우리 조직의 성과가 되는 업무 또는 누가 알아주는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기록관리를 잘 하고자 하는 동력이나 동기가 없다.

그렇다면 기록관리는 중요하지 않은 일인가? 그렇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누구도 비록 그 속마음까지는 모르겠으나 기록관리를 중요하지 않다고 대 놓고 말하는 사람은 보지 못했다.

... 기록관리 참 중요하지... 그런데 업무 우선순위가... ”

말하자면 이런 느낌이다. 애는 착하지만 매력 없는 이성을 두고 ... 애는 참 착한데....”

기록관리를 매력적인 업무로 만들려면 기록관리를 잘 하는 것이 ‘득’이 되는 상황으로 만들 필요가 있다. 그리고 조직 내에서 '득'이 될 업무인지 아닌지를 가장 쉽게 측정할 수 있는 지표는 예산이다. 예산의 규모와 업무의 중요성이 반드시 일치한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고, 예산이 많아서 중요한 일이 되는 것인지 중요한 일이라서 예산이 많아지는 것인지는 선 후 관계를 따져볼 필요는 있겠으나, 분명한 것은 기록관리에 지원되는 예산이 절대적으로 매우 적다는 점이다.

 

  • 전문성

다시 만 시간의 법칙으로 돌아가보자. 만 한 살에 걸음마를 시작해서 나이 4n살이 된 김기록씨는 40여년간 수 많은 걸음을 걸었는데, 그렇다면 김기록씨는 걷기 전문가인가? 기록관리 현장에서 긴 시간 동안 실무를 담당했다고 해도 지속적인 고민과 성장이 없이 매년 해오던 방식대로 업무를 처리해 왔다면 기록행정의 스킬은 늘었지언정 기록관리의 전문성이 깊어졌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게 고인물이 되어가는 동료들도 많다.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발전하려는 노력이 없는 개인을 탓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고여가게 되는 시스템을 꼬집고자 하는 것이다.

어느 정도 짬이 찼을 때, 다른 직렬의 연구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는데,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다. 왜냐면 그들은 진짜 연구를 하고 있었고, 연구 성과를 내는 것이 그들의 중요한 업무였기 때문이다.(물론 그들도 연구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일 일과시간에는 자료 취합, 엑셀, 노가다에 절여 있던 나로서는 진짜로 연구를 하는 연구직이 있다는 사실이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다.

지난 20여 년 간 공식적으로 배출된 전문요원 자격 취득자들 중 상당수가 기록관에 근무하고 있는데, 이 들은 배치된 기관에서 각자도생하고 있을 뿐 전문성을 키워나갈 수 있는 연구 과제가 주어지지도 체계적이고 지속적이 재교육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전문성을 말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4. 아직도 기록관리를 잘 하고 싶습니다.

당근도 채찍도 전문성을 갖출 기회도 부족하지만 아직도 나는 기록관리를 잘 하고 싶다.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질수록 더 어려운 것이 기록관리인 것 같다. 긴 시간 동안 기록관리는 외로운 일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고개를 들어 주위를 보니 생각보다 많은 동료들이 주변에 있음을 알 게 된다. 이렇게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짐에 감사함을 느끼며 다음 글은 없는 것에 아쉬움 토로가 아닌 긍정적인 부분을 나눌 수 있기를 기대해 보면 글을 마친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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