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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커뮤니티 아카이브] 교도소를 기억하는 아카이브가 있다고?

The Prisons Memory Archive

2025.04.14 | 조회 42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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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들어가며

내리는 빗속에서 양 팔을 벌리고 하늘을 바라보는 청년의 모습을 담은 포스터.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라는 명대사를 남긴 한국 영화.

 두 영화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아마 교도소를 배경으로 하는 영화를 떠올려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쇼생크탈출><7번방의 선물>을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 이렇듯 교도소는 대개 영화나 문학작품의 배경으로 종종 사용되곤 한다.

 그런데 교도소 아카이브가 있다고?’ The Prisons Memory Archive를 처음 접했을 때 나의 솔직한 심정이었다. 다른 어떤 아카이브보다 ‘Prisons’이라는 특별함에 눈이 갔다. ‘무엇을? ? 아카이빙했을까? 관심을 안 가질 수 없었다.

 The Prisons Memory Archive(이하 PMA)에 대해 알아보기 전에 먼저 알고 넘어가야할 것은 북아일랜드의 역사적 배경 속에서 발생한 이 아카이브의 핵심 사건인 ‘the Trouble’이다. 역시나 어느 나라에나 있는 그런 평범한(?) 교도소는 아닌 모양이다.

 

‘the Trouble’
1968년경부터 1998년까지 북아일랜드에서 벌어진 폭력적인 종파 갈등으로, 북아일랜드가 영국의 일부로 남기를 원했던 압도적인 개신교 연합주의자들(충성주의자들)과 북아일랜드가 아일랜드 공화국의 일부가 되기를 원했던 압도적인 로마 가톨릭 민족주의자들(공화주의자들) 간의 갈등이다. 분쟁의 다른 주요 세력들은 영국 육군, 왕립 얼스터 경찰대(RUC), 그리고 얼스터 방어 연대(UDR; 1992년부터 왕립 아일랜드 연대라고 불림)였으며, 그들의 약속된 목적은 평화 유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특히 이 전쟁을 국가 독립을 위한 게릴라 전쟁으로 간주한 민족주의 아일랜드 공화국군(IRA)과 IRA의 침략을 테러로 규정한 연합주의 준군사 조직 사이에서 두드러졌다. 시가전, 선동적인 폭격, 저격수 공격, 도로봉쇄, 재판 없는 구금으로 특징지어지는 이 대결은 교과서적으로 "저강도 분쟁"으로 분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내전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1998년 영국과 아일랜드 정부가 참여한 평화적인 해결책이 효과적으로 도출되기 전까지 약 3,600명이 사망하고 3만 명 이상이 부상을 입었으며, 이로 인해 스토몬트 북아일랜드 의회에서는 권력 분담 협정이 체결되었습니다

*출처: https://www.britannica.com/event/The-Troubles-Northern-Ireland-histor

 

2. PMA를 소개합니다.

 오늘 소개하고자 하는 PMA의 웹사이트는 ‘About the PMA’, ‘PMA for Education’, ‘Context’, ‘The Prisons’, ‘Films’으로 구성되어 있다.

PMA 메인 화면 - https://prisonmemoryarchive.com
PMA 메인 화면 - https://prisonmemoryarchive.com

About the PMA

 PMA‘the Trouble’ 기간 중 공화당 사람들을 수감한 교도소 Armagh Gaol*Maze Long Kesh**와 관련된 사람들과 함께 촬영한 도보 및 대화 기록 컬렉션(a collection of filmed walk-and-talk recordings)이다. 2006~2007년 각 교도소에 영화제작진이 배치되어 충성파와 공화파 출신의 전과자, 교도관과 주지사, 방문객, 교육자, 언론인, 보호관찰관, 복지사, 목사 등 다양한 사람들을 교도소 현장에 초청하여 그곳에서의 경험을 이야기하게 하고 녹음하였다. 그 결과, 이러한 역사적 장소에 대해 다양한 관점에서 개인적인 기억을 보존할 수 있는 풍부하고 다각적인 내러티브 컬렉션이 탄생했다고 한다. 참가자들은 수감 경험, 수감자와 교도관의 일상생활, 교도소 내 다양한 조직의 문화, 교육, 예술 및 공예 그리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화하는 교도소의 건축과 시설 등에 대한 주제로 이야기했다. 이후 PMA는 분쟁기간 동안 교도소에서 촬영한 160여개의 기록 컬렉션을 위해 연구자, 아키비스트, 영화편집자, 아웃리치 담당자들이 아카이브 분류, 도큐먼트, 큐레이트를 위해 노력하였다.

