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SD v.14.2 님이 보내주신 글입니다.
지난 10월 21일 ‘아싸가오리’님의 ‘난데 없는 공공기록물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폭탄, 터지기 일보 직전’ 을 읽고 생각을 보태 글을 씁니다. ‘아싸가오리’님의 표현대로 시행령 개정안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갑자기, 난데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먼저, 지난해 12월 26일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 공공기록물법 개정안(의안번호 2206991)이 아직 위원회 심사 중인데, 그에 앞서 시행령 개정안이 예고된 것이 의아했습니다. 물론 현행 법령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법률 개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제출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있는 상황에서 기존 법에 따라 시행령을 개정하는 것은 혼란을 가중시킵니다. 기존의 법률안은 철회되는 것인지, 법안이 통과되면 또 다시 시행령을 개정한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상세한 입법 전략을 알기 힘든 기록관 현장에서는 더욱 혼란스럽습니다.('시행령 통치'를 지난 3년 동안 무수히 봤습니다)
기존 법률안을 철회한 입장이라도 문제는 있습니다. 국회에 계류중인 현재 개정안에 대해 기록관리단체협의회(이하 기단협) 등 기록관리전문가단체들은 법률 개정안이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법의 본래 목적을 훼손한다고 반대 입장을 냈습니다. (기록관리단체협의회 3차 성명서) 기록관리 전문성이 배제된 행정 편의주의적이고 독단적인 공공기록물법 개정을 반대한다. ('25.1.6) 공공기록물법 일부 개정안(2024)에 대한 기록학계 및 관련 단체의 입장문 ('24.9.30) 국가기록원이 주최한 설명회는 '행정요식행위'라는 비판이 대다수였고, 1천명 가까운 기록인이 모인 '단톡방'에서는 성토하는 목소리로 들끓었습니다. 만약 이러한 반대입장을 수용하여 국가기록원이 법률의 개정을 포기한 것이라면, 시행령 개정에 앞서 '독단적인' 법률 개정안 추진에 대해 사과하고, 공공기록물법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소통하는 것이 먼저입니다. 기단협 논평에서도 이미 근본적인 법률 개정을 다시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무런 사과나 소통도 없는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를 거둬들여야 합니다. 우리는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이런 독단적인 불통의 행정을 많이 봤습니다.
국가기록원은 법안이 나오기까지 여러 공식 절차를 거쳐 입법예고를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반문할 수도 있습니다. 입법의 절차는 대략 이렇습니다. 내부에서 과제를 발굴하고, 관련 단체나 전문가 의견을 수렴합니다. 이견을 토대로 초안이 완성되면 결재권자의 결재를 받습니다.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므로 당연히 대통령의 결재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법령을 총괄하는 법제처와도 협의합니다. 이 모든 과정은 국정을 관장하는 대통령실 담당 비서관실에 보고됩니다. 대통령실은 공식 '결재라인'은 아니지만 법령 개정과 같은 중요한 사안에 대해 신중하게 의견을 내며, 학계/업계/기관 등 내외부의 의견을 두루 듣습니다. 대통령실은 행정과 입법 사이를 조율하고 현실에서 법이 작동하도록 돕습니다.
지난 윤석열 정부에서, 많은 기록관리전문가들은 국정기록을 담당하는 비서관실의 부재를 비판했습니다. 윤정부의 국정메시지비서실은 국정기록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았고, 못했습니다. 그 사이 국민주권정부가 세워지고, 국정기록비서관실이 부활했으며, 최근에는 늦게나마 국정기록비서관까지 임용되었습니다. 다만, 지난 기단협의 환영논평 국정기록비서관 임명을 환영하며,하루속히 기록공동체와 소통하기를 기대한다. ('25.10.13) 에도 불구하고, 국정기록비서관실이 제 역할을 다하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이번 시행령입법예고를 보면 더 그렇습니다. 대통령실이 공공기록관리 전반을 이해하고, 기록공동체와 소통하고 있는데도 이런 시행령 개정안 추진을 허용했다면, 국정기록비서관실의 업무 능력, 상황 판단, 소통 구조를 점검 해야 합니다. 또 국정기록비서관실이 시행령 개정에 대해 깊이 검토하지 않았다면 더 큰 문제입니다. 이번 시행령 개정안에는 '소재불명' 기록물 확인 등 대통령기록물 관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내용이 적지 않습니다. 또한 개정안의 각 조항은 기록관 현장에 큰 파급을 미치는 사안으로 가득합니다. 대전 국가기록원 본원의 탁상행정에 대한 비판이 거셉니다. 이러한 중요 의사결정에 대한 국정기록비서관실의 면밀한 검토는 국정기록을 담당하는 비서관실의 가장 중요한 역할입니다.
공공기록물법의 주무부처는 행정안전부 소속기관인 국가기록원입니다. 그럼에도 이번 시행령 개정 국면에서 대통령실 국정기록비서관실의 역할을 거듭 언급하는 것은 안타깝게도 국가기록원이 스스로 국민주권정부 기록관리 정책을 마련하고 집행할 여건(혹은 능력과 의지)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대통령 탄핵 국면부터 지금까지 국가기록원은 스스로 기록관리 현안을 해결할 의지도, 기록공동체와 적극적으로 소통할 의지도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공동체의 목소리를 겸손하게 듣는 태도조차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기록원 개혁의 지렛대 역할을 할 국정기록비서관실에 큰 기대를 걸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라도 국정기록비서관실이 이번 국가기록원 시행령 입법의 독단적인 행정에 대해 살피길 바랍니다. 한편 국정기록비서관실도 대통령실의 임무와 역할, 책임과 권한을 잊지 않길 바랍니다. 국정기록비서관실은 일개 행정조직이 아닙니다. 여러분은 기록 커뮤니티의 아웃사이더가 아닙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
기록인
중간에 오류가 보이는데요, 시행령은 대통령령이니 대통령 결재이죠.
기록과 사회
실수했습니다. 확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의견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