 2017~2021년에 전체 PMA 컬렉션은 헤리티지 복권 기금(National Lottery Heritage Fund)의 보조금을 받아 PRONI(Public Record Office of Northern Ireland)로 이전하였고, 현재 PRONI의 디지털 저장소에 안전하게 저장되어 있다. PMA의 기록은 PRONI와 벨파스트 퀸스 대학교 간의 파트너십으로 대중에게 공개되어 PRONI 카탈로그를 통해 이용할 수 있다. 또한 PMA 웹사이트는 수많은 발췌본, 교육 자료, 단편 및 장편 다큐멘터리 영화, 교도소 부지의 인터랙티브 지도 등을 제공한다.

PMA for Education

 PMA 웹사이트의 교육용 리소스는 120명 이상의 참가자의 녹음이 포함된 방대한 아카이브를 주요 주제와 주제로 나누고 학습, 참여 및 토론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었다. 주제는 총 9개로 1)Internment, 2)Life in The Cages/Compounds of Long Kesh, 3)The H-Blocks, 4)Armagh Gaol, 5)Hunger Strikes, 6)Education in the Prisons, 7)Art in the Maze and Long Kesh Prison, 8)Effect of Prison on 'Outside' Life, 9)The role of the Maze and Long Kesh Prison in the peace process이다.

 각 주제별로는 주제와 관련한 간단한 설명을 시작으로 ‘Learn More Here’, ‘Parallel Stories’, ‘Links to NI Curriculum/Questions based on GCSE CEA history exam papers’, ‘Teacher Packs’으로 구성되어 있다. Learn More Here는 해당 주제와 관련한 다양한 원천의 아티클을 제공하고 있고 Parallel Stories는 다양한 관점에서 주제를 탐구하기 위해 아카이브에서 엄선한 클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영상을 볼 수 있다. 그리고 교육과정과 연결된 링크와 잉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학과 이수 자격 시험인 GCSE와 관련한 질문지를 제공하는 Links to NI Curriculum/Questions based on GCSE CEA history exam papers가 있다. 마지막으로 PMA 컬렉션을 교사가 수업에서 학생들과 함께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수업계획과 조언을 제공하는 Teacher Packs이 있다.

 PMA for Education을 보면서 국내 아카이브가 아카이브를 기반으로 교육용 콘텐츠를 제공하는 방법에 대해 벤치마킹 할 것이 많은 부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Context

 Context는 특별 에세이와 용어집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것은 용어집이다. 각 집단은 그들이 사용하는 고유한 용어 또는 은어가 있게 마련이다. PMA의 용어집은 PMA 참가자들이 Armagh Gaol, Maze Long Kesh로 알려진 교도소에서의 경험을 설명하기 위해 사용하는 용어를 편집한 것이다. 완전한 목록은 아니며 익숙하지 않을 수 있는 교도소와 관련된 용어 및 약어에 대한 안내라고 설명하고 있다. 특별한 사건이나 공동체의 아카이브에서 용어집은 아카이브 내 기록들을 이용하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용어 자체를 이해하지 못 해 기록을 읽지 못하거나 이해에 어려움을 겪는 일이 종종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PMA의 용어집은 참으로 반가웠다. 몇 가지 재미있는 용어들을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용어의미
beart   Irish word used to describe a tightly-packed parcel of tobacco.
black suitTerm used to describe body armour worn by prison staff.
cruinniúIrish word meaning ‘meeting’.
doing birdServing time in prison. Some participants use the term to mean “experiencing difficulties while serving time”.
hoochAlcohol.
lifersPrisoners serving life sentences.
number one dietTerm used by prisoners to describe the limited diet imposed as punishment.

 용어집은 A-Z로 알파벳 순서로 작성되어 있다. 용어들을 보면 수감자에 해당하는 용어, 교도관들에 해당하는 용어, 감옥과 관련된 용어 등 각가 용어의 특성이나 사용자별 특성이 담긴 용어들이 있는데 이것들을 카테고리화 하여 검색할 수 있게 했음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The Prison

 The Prison은 아래의 그림과 같이 각 교도소 각 층 별로 지도를 제공하고 해당 장소를 클릭하면 관련 녹음 영상 및 이미지 자료를 제공한다.

Armagh Gaol 1층 지도와 해당 장소의 관련 기록
Armagh Gaol 1층 지도와 해당 장소의 관련 기록

 현장에 직접 가보지 않아도 지구촌 반대편에서도 대략 감옥의 형태와 위치를 파악할 수 있으며, 이 지도의 세부적인 부분과 연결된 영상 및 이미지 자료를 통하여 더욱 입체적이고 풍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Films

 PMA300시간 이상의 자료가 있는데 Films에서는 컬렉션을 기반으로 한 Extracts, Full Recordings, Feature Films, Short Films를 제공하고 있다. ExtractsArmagh GaolMaze Long KeshPMA 녹음에서 발췌한 내용으로 전직 수감자, 교도관, 언론인, 교사 등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Full Recordings의 경우 현재 PMA 웹사이트에서는 14개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나머지 컬렉션들은 PRONI에서 이용할 수 있다. Feature FilmsShort FilmsPMA 컬렉션을 기반으로 ‘the Trouble’ 기간 동안 감옥과 관련된 주제와 시대를 강조하기 이해 제작된 장단편 영화를 볼 수 있다.

 

3. 나가며

 대개의 구술 기록은 현장에서 이루어지지 않고 개인 사무실이나 자택에서 하는 편이다. 어찌 보면 PMA는 구술에 장소기억을 더하고, 영화라는 장르를 접목하여 현장감을 높인 아카이브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은 없어진 KBS<다큐 3>나 서울기록원의 서울기록화 사업 중 다큐멘터리 아카이브가 떠오르기도 하는 지점이다.

  PMA를 둘러보며 오는 6월 남영동 대공분실 자리에 개관하는 민주화운동기념관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민주화를 외치던 수많은 사람들이 고문을 당하고, 인권을 침해받고, 소리없이 죽어나간 이 장소에 세워진 기념관은 후세대에게 무엇을 어떤 방식으로 남겨주고 알려주면 좋을까? 아카이브의 역할을 다시금 생각하며 PMA의 아카이빙 방식을 이곳에서도 실행해보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그렇게 구축된 아카이브를 통해 후세대에게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누리고 있는 이 자유가 그냥 주어진 것이 아니라는 점, 수많은 이름없는 민주화 투사들의 희생으로 누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계엄이라는 것이 그냥 한 번 해 보는 것이 아닌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 알기 위한 교육 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런 방식의 아카이브를 통해 현장을 찾은 관련 인물들이 현장에서의 기억과 함께 들려주는 이야기의 울림. 가해자의 반성과 뉘우침, 피해자의 용서가 이루어질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이런 필름들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들이 재생산 되어 민주화운동의 정신이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들이 들었다.

 

[주]

* 북아일랜드 Armagh에 있는 교도소로 주요 여성들을 수감하는 곳이었다. 1973~75년 33명의 공화당 여성이 수감되었으며, 아일랜드 공화당 여성 수감자들이 정치적 지위의 회복을 요구하는 시위의 현장이었다. 1986년 이 교도소는 문을 닫았다.(*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M_Prison_Armagh)

** 이전에는 Long Kesh Detention Centre, 구어체로 Maze 또는 H-Blocks로 알려진 곳으로 19718월부터 20009월까지 ‘Troubles’ 기간 동안 공화당 사람들을 수감하는 교도소 및 수용소였다. 19741015, 아일랜드 공화당 억류자들은 그들을 수용하는데 사용된 건물 중 21곳을 불태워 롱케시의 상당 부분을 파괴했다. 교도소는 리스번(Lisburn) 외곽에 있는 롱케시(Long Kesh)의 옛 왕립 공군 기지에 위치해 있었다. 그곳은 벨파스트에서 남서쪽으로 약 14킬로미터 떨어진 메이즈(Maze) 마을에 있었다. 그 교도소와 그 수감자들은 1981년의 단식 투쟁과 같은 사건에 연루되었다. 교도소는 2000 년에 폐쇄되었다.(*출처: https://en.wikipedia.org/wiki/HM_Prison_Maze)

 

[그 밖에 참고할 사이트]

PMA

Visual Voices of the Prisons Memory Archive Project

: 감옥 기억 아카이브: 갈등의 필름 기억에 대한 사례 연구

기사

북아일랜드 분쟁

북아일랜드 더 트러블을 담은 소설 노본스

  • https://www.segye.com/newsView/20241106519305?OutUrl=nav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